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불매운동으로 집값 떨어뜨리자!”
http://www.hani.co.kr/kisa/section-003009000/2005/08/003009000200508191338652.html
경실련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 ‘아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헌동 본부장, 박완기 국장, 김성달 간사 / 박미향(사진설명)
앞으로는 주택불매운동을 전개할 겁니다. 더 이상 정부가 내놓을 게 없다면 국민들이 주택을 사지 않는 수밖에 없죠. 그렇게 해서라도 집값을 떨어뜨려야 합니다.”
경실련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를 이끌고 있는 김헌동(50) 본부장의 말이다. 오는 8월31일, 정부가 부동산종합대책을 발표하자마자 운동본부가 해산되길 바랐다는 그는 오히려 “강도를 높여 정권퇴진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판”이라며 언성을 높인다. 김 본부장이 기대했던 공공보유 주택의 확충이나, 민간부문의 후분양제 도입 등은 논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는 지난해 2월12일 출범 기자회견을 가지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말 그대로 폭등한 아파트값의 ‘거품’을 빼자는 것이 결성 취지였다. 서울시 도시개발공사가 상암지구의 분양원가를 공개하면서, 아파트가격에 40% 정도의 거품이 존재한다는 것이 입증되던 무렵이다.
정부, 소비자 위주 주택정책 시늉뿐
“아파트값 폭등은 주택경기 활성화와 분양가 자율화 등 정부의 잘못된 주택정책에서 비롯된 겁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출범 초기부터 소비자 위주의 주택정책을 펼치겠다고 했지만, 계속 시늉만 하더라구요. 지난해 2월 건교부 장관이 국무회의에서 후분양 활성화 대책을 보고하는데, 아주 소량에 한해 그것도 임기 말인 2007년에 하겠다는 거예요. 이대로 둬서는 안 되겠다 싶어 경실련이 나서게 된 거죠.” 운동본부 관계자들의 목소리다.
운동본부에는 김헌동 본부장 말고도 10여명의 인력들이 사안에 따라 관여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박완기(41) 국장과 김성달(34) 간사가 김 본부장과 함께 운동본부의 핵심 3인방으로 맹활약 중이다. ‘거품 빼기’에 돌입한 이후, 상시적으로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예의주시하며 견제해 온 이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먼저 김 본부장은 20년 가까이 건설회사에서 일해 온 건설통이다. 지금도 건설정보를 제공하는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96년 경실련을 찾았던 것도 그동안 건설현장의 문제를 몸소 느껴왔기 때문이란다. 부실시공의 상징인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이듬해였다. 해외 출장이 잦았던 그는 선진국에 비해 건축비는 더 비싸면서도 건축의 질은 훨씬 떨어지는 원인을 선분양제에 뒀다. 정부 관료들을 찾아다니면서 건축비용은 이전보다 30~50%까지 줄이되 건물수명은 오래가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다녔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시민운동화시키지 않으면 정부가 정신 못 차리겠구나 싶었단다.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지낸 김태동 금융통화위원이 바로 김 본부장의 형이다. 최근 들어선 형제가 나란히 부동산 문제에 대해 정부에 쓴소리를 내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 금통위원은 지난 6월 한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경제 관료들의 거짓 정보에 속아 폭등을 거듭하고 있는 부동산 투기의 실체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해 정부의 심기를 건드렸다.
박완기 국장은 지난 93년부터 경실련에서 잔뼈가 굵은 상근활동가다. 경실련에서 시민감시국장을 겸임하고 있다. 1년이 넘게, 먹고 자는 동안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아파트’를 생각하며 보냈다고 한다.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는 한 달에 한 번 꼴로 기자회견을 열어왔는데, 그때마다 부동산 관련 실태나 정책 제안 자료를 발표해 왔다. 지난해 말에는 그의 손을 거쳐간 연구자료들이 청와대에서 정책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기초자료로 쓰이기도 했다.
김성달 간사는 대학에서 도시계획학을 전공했다. 주택문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은 물론이다. 막내이니만큼, 운동본부에선 기자보다 더 열심히 현장을 누비며 취재를 한다. 각 기관마다 운동본부 활동에 필요한 정보공개를 요청하지만,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기때문에 어려움이 많단다.
운동본부 사람들은 “최근 1~2년 동안 온 국민이 한국의 부동산 문제에 대해 집단학습하는 과정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그 과정에서 운동본부의 역할도 컸다. 초기 공기업과 택지개발지구의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는 주장에서 시작된 운동본부의 목소리는 이제 주택정책 전반에 걸쳐 구석구석까지 뻗어 있다. 히트를 친(?) 연구자료들도 수두룩하다. 용인 동백지구 아파트의 분양원가를 추정해서 민간기업 기준으로 총 8294억원의 분양이익을 챙겼다고 폭로했는가 하면, 판교 신도시 개발과 관련해서도 16조원대에 달하게 될 개발이익을 분석해 내기도 했다. 이들은 “정부에서 이 정도의 정책자료를 충실히 내려면 아마 억대의 예산을 투입해야 했을 것”이라고 자부한다.
“전체 국민의 5%가 소유하고 있는 60%에 달하는 주택을 시장에 내놓게 해야 합니다. 집을 여러 채 갖고 있으면 득보다 실이 많다는 생각을 갖게끔 하도록 정책을 유도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일하는 사람들이 일한 대가인 월급으로 자기 집을 마련하는 게 가능한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의 기본 취지다. 박완기 국장은 “5년 만에 강남 아파트가 6억8천만원이 올랐다”며 “연봉 3천만원을 버는 월급쟁이가 22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하는 돈”이라고 말한다.
주거문제 해결 못하면 선진국 진입 요원
무엇보다 이들은 국민의 85%는 운동본부의 목소리에 동조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집 없는 사람들이 45%인 데다, 집값이 오르지 않는 농촌 거주민들 15%, 그리고 도시에 살면서도 집값이 1억원 미만이거나 거의 오르지 않는 사람들이 20% 정도여서, 이를 더하면 85%나 된다는 계산이다. 또 주택을 투기수단에서 주거수단으로 돌려놓는 일이 가능해지려면 이들의 목소리를 모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나의 정책제안을 할 때마다 경실련 내부도 들썩거리기 일쑤다. 그만큼 주요 이슈에 대해서 운동본부 사람들은 여러 전문가들과 둘러앉아 치열한 토론을 벌인다. 과거 분양가 규제의 고삐를 틀어쥐고 있던 정부가 분양가 자율화로 돌아선 이후 모든 것이 백지 위에서 새로 그림을 그려내는 과정과 같았다는 것이다. 민간 건설업자의 입장에 서 있지 않고, 서민의 편에서 목소리를 내는 전문가가 많지 않은 것도 어려움 중의 하나였다. 김성달 간사는 “무엇보다 팩트를 찾는 게 가장 어렵다”고 털어놓는다. 기본적으로 건설및 주택 관련 정보를 정부가 제대로 공개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용인 동백지구의 분양원가를 추정계산할 때도 땅값을 파악하기 위해 토지공사와 엄청난 신경전을 벌여야 했다.
운동본부가 언론을 통해 정책제안을 펼칠 때마다 사무실의 전화벨 소리는 쉴새 없이 울려댄다. 일선 중개업자들이 전화를 걸어와 분양가 전매금지가 시행되는 지역인데도 불법거래가 성횡하고 있다는 제보를 주는가 하면, 과거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관여했던 전직 관료가 이번 부동산 종합대책에 어떤 내용이 포함돼야 하는지 역설하기도 한다. 대기업 건설업체와 중소 하청업체 간의 불공정 거래에 대해 하소연하는 전화도 빠질 수 없다. 브랜드 이미지나 관리하고 신문에 분양광고나 내는 대기업이 엄청난 이득을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황보연 기자 hbyoun@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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