경쟁입찰

'부동산 대재앙'의 주범들을 찾아서

토건종식3 2015. 2. 4. 17:30

'부동산 대재앙'의 주범들을 찾아서 

 

 [盧정권 부동산 망국사]<1> '뱀파이어 시대'의 개막     2006-11-03 14:43:51   

 

'부동산 망국'이 끝내 눈앞 현실로 다가왔다. 정치적 레임덕에 빠진 노무현 정권은 "몇년 지나면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며 사실상 경제적 레임덕을 자인한 상태다. 불과 10월 한달 새 과천 아파트값이 10%이상 폭등할 정도로 부동산값 폭등은 이제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한국을 쑥대밭으로 만들 '부동산 대재앙'이 이제 초읽기에 들어선 것이다.


지난해 노무현 정부가 8.31대책을 발표하며 "이제 부동산투기는 끝났다"고 호언한 직후인 지난해 9월 한 권의 졸저를 펴낸 적이 있다. 책 제목은 <참여정권, 건설족 덫에 걸리다>. 노무현 정권 출범후 자행된 '부동산투기 부양정책'의 전개과정에 대한 기록이었다.


이 책에서 당시 필자는 8.31대책에 대해 "겉으로는 '투기족'을 치는 듯 하면서도 내용적으로는 '건설족'을 옹호하는 내용이었다. 혹시나가 역시나로 끝난 것이다"라고 평가했었다. 우려대로 1년여가 지난 지금, 부동산투기는 가공스런 형태로 재연됐고 노무현 정부는 긴급대책회의 소집 등 예의 어지러운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부동산투기를 조장한 것은 자의든 타의든 간에 최악의 범죄다. 언젠가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하는 역사적 중범죄다. 이에 필자는 출판사의 양해를 얻어, 노무현 정권 출범후 어떻게 부동산투기 부양책이 펼쳐져 왔으며 책임을 져야 할 세력들은 누구인가를 밝히기 위해 졸저의 주요 내용을 연재하고자 한다. 시리즈의 제목은 '盧정권 부동산 망국사'이다. <필자 주>

 


뱀파이어 시대


"아랫목은 절절 끓고 있으나 윗목에는 서리가 내리고 있다."


작금의 극심한 양극화를 일컫는 세간의 말이다. IMF사태 발발 얼마 뒤 “이제 아랫목이 따듯해졌으니 곧 윗목도 따듯해질 것”이라던 김대중 정부의 낙관론을 빌어, 나날이 심화되는 양극화를 신랄하게 꼬집는 촌철살인의 비유다.


1997년 IMF사태가 발발한 이래 한국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부상한 것이 ‘빈부 양극화’이다. 한국의 부(富)가 한쪽으로 급속히 쏠리면서 일각에서 체제 붕괴까지 우려할 정도로 정치-사회적 위기감이 고조된 게 작금의 현실이다.


IMF사태가 발발하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사회평등도를 재는 지니계수가 꾸준히 개선되는 등 국제사회에서 상대적으로 분배가 양호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좋은 평가를 받아온 국가였다. 그러던 것이 IMF사태가 발발, 분배문제가 뒤틀리며 지구상 최악의 양극화 국가가 돼 버렸다.


외국계 컨설팅기업의 CEO는 필자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경제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한국경제는 한마디로 ‘뱀파이어 이코노미(Vampire Economy)’라 부를 수 있다. 햇볕에 쬐면 순식간에 사라져버릴 부실기업과 기업주들이 대낮에는 음지에 숨어 있다가 밤만 되면 활개치고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말했다. 한국기업의 구조조정이 아직 미완성형이라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그의 '뱀파이어 이코노미', 우리말로 풀면 '흡혈귀 경제'라는 개념을 듣는 순간, ‘야, 이 개념을 작금의 한국 아파트 시장에 적용하면 적격이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전국민의 절반에 달하는 무주택 서민과, 열심히 일하고 저축해 조금 집을 넓혀가려는 시민들에게 건설업계 등 건설족이 행한 지난 몇년간 행위야말로 '뱀파이어의 흡혈행위'에 다름 아니었기 때문이다. '뱀파이어 경제'란 한마디로 정상적 기업행위나 노동 등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게 아니라, '남의 것을 빼앗아 자신의 부를 부풀리는 수탈경제'를 가리킨다.


한국의 경제전체규모 즉 국내총생산(GDP)는 IMF사태 이전보다 별로 성장하지 못했다. 1996년 1만달러를 돌파한 1인당 GDP가 2004년 1만3천달러 수준으로 높아졌다고는 하나, 이는 한국은행의 계수조정과 원화 절상에 의한 '착시현상'이 큰 작용을 했다. 이렇듯 나라경제 전체의 파이는 별로 커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상류층은 이 기간 중 재산을 IMF사태 전보다 몇배씩 불릴 수 있었던 반면에 다수 국민은 상대적 또는 절대적으로 더욱 빈곤해졌다.


‘공황후 양극화 심화’는 1929년 세계 대공황이후 일관되게 관철돼온 ‘공황의 법칙’이기도 하다. 1929년 미국에서 세계 대공황이 발발한 초기만 해도 개인, 기업 모두 예외없이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기업은 연쇄도산하고 주가는 폭락했으며 노동자들은 무더기 해고됐다. 그러나 세계 대공황의 후폭풍이 어느 정도 진정된 7년 뒤인 1936년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경이로웠다. 당시 미국의 양대 재벌이던 록펠러와 카네기 그룹의 부는 1929년 공황 발발 직전보다 무려 3배나 급증하며 재벌공화국 시대를 열었다. 반면에 다수 중산층과 서민 노동자는 절대 빈곤상태로 빠져들었다.


부동산거품 파열후 13년간 장기복합불황에 빠진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부동산거품이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일본은 “전체 국민의 90%가 중산층”이라고 자부하던 나라였다. 그러던 것이 부동산거품이 터지면서 중산층이 붕괴되면서 지금은 빈부 양극화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같은 양극화 현상이 IMF사태 발발후 한국에서도, 그것도 세계자본주의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최악의 형태로 급속히 진행중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얼마 전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다고 강변하면서도 “그러나 지금까지 풀리지 않은 걱정 하나가 바로 사회가 양극화 돼가고 있다는 점”이라고 취임후 양극화 심화를 시인하면서도 “스스로 자기를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으나 이를 해소할 만한 확실한 정책수단을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하고 있고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인지에 관해 정부를 포함한 어느 두뇌집단도 ‘이것이다’라고 할 만한 정책 제안을 해 온 곳이 없다”고 말한 정도로, 지금 우리나라의 양극화는 대통령조차 해법을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양극화는 도대체 어떤 과정을 통해 확대재생산된 것일까.

 


양극화’의 주범, IMF사태후 1차, 2차, 3차 뱀파이어 착취


IMF사태후 한국의 양극화는 IMF사태후 정부 주도로 세 차례 투기판이 잇따라 만들어진 데 따른 필연적 귀결이다. 1차 투기판은 1997~1998년 벌어졌고, 2차 투기판은 1999~2000년, 3차 투기판은 2001년이래 현재까지 진행형이다.


1차(1997~1998년) 투기판의 주 동인은 살인적 고금리정책이었다.

2차(1999~2000년)의 주 동인은 주식 거품이었다.

3차(2001년~2005년 현재)의 주 동인은 부동산 투기였다.


1차 투기판이 전개되는 과정부터 살펴보자. 1997년 12월3일, 우리 정부는 IMF로부터 긴급 구제금융 5백80억3천5백만 달러를 차입하는 약정서에 서명하는 대가로 경제운영권을 IMF로 넘겼다. IMF는 즉각 ‘경제 피식민지’ 한국에 대해 ‘고리대’ 수준의 살인적 고금리 정책을 강행했다. 명분은 금리를 감당 못할 부실기업은 쓰러트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때 40%를 넘어서기까지 한 콜금리를 감당할 기업은 없었다. 무수한 기업이 쓰러졌고, 이들 기업은 외국자본에게 헐값으로 넘어갔다. 살인적 고금리 정책을 강요하던 IMF가 연쇄 기업도산과 무더기 실업 발생으로 민심이 극도로 불안해지자 ‘점진적이어야 한다’는 단서를 붙여 콜금리 인하를 용인하기 시작한 것은 1998년 4월말부터였고, 콜금리는 그해 10월 들어 한 자리 숫자로 낮아졌다.


이 기간 동안 살인적 고금리의 최대 수혜자는 외국자본이었다. 고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는 기업과 금융기관, 부동산 등을 헐값에 사들여 천문학적 차익을 거둘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부지리를 보는 국내 세력도 있었다. 금융기관에 예금을 하고 있었던 국내의 ‘현금 보유자’들이 그들로, 그들은 가만히 앉아 막대한 불로소득을 거둘 수 있었다. 반면에 은행 돈 등을 빌려 집을 샀거나 장사를 하던 이들은 고리대 수준의 이자를 수탈당해야 했다. 돈을 빌린 이의 주머니에서 돈을 빌려준 이의 주머니로 돈이 옮겨가는 수탈적 국면이 전개되며, 1차 양극화가 완료됐다.


1차 양극화의 주범은 엄격히 말해 IMF였으나, “고금리 정책은 한국에게 독약이 될 것”이라던 국내외 전문가들의 경고 및 지원사격에도 불구하고 무기력하게 IMF정책을 추종한 정부에게도 2차적 책임이 있음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2차 투기판은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와 함께 시작됐다. 금리가 낮아지자 돈이 증시로 몰리기 시작했다. 우선 1998년 후반기 종합주가지수가 3백대이던 증시에 외국계가 몰려들면서 엄청난 차익을 거두었다. 그 뒤를 이어 1999년초부터 IMF직후 살인적 고금리로 부를 불린 현금 보유자들이 외국인 뒤를 좇아 증시로 몰려가면서 그 유명한 ‘묻지마 투자’가 시작됐다. 2000년 3월 미국의 나스닥 거품이 꺼지기 전까지 2년간 현금 보유자들은 증시에서 천문학적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반면에 눈앞에서 벌어지는 광란의 잔치를 보면서도 돈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던 대다수는 뒤늦게 은행 돈 등을 빌려 참가했으나, 결과는 막판 ‘상투잡기’였고 돈을 벌기는커녕 그나마 있던 몇푼 안되던 돈마저 털려야 했다. 이렇게 해서 2차 양극화가 완료됐다.


이 기간 중 IMF 신탁통치 조기졸업을 추구해온 정부는 각종 지원책을 통해 묻지마 투자를 부추겼으며, 여기에 그치지 않고 ‘플라스틱 거품’을 양산한 신용카드 촉진책까지 병행해 경제를 한층 골병들게 만들었다.


양극화가 회복불능의 치명적 형태로 진행된 것은 2001년 후반기부터 본격화된 3차 투기판이었다. 3단계 양극화의 첨병은 아파트투기였다. 아파트투기의 동인은 주가가 연일 폭락을 거듭하던 2000년 8월 취임한 진념 경제부총리가 서둘러 취한 부동산규제 완화, 금리 인하 등 일련의 건설경기 부양책이었다.

 


 ◀ 2001년부터 시작된 부동산투기 시대의 신호탄을 쏴올렸던 진념 전 경제부총리. ⓒ연합뉴스



경제부총리에 취임한 진념이 가장 먼저 취한 정책은 건설경기 부양 ‘올인’이었다. 그는 우선 아파트 미분양분을 해소하기 위해 그해 9월부터 2001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1년 이상 보유한 기존주택을 판 뒤 신축 분양주택을 구입할 때는 양도소득세 세율을 종전의 20~40%에서 10%로 대폭 낮추고, 2001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당초 11조원에서 14조원 수준으로 늘렸다. 또한 아파트를 지을 공공택지 개발물량을 8백50만평에서 1천만평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취득세 중과세제도도 폐지했다. 이와 함께 임대사업자가 임대주택을 구입할 때의 대출한도를 현행 최고 3천만원에서 6천만원으로 늘려주고, 임대주택을 담보로 발행된 자산담보부증권(ABS)에 대해서도 이자소득세 감면혜택을 주기로 했다.


진념 경제팀의 ‘부동산경기 올인’은 IMF사태 발발직후인 1998년 11월 건설교통부가 집값 폭락 및 건설업체 연쇄도산에 놀라 취했던 아파트 분양권 전매 전면허용 등의 조치와 맞물리면서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아파트값 폭등을 초래했다. 건교부는 1998년 11월12일 주택경기 침체 및 아파트 미분양 해소를 위해 1999년 4월부터 종전의 전매제한 기간을 없애고 아파트 계약후 등기없이 언제라도 분양권을 매매할 수 있게 했다. 건교부는 동시에 1999년 1월부터 공공개발택지에 건설된 민영주택의 재당첨제한기간(2년)을 없애 청약을 통해 주택을 이미 공급받은 사람도 아무 제한없이 다른 주택을 청약할 수 있게 했다. 이와 함께 2가구 이상 주택 소유자도 민영주택 분양신청에서 청약 1순위 자격을 가질 수 있게 했고, 민영주택의 무주택 우선 분양제와 장기간 청약통장가입자에게 우선 청약권을 주던 청약배수제도도 철폐했다.


이밖에 의무화돼 있던 아파트단지내 공중화장실. 유치원. 약국설치, 재개발사업회계감사, 대지안의 공지확보의무, 택지환매 등도 폐지했다. 또한 일조권 확보를 위해 옆 건물과 띄어야 하는 거리를 종전의 건물높이의 0.8배에서 입지여건에 따라 0.4~0.8배로 축소했고, 건축허가 없이 지을 수 있는 건물 연면적도 15평에서 45평으로 확대했다. 이와 함께 아파트 분양가도 풀었고, 2000년 3월에는 1가구 1통장으로 제한해온 청약예금 가입 자격을 20세 이상 성인이면 누구나 가능하도록 고쳤다. 아파트투기를 부채질하고 나선 것이다.


이처럼 이미 모든 규제를 해제한 마당에 진념 부총리가 취임해 추가로 노골적인 ‘부동산 올인 정책’을 펴니, 앞서 ‘묻지마 투자’에서 단단히 한몫을 챙긴 4백조원대 부동자금들이 아파트시장으로 몰리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금융권에서 빠져나온 부동자금들은 일제히 강남으로 집중됐고 2001년 후반부터 아파트값 폭등이 시작됐다. 특히 2001년 가을 뉴욕의 쌍둥이 빌딩이 공격을 당하는 ‘9.11 사태’가 발발해 세계경제가 출렁이면서,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를 필두로 세계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금리를 내리고 한국은행도 여기에 편승해 세 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하면서 아파트투기는 결정적 계기를 맞이했다. 미국을 겨냥한 9.11 테러가 ‘나비 효과’ 이론에 따라 한국에 아파트거품을 일으키는 예기치 못한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처럼 정부가 아파트 경기부양책이라는 독약을 쓴 결과는 뚜렷해 2001년 3.4분기의 경우 수출과 설비투자는 계속 부진했지만 유독 건설업만은 호조를 보여, 3.4분기의 건설업의 성장기여율은 2.4분기의 3.3%에서 34.1%로 급증했고, 2004년말 현재 건설업이 한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17%로 급증할 정도로 건설경기 부양은 그후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변함없는 핵심 경기부양책으로 군림하며 양극화를 극한적 형태로 확대시켰다.

 


노무현 후보 “아파트 투기 뿌리 뽑겠다”


그 어느 역대 대통령 선거보다 치열했던 2002년 대통령 선거의 최대 민생 화두는 단연 ‘아파트값 잡기’였다.


2001년 하반기부터 폭등하기 시작한 강남의 아파트값은 풍성한 부동자금을 배경으로 10년간 잠들어있던 부동산투기 심리를 일거에 일깨웠다. 특히 이번에 아파트값 폭등을 선도한 것은 강남 도곡동의 타워팰리스로 대표되는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였다.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는 1962년의 제1세대 아파트 출현에 이은, 1980년대의 강남 압구정동 아파트단지로 대표되는 제2세대 아파트에 이어 등장한 제3세대 아파트였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기존 아파트의 슬럼화에 따른 도심 공동화 현상을 막고, 공공 공간의 확보와 도시 미관 개발 계획에 의해 짓기 시작된 주상복합아파트는 한국에서 새로운 주거형태로 90년대부터 생겨나기 시작했다. 초창기 주상복합아파트는 주로 기능성 위주로 지어져, 오피스텔 건설 붐과 함께 여의도 등의 오피스 지역에 지어지면서 30~40대 고소득 직장인의 편의 제공이 중심목적이었다. 그러던 것이 1994년을 기점으로 대형 주상복합아파트가 본격적으로 등장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주상복합건물의 주거비율이 50% 미만으로 바뀌면서 분양가와 평형제한을 피할 수 있는 주상복합이 부유층에게 인기를 끌어 시그마타워(잠실) 나산스위트(보라매공원) 등은 분양가가 평당 6백만원을 웃돌 정도로 당시로서는 상당한 고가였음에도 불구하고 경쟁률이 5대 1을 넘었다. 하지만 50%를 넘는 상가부분 분양에 실패하면서 주상복합의 열풍은 다시 시들해졌다.


이에 정부는 IMF사태가 터진 97년 경기부양 차원에서 주택건설촉진법을 개정해 주거비율을 90%까지 높일 수 있게 개정했고, 이에 삼성 타워팰리스를 필두로 타워팰리스 인근의 도곡동 우성 캐릭터빌이나 대림 아크로빌 등 초고층 제3세대 아파트 상품이 본격 출현했다. 그 중에서 타워팰리스는 ‘신부유층’이 거주하는 고급주거 형태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져, IMF사태후 미분양에 허덕이던 타워팰리스는 2001년 하반기부터 폭등을 거듭해 마침내 2002년말 평당 가격이 평균 3천만원을 돌파하기에 이르렀다. 20002년말 64평형 중간형 집값이 20억원에 육박하고, 맨 꼭대기의 1백24평형 펜트하우스는 거래가가 40억원을 넘으면서 강남을 위시한 전국 아파트값 폭등의 견인차가 됐다.


아파트값 폭등은 가뜩이나 IMF사태후 심화된 빈부격차에 분개하던 국민 다수에게 극심한 좌절감과 분노를 안겨주면서 민심이 흉흉해졌다.


특히 당시 성난 민심을 더욱 격노케 만든 한 것은 잘못된 부동산세제로 인해 강북 주민이 강남 주민보다 재산세를 더 많이 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2002년 9월10일 건설교통부는 “같은 평수 아파트의 경우 강북 아파트주민이 부유한 강남 주민보다 최고 5.5배나 많은 재산세를 내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재산세 부과 방식이 아파트값이 아니라, 평수와 신축연도 등에 기초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당연히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아파트값에 기초해 세금을 물리자는 여론이 일었으나 행정자치부가 “강남의 조세저항 우려”를 이유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국민 분노는 폭발했고, “정부는 강남 조세저항만 겁나지 국민 저항은 개의치 않는다는 말이냐. 세상을 한번 싹 엎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증폭됐다.


이런 분위기 하에서 진행된 2002년 대통령선거 운동의 최대 민생이슈가 ‘아파트값 잡기’가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서민의 이익 대변’을 표방했던 노무현 대통령후보는 대선기간중 “내가 대통령이 되면 정권의 명운을 걸고 서민을 울리는 부동산투기를 반드시 뿌리 뽑겠다”고 다짐, 아파트값 폭등의 최대 피해자인 서민층과 젊은세대의 적극적 지지에 힘입어 선거에서 이길 수 있었다. 이회창 후보도 이에 맞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아파트 분양가를 30% 끌어 내리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으나, 다수 서민과 젊은층은 귀족풍의 이 후보보다 서민풍의 노후보 말을 보다 신뢰했다.

 


 ◀ 2003년 3월 광주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 뒤 노사모와 함께 환호하고 있는 노무현 후보. ⓒ연합뉴스



대선 기간중 노 후보가 내놓은 ‘아파트값 잡기’ 공약의 골간은 “공급확대보다는 가수요 차단과 불로소득 과세 강화 등 투기억제”였다. 구체성은 띠지 못하고 있으나 방향은 제대로 잡은 것이었다.


노 후보는 우선 아파트투기 원인을 주택공급 부족에서 찾고 있는 건설족 주장에 대해 "보급률 자체는 무의미하다"고 일축하며, “철저한 투기규제를 통해 투기 가수요를 잠재우면 체감 주택난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강남투기 방지 대책의 일환으로 강북 등 전국 노후주택 40만가구를 정비하며, 특히 서울 강북 재개발과 관련해선 24조원을 조달해 체계적인 개발계획을 세운다는 구체적인 청사진까지 내놓았다.


노 후보는 또 부동산 관련 세제의 강화를 약속했다. 대형주택에 대한 세제 현실화를 일관되게 주장해온 그는 특히 6억원 이상 고가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 방침을 밝혔고, 시가 대비 30% 미만인 과표 현실화 비율의 단계적 상향조정도 약속했다.


주택공급 정책도 서민에 초점을 맞춰 "중대형 아파트 등 민간 부문은 시장에 맡기고 투기를 억제하되 서민을 위한 임대주택 등은 재정투입을 대거 확대해서라도 정부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고, 소형 및 임대 주택에 대해선 “분양가를 ‘협의후 인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런 공약을 내건 노 후보가 당선된 만큼 국민들이 그에게 거는 기대는 컸다. 대선기간중 양분됐던 국민은 노 후보 취임직후 92%의 지지를 보낼 정도로 노 대통령이 ‘소신껏’ 일할 여건을 만들어주었다.<계속>

 

 

 

盧 "내가 아는 가장 유능한 관료, 김진표" 

[盧정권의 부동산 망국사] <2> 잘못 끼운 첫 단추   2006-11-04 08:29:46 기사프린트 기사모으기  

  노 대통령의 잘못 끼운 첫 단추, ‘김종인에서 김진표로’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당연히 부동산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향후 주택공급 및 입주 물량, 차기 정부의 주택 안정의지 등을 감안할 때 내년 이후 집값은 5% 안팎에서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의 반응은 더욱 예민했다. 노 후보 당선직후 강남권과 과천지역의 집값이 급락 조짐을 보였다. 노 후보 당선에 따라 행정수도의 충청권 이전이 기정사실화하면서 정부 청사가 자리 잡고 있는 과천 지역의 경우 아파트 값이 대선 이후 수천만원 하락했고, 강남권에도 노 당선자가 향후 강력한 부동산 안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건축 아파트 매물이 쌓이고 가격도 내림세를 보였다.


아파트 거품 소멸 분위기는 노무현 후보가 당선후 초대 경제부총리로 ‘김종인 기용’을 적극 검토하면서 더욱 뚜렷해질 조짐을 보였다. 김종인 전 경제수석은 앞서도 소개했듯 1990년 재벌들이 보유하고 있던 4천5백만평의 비업무용 부동산을 강매토록 해, 그후 10년간 부동산 투기의 싹을 잘랐던 인물. 그가 참여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가 되면 부동산경기 부양 같은 것은 꿈도 꿀 수 없을 게 명약관화했다.


애초에 노무현 당선자는 정운찬 서울대 총장을 경제부총리로 영입하고자 했으나 정 총장이 이를 고사하며 대신 거시-미시 경제 모두에 통달한 김종인 전 수석을 강력 천거함으로써 노 당선자는 김 전수석과 두 차례 직접 만나 장시간 얘기를 나눈 뒤 사실상 기용을 결심한 상태였다. 노 후보는 당시 “김 전수석이 가르치려 하는 스타일”이라며 탐탁하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으나, 정운찬 총장 등 많은 경제전문가들의 적극 추천으로 그의 기용을 최종적으로 결심했다. 네티즌 등 일반국민 여론도 ‘김종인 기용’ 움직임에 강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재계는 달랐다. 1987년 노태우 후보 당선직후 김종인씨의 경제부총리 기용을 저지했던 재계 등 건설족이 가만 손을 놓고 있을 리 만무했다. 이때부터 재계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경제일간신문을 비롯해 기존 언론 일각에서 ‘김종인 불가론(不可論)’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재계 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있는 현재 상황에서 재계가 기피하는 김종인 같은 ‘강성인사’가 전면에 나서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식의 주장이었다.

때 맞춰 노무현 당선자 캠프의 실세들 일각에서도 ‘김종인 불가론’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군사통치시절의 구여권인사를 참여정부에 기용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집권후 경기회복에 주력해야 하는데 재계와 불편한 김종인은 적임자가 아니다”라는 식의 반론이 그것이었다. 일부 측근인사들은 노무현 당선자에게 직접 이런 입장을 전달했다는 후문도 흘러나왔다.


본디 인사라는 게 내정이 됐다고 하더라도 막판에 말이 많아지면 뒤틀리는 법이다. 결국 사실상 내정 상태였던 김종인 전 수석이 막판에 재정경제부 출신의 김진표 당시 국무조정실장으로 전격 교체됐다.


김진표 실장은 재경부에서 잔뼈가 굵은 세제통. 동시에 김종인 전 수석과는 대조적으로 ‘재계 친화적 인물’로 알려진 인물이었고, 경복고 동기인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을 비롯한 구여권 인사들과도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다.


김 실장은 노무현 당선자가 공개석상에서 “내가 아는 두 명의 가장 유능한 관료 중 한명”으로 꼽힐 정도로 노 당선자의 신임이 절대적이었다. 노 당선자가 이렇듯 김진표 실장을 절대 신뢰하게 된 데에는 대통령선거기간 동안 김 실장이 던진 ‘승부수’ 때문으로 알려진다. 김 실장은 대선기간중 장관급인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으로 재직하면서 일찌감치 노무현 후보에게 자신의 관운을 맡기는 승부수를 던졌고, 대선기간 동안 음양으로 적잖은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대통령선거 전날 정몽준의 급작스런 ‘노무현지지 철회’ 선언으로 노무현 후보조차 패배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며 낙담하고 있던 투표일 당일, 노 후보에게 불리한 낮은 투표율에도 불구하고 이날 오후 들어 ‘젊은층의 투표율 급증, 노년층의 낮은 투표율’을 근거로 이날 투표가 채 끝나기도 전에 ‘노무현 당선’을 가장 먼저 확신해 노 캠프에 이를 알림으로써 절대적 신뢰를 확보했다는 일화도 전해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 같다”며 노무현 대통령의 ‘선택’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으나 버스는 이미 떠나간 뒤였다.

 


 ◀ 노무현대통령이 "내가 아는 가장 유능한 관료"라며 초대경제팀을 맡겼던 김진표 열린우리당 의원. ⓒ연합뉴스



김진표 메시지, “걱정마라, 부동산 규제는 없다”


‘김종인에서 김진표로의 대반전’은 바짝 긴장하고 있던 재계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아닐 수 없었다. “우려와는 달리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이 결코 반(反)재벌로 가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 판단이 재계에 확산됐다. 실제로 취임직후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펼친 일련의 정책은 재계의 판단에 어긋나지 않았다.


조세통을 자처하는 김 부총리가 던진 취임 일성은 기업의 ‘법인세 인하’였다. “기업의 세금 부담을 줄여 경기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법인세 인하는 대선기간중 노무현 후보가 강력반대해온 ‘이회창 공약’ 중 하나였고, 김진표 부총리도 며칠 전까지만 해도 반대했던 사안이었다. 당시 노 후보는 이회창 후보의 법인세 인하 공약에 대해 “법인세를 2%포인트 인하할 경우 1조5천억원의 세수가 줄어드는데 그중 1조2천억원의 감면혜택은 대기업에게 돌아가고 나머지 3천억원만 소기업이 혜택을 받게 될 뿐”이라고 반대했었다.


김진표 부총리의 법인세 인하 방침은 당초 노대통령의 승인을 얻었으나 “공약 위반”이라는 비난여론이 일자 장기과제로 보류되는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법인세 파동이 던진 경제적 파장은 컸다. 부동산 시장에 김진표 경제팀이 추진할 재벌친화적 경제정책의 방향을 읽히면서 그후 사상최악의 아파트값 폭등 사태가 재연되는 데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김 부총리는 대부분 경제관료가 그러하듯 ‘성장론자’다. 일단 경제 파이부터 키워야 분배문제 등도 해결된다는 사고방식이다. 문제는 이들 성장론자의 경제 파이 키우는 방식이 경제에 독약인 부동산거품 양산 등도 개의치 않는다는 데 있다. “약간의 거품은 오히려 경제에 윤활유 역할을 한다”는 게 이들 성장론자의 주장이었다.


김 부총리는 실제로 부총리에 취임하자마자 박승 한국은행 총재와 손잡고 경제심리 회생을 명분으로 금리 인하를 추진하는 등 아파트 경기부양을 노골적으로 추진했다. 김진표 경제팀의 금리 인하 추진은 참여정부 출범후 공약과는 정반대로 아파트값이 재폭등하는 데 따른 민심 이반에 놀란 여당인 민주당의 반대로 백지화했으나, 이런 일련의 과정이 건설족에게 던진 분명한 메시지는 “참여정부에게는 폭등하는 아파트값을 잡을 생각이 없다”는 것이었다.


김진표 경제팀은 금리 인하 같은 우회적 부동산경기 부양책 차원을 넘어서 골프장 경기부양책 등 직접적 부동산경기 부양책도 동시에 추진했다. 김 부총리 취임직후 재정경제부는 하반기부터 현재 임야면적의 3%로 제한돼 있는 골프장 허가면적을 5%로 상향조정, 당시 완공돼 영업중이거나 공사중인 전국 1백30여개의 골프장외에 골프수요가 큰 수도권에서만 최소한 40여개의 골프장 신축허가를 내주기로 했다. 재경부가 내세운 골프규제 완화 근거는 18홀짜리 골프장 하나를 새로 만들 경우 발생하는 8백억~1천억원의 신규건설투자와 50억~90억원의 세수확대였다. 40개의 골프장이 신설된다 할 때 3조2천억~4조원의 신규투자 효과와 연간 2천억~3천6백억원의 세수증대가 기대된다는 주장이었다.


재경부는 이밖에 스키장에 대해서도 전체부지가 슬로프 면적의 2백배를 넘어서는 안된다는 규정을 폐지, 스키장 건설 및 확장을 대폭 허용키로 했다. 골프장, 스키장 등 이른바 수요가 공급을 앞서고 있는 '레저산업의 투자촉진'을 통해 경기부양을 도모하겠다는 계산이었다.


김진표 경제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용섭 당시 국세청장이 부패 척결 차원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접대비 상한제’ 도입과 관련, “다른 접대비는 몰라도 최소한 골프접대비만은 예외로 해야 한다“는 등의 브레이크를 거는 등, 부동산 경기부양책을 분명히 했다.


무엇보다 김진표 경제부총리의 부동산 경기부양 의지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사건은 당시 아파트값 폭등의 견인차였던 타워팰리스 등 주상복합아파트에 대한 노골적 ‘감싸기’였다. 재경부는 노무현 후보 당선직후인 2003년 연초까자만 해도 경제운용방안을 발표하면서 “강남 부동산 급등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주상복합아파트에 대해 분양권 전매 제한제도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취임하자 재경부는 곧바로 "분양권 전매제한 조치 등 강력한 투기억제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을 바꾸었다. 말로는 “아파트 투기를 잡겠다”면서도 정작 아파트값 폭등의 진원지인 주상복합아파트에는 손을 대지 않겠다는 식이었다.


김진표 경제팀이 부동산 시장에 던진 메시지를 한 마디로 “걱정마라. 내 사전에 부동산 규제란 없다”였다.


불붙은 아파트값 재폭등, 국민들 “김진표 갈아치워라”


시장의 후각은 더없이 동물적이다. 김진표 경제팀이 시장에 던진 메시지는 곧바로 아파트값 폭등으로 나타났다.


김진표 경제팀 등장후 급등세로 반전된 아파트값은 노무현정부 출범 두달 뒤인 2003년 4월 서울시내 아파트의 평당 평균가격이 1천만원을 돌파하면서 수직상승을 거듭했다.


아파트 전문포탈 <부동산 114>의 정례 조사결과에 따르면, 서울시내 아파트 평당가격은 4월11일 1천만4천원으로 마침내 1천만원을 돌파했다. 이는 아파트값 폭등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2000년말 평당가격이 6백68만원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불과 2년여 사이에 아파트값이 얼마나 급등했는가를 실감해 했다.


아파트값 폭등을 주도한 곳은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인방’으로, 특히 이들의 평당가는 강남구(1천7백82만원), 서초구(1천5백76만원), 송파구(1천4백78만원) 순으로 조사돼 평당 분양가 2천만원 돌파가 초읽기에 들어갔음을 예고했다.


당시 더욱 주목해야 했던 대목은 아파트투기가 일부 상류층 차원을 벗어나 ‘대중적’ 차원으로 확산되는 증거가 뚜렷이 목격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4월29일 도곡동 주공 1차 아파트가 서울 강남 대치동에 모델하우스를 오픈했다. 오픈이래 마감일인 6일까지 1주일새 모여든 인파는 3만여명. 지하철 3호선 도곡역에서 도보 5분거리에 있는 등 여러 호조건 때문이기도 하나 이곳에 하루 평균 4천명씩 3만여 인파가 모여들어 북새통을 이뤘다는 사실은 아파트 투기가 범국민적 차원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적신호였다.


특히 이곳의 분양가는 26평형이 평당 1천6백만원, 33평형이 1천8백만원, 43평형이 1천8백10만원으로 다른 강남지역보다 훨씬 높았음에도 모델하우스는 북새통을 이뤄, 평당 2천만원 돌파가 초읽기에 들어섰음을 보여줬다. 전해말 평당 3천만원을 돌파한 파워팰리스의 후폭풍이 일반 신규아파트로까지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한국은행의 한 간부는 필자에게 "강남 아파트 평당가격이 2천만원에 육박하고 있다는 얘기는 강남에 사는 우리나라 상류층에 들어가기 위한 '스페셜 피(special fee)'가 평당 2천만원이 됐다는 의미"라며 "이렇게 크게 벌어진 계층간 간극을 앞으로 무슨 수로 메울 수 있을지 암담할뿐"이라고 우려했으나, 한은에게 금리인상 등 근원적 대책을 내놓을 배짱은 없었다.


공인중개사 이태용씨 같은 경우는 “사람들의 묘한 특성이 로또복권에 당첨되거나 주식으로 떼돈을 벌었을 때는 주위에 떠벌리지 않으나 아파트로 돈을 벌었다는 사실은 주위에 숨김없이 자랑하는 경향이 있다”며 “한 주부가 이런 얘기를 하면 다른 주부들의 얼굴빛이 하얗게 변하면서 너도나도 투기에 동참하는 장면을 여러 번 목격했다”고, 부동산투기의 가공스런 전염력을 전하며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아파트값이 폭등하자, 정부는 아파트값을 잡겠다고 국세청을 동원한 세무조사 계획이나, 재건축 허가 엄격화 등의 상투적 대책을 내놓았으나 시장의 반응은 “당신네 속내를 뻔히 아는데 왜 이러시냐”는 식이었다. 당시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부동산 시장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정부여권이 득표전략 차원에서 강도 높은 아파트값 억제책을 쓰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며 "역대 선거 때마다 반복됐던 현상인 만큼 최소한 시장에서는 내년 총선 때까지는 아파트값이 계속해 오를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해주기도 했다. 한마디로 말해 ‘정치논리’를 경제를 운영하던 역대 정권이나 참여정부가 다를 게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취임직후 노골적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펴면서 아파트값 폭등을 재연시킨 김진표 경제팀에 대한 비판여론이 급등한 것은 당연했다.


한 예로 <문화일보>가 노무현 정부 출범 90일을 맞아 2003년 5월 경제계, 학계, 시민단체, 경제연구소, 국회 해당 상임위 입법보좌진, 해당 부처 출입기자 등 전문가 6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김진표 경제부총리는 20명의 국무위원 가운데 현재의 업무평점 및 미래 업무기대치 모두에서 최하위 바로 위인 19위를 차지했고, 건설정책인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의 최종찬 장관은 그 다음인 18위를 차지해 김진표 경제팀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큰가를 웅변적으로 보여줬다. 특히 ‘앞으로 일을 잘 할 것 같냐’는 미래 업무기대치가 이처럼 낮다는 것은 앞으로도 기대할 것이 없다는 얘기로, 즉각 경질을 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취임 1백일을 맞아 실시된 다른 여론조사 결과도 대동소이했다.


그러나 세간의 비판여론에 대해 인사권자인 노무현 대통령은 김 부총리에 대한 ‘절대 신임’으로 맞대응했다. 노 대통령은 “한번 쓴 각료는 최소한 2년간 같이 가겠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참여정권, 건설족 덫에 걸리다> 39~47쪽)

 

 

 

내놓는 대책마다 족족 '아파트값 폭등' 

[盧정권의 부동산 망국사]<3> 건설업계 대변자들  2006-11-04 15:27:30 기사프린트 기사모으기  

김진표가 ‘유도’한 주상복합아파트-재건축아파트 투기


노 대통령이 김진표 경제팀을 적극 감싸는 사이에 재경부, 건교부 등 부동산 주무부처는 연일 ‘부동산투기를 부추기는 부동산투기 대응책’을 쏟아냈다.


재경부의 경우 투기과열지구의 일반 아파트에 대해선 분양권 전매금지를 발표하면서, 유독 아파트값 폭등의 진원지인 주상복합아파트에 대해서만은 분양권 전매금지를 할 수 없다고 고집을 피웠다. 당시 타워팰리스가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강남 곳곳은 물론 강북의 강변지구 및 분당 등 신도시에도 마천루를 연상시키는 40~50층대의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가 쭉쭉 하늘로 치솟고 있었으며, 이들 주상복합아파트에는 분양 때마다 수많은 투기세력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치루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진표 부총리는 분양권 전매 제한을 안받고 청약통장조차 필요 없는 주상복합아파트에 대해서만은 “그 어떤 규제도 가할 수 없다”고 저항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 개발에 수천억원대 선(先)자금이 필요해 자금력이 풍성한 재벌 건설사만이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이라며 "김 부총리가 유독 주상복합아파트만을 전매금지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재벌을 의식했기 때문이 아니겠냐"고 강한 의혹의 눈길을 던졌다. 본디 ‘재벌 친화적’이라는 김부총리의 명성을 재확인시켜주는 대목이었다.


마치 ‘다음 아파트 투기는 주상복합아파트에서 하라’고 안내해주는 식의 ‘김진표 아집’은 당연히 시중의 부동자금이 주상복합아파트로 쏠리게 해 주상복합아파트 값을 더욱 폭등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노무현 정부 출범 석달 뒤인 5월14일 일반아파트의 분양권 전매제한을 강화한 정부의 ‘5.8 조치’후 처음으로 분양하는 주상복합아파트인 삼성물산의 마포 ‘트라팰리스’ 청약 현장. 이곳에는 첫날부터 하루 평균 1만여명씩의 청약자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청약자들이 길게 장사진을 이룬 분양 현장은 누구 눈에도 분명 투기장이었다. 모델하우스 안팎에는 수많은 ‘떴다방’(이동중개업소)이 청약자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명함을 건네거나 즉석상담을 벌이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정부의 평소 주장하듯 중대형 아파트에서 살고 싶어하는 실수요자들이 모여든 게 결코 아니었다.


이어 5월26~28일 사흘간 청약을 받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주상복합아파트 ‘스타시티’에는 8만9천84명이 청약신청을 해 경쟁률이 무려 75.8대 1에 달했고 지난 26일 하루만 청약받은 오피스텔에도 5천1백69명이 몰려 38.9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특히 제일 인기가 높았던 아파트 1군(39~45평형)의 경우는 2백63가구 공급에 3만3천7백7명이 몰려 1백2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경쟁률이 높다 보니 사흘간 모인 청약증거금만 아파트 2조6천9백40억8천만원, 오피스텔 5백16억9천만원 등 도합 2조7천4백57억7천만원에 달해 종전의 모든 기록을 경신했다.


이런 광적인 청약 열기는 당연히 아파트값 폭등의 진원지인 주상복합아파트에 대해서도 즉각 분양권 전매금지를 해야 한다는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정부는 막판까지 전매금지를 안 시키려 필사적 저항을 했다.


트라팰리스 등의 투기판이 사회적 비난여론을 낳자 정부와 민주당은 5월14일 이 문제를 놓고 당정협의를 가졌으나, 재경부-건교부 등의 강력 반대로 결론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건교부는 회의후 "청약이 과열양상을 빚으면 모르겠으나 아직까지 주상복합 분양권 전매를 검토한 적이 전혀 없다"며 마치 청약이 과열상태가 아닌 것처럼 주장했고, 재경부 역시 "주상복합 아파트 계약률은 60%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는 터무니없는 궤변을 펴며 전매금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재경부와 건교부의 건설족적 태도는 당연히 여론의 거센 비판을 야기했다. “참여정부, 출범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노골적으로 재벌 편을 들기냐”, “벌써부터 떡고물이 탐난다는 게냐”는 등의 비난여론이 쇄도했다. 결국 며칠 뒤인 5월23일 김진표 부총리는 주택관계장관 회의를 갖고 “3백세대 이상의 대형 주상복합아파트에 대해서만 오는 8월부터 분양권 전매를 제한한다”는 이른바 '5.23 주택가격안정대책'을 발표해야 했다. 하지만 5.23 대책도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기란 종전 대책들과 마찬가지였다.


가장 큰 허점은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권 전매를 계속 허용키로 한 것이었다. 김진표 부총리는 "재건축 아파트는 조합 아파트와 다르다"며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권 전매를 금지할 경우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건축 아파트 분양권 전매를 계속 허용키로 한 것은 ‘앞으로는 재건축 아파트를 놓고 아파트 투기를 하라’는 정부 안내문에 다름 아니었다. 그후 시중 부동자금은 송파구, 서초구 등의 강남 재건축 아파트로 쏠리면서 이번에는 재건축 아파트가 폭등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 2003년 아파트값 폭등의 주역들인 김진표 경제부총리와 최종찬 건교부장관이 환담을 나누고 있다. 최장관은 국내굴지의 건설그룹의 사위이기도 했다. ⓒ연합뉴스



부동산투기를 부추기는 데에서는 건교부 역시 재경부 못지않았다.


건교부는 5월9일 "공급을 늘려 부동산값을 잡겠다"며 경기 김포, 파주에 강남 수요를 대신할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즉각 김포, 파주의 부동산 매물이 사라지고, 두배의 위약금을 물고 매매계약을 파기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등 땅값이 폭등하기 시작했다. 건교부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들 신도시 후보지가 서울 서부권에 위치하고 있어 당초 정부가 신도시 건설의 명분으로 내세운 중상류층 전용 신도시 건설을 통한 강남 아파트값 하락 주장과 상치된다"는 비판이 일자, "필요하다면 강남과 가까운 서울 청계산 주변 등 1~2곳을 연내에 신도시로 추가 선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연히 후보지로 거명된 청계산 일대의 과천, 판교, 인덕원의 아파트값과 땅값이 폭등했다.


재경부와 건교부 등의 ‘아파트 투기를 부추기는 아파트 안정대책’을 지켜보던 국민들은 한가지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내놓는 대책마다 족족 도리어 부동산값을 폭등시키는 이들의 계속되는 정책 실패가 단순히 ‘무능’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이해관계’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갖게 된 것이다. 한 조사결과가 이런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다. <매일경제신문>의 5월21일 조사결과,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재경부.건교부.행자부.국세청.금융감독위원회 등 5개 부처의 국장급 이상 고위 간부 22명 가운데 지방 출신인 김두관 행정자치부장관을 제외한 21명 가운데 김진표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18명이 강남ㆍ서초ㆍ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 3인방’에 거주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밖에 최종찬 건교부장관의 장인이 굴지의 건설업체 오너라는 점 등 ‘이해상충’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동산 정책을 펴는 관료들에 대한 국민 불신은 극에 달했다.


박승 한은 총재의 ‘은평구 발언’ 파문


아파트값 폭등에는 재경부, 건교부 외에 ‘거품 방어’에 본원적 책임을 갖고 있는 한국은행도 한 몫 했다.


한국은행은 노대통령 취임 석달 뒤인 5월13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부동산투기 조장 우려에 따른 민간 경제연구소들의 이례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콜금리를 4.25%에서 4.0%로 0.25%포인트 내렸다. 금리인하는 1년만의 일이었다.


금리인하는 그해 3월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박승 한국은행 총재와 손잡고 강력추진하려다가 경제전문가들은 물론, 집권 민주당조차 반대해 ‘미수’에 그친 경기부양 카드였다. 또한 5월 금통위 개최 전에도 이례적으로 삼성경제연구소, 현대경제연구원 같은 대기업 소속 민간연구소는 물론, 한국금융연구원같은 국책연구소까지도 한결같이 금리인하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의 반대이유는 “금리인하를 해봤자 국내외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를 안하고 있는 기업들이 투자를 할 리가 없고 은행들이 신용불량자들나 한계기업에게 돈을 빌려줄 리도 만무하며, 0.25%포인트의 금리인하 갖고서 기업의 금융비용 절감 운운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라는 것이었다. 이들 연구소는 반면에 “금리를 낮추면 부동산투기만 부추겨 끝내는 거품이 터지면서 일본과 같은 장기복합불황에 빠져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은노조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금통위 개최 직전인 5월9일 교수, 경제연구소 직원, 국회의원, 언론사 등 외부전문가 2백23명과 한은 직원 53명 등 모두 2백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응답자의 62.3%가 현시점에서 콜금리 인하는 경기부양에 별 효과가 없고 부동산투기만 확산시킬 것이라는 부정적 내용이었다.


하지만 한은 금통위는 금리인하를 강력 희망하던 재경부와 ‘코드’를 맞춰 금리인하를 강행했고, 금리인하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박승 한은 총재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선언과 사스 등의 영향에 따른 경기침체로 투자, 소비가 극도로 위축됐다"며 "정부가 경기부양을 하지 않을 경우 성장률은 3%대로 하락할 것"이라고 밝혀, 금리인하가 경기부양용임을 분명히 했다. 대선 때에는 집권시 “해마다 평균 7% 성장”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취임직후에는 “5% 성장”을 약속했으나 3% 성장도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위기감이 확산되자, 몸이 달은 참여정부가 총체적으로 경기부양에 나선 것이다.


이날 박 총재의 발언 가운데 세간의 큰 파문을 불러일으킨 것은 중앙은행 총재의 부동산투기 인식 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은평구 발언’이었다. 박 총재는 작금의 부동산 투기와 관련, "이것은 한국경제의 특이 상황이다. 불경기와 부동산 투기는 상충되는 것이다. 마치 폭한과 폭서가 같이 있는 상황이다“라며 "한은총재인 나는 현재 강북 은평구 단독주택에서 20년 동안 생활중이다. 그러나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값 차이가 없으며 팔려고 해도 안 팔린다. 살 사람이 없다. 현재의 부동산 투기는 특정지역 특정계층의 부분적 현상으로 신행정수도와 재개발에 좇아 다니는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따라서 "이런 일을 잡는 데 한은 금리정책을 동원하기보다는 세금이나 전매규제와 같은 행정조치로 특정인과 특정지역에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금리인하의 효과여부에 대해 한계가 있고 부동산에도 마찬가지이다. 금리를 동결해도 부동산 투기에 효과를 미치기는 역시 한계가 있게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 '은평구 발언'으로 파문을 불러 일으켰던 박승 당시 한은총재. 그가 집값이 안오른다고 푸념했던 은평구도 올 들어 서울시의 뉴타운 개발로 폭등했다. ⓒ연합뉴스



‘은평구 발언’은 당시 아파트값 폭등에 몸서리치던 전국 국민의 거센 반발을 야기해 인터넷 뉴스사이트마다 세상물정이 어두운 박 총재를 비난하는 글이 쇄도하고, 네티즌들의 항의글 때문에 한은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로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아파트 투기는 ‘강남->수도권->비강남->전국’으로 번지는 전파 공식을 갖고 있다. 삼척동자도 아는 공식이다. 요즘에는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서면서 신규 아파트 값은 폭등하고, 반면에 비강남이나 지방의 낙후 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 등은 값도 안 오르고, 팔려고 해도 팔리지 않으면서 슬럼화하는 ‘주택 양극화 공식’까지 가세하고 있다. 한 예로 국민은행이 지난 1995년부터 2005년까지 10년간 주택값 변화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난 10년간 서울의 아파트 평균가격은 배(100.8%)가 오른 반면 대표적인 서민주택인 연립주택 값은 5.8%, 단독주택 값은 17.5% 오르는 데 그쳤다. 전국 통계는 더욱 심각해, 전국 아파트의 10년간 가격 상승률은 66.1%였던 반면 단독주택 가격은 도리어 6.8% 하락했고 연립주택 가격 상승률은 2.3%에 그쳤다.


박 총재는 기초 흐름조차 인식 못하고 부동산 투기가 별문제 아닌 양 일축하는 최악의 발언을 한 셈이다. ‘투기의 파수꾼’이어야 할 한은 총재의 안이한 인식은 아파트 투기 광풍을 한층 부추기는 또 하나의 촉매 역할을 했다.

 


강남의 궤변, “지진 발생할지 모르니 재건축 허용해야”


노무현 대통령이 김진표 경제팀을 감싸고 돌고 재경부, 건교부, 한국은행 등이 연일 투기 시장에 휘발유를 뿌리면서 강남에서 불붙은 아파트값 폭등은 목동과 신도시 등 ‘준(準)강남’ 지역으로 번지고, 이어 전국 대도시로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2003년 8월, 마침내 강남 아파트의 평균 평당가격이 2천만원을 돌파했다. 앞서 4월에 1천7백만원대였던 강남구 아파트 평당가격이 넉달만에 2천만원을 돌파했고, 건교부의 ‘청계산 신도시’ 개발 발언에 의해 과천의 아파트도 순식간에 2천만원을 돌파했다. 9월 들어서는 송파구 아파트가 2천만원을 돌파하면서 ‘2천만원 클럽’에 합류했다.


이번 아파트값 재폭등의 견인차는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였다.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권 전매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계속 허용하겠다”는 정부 방침 발표이후 시중의 투기자본이 재건축 아파트로 앞다퉈 몰려들었기 때문이었다. 8월 한달 사이에만 1억원이 넘게 오른 재건축 아파트가 강남지역에서만 무려 1만가구에 달했다. 특히 재건축아파트가 운집한 송파구의 경우는 9월 한 주에만 아파트 매매가격이 5.94%나 폭등하며 아파트 투기를 견인했다.


10여평에 불과한 재건축 대상 아파트 시가가 7~8억원을 넘어 그후 10억원대까지 폭등을 거듭한 데에는 정부의 투기 조장 외에, 지역주민 표를 의식해 재건축 투기를 부채질한 지방자치단체의 ‘집단 이기주의’도 큰 몫을 했다.


재건축 규제를 완화, 재건축 투기를 부채질하려는 강남권 지자체들의 노력은 집요했다. 한 예로 강남, 송파등 강남권 구청장들이 주축이 된 ‘서울특별시구청장협의회’는 5월13일 구청장과 학자, 건설업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재건축정책토론회'를 열고 재건축 규제의 대폭 완화를 주장했다.


이들은 “강남 재건축 추진 아파트들의 가격상승은 주변아파트의 시세와 시장수요를 반영한 정당한 가격”이라며 “최근 발표된 김포, 파주 신도시 건설로는 강남권 아파트수요를 흡수할 수 없고 일산이나 분당처럼 수도권의 기형적인 비대화만 가져올 게 분명한 만큼 재건축으로 강남지역의 아파트 공급을 확대해야 실질적으로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박모 한진중공업 대표 같은 경우는 “강남의 오래된 아파트들은 내진설계가 잘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지진 등에 대비하기 위해 재건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황당한 ‘지진 대비론’을 펴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투기가 사회적 비난을 낳자, 서울시는 “90년 1월1일 이후 준공된 아파트는 40년, 79년 12월31일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는 20년이 경과해야 재건축할 수 있도록” 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안’을 마련해 서울시 의회에 제출했다. 평균 수명이 50년 이상이 아파트를 ‘투기 차익’ 때문에 20년도 안돼 부순다는 것은 자원 낭비이자, 부도덕한 행위라는 여론을 반영한 규제안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소속이 다수인 서울시 의원 13명으로 구성된 도시관리위원회는 9월2일 상임위를 열어 이 조례안을 “93년 1월1일 이후는 40년 이상, 82년 12월31일 이전은 20년 이상으로 기준연도를 3년씩 늦추고, 당초 80년 1월1일부터 89년 12월31일 사이에 지어진 아파트는 1년이 지날 때마다 대상연한을 2년씩 늘리기로 했던 기준연도를 수정 조례안에서는 83년 1월1일부터 92년 12월31일 사이로 3년 완화한다”는 요지의 수정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1981년 준공한 둔촌 주공3단지와 4단지는 당초 2005년에나 재건축이 가능했지만 곧바로 추진할 수 있게 됐고, 82년 준공된 아파트도 당초 2008년에야 재건축할 수 있었지만 이번 조치로 당장 아파트를 다시 지을 수 있게 됐으며, 83년 준공한 고덕 주공5~7단지는 재건축 가능기한이 2011년에서 2005년으로 6년이나 앞당겨졌다.


이 수정 조례안은 4일 시의회 본회의에서 통과해 시 조례규칙심의회를 거쳐 공포, 시행됐다. 수정 조례안 통과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해당 아파트 매물이 급속히 회수되며 값이 폭등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가 투기세력의 온상임을 밝혀주는 실증적 조사 결과가 얼마 뒤 나왔다. 11월2일 KBS 1TV의 ‘한국사회를 말한다’ 제작진이 재건축 대상 아파트인 잠실 주공 2.3단지 총 7천7백30채의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분석한 결과, 실제 거주하는 소유자는 13.9%에 불과했다. 반면에 전체 소유자의 48%(3천7백10채)가 송파(해당단지 거주 제외)ㆍ강남ㆍ서초 등 강남권 거주자로 파악됐다. 이른바 ‘강남 3인방’ 지역내 돈 많은 주민이 아파트투기의 주범이 아니냐는 의혹이 부분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재건축론자들이 내세워온 아파트 주인의 ‘안전한 집에서 살 권리’ 운운이 허구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전체 7천7백30채 가운데 5천5백채가 담보대출로 인해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고 이들 아파트의 평균 근저당권 설정금액이 1억7천5백만원으로 밝혀져, 이들이 은행돈을 빌려 투기를 하고 있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렇듯 재건축 아파트가 투기의 온상이 되고 있음이 명백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할 뿐이었다.

 


‘9.5 조치’, ‘판교 학원특구’......정부의 잇따른 닭짓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서 재폭발한 아파트값 폭등은 ‘아파트값 인상 루트’에 따라 서울 양천구 목동, 경기도의 분당, 일산 등 비강남과 신도시로 빠르게 확산돼 나갔다. "강남 일부지역에서만 오를 뿐 다른 곳은 문제없다"던 정부를 머쓱하게 만드는 투기 확산이었다. 목동, 분당, 일산 등에서도 강남의 뒤를 이어 2003년 8월 한달간 상승분이 1억원에 육박하는 아파트가 속출했다. 강남 집값이 폭등하면서 ‘준(準)강남권과의 가격 차이가 너무 벌어졌다’는 인식이 확산된 데 따른 결과였다.


재건축 아파트가 부동산 폭등을 견인하자, 건교부는 9월5일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서 사업계획승인을 신청하는 재건축 아파트는 전체 건설 예정 가구수 가운데 60% 이상을 전용면적 25.7평 이하의 국민주택으로 지어야 한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강남 재건축 지역에 소형아파트를 많이 짓게 해 투기를 막아보겠다는 유아적 발상이었다. 9.5 조치는 결과적으로 중대형 아파트의 희소성 가치를 자극해 강남 일대의 ‘중대형 아파트 값’을 며칠새 수억원씩 폭등시키는 결과만 가져왔을 뿐이다.


한 예로 당시 부동산포탈 <닥터아파트>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9월24일 현재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강동구의 40평형 이상 아파트 가격이 9.5대책 이전보다 3.04%, 분양권은 3.60%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아파트값 상승률은 1.44%, 분양권 상승률은 1.61%에 그쳤다.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 68평형으로 9.5대책후 며칠새 2억5천만원이나 뛰었고, 중대형 주상복합아파트 값도 덩달아 뛰어, 도곡동 타워팰리스 72평형의 경우 1억5천만원, 송파구 잠실동 롯데캐슬골드 67평형과 갤러리아 팰리스도 2억원 이상 올랐다.


내놓는 대책마다 강남 집값을 폭등시키는 건교부의 시쳇말로 ‘닭짓’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건교부는 9.5대책 발표 사흘 뒤인 9월8일에는 ‘판교 학원단지’ 파문을 자초했다.


건교부는 '제2의 강남'으로 키우기로 한 판교 신도시의 분양을 2005년 상반기로 반년 앞당기는 동시에, 여기에 1만평 규모의 '학원단지'를 만들어 강남의 유명학원들을 대거 유치하고 특목고(외국어고)와 특성화고(정보통신고), 자립형 사립 초-중-고, 외국인학교를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건교부 발상은 한마디로 “판교를 '제2의 8학군'으로 육성, 강남 인구를 분산시키며 아파트값 폭등을 잡겠다”는 것으로, 정부가 강남 아파트값 폭등의 근원을 엉뚱하게 ‘학원’에서 찾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판교 학원특구 발상에 대한 비난여론이 빗발치고 교육주무부처인 교육인적자원부도 “사전협의한 바 없다”고 반발하자, 건교부는 ‘아니면 말고’ 식으로 곧바로 이를 백지화했다. 말 그대로 정부가 내놓은 일련의 아파트투기 대책은 ‘무능의 경연장’이었다.


“부동산 투기는 강남과, 행정수도가 세워질 충청 일각의 문제일뿐”이라고 강변하던 건교부가 마침내 10월 들어 부동산 투기가 ‘전국적 현상’임을 공식적으로 시인했다. 건교부는 10월1일 부산의 해운대구와 수영구, 대구의 수성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대구 황금아파트의 경우 32평형 1백35가구 분양에 1만6천명이 청약해 1백38대1의 경쟁률을 나타냈고, 부산 해운대구 e-편한세상 1천1백가구 중 83%인 9백13가구의 분양권이 전매되는 등 최근 이들 지역의 분양시장이 투기세력이 대거 가담한 투기장화한 데 따른 뒤늦은 대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찬 건교부장관은 "전세값은 안정적이다"라는 궤변을 펼치며 "당장 준비중인 대책은 없다"는 안이한 태도로 일관했다.


최 장관은 “전세값은 안정적이다”라는 이유를 들어 아파트투기의 심각성을 부인했으나, 집값(매매가)과 비교한 전세값 비율 즉 ‘전세가율’이 비정상적으로 낮다는 것이 바로 아파트거품이 얼마나 극심한가를 보여주는 지표였다. 이는 아파트를 사는 이들이 이자에는 관심 없고 앞으로도 아파트값이 계속 천정부지로 오를 것이라는 투기심리로 사들이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거품이 없을 때의 정상적인 전세가율은 60%선이다. 그러나 부동산포탈 <닥터아파트> 집계에 따르면, 2003년 9월말 서울 강남권의 송파구 33.2%, 강동구 35.4%, 강남구 35.7%, 서초구 39.1%로 아파트값 폭등 지역의 수치가 모두 30%대로 급락했고 과천은 26.5%까지 내려갔다.


이 수치를 조사하기 시작한 1999년 1월 52.4를 기록했던 전세가율은 2000~2001년 전세값이 급등하면서 2001년 10월 64.4로 정점에 달했다. 그러다가 그후 아파트값 폭등이 시작되면서 하락세로 반전되더니 마침내 서울과 경기도의 전세가율이 각각 45.4%와 49.8%로 99년 조사 이래 최초로 50% 이하로 떨어지고, 아파트값 폭등의 진원지인 강남 3인방은 30%대로 떨어지기에 이른 것이다.


상황이 이런 데도 주무장관은 도리어 “전세값은 안정” 운운하며 부동산투기의 심각성을 은폐하려 애쓰니, 국민들의 절망감은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노무현 지지율 폭락, 잇따르는 ‘강남 테러 협박’


참여 정부가 공약과는 정반대로 출범후 아파트값을 거듭 폭등시키자, 당연히 민심이 이반하며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급락했다.


노 대통령은 2005년 중반 지지율이 밑바닥을 헤매자 “나는 취임 초기부터 레임덕에 빠져있었다”고 푸념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른 궤변이다. 노대통령 취임 이틀 뒤인 2003년 2월27일 지지도는 무려 92.2%(TNS코리아 여론조사결과)에 달했다. 대선과정에는 지지자에 따라 양분되나, 일단 선거가 끝나면 새 대통령에게 확실하게 ‘힘’을 실어주는 우리 국민의 현명한 미덕 때문이었다. 이처럼 전무후무하게 높던 노대통령 취임 1백일에는 50%선으로 거의 반 토막 나더니, 10월초에는 30%대 초반으로 또다시 반 토막 났다. 노 대통령 지지율 급락의 원인은 복합적이나,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밝혀졌듯 가장 큰 요인은 노대통령 지지층과 다수 국민을 분노케 한 아파트값 폭등이었다.


위기는 단순히 노 대통령 지지율 급락에 그치지 않았다. 아파트값 폭등이 한창이던 2003년 9월5일 밤 8시께 서울지방경찰청 112신고전화로 신원미상의 40대 남자가 "강남 대치동 모 아파트의 한 동과 고급 주상복합건물의 지하 헬스클럽을 폭파하겠다"는 협박전화를 걸어왔다. 강남 대치동은 학원들이 밀집해 있어, 강남 아파트값 폭등의 진원지 역할을 해온 지역이었다. 협박 전화에 놀란 경찰은 폭발물 처리반과 수색견들을 출동시켜 3시간여 동안 폭발물 수색작전을 벌였으나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협박전화 발신지를 추적한 결과 지하철 4호선의 미아역 내 공중전화로 밝혀졌다.


그로부터 두 시간여 뒤인 오후 10시30분경 이번에는 잠실 롯데월드 당직실에 “폭발물을 설치했고 곧 폭파시키겠다”는 협박전화가 걸려와 경찰 1개 중대와 폭발물 처리반이 긴급 출동, 수색에 나서 2시간반 동안 롯데월드 내 화장실, 쓰레기통까지 샅샅이 뒤져야 했다. 경찰 조사결과 괴전화의 발신지는 경기도 용인 지역으로 밝혀졌다.

협박전화는 다행히 단순 해프닝으로 그쳤으나, 이런 연쇄 협박은 그 무렵 강남 일대에서 잇따라 발생한 부녀자 납치 사건 등과 맞물리면서 전달에만 아파트 1만채의 값이 1억원이상 폭등한 강남 지역에 대한 비강남권의 ‘적개심’이 표출된 게 아니냐는 긴장된 해석을 낳았다. 요컨대 ‘체제 위기’가 작동하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우려였다.


이런 해석이 가능한 것은 역사적으로 세계 대공황 등을 거치면서 양극화가 극심해진 사회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들이 많이 목격됐기 때문이다. 한 예로 1929년 대공황이후 미국의 빈부격차가 극심해진 1930년대 중반, 공황과정에 도리어 부를 3배나 불린 록펠러와 카네기 등 굴지의 재벌그룹의 사옥에는 양극화 심화에 분노한 실직자의 사제폭탄이 던져지는가 하면 길거리에서 임원을 향한 린치 행위가 발발하는 등 체계 위기가 심화됐고, 이런 체제 위기는 카네기 등의 대규모 기부를 촉발하는 주요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참여정권, 건설족 덫에 걸리다> 48~63쪽)

 

 

 

김진표 "분양원가 공개는 사회주의" 

 [盧정권의 부동산 망국사] <4> 차, 포 뗀 10.29 대책   2006-11-06 13:38:38 기사프린트 기사모으기  

마침내 봇물 터진 “분양원가 공개하라”

 


 

단군이래의 최대 아파트값 폭등으로 민심이 흉흉해지면서, 국민들 사이에서 매우 강력한 한 가지 요구가 터져 나왔다.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는 것이었다.


아파트값 폭등의 핵심원인중 하나는 건설업체들의 턱없는 분양가 인상이었다. 당시 건설업계에서는 "수백가구의 아파트만 신축해도 3백억~5백억원은 거뜬히 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 정도였고, 모 건설업자가 몇 개의 시행사를 운영하면서 몇 년 새 수천억원을 거뜬히 벌었다는 얘기가 업계에 신화처럼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분양가 폭등을 통해 건설업계가 막대한 폭리를 챙겼음에도 불구하고, 어찌된 일인지 이들이 내는 세금은 종전과 거의 다름없었다. 당연히 대규모 탈세 의혹이 제기됐고, 그 검은돈이 정치권-관계 등의 건설족에게 흘러들어간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확대시켰다. 겁 없이 치솟는 분양가에 분노한 다수 국민이 “분양원가를 공개하라”고 나선 것은 ‘생존권 차원’의 당연한 요구였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예외없이 국민의 80%이상이 분양원가 공개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80%’라는 숫자가 의미하는 바는 중차대하다.


전국의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자기 소유의 집을 갖고 있는 사람은 절반에 불과하다. 이들 무주택 국민은 분양원가가 공개돼 아파트 거품이 급속히 빠지면서, 정상적으로 일하는 이들의 제 집 장만이 가능해지기를 열망하고 있다.


그러면 분양원가 공개에 찬성하는 나머지 ‘30%’는 어떤 사람들인가. 이들은 이미 제집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이다. 분양원가가 공개되면 아파트 거품이 꺼지면서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집의 가격도 하락할 게 분명하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비강남권의 ‘1가구 1주택’ 보유자들로, 이들 역시 아파트값 폭등의 희생자들이다. 이들은 아파트값 폭등으로 비강남에서 강남으로의 이동은 원천봉쇄됐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현재 살고 있는 지역에서 좀 더 넓은 평수로 이사 가는 것도 대단히 힘들어졌다. 서울 등의 아파트를 팔고 시골로 낙향한다면 차액을 건질 수 있겠으나, 생활터전이 서울 등인 대다수에게는 ‘희망사항’일 뿐이다. 특히 젊은층의 자력적 집 장만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현 상황을 타파하지 않고선, 자녀의 앞날도 암담하다는 판단이 이들 자가보유자 30%의 분양원가 공개 여론을 만들어낸 것이다.


일부이기는 하나 강남의 양식 있는 인사들도 ‘체제 안정적 차원’에서 아파트거품 청산에 동의했다. 강남 도곡동의 고가 아파트에 살고 있는 한 의사는 분양원가 공개 요구가 터져 나오던 시점, 필자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글을 보내왔다.


“개인적으로 강남에 아파트를 가지고 있지만 저 역시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일 년을 열심히 일한 저의 노력에 대한 대가보다 눈치 빠른 안사람의 투자로 벌어들인 잠재적 소득이 더 많다는 것에 대해 저 역시 수긍할 수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지속되고 서민들의 감정이 악화된다면 대한민국의 국가로서 존립기반이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우리 국민 중에 박찬호 선수의 고액 연봉이나, 유명 연예인들의 고소득에 대해 시비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하지만 이런 부동산 투기에 의한 불로소득은 ‘돈 놓고 돈 먹기 식’ 게임입니다. 원천적으로 기본 판돈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참가조차 봉쇄된 ‘저들만의 게임’입니다. 이런 '기회 균등의 원칙'이 없는 게임에는 누구도 쉽게 그 결과에 수긍하지 않습니다. 부동산 투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부동산 투기문제는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대한민국의 국체를 지키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돈 많은 기득권 세력도 이 점을 인식하지 못하면 계층의 위화감 정도가 아니라, 국론의 분열과 이로 인해 망국의 서러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까운 과거를 보면 아르헨티나가 그러했고, 지난 역사를 보면 어느 나라가 망할 때 외침에 의해 망한 경우보다는 내부의 단합이 깨어져 가벼운 외부 자극에도 쉽게 허물어져버린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단합에 가장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빈부의 격차'가 아니라 수긍할 수 없는 요인으로 인한 '빈부 차이'라는 점을 인식한다면, 부동산 대책은 단순한 경제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존립과도 직접적으로 연관된 중차대한 문제라는 점을 정부 당국자는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비상 걸린 청와대 “이제는 아파트문제가 정치문제 됐다”


분양원가 공개 요구가 봇물 터지는 등 민심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청와대와 집권여당 일각에서도 분양원가 공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 파안대소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진표 경제부총리. 김 경제부총리에 대한 노 대통령의 신임은 절대적이어서, 부동산정책 대실패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은 그를 훗날 교육부총리로 중용했다. ⓒ연합뉴스



2003년 10월초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정권 안보’ 차원에서 직접 나서 시민단체, 경제전문가, 언론계 관계자들을 만나 투기대책을 수렴하는 등 부산한 모습을 보였다. 이때 필자를 찾아온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그동안 아파트값 문제는 경제문제로 인식, 경제파트에게 전권을 주었었다"며 "그러나 이제는 아파트값 문제가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사회-정치문제가 됐다고 판단, 나서게 된 것"이라고 민정수석실이 나선 배경을 밝혔다. 그는 "경제팀은 툭 하면 아파트 공급이 부족해 폭등하고 있다고 말하곤 한다. 주택보급률이 2012년에 1백17%가 돼야 근원적으로 아파트 투기를 막을 수 있다는 식이다. 하지만 이는 비경제전문가인 내가 보기에도 설득력이 없는 주장이다“라며 ”요즘처럼 아파트값이 폭등하면서 부가 한쪽으로 쏠리면 아무리 아파트를 많이 지어 공급해봤자, 돈 없는 서민들이 어떻게 제 집을 장만할 수 있겠나. 아파트값에 낀 거품을 크게 거둬내야만 서민들도 집 장만을 할 수 있지 않겠나"고 김진표 경제팀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주상복합아파트처럼 고가의 내장재 등을 특별히 사용하지 않는 한 서울이나 수도권의 아파트 분양원가는 평당 6백~7백만원 선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요즘 평당 1천만원을 넘어선 분양가는 거품이 낀 게 사실"이라고 거품의 존재를 시인했다.


그는 또 현재 자가용 세금보다도 적은 아파트 보유세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미국의 보유세율을 조사해보니 연 1%를 넘었다"며 "여러 채의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이들에게 현재 자동차세보다 낮은 0.1%의 세율을 2주택이상 보유자에게 미국수준으로 10배 이상 확 올리면 아파트 투기를 막을 수 있지 않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재경부 등에서는 조세저항 등을 우려해 올려도 3배만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나 반드시 이를 관철시킬 생각"이라고 굳은 결의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이어 최대 쟁점이던 ‘분양원가 공개’ 여부와 관련,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여부를 놓고 각계로부터 광범위하게 의견을 수렴중"이라며 "필요할 경우 민간업체가 안하면 공기업인 주택공사만이라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주택공사 임원을 만나 공개가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청와대가 공개하라면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하면서도, "하지만 민간건설업체들의 반발이 워낙 거세 과연 어떤 결론이 나올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말끝을 흐렸다.


같은 시기,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인 집권 민주당의 이희규 의원도 아파트 분양가 원가내역의 공개를 주내용으로 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마련해 동료의원 33명의 서명을 받았다. 이 의원이 마련한 주택법 개정안은 도급순위 3백위내 업체들이 3백가구(투기지역은 1백가구) 이상 분양할 경우 택지비와 재료비ㆍ인건비 등 원가내역을 항목별로 공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었다. 이 의원측은 "현재 건설업체와 건설교통부 등이 기업비밀 등의 이유로 주택법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으나 기업회계기준 및 건설업 회계처리준칙에 따라 분양가 원가내역을 공개하는 만큼 문제될 게 없다"면서 "분양가 원가내역 공개는 공시제도의 정신과도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한 건설업계와 건교부의 저항은 격렬했다.


한국주택협회는 주택법 개정과 관련, "정부의 과도한 주택시장 개입은 시장원리에 의한 자율적 조정기능을 저하시켜 결국 주택가격 왜곡의 악순환을 반복시킬 뿐"이라며 "차별화가 기본전제인 현재의 분양가 자율화 제도하에서 분양가 원가내역을 공개하라는 것은 분양가를 직접 규제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반발했다. 주택협회는 분양가 원가내역 공개 입법추진 철회를 요구하는 건의문을 건교부와 국회 건교위 등에 제출했으며, 건교부도 이에 적극 동조했다.


세간의 관심은 노무현 대통령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로 쏠렸다.


대통령 ‘부동산투기 전쟁’ 선언에 관료들의 ‘투기막기 시늉’


앞의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 말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아파트값 폭등이 경제문제를 넘어서 정치문제, 체제문제로 발전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2003년 10월 청와대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다음해 4월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있었던 시점이었던 만큼 청와대가 느낀 정치적 위기감은 컸다.


노무현 대통령은 10월13일 직접 나서 "주택가격 안정은 서민생활 그 자체이다. 주택가격의 폭등은 임금 인상을 불러오고, 임금 인상은 우리의 경쟁력을 떨어트린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기업의 생산원가에 엄청난 부담을 준다. 서민생활을 위해서도, 우리 경제를 위해서도 부동산투기는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노대통령은 이어 10월말께 발표할 예정인 구체적 대책의 방향과 관련, "지금 정부는 종합적인 부동산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으로도 부족할 때에는 강력한 '토지공개념 제도'의 도입도 검토하겠다“며 “토지는 국민생활과 기업경영의 필수적인 요소인 데 반해 확대재생산이 불가능하다. 일반상품과 달리 취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투기와의 전쟁을 선언하자, 건교부 등도 재빨리 말을 바꿔 아파트 투기의 심각성을 시인하며 뒷북을 치고 나섰다.


최종찬 건교부장관은 다음날인 14일 즉각 기자간담회를 갖고 "주택을 사면 무조건 돈을 번다는 투기수요를 최대한 차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현재 강남지역 집값이 일본 상류층 거주지 집값보다 내용적으로 5~6배나 높다”는 사실도 최초로 공개했다. 그는 "강남지역과 비슷한 일본의 집값이 강남 아파트의 50~70% 수준인 데 비해, 우리의 1인당 국민소득은 일본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절대가격 면에서 강남 집값은 결코 정상이 아니다"라며, 또한 "강남의 주택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의 50%수준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집값 상승이 실수요 때문이 아니라 가수요에 의한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판교에 ‘학원 특구’를 건설해 강남 집값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던 건교부의 수장인 그는 또 "강남 거주자들은 자녀교육이 끝나고 나서도 계속 남아있기 때문에 강남집값이 교육문제 때문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즉각 말을 바꾸기도 했다.


최 장관은 또 "부동산대책은 (공급 확대보다는) 투기심리를 잡는 수요쪽에서 접근해야 하며, 과도하게 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면 부담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세금중과나 대출제한 등으로 리스크(위험)를 줘야 한다"고 말해, 향후 정책방향이 1가구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중과세에 맞춰질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말만 바꾸었지 경제팀의 ‘본질’은 그대로였다. 10월말 발표할 부동산투기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 내부적으로 논란이 된 것은 앞의 ‘분양원가 공개’ 여부외에 ‘1가구 2주택자’부터 중과세를 할 것인가, ‘1가구 3주택자’부터 중과세를 할 것인가였다. 이와 관련, 경제부처의 한 간부는 당시 필자에게 "요즘처럼 아파트값이 많이 오른 상황에서는 자녀들을 위해 현재 살고 있는 집외에 집 한 채를 더 사두는 경우는 용인해 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정부내에 많다"고 전했다. 관료들의 ‘의식 수준’을 읽을 수 있는 전언이었다.


공무원은 언필칭 ‘공직자’다. ‘사익’보다 ‘공익’을 중시하라고, 국민들이 세금을 내 월급을 주고 정년까지 보장해주는 자리다. 따라서 이들은 ‘자기 자녀에게 물려줄 또 한 채의 아파트’를 걱정하기보다는 아파트값 폭등으로 제집 장만이 힘들어진 자녀 또래의 젊은이와 서민들을 위해 고민해야 마땅하나, 유감스럽게도 이런 공인 의식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또한 이들 관료는 “1가구 2주택이상 보유자의 통계를 공개하라”는 상식적 요구에 대해서도 “그런 통계는 정부내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상식밖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미 행정자치부 전산망이 구축돼 있는 마당에 전혀 설득력 없는 답변이었다. 정부가 그대신 내놓은 통계는 ‘1인당 다주택 보유자’ 숫자. 국세청이 내놓은 2채 이상의 집 보유자 숫자는 14만7천여명으로 이들은 48만8천여채를 보유, 1인당 평균 3채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투기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들의 투기수익에 대한 중과세 등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선 ‘세대별 다주택’ 보유 현황을 파악해야 하나 정부는 온갖 핑계를 대며 차일피일 공개를 기피했고, 정부가 마지못해 그 실태를 공개한 것은 그로부터 2년이 흘러 또다시 아파트 투기가 심각한 체제문제로 부각된 2005년 8월의 일이다. 이주성 국세청장은 8월17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1가구 2주택이상이 1백58만 가구에 달한다”고 최초로 실태를 공개했다. 어이없게도 이 숫자는 2002년 6월 집계한 통계수치였다. 정부는 ‘세대별 다주택’ 통계를 이미 오래 전 갖고 있었으면서도 그 동안 이를 숨겨온 것이다. 의식 상태가 이러하니, 이들에게서 투기를 뿌리 뽑을 수 있는 대책을 기대하기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차 떼고 포 뗀 10.29 대책, 김진표의 ‘사회주의’ 발언


2003년 10월29일, 마침내 정부는 세간의 큰 관심을 모았던 '주택시장안정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른바 ‘10.29 대책’이다.


10.29 대책의 골자는 “세금으로 아파트투기를 잡겠다”는 것으로, 특히 1가구 다주택자가 집을 팔 때 내는 양도소득세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게 골자였다.


양도소득세 기존 세율은 기준시가 기준으로 9~36%이었다. 정부는 이를 전국 53개 투기지역내 1가구 2주택 보유자에게 양도세 탄력세율을 적용, 최고 51%까지 중과키로 했고, 1가구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해서는 양도세율을 75%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단 1년간의 유예기간을 두어, 다주택 보유자의 매각을 자진 유도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중장기적으로 1가구1주택 중 고가 주택들도 비과세 대상(3년이상 거주시)에서 제외해 양도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도입키로 했다. 또한 종합토지세 과표를 종전의 30%에서 50%로 높이는 시기를 종전에 발표했던 2006년에서 2005년으로 1년 앞당기고 5만~10만명선의 부동산 과다보유자에 대한 부동산종합세 도입 시기도 1년을 앞당기기로 했다.


정부는 그러나 세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다주택 보유자에 대해 재산세(보유세) 실효세율은 현행 시가의 0.1%선에서 0.3%로 단계적으로 높여 나가고, 오는 2017년까지 1%까지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밝히는 데 그쳤다. 보유세율을 반드시 미국 수준인 1% 수준까지 대폭 올리겠다던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호언은 식언이 된 셈이다.


우리나라 부동산 보유세는 세계적으로 낮기로 유명하다. 미국의 대표적 상류층 거주지 베버리힐즈와 비교하면 그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베버리힐즈는 전지역 주택의 3분의 1 이상이 시가 3백만달러(약 30억원)로, 이 정도 집이면 대지 8백~9백평에 침실만 4개 이상 갖추고 있다. 그러나 1인당 국민소득이 4만달러에 육박하는 미국의 많은 부자들은 베버리힐즈에 사는 것을 두려워한다. 무거운 보유세 때문이다. 베버리힐즈에서는 ‘소규모 주택’으로 분류되는 시가 70만 달러(7억원)인 주택만 해도 집주인은 매년 7천9백80달러(8백만원)를 부동산 보유세로 내야 한다. 여기에 각종 부과금 등을 포함하면 통상 시가의 2%인 1만6천달러(1천6백70만원)를 매년 주택 소유에 대한 세금으로 물어야 한다. 반면 서울 강남에서 시가 8억5천만원(미화 85만달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 내는 보유세는 베비리힐즈의 5% 수준에 달하는 연간 54만원에 그쳤다. 이는 우리나라의 2000㏄ 중형승용차가 내는 연간 재산세 52만원에 비슷한 수치였다.


따라서 “정부가 정말 아파트 투기를 잡으려 한다면 미국 등 선진국 수준으로 보유세를 대폭 높이고 그 대신 양도세는 낮춰, 연간 1천만원대 세금을 낼 수 있는 사람만 10억대 고가주택에서 살고 투기목적으로 사들인 아파트를 팔게 하는 방식으로 거품을 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조언이었으나, 정부는 ‘강남의 조세저항’을 이유로 보유세는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양도세만 높이는 정반대 선택을 한 것이다. 10.29대책의 실패를 애당초 예고하는 대목이었다.


정부는 이상의 대책을 발표하며 “10.29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아파트투기가 계속될 경우 분양권 전매금지 전국 실시,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개발이익 환수도 검토하고, 투기지역에 국한해 일정 면적 이상의 아파트에 대한 한시적 주택거래허가세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외형상으론 10.29 대책은 참여정부 출범 이래 10여 차례나 발표됐던 대책보다는 강도 높은 대책처럼 비쳤다. 하지만 한 꺼풀 들여다보면,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우선 국민 다수가 가장 확실한 아파트투기 대책이라고 생각하는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가 빠졌다. 또한 ‘1가구 2주택 보유자’를 사실상 보호했다. 양도세율을 높였다고는 하나, 투기차익 가운데 절반을 세금으로 내더라도 나머지만 갖고서도 수천만, 수억원을 벌 수 있는 아파트투기를 그만 둘 리가 만무했다. 실제로 양도세 중과 정책은 그후 시장에서 집 주인이 양도세를 집 사는 사람에게 떠넘기는 방식으로 변질돼, 아파트값 폭등을 한층 부채질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한 여러 채의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던 투기세력이 이를 되팔게 만들어 아파트 거품을 빼는 데 즉효가 있는 보유세 대폭 인상도 ‘강남의 조세 저항’을 이유로 형식적 인상에 그침으로써 10.29 대책의 실패를 자초했다.


10.29 대책 발표후 다수 국민은 ‘분양원가 공개’, ‘보유세 중과세’ 등의 요구가 묵살된 데 대해 정부를 강력 성토했다. 그러자 김진표 경제부총리는 10.29 대책 다음날인 3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젊은 네티즌을 중심으로 좀더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는 것 같은데, 정부 입장에서는 더 강력한 것은 사회주의적인 것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고 본다"는 ‘사회주의 발언’으로 맞서, “그러면 원가공개를 요구하는 전체 90% 가까운 국민이 모두 빨갱이란 말이냐”는 네티즌의 거센 반발을 자초하기도 했다.


김 부총리는 파문이 일자 10월31일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본뜻이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하면서도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반대하는 것은 내가 아닌 건교부로, 건교부에 따르면 3년 전부터 자율화한 분양가를 분양원가 등을 다시 공개해 규제할 경우 분양원가와 실거래가간의 프리미엄을 모두 투기세력들이 독식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고 책임을 건교부로 떠넘긴 뒤, "때문에 정부는 분양원가를 공개하는 대신 건설사들이 얻게 되는 이윤을 법인세로 흡수한다는 방침"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렇듯 자신 발언이 와전됐다고 해명하면서도, 청와대가 한때 검토했다가 주무부처 반대로 좌절된 주택공사 등의 '분양원가 공개'와 관련해선 "새로 짓는 신도시의 90%가 주택공사나 토지공사가 매입한 땅위에 짓는 것으로 이를 공개하면 사실상 분양원가를 공개하는 것이 된다“고 말해, 분양원가를 절대로 공개할 수 없다는 속내를 분명히 하기도 했다. 관료의 대응이란 매사 이런 식이었다.(<참여정권, 건설족 덫에 걸리다> 66~77쪽)

 

 

 

돌아온 이헌재 "골프장 많이 지어야 나라가 산다" 

[盧정권의 부동산 망국사] <5> 이헌재의 '골프장 입국론'   2006-11-07 08:11:28 기사프린트 기사모으기  

 

돌아온 이헌재, "건설경기 연착륙시켜야"


2004년 2월, 4.15총선 출마를 위해 경제부총리를 물러난 김진표씨의 뒤를 이어 이헌재씨가 경제부총리로 임명됐다. 이씨는 IMF사태 직후 김대중 정부 시절 초대 금융감독위원장으로서 구조조정을 주도했으며 재경부장관까지 역임했던 거물급 명망가.


전임 김진표 부총리 교체를 강력 요구해온 국민들이었기에 이헌재 부총리의 출현에 거는 기대는 내심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헌재 부총리가 김대중 정부 시절 재정경제부장관으로 재직하면서 2000년 4월 총선을 의식해 청와대 요구대로 각종 경기부양책을 펼쳤던 전력 등을 예로 들어 “별로 기대할 게 없을 것”이라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불행하게도 후자의 관측이 들어맞았다.


이헌재 부총리는 재임 기간중 경기부양, 특히 '골프 경기부양론'으로 일컬어지는 부동산 경기부양책에 ‘올인’함으로써 전임 김진표 부총리가 불붙인 ‘아파트 투기’를 전국 규모의 ‘땅 투기’로 확대발전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부총리는 취임 직후부터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여론에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는 등, 전임 김진표 부총리와 동일한 건설족적 입장을 고수, ‘부동산 투기의 전국화’를 예고했다.


이 부총리는 취임직후인 2월19일 분양원가 공개에 대한 소신을 묻는 국회 대정부질문에 대해 '사견'임을 전제로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은 시장의 수급에 따라 정해지는 가격으로 거래되어야 한다"며 "그것이 원가를 바탕으로 해서 거래가격이 인위적으로 정해진다면 또다시 상당한 부작용을 일으키고 잘못하면 그 자체가 투기세력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때문에 가격편차가 생긴다"며 작금의 아파트값 폭등을 공급 부족에서 찾으며 "인위적으로 정부가 시장가격 이하로 통제하려고 한다면 더군다나 투기세력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거듭 분양원가 공개 불가 방침을 밝혔다.


이 부총리는 이어 가진 취임 기자회견에서도 "주택도 시장에서 거래되는 교역재"라며 "교역재인 상품의 원가를 공개하라는 것은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며 분양원가 공개요구를 재차 일축했다. 그는 이어 "수요 공급의 원리에 따라 공급을 늘려 주택가격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이러한 노력이 실패해 비상수단을 써야만 하는 상당한 공익적 이유가 있어야 원가공개를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해, 재차 공개 불가 방침을 밝혔다.


분양원가 공개 대신 이 부총리가 선호한 것은 '분양가 원가연동제'. 그는 "분양가 원가연동제는 표준가격이 경직적이지 않고 폭넓고 유동적으로 정해지고, 표준가격을 기준으로 어느 정도 범위에서 탄력성 있게 움직여 시장가격과의 차이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할 수 있는 제도가 될 것"이라며 "품질과 브랜드 차별화가 가능하도록 원가연동제가 시행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원가연동제는 표준건축비 설정과정에 정부 입김이 깊게 작용하면서 업계의 맹렬한 대정부 로비가 펼쳐지며, 그 결과 실제 건축비보다 부풀려진 표준건축비가 설정될 가능성이 높아,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꼴이 될 것"이라는 비판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됐으나 이 부총리는 요지부동이었다.


이 부총리의 건설경기 부양책은 취임직후 '5% 성장'을 호언장담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야당 등의 비난이 잇따르자, 그해 중반부터 노골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이때 이 부총리가 내세운 논리가 이른바 '건설경기 연착륙론'. “10.29 대책으로 움추려든 건설업계에 활기를 되찾아주어야만 5% 성장이 가능하다”는 논리였다.


이 부총리는 6월9일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림 등 건설업체 사장단과 긴급 회동을 갖고, 이들이 요구한 재건축개발이익 환수시기 유보 및 소형평형 의무비율 인하 등 재건축규제 완화를 비롯한 공공건설 투자 확대와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민간투자 활성화, 최저가 낙찰제 확대 유보 등을 적극 수용하겠다고 약속했다.


건설업자들과 만난 이 부총리는 다음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제 건설업계 사장단을 만났다. 건설경기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민간건설투자 수요를 대폭 늘리는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공개리에 건설경기 부양 방침을 밝혔다. 그는 "건설수주가 4대6 정도로 공공부문보다 민간이 차지하는 부문이 크다"면서 "아파트 시장의 거품이 제거되면서 건설경기가 크게 둔화되는 느낌과 업계의 두려움이 있다"고 노골적으로 건설업계 입장을 대변했다.


이 부총리는 곧바로 자신의 말을 실천에 옮겼다. 그는 건설교통부가 특혜 비난여론을 의식해 허가를 해주지 않고 있던 삼성전자의 충남 아산 탕정지구 '기업도시'를 허용토록 하는 등 건설경기를 띄우기 위한 본격행보를 시작했다. 이헌재의 '삼성 기업도시' 허용은 재계를 크게 흥분케 해, 곧바로 전경련의 기업도시 특별법 추진으로 이어지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 '돌아온 이천재'가 주장한 경기부양책은 '골프 입국론'이었다. ⓒ연합뉴스



“무더기로 골프장 세워야 나라가 산다”


이헌재 부총리가 추진한 여러 건설경기 부양책 가운데 가장 압권은 단연 '골프장 경기부양론'이었다.


이 부총리는 2004년 7월20일 느닷없이 “현재 허가를 받기 위해 대기중인 2백30개의 골프장 건립 신청건을 4개월 안에 일괄 심사를 거쳐 조기 허용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동시에 “전라남도 목포 남쪽에 ‘리조트 특구’를 조성해 골프장 수십 개 코스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 부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현재 골프장 하나를 짓기 위해선 인.허가를 받는 데만 평균 5년이 걸린다”며 “(골프관광객 유치를 위해) 국무조정실과 함께 골프장 인·허가 기간을 대폭 줄이는 방안을 논의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2008년 베이징올림픽 관광 특수에 대비해 골프장을 대거 설립중인 중국을 예로 들며 “중국 미션힐스 골프장의 경우 12개 코스 2백16홀을 짓고 있다”며 “목포 남쪽에 리조트 특구를 만들어 골프장 수십개 코스가 들어설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재경부는 이 부총리 말을 받아 "해외로 골프 여행을 떠나는 인구가 연간 10만명이 넘고 매년 해외 골프로 유출되는 외화는 1조원에 이르는 현실에서 국내에 골프장을 다수 건립하면 세수 증가와 고용 창출 효과가 상당하다"며, 허가를 신청한 2백30개 골프장에 대해 즉각 허가를 내줄 생각임을 밝혔다. 재경부는 또한 2004년 9월 하순부터 시행될 지역특화발전특구법(일명 지역특구법)을 적극 활용해 리조트특구로 지정되는 지방자치단체의 골프장 설립과 관련된 규제도 대폭 풀어주기로 했다.


김광림 재경부차관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나라 골프장은 1백79개로 전 국토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2%이지만 일본은 2천4백50개, 영국은 2천5백개로 각각 0.6%와 0.8%를 차지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차관은 그러나 대다수 골프장이 18홀이 중심이며 최대 36, 72홀의 매머드인 우리나라와는 달리 이들 국가의 경우 3~4홀 중심의 자그마한 퍼블릭 코스들이라는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헌재의 '골프 부양론'은 당연히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전해인 2003년 ‘아파트 경기부양’으로 전국을 투기장화했던 정부가 이번에는 ‘골프 부양론’으로 재차 투기판을 만들려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우선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컸다. 환경단체들은 부안 사태, 천성산 사태 등 노무현 정권 출범후 발생한 일련의 충돌 사태로 노 정권을 “사상 최악의 반(反)환경정권”이라고 규정하며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던 상황이었다.


환경운동연합은 즉각 기자회견을 통해 "대한민국을 골프 자유국가로 만들겠다는 이헌재 부총리의 망언을 규탄한다"며 "골프장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는 충분한 검토와 근거도 없이 과거 개발주의 시대에나 있을 법한 근시안적인 건설 경기 부양책을 내놓았다"고 질타했다. 환경연합은 이어 "우리나라 골프장은 총 2백62개(운영중 1백81개, 건설중 68개, 미착공 13개)가 운영 또는 건설중에 있다. 이 부총리 말대로 2백30개를 일괄 허용해주면 무려 4백92개의 골프장이 들어서는 '골프 공화국'이 된다"고 지적한 뒤, "현재 우리나라의 국토 면적당 골프장 면적은 0.2%로 일본의 0.04%와 비교하면 5배나 높다. 정부 계획이 추진되면 그 면적은 두 배 이상 급증된다"고 우리나라 골프장이 일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재경부 논리의 허구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아파트 거품 빼기운동을 주도해온 경실련 등 경제관련 시민단체들도 개탄했다.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인 권영준 경희대 교수도 열린우리당이 마련한 경제토론회에서 “(재경부의) 머리 좋은 분들이 생각해서 한다는 것이 골프장 2백~3백개를 허가해서 경기부양한다는 것인데, 그것이 우리 경제 활성화의 가장 중요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꼬며 "이 정책이 실시되면 다음 정권에서는 또 다른 정책 실패로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에 당연히 재계는 이헌재의 골프 경기부양론을 쌍수 들어 환영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헌재 발언 직후 기다렸다는 듯 내놓은 `골프장 건설의 경제적 파급 효과와 정책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작년말 현재 국내 골프장 수는 1백81개로 2010년까지 골프수요를 감안하면 약 2백50여개의 골프장이 더 필요하다"며 "현재 추진되고 있는 골프장 2백50개를 모두 지으면 1개 골프장당 5백46억원, 총 13조6천억원의 건설 투자수요가 생기며, 건설 투자수요는 조경산업, 건축 원부자재산업 등 전후방산업의 수요로 이어져 지난해 건설투자의 12%에 해당되는 총 27조2천억원의 건설경기 진작효과가 발생하면서 일자리가 5만개 이상 창출되고, 건설과정에서 국민총생산(GDP)이 11조9천억원이 늘어 성장률이 0.3%포인트 이상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특히 "2백50개의 골프장중에서 2백30여개가 지방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골프장 건설이 침체된 지방경제를 활성화하는 데도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주장, 당시 행정수도 이전 등을 통한 지방 균형발전에 주력하고 있던 노무현대통령에게 추파를 던지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이헌재의 골프 부양론, 한국형 대재앙 초래할 것”


'골프장 부양론'의 허구성에 대해 가장 논리정연하게 조목조목 반박을 가한 전문가는 초록정치연대의 우석훈 정책실장(경제학박사)이었다.


우 실장은 9월14일 '골프장 건설 반대를 위한 환경운동연합 전국 협의체'와 군산, 무안, 여주, 평택, 함양 지역 대책위 주민들과 함께 가진 기자회견에서 전국 골프장 난립 현장의 문제점을 직접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며 이헌재 주장의 허구성을 신랄하게 질타했다.


우 실장은 "'해외 골프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서 국내에 골프장을 지어야 한다'는 정부 논리는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며 "현재 해외 골프 수요는 국내 골프장의 부족이나 골프 회원권이 고가라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계절적 요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우리나라 해외 골프 인구를 조사해보면 12~2월 동절기에 집중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며 "2003년 골프채 휴대 반출자의 숫자를 살펴보면 12~2월이 5만3백30명으로 3~11월 5만7천4백93명과 거의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국내 골프장 건설 증가가 해외 골프 인구를 흡수할 것이라는 주장은 현실적으로 타당하지 않으며, 골프장을 많이 지어 골프 인구를 증가시키면 도리어 동계 기간에 해외 골프 인구를 더 증가시켜 골프 국제 수지를 오히려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에 비해 태부족이라는 재경부 주장에 대해서도 “흔히 3천여개가 있는 일본의 골프 현황을 얘기하며, 1백90여개가 있는 우리나라의 골프장이 일본만큼 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일본의 골프장은 3~4홀 정도의 그야말로 퍼블릭 코스가 많으며, 우리나라 골프장처럼 18홀은 기본이며 36홀, 72홀까지 가는 매머드급 골프장이 결코 아니다”라고 반박한 뒤 “ 현재 상황만 보아도 우리나라 국토의 0.2%가 골프장이나 일본은 0.04%에 불과하다. 밀도로 비교한다면, 이미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5배 이상의 골프장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제주도의 경우는 이미 전체 면적의 2.3%가 골프장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농업의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친환경농업에도 골프장 건설은 치명적"이라며 "독일에서는 이런 점들을 고려해 골프장을 새로 건설하기보다는 기존의 골프장을 친환경적으로 개선하는 데 정부 차원에서 나서고 있고, 이렇게 기존 골프장을 친환경적으로 개선하면서 발생하는 고용 효과가 신규 건설보다 3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골프장 건설이 지방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전남 무안의 36홀 골프장을 구체적으로 예로 들며 "지방세수는 연간 4억원 정도에 불과하고, 지역 고용 효과도 캐디 등을 포함해 30명 정도에 불과했다"며 "골프장 이용객이 대부분 1일 관광이고, 골프 단지 안에 클럽, 하우스 등 숙박시설 일체가 건립되고 있어서 지역 경제는 오히려 파탄 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반박했다.


우 실장은 “지금 휘두르는 칼은 생태계의 마지막 숨통을 끊으려는 무지한 야만일 뿐더러, 고용으로 국민을 불모삼아 한국형 대재앙으로 치닫는 박차”라고 경고했다.


새만금, 영암-해남의 세계최대 ‘골프공화국 만들기’


이헌재의 '골프장 경기부양론'은 우려대로 지방자치단체장들을 크게 자극, 전국적인 골프장 건설 신드럼을 불러 일으켰다. 지방자치제 도입이후 주민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은 현실적 실현가능성이나 수익성을 묵살한 채 앞다퉈 붕어빵 모양의 골프 레저도시 건설 계획을 쏟아냈다. 이런 계획들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것이 전라북도 새만금과 전라남도 영암-해남에 세우겠다는 세계최대 규모의 골프단지 구상이었다.


우선 열린우리당 소속의 강현욱 지사가 도정을 이끌고 있는 전라북도는 9월31일 "2006년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되면 부안 변산 반도와 접한 동진강 수역 갯벌지역에 정규홀(18홀) 골프장 30개에 해당하는 5백40홀짜리(8백만평) 골프장을 연차적으로 건설하겠다"고 밝혀 세상을 경악케 했다.


 ◀ 열린우리당의 강현욱 당시 전북도지사는 새만금을 막아 세계최대 규모의 8백만평 골프단지를 조성하겠다고 해 환경운동가들을 어이없게 하기도 했다. 그는 올 들어 고건 전총리와의 연대 가능성도 타진, 정치적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전북도는 "이 계획은 새만금에 복합 관광 레저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의 하나로 진행될 것이며, 동진강 수역 2천만평에 골프 아카데미, 숙박시설 등 골프단지를 조성하고 외국인 전용카지노, 요트장, 디즈니랜드, 새만금 타워 등도 함께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북도는 "새만금 지역이 서해안 중심에 있어 주5일 근무제 확산으로 늘고 있는 국내 골프 인구를 유치할 수 있고, 특히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이어 2010년 상하이 세계박람회가 개최되는 중국과 인접해 있어 외국인 골프 관광객들도 끌어들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북도는 "2015년쯤 새만금 지역 관광객 수요가 연간 2천1백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고 특별법이 제정되면 민자나 외자유치에 어려움이 없다"면서 "최근 정부에 추진계획서를 보내 조율 중인데 사업이 추진되면 수천여명의 고용창출과 세수증대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북도는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국책사업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과 고군산군도 진입도로 조기 개설을 30일 이곳을 방문한 이해찬 국무총리에게 건의하기도 했다.


전북도가 밝힌 5백40홀 규모의 골프장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중국 광둥성 선전의 '미션힐스' 골프장(1백80홀)보다 3배나 큰 규모. 한마디로 말해 전북을 세계 최대의 '골프공화국'으로 만들겠다는 발상이었다.


새만금 프로젝트는 환경단체 반대 및 법원 판결로 새만금 간척 공사가 중단되면서 돌파책을 모색중이던 와중에 이헌재의 ‘골프 부양론’에서 힌트를 얻은 전북도가 즉흥적으로 내놓은 것이었다. 이는 당초 새만금 지역 활용 방안에 대한 장기 계획에는 골프장 건설이 포함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새만금을 농지로 간척해 '식량 안보'를 주도하겠다던 전북도가 하루아침에 '골프 입국(立國)'으로 공사 강행 목적을 바꾼 셈이다.


새만금 간척에 반대해온 환경단체들은 당연히 아연실색할 뿐이었다. 환경단체들은 애당초 쌀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식량 안보를 이유로 새만금 간척을 강행하는 전북도와 농림부에 대해 “5조원의 개발비를 노린 건설족의 음모”라고 비판해 왔었다. 환경단체들은 같은 맥락에서 전북도의 ‘5백40홀 골프장’ 건설 주장에 대해서도 "이로써 새만금 간척의 목적이 농지 확보가 아니라 건설족의 이권 확보임이 명명백백해졌다"고 맹성토했다.


전라남도가 야심적으로 추진중인 'J프로젝트(서남해안 관광레저 도시 개발)'도 그 본질은 전북도의 새만금과 마찬가지로 골프레저 위락단지 건설이다. J프로젝트는 전남 영암, 해남에 외자 3백억달러(우리돈 30조원)를 유치해 1,2단계에 걸쳐 50만명이 거주하는 골프장, 카지노 등으로 구성된 관광레저 도시를 오는 2013년까지 건설하겠다는 매머드 프로젝트로, 해양레저타운(4백만평), 교육타운(3백70만평), 골프타운 등 종합위락공간(9백20만평), 실버타운(1천80만평) 등 도합 3천2백만평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또한 1단계에만 18홀짜리 골프장 10개를 비롯해 호텔, 외국인학교를 건설하고, 2단계에 추가로 골프장 등을 허가할 예정이다.그러나 근간은 카지노와 골프장으로, 전라남도가 제출한 기업도시 시범사업 신청서를 보면 카지노 단지인 'Vegas of Asia'가 전체 건설비 8조7천3억원중 4조1천4백47억원으로 절반 가까운 47.64%를 차지하고 있으며, J프로젝트 대상 면적의 3분의 1에는 1천만평 규모의 세계 최대 규모의 골프 단지를 세우겠다는 것이다.


호남의 전폭적 지지로 집권할 수 있었던 노무현 대통령은 범정부 차원에서 'J프로젝트'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일종의 ‘보은’이었다. 노대통령은 지난 2004년 7월29일 목포에서 열린 지역혁신발전 5개년 계획 토론회에서 "관광, 레저, 스포츠 분야에 천혜의 자원을 갖고 있는 전남에 큰 판을 벌이려고 한다"며 전폭적 지원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앞서 이헌재 경제부총리도 "목포 남쪽에 수십개의 골프장 코스가 들어서는 대형 리조트 특구 건설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J프로젝트 지원을 기정사실화했다.


참여정부가 전북도와 전남도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경우 호남은 세계 최대 규모의 '골프공화국'이 될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런 ‘보은성 정책’이 과연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일이다.

 


 

‘미야자키의 악몽’, 한국에 재연되나


지자체의 ‘골프공화국’ 신드럼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예고된 실패’로 끝나면서 가뜩이나 부실한 지방재정에 ‘대재앙’을 몰고올 공산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 출신으로 현재 지방자치단체, 기업 등의 컨설팅 업무 등을 하고 있는 천주욱 스텐다드텍 대표는 2005년 5월2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띄운 글에서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곧 골프도시를 신청한 지방자치단체장들을 만나본 소감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관광레저산업을 너무 쉽게 생각해서 골프장을 여기저기에 건설하고 관광지를 개발하면 그 기업도시가 발전하고 그곳 주민들의 소득수준이 향상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진 지자체가 많은 것 같은데 이것은 커다란 착각이다. 예를 들면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나 관광레저형도시는 거의 대부분 아열대성 기후지역에 있는데 LA의 디즈니랜드나 유니버샬 스튜디오 또는 세계적인 골프장들이 다 그런 것이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시설이나 레저시설들이 아열대성 기후지역에 있는 이유는 이런 아열대지역에 있는 시설들은 1년 3백65일 언제나 가동할 수 있어 다른 어떤 지역에 비해서도 가동율이 높아 수익성이 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연간 비 오는 날이 80여일이 될 뿐 아니라, 추운 겨울 강풍이 부는 날 또한 80여일이나 되어 관광시설과 레저시설의 가동률이 낮아 수익성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쉬운 예를 들면 서울랜드처럼 옥외시설보다는 롯데월드처럼 실내시설에 국내외 관광객이 몰리는 것이며 가동률도 훨씬 더 높고 수익성도 좋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이 제한된 범위에서 관광레저사업을 하면 몰라도 전체 도시 차원에서 대규모 관광사업과 레저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골프장 위주의 관광레저형 기업도시개발을 잘못 추진하면 일본 미야자키처럼 엄청난 투자로 인하여 지자체 자체가 흔들리는 부실개발의 대명사가 되거나, 땅 투기꾼들의 투기장으로 전락할 수도 있는 것이다.”


천 대표의 지적에서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미야자키의 실패’ 사례이다. 일본 남부 규슈 지방에 위치한 미야자키현의 실패는 거품경제 정책의 종말이 얼마나 처참한가를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로 세계적으로 자주 인용되는 사례이다.


일본 중앙정부는 1980년대말 ‘도쿄의 집중화’를 막기 위한 일련의 정책을 내놓았다. 경제 고도 성장기를 거치면서 도쿄 등 수도권에 경제ㆍ인구가 집중된 반면 지방은 쇠퇴하자, 지방주민들의 불만이 폭발 일보직전의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천도론(遷都論 )’까지 제기됐으나 도쿄 등 수도권의 거센 반발로 벽에 부딪히자 그 대신 일본 정부는 1987년 ‘지역종합보양정비법(리조트법)’을 제정, 레저산업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지방자치체들이 골프-레저산업을 크게 일으켜 자족도시로 거듭나라”는 이른바 ‘민활(民活, 민간활력 활용)’ 프로젝트였다. 당연히 일본 지자체들은 앞 다퉈 골프장, 테마파크 등 레저시설 건설에 뛰어들었고 정부는 리조트 개발을 인가했다. 일본의 부동산투기가 극성을 부렸던 1987년 6월부터 1991년 12월까지 무려 35개 지역, 총 5백40만 헥타르에 달하는 대규모 리조트 개발이 인가됐을 정도로 열기는 뜨거웠다. 지자체의 대규모 리조트 개발 인가는 도쿄도 등 대도시에서 극성을 부리던 부동산투기를 일본 전역으로 확산시키는 결정적 작용을 했다.


이 광란의 와중에 미야자키현도 예외가 아니었다. 따뜻한 규슈지방에 위치하고 있었던 까닭에 상대적으로 입지가 좋았던 미야자키현은 “관광 미야자키의 부활”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2천억엔(우리돈 1조8천억원)이라는 막대한 재원을 퍼부어 ‘시가이어 테마파크’라는 화려한 테마파크를 건설했다.


하지만 의욕과 달리 그 결과는 처참했다. 시가이어는 개장 후 한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끝내 1999년 말에는 누적 적자가 1천1백15억엔을 넘었고 은행은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 주민들이 시가이어를 살리겠다며 돈을 모으기도 했으나 끝내 3천2백16억엔의 부채를 안고 도산하고 말았다. 결국 시가이어는 투자액의 10%도 안되는 단돈 1백62억엔에 미국 투자회사인 리플우드ㆍ홀딩사로 넘어가고 말았고, 미야자키현은 천문학적 재정적자로 사실상 파산상태에 빠졌다.


미야자키뿐 아니라, 풍차 등 네덜란드 풍경을 그대로 재현해 세계적 관심을 모았던 나가사키현의 테마파크 ‘하우스 텐보스’, 가마쿠라의 ‘시네마월드’도 줄줄이 파산했다. 1980년 후반기 일본의 부동산 거품시절에 앞 다퉈 건설해 2백38개에 달했던 테마파크는 2000년까지 11개의 대형 테마파크가 연쇄도산했고, 아직까지 문을 닫지 않은 70%의 테마파크가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중 절반은 연속 적자 상태다.


테마파크와 함께 우후죽순으로 세워진 2천4백여개의 골프장 역시 줄줄이 도산, 1996년부터 지난 2004년말까지 도산한 골프장만 4백7곳에 달하며 나머지 골프장들 신세도 오십보백보다. 파산한 일본 골프장은 요즘 해외부동산투자에 열중하고 있는 한국 등에 헐값으로 매각되고 있다.


미야자키 등 일본 지자체의 실패는 가뜩이나 전라남도의 경우 재정자립도가 14%에 불과할 정도로 대다수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형편없는 우리나라 지자체들에게 많은 반면교사의 교훈을 전해주고 있다. 한번 삐끗 잘못되면 지방정부 자체가 파산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헌재 부총리를 위시한 재정경제부는 “일본에 비해 턱없이 골프장 숫자가 부족하다”는 논리를 앞세워 ‘제2의 일본의 길’을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개혁가 오마에 겐이치는 관료를 “절대로 자기개혁형이 될 수 없기에 외압에 의해 파괴될 때까지 자기 증식을 계속해 나가는 존재”로 규정한 바 있다. ‘골프 부양론’을 외치는 관료들이 보여준 모습이 바로 그러했다.(<참여정권, 건설족 덫에 걸리다> 1백51~1백65쪽)

 

 


'시작된 반동', 10.29대책 무력화 

[盧정권의 부동산 망국사] <6> '따로부동산세' 만든 열린당  2006-11-08 08:10:30 기사프린트 기사모으기  

문광부의 전방위 '골프 경기부양' 지원사격


이헌재의 ‘골프 부양론’에 적극 나선 것은 재경부나 건교부뿐만이 아니었다. 문화관광부도 ‘골프 부양론’에 적극 동조하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9문광부는 9월22일 골프장 부지 면적 제한 폐지와 교통영향평가 대상 축소, 각종 구비서류 간소화, 관련 기관 협의 절차를 줄이는 것을 뼈대로 하는 대대적 골프장 건설 규제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문광부는 우선 골프장을 어디나 쉽게 지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문광부는 "주로 산을 깎아 골프장을 짓던 관행이 환경에 악영향을 주고 있어 앞으로는 대규모 골프장과 숙박 시설이 함께 들어서는 관광ㆍ레저형 복합 단지를 조성해 골프장의 난립을 막겠다"며 "서해안 간척지와 매립지, 그리고 골프장 건설이 불가능했던 농림지역 가운데 생산 기반이 취약한 한계농지 등에도 골프장을 짓기로 했다"고 밝혀 전남 무안-영암, 전북 새만금 등 간척지에의 무더기 골프장 허가를 사실상 기정사실화했다. 정부는 또 “어업환경과 수자원 보호를 명목으로 골프장이 들어서기 어려웠던 해변 구릉지도 입지 가능한 곳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덧붙여, 해안지대 골프장 허가도 예고했다.


정부의 이런 방침은 외견상 ‘골프장 난립’을 막기 위한 것인 양 비쳤으나 실제 내막은 그렇지 않았다. 기존에 골프장이 들어섰던 구릉 지역의 경우 더이상 골프장 신설이 불가능할 정도여서, 건설업자들은 그동안 간척지를 비롯해 해안지대 골프장 허가를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문광부는 골프장 관련 규정도 대폭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문광부는 현행 18홀 기준 1백8만㎡로 일률적으로 규정돼 있는 부지 면적 규정을 폐지하고, 대신 자연 지형에 맞는 코스를 조성할 수 있는 길을 터 주었다. 아울러 클럽하우스 면적 제한(18홀 기준 3천3백㎡ 이내)와 코스 길이 제한 등도 모두 없애기로 해 전남-전북도가 요구하는 수백홀 규모의 매머드급 대형 골프장이 자유롭게 건립되는 길을 열어 주었다.


인허가 관련 규제도 대폭 줄여 시장, 군수를 거쳐 시ㆍ도지사가 처리하도록 돼 있는 사업 계획 승인을 시ㆍ도지사가 직접 처리하도록 바꿔, 신속한 인허가가 가능토록 했다. 이럴 경우 골프장 건설에 소요되는 행정 절차 기간이 평균 3~4년에서 1~2년으로 줄어들고, 건설 비용도 1곳당 37억원이 절감될 것이라고 문광부는 밝혔다.


문광부는 또 도시 관리 계획 수립 절차에서 시ㆍ군의회 의견 청취 제도를 폐지하고, 교통영향평가 대상도 18홀 30만평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각종 구비 서류도 감축해 인ㆍ허가 기관에서 자체 확인할 수 있는 구비서류 29건을 없애기로 했다.


골프장 관련 세금도 대폭 낮춰, 현행 10%인 취득세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도록 해 2~4%의 일반세율 수준으로 낮추는 동시에 회원제 골프장 입장시 1인당 1만2천원씩 부과하던 특별소비세도 지방세로 이양해 세금 감면의 길을 열어주었다.


말 그대로 전면적 골프 부양 지원사격이었다.


이헌재 부총리의 '확고한 부동산 경기부양' 메시지를 읽은 건설업계와 투기세력은 또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2004년 6월부터 10.29 대책후 멈칫했던 아파트 매매값이 기지개를 켜며 하락세에서 벗어나 반등하며 매매건수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2004년 6월'은 이헌재 부총리가 건설업계 대표들과 긴급회동후 노골적으로 부동산 경기부양을 펼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아파트 값이 꿈틀대기 시작한 것보다 당시 더 심각했던 것은 전국의 땅값 폭등이었다. 이미 행정수도 이전지인 충청남도의 땅값은 종전 가격보다 3~5배나 대폭등하고 있었으며, ‘골프 부양론’ 등 이헌재의 노골적 부동산 경기부양책에 자극받은 전국의 땅값이 일제히 급등하기 시작했다. 전임 김진표 경제팀이 경기부양책으로 주로 ‘아파트값 폭등’을 초래했다면, 이헌재 경제팀은 ‘땅값 폭등’을 초래한 것이다.


이헌재의 ‘10.29-종합부동산세’ 무력화


부동산 재폭등을 알리는 분명한 적신호가 켜졌음에도 불구하고 5% 성장률 달성에 연연하던 이헌재 경제팀은 ‘건설경기 연착륙’을 명분으로 지방의 투기지역을 잇따라 해제하는 등 ‘10.29 대책’을 하나씩 무력화시켜 나갔다.


정부는 8월20일 김광림 재정경제부차관 주재로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회를 열고 부산 북구.해운대구, 대구 서구.중구.수성구, 강원도 춘천시, 경남 양산시 등 7곳을 주택투기지역에서 해제했다. 주택투기지역 지정이 시행된 이후 해제조치가 단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에 따라 주택투기지역은 57곳에서 50곳으로 줄게 됐고, 이들 지역에서는 우려대로 아파트값이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정부 조치는 "지방 부동산 시장은 살리고 서울 및 수도권은 현상을 유지한다"는 방침에 따른 것으로, 강동석 건설교통부장관은 노골적으로 “지방광역시를 중심으로 투기과열지구 해제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앞서 이해찬 국무총리는 8월13일 열린우리당 대전-충청 지역 의원들과 가진 만찬 회동에서 “수도권과 충청권을 제외한 전국의 부동산 규제를 풀겠다”고 밝혀, 참여 정부가 범정부 차원에서 전날 단행한 한국은행의 콜 금리 인하에 발맞춰 대대적 부동산 경기부양에 나서기로 방침을 굳혔음을 분명히 했다.


특히 지방 부동산 경기 활성화 정책은 노무현 대통령이 8월11일 “부동산정책 추진주체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종전에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위원장 이정우)가 맡고 있던 부동산정책의 총괄 조정기능을 새롭게 신설된 부동산정책 분과위원회로 넘기고 그 실무운영을 재정경제부가 맡도록 한 시점과도 일치해 노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해석했다. 분배 기능을 중시하는 이정우 위원장은 대표적 성장론자인 이헌재 경제부총리 취임후 사사건건 충돌해 오다가, 노 대통령이 이 부총리 손을 들어주는 쪽으로 교통정리가 된 것이다.


정부는 그후에도 2004년 12월 2차, 2005년 1월 3차에 걸쳐 지방뿐 아니라 이번에는 서울의 투기지역까지도 잇따라 해제, 2005년 1월말 투기지역은 31개로 급감했다. 그러나 그후 이들 해제 지역의 아파트값이 재폭등하자 얼마 뒤 다시 이들 지역을 투기지역으로 재지정하는 ‘갈팡질팡’ 블랙코미디가 재연됐다.


한편 이정우 실장과의 힘겨루기 끝에 부동산 정책의 전권을 쥔 이헌재 경제팀은 ‘10.29 대책’ 무력화에 그치지 않고, 정부여당이 국민에게 반드시 연내에 입법하겠다며 여러 차례 약속했던 ‘종합부동산세 도입’ 방침도 하나씩 무력화시켜 나갔다. 종합부동산세란 “그동안 따로 세금을 부과해온 주택과 토지를 개인별로 합산과세해 부동산 과다보유자에 대해 세금을 중과하고 투기혐의가 짙은 비거주 주택에 대해서는 최고세율의 세금을 누진 부과하겠다”는 요지의 투기대책 중 하나였다.


하지만 재경부는 애당초 종합부동산세 도입 자체에 부정적이었다. 한 예로 2004년 5월31일 이종규 재경부 세제실장은 종합부동산세 개편 방안을 발표하면서, “주택과 토지를 한꺼번에 합해 과세할 경우 세부담이 크게 늘고, 주택과 토지를 한꺼번에 통합 과세하려면 기술적으로도 어렵다”는 이유로 “중장기 과제로 돌렸다”고 밝혀 여론의 거센 반발을 샀다. 다음날인 6월1일 발표된 열린우리당의 ‘분양원가 공개’ 공약 백지화로 국민 분노가 폭발하자, 정부여당은 말을 바꿔 ‘종합부동산세 연내 입법’을 약속했으나 주무부처인 재경부에게는 처음부터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할 의지가 없었다.


재경부 속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한 사례가 종합부동산세 실무기획단에 서울 강남구 등 시군구 대표 3명을 참여시킨 것이었다. 이는 공청회 등에서 종합부동산세 도입에 반대하는 지자체의 의견을 반영해 조세마찰을 줄이겠다는 것이었으나, 사실상 종합부동산세 완화를 의미하는 사인으로 받아들여졌다. 세간에는 “참여정부에 '여러분이 대통령‘이라던 국민은 배제되고 기득권층만 참여하는 꼴”이라는 비아냥이 나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경부는 국민의 소리를 못 들은 척, 부동산 경기부양에만 올인할 뿐이었다.


열린우리당, ‘종합부동산세’를 ‘따로부동산세’로 만들다


이 과정에 더욱 ‘블랙코미디’는 당초 ‘종합부동산세’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열린우리당이 실상은 재경부보다도 더 종합부동산세 도입에 부정적이었다는 사실이다.


 ◀ 초대 재경원장 출신의 홍재형 열린우리당 의원은 종합부동산세 후퇴 및 아파트 분양원가 공약 백지화 등을 추진한 대표적 건설족이었다. ⓒ연합뉴스



열린우리당과 재정경제부는 10월4일 홍재형 정책위의장과 이헌재 경제부총리,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당정협의를 갖고 종합부동산세 재정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 보유세제 개편안'을 확정 발표했다. 이날 개편안은 상류층의 조세 저항을 우려한 열린우리당의 반대로 당초 과세대상자가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인상액도 당초안보다 대폭 낮춰진 것이었다.


당정은 국세인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 기준을 주택은 국세청 기준시가를 기준으로 9억원, 나대지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6억원, 빌딩, 상가, 사무실 등 사업용 토지는 공시지가 기준으로 40억원으로 정했다. 과세 기준은 2005년 6월 기준이다.


재경부 이종규 세제실장은 "국세청 기준시가가 실제 시가의 9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실제시가 10억원 이상 주택 소유자에게 종합부동산세가 부가될 것"이라며 "과세 대상자수는 대략 6만명 안팎 수준이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는 '주택 5억원(기준시가) 이상 보유자 10만명 대상'이라는 당초 정부가 마련한 초안에서의 과세 대상자에서 절반 정도 줄어든 것이다.(그러나 그 다음해 1월 건교부가 발표한 ‘주택가격’ 공시에 따르면, 종부세 대상자는 그보다 절반도 안되는 3만~3만5천 가구밖에 안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당정은 또 종합부동산세 도입에 앞서 조세 저항을 줄이기 위해 거래세를 인하하기로 했다. 2005년 1월부터 부동산 등록세는 현행 5%에서 4%로 1%포인트 인하되고, 추가로 행정자치부가 각 시도가 자체 여건에 맞춰 지방세인 거래세를 추가 인하토록 함에 따라 거래세 인하폭은 시도에 따라 1%포인트 이상이 추가로 인하돼, 거래세가 현재보다 절반 가까이 인하되는 셈이었다. 당정은 또 보유세제의 개편으로 세부담이 급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개별세 부담 증가 상한선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2005년의 세부담이 금년 부담액의 50%를 넘지 않도록 하고 2006년 이후에도 전년대비 50% 이상 세부담이 증가하지 않도록 상한선을 정한 것이다.


이날 당정이 합의한 종합부동산세는 말만 '종합 부동산세'였지, 실제로는 '따로 부동산세'였다. 주택과 나대지, 사업용 토지를 합산과세하지 않고 따로따로 과세하는 방식을 채택해, 부동산 부자들이 빠져나갈 길을 열어주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준시가 9억원짜리 아파트 1채만 갖고 있어도 종부세를 내야 하는 반면, 8억5천만원짜리 집과 5억5천만원짜리 나대지, 39억원짜리 사업용 토지를 갖고 있는 사람(개인사업자)은 총 53억원의 부동산을 갖고 있는데도 과세대상에서 제외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 아울러 부부 합산과세도 하지 않기로 해 1가구 다주택자들이 빠져나갈 길도 열어주었다.


당정은 “종부세 도입에 따라 2005년 보유세액이 금년보다 10% 정도 증가한 3조5천억원으로 추계된다”고 말해, 스스로 이번 대책이 대국민 기만용일뿐 상류층에게는 특별한 부담이 되지 않는 형식적 조치임을 토로했다.


더욱 코미디는 이 정도 ‘차 떼고 포 뗀 위장개혁안'조차 열린우리당 의총에서 “경제회복에 악영향을 끼칠 게 확실하고, 강남의 조세저항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반대여론이 거세 연말 국회에서 간신히 통과될 때까지 두달여 동안 진통을 겪었다는 사실이다. 열린우리당의 어지러운 ‘정체성’이 또 한차례 그 실체를 드러낸 현장이었다.


이헌재 경제팀과 열린우리당의 ‘합작 코미디’는 이미 ‘분양원가 공약 백지화’에서 배신감을 느낀 국민 다수에게 또다시 절망감을 안겨주었다. 당시 국민이 느낀 배신감과 절망감이 얼마나 컸던가를 잘 보여주는 한 글이 있다. 김경수 명지대 교수가 당정의 종부세 발표 얼마 뒤인 그해 10월17일 <한국일보>에 기고한 ‘부의 정통성 원하다면’이란 제목의 칼럼이 그것이다.


김 교수는 칼럼을 통해 "지난 주 언론에 보도된 뉴스 가운데 유난히 세인의 눈길을 끈 두 기사가 있다"며 "하나는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1천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이 불티나게 팔렸다는 기사이고, 다른 하나는 50대 가장이 병원비가 겁나 집에서 낙상한 상처를 바느질실로 직접 꿰맸다가 상처가 덧나 부득이 극빈자 진료소를 찾게 됐다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이어 "세계 경제대국 10위권에 진입하고, 선진국클럽이라고 하는 OECD에 가입한 지도 10여년이 돼가는 한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에 대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김 교수는 문제의 종합부동세안과 관련, "종부세의 경우 '종합'이란 말에 걸맞지 않게 가구별 합산 대신 개인별로 과세한다든지 주택과 나대지, 사업용 토지를 합산과세하지 않고 따로따로 과세토록 함으로써 진짜 부자가 빠져나갈 구멍은 모두 마련된 상태"라고 질타했다.그는 구체적으로 "일례로 9억짜리 아파트 한채뿐인 사람은 과세대상이고 8억 집에 5억 나대지, 30억 사업용 땅 등 도합 52억원의 막대한 부동산을 가진 사람은 과세대상이 아니라는 것은 명백히 잘못"이라며 "개인별 과세이다 보니 이론상 부부의 경우 최대 1백4억원의 재산을 가지고도 종부세를 한푼도 안낼 수 있다는 것은 조세정의 구현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주택만 가지고 있는 경우라 할지라도 부부가 공동명의로 소유할 경우 기준시가 18억원이 넘지 않는 집은 아예 종부세 대상이 안 되는 것도 큰 문제"라며 "실제로 시가 25억원 내외의 집은 그리 많지 않다. 이런 식으로 새 세제의 허점을 이용해 빠져나간다면 종부세 도입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은 아닌가 심히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형평과세는 경제민주화, 즉 부의 정통성을 세우는 지름길이며 우리의 취약한 사회보장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최우선 순위를 두어 추진해야 할 역점과제가 아닐 수 없다"며 가진자의 눈치만 보고 있는 정부여당을 신랄히 질타했다.


당시 서울 동부 이촌동에 살고 있는 한 고위 금융인도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경우 지난 1년여 동안 평당 2천만원 하던 집이 3천만원으로 올라 가구당 평균 7억원정도의 불로소득을 취했음에도 최근 세금이 몇십만원이 오른다고 하니 이를 묵과할 수 없다며 반상회를 소집하자고 하는 등 난리가 아니다"라며 "가진 이들이 이런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한 한국의 미래는 없다"고 탄식했다.


참여정부와 집권여당이 “조세정의 차원”에서 행했다고 주장한 종합부동산세 개혁의 실체가 이러니, 전국에서 부동산 투기가 거세게 부활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부동산투기 재연에 이헌재 희희낙락하다


우려대로 2004년 하반기 전국 90%의 땅값이 폭등할 정도로 부동산투기는 전국적 규모로 무섭게 재연됐다. 그러나 부동산값 재폭등 못지않게 심각한 사태는 이헌재 부총리가 부동산값 재폭등을 걱정하기는커녕 도리어 '긍정적 사인'이자 ‘자신의 업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사실이다.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재차 폭등한 것을 신호탄으로 부동산 투기가 분명히 재연된 2005년 2월4일 이 부총리는 정례브리핑을 통해 "부동산경기가 위축세를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강남 재건축단지도 오히려 너무 빨리 뜨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격이 회복되고 있다"고 만족감을 표시해, 아파트값 폭등에 대한 위기감이 전무함을 드러냈다. 그는 노골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최근 2개월간 평균 1천만원씩 올라가고 있다"고 아파트값 급등에 만족감을 표시하면서 "미분양아파트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자랑했다.


이처럼 재임기간 동안 오로지 부동산 경기부양에 올인하던 이헌재 부총리는 과거에 경기도 광주지역에 위장전입 등의 탈법적 수단으로 수만평 규모의 부동산투기를 했으며 거액의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의혹이 드러나면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게 됐다. 당연히 “이헌재에게 더 이상 부동산 정책을 맡길 수 없다”는 교체 여론이 거세게 일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동안 유임을 희망하는 듯한 인상을 풍기던 그는 2005년 3월7일 불명예 퇴진을 해야만 했다. “말로 흥한 자는 말로 망하고, 칼로 흥한 자는 칼로 망한다”는 가르침을 떠올리게 하는, 역사의 무서운 아이러니였다.


이헌재는 비록 불명예 퇴진했지만 '골프 경기부양론'은 지금 이 순간까지도 정부안에 굳건히 살아있다. 건설족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부총리 퇴진 두달 뒤인 2005년 5월20일 박병원 당시 재정경제부 차관보(현 재경차관)는 과천정부종합청사에서 한덕수 부총리를 대신해 가진 정례브리핑에서 "1.4분기 성장률이 2.7%에 그쳤음에도 불구하고 하반기에도 경제운용계획을 짤 때 5%를 타깃으로 하는 정책을 고수하겠느냐"는 물음에 대해 "그렇다. 정부는 올해 5% 성장 달성을 위해 모든 거시·미시적 정책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특히 부동산 경기부양에 전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구체적 개발사업의 예로 "골프장이 1백개만 들어서도 지방 건설업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러나 지방자체단체들이 환경단체 등 NGO(비정부기구) 영향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해, 골프장 경기부양에 반대하고 있는 NGO 등에 강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헌재의 뒤를 이어 경제부총리가 된 한덕수 부총리도 얼마 뒤인 8월8일 재경부 간부회의에서 "규제개혁의 일환으로 실시되고 있는 골프장 건설 규제완화가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현장점검을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정부의 규제완화에도 불구하고 업계 집계상 전국 2백여곳에 건설되고 있는 골프장 중 실제로 완공된 곳이 거의 없는 등 실질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라고 재경부측은 부연설명했다.


한 부총리는 취임후 성장률 중심의 정책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혀왔었다. 한 예로 부총리 취임후 가진 시민대표들과의 만남에서 김성춘 경실련 대표가 "경제정책 면에서 수량적 목표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부동산 투기를 유인하는 등 자승자박의 결과를 가져온다"고 조언하자 이에 대한 공감을 나타나기도 했다. 또한 앞서 5월 열린우리당 워크숍에서 “우리 경제가 일본과 같은 장기침체의 늪에 빠질 소지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솔직하게 부동산 거품에 대한 강한 경계심을 피력하기도 했었다.


그러던 한 부총리도 경기침체가 계속되며 경기부양에 대한 압박이 사방에서 몰려들자 끝내 이헌재의 ‘골프 경기부양’에 동참하기에 이른 것이다. 목전의 단기성과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 관료들의 태생적 한계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였다.(<참여정권, 건설족 덫에 걸리다> 1백65~1백7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