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빼기

땅값폭등의 조연 여당, 집값폭등 공범 한나라당, 주연 관료

토건종식3 2006. 5. 28. 04:00
 

자체, 건축비 ‘뻥튀기’모른척 ‘분양가 거품’방조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아파트 분양승인권 등 주어진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아 분양가 상승을 부추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른바 ‘버블 세븐’ 지역의 지자체장일수록 건설업체들의 고분양가를 방치하여 집값 상승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분석이다. 22일 경향신문이 서울시 등 지자체와 건설업계의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아파트 분양가를 검토·거부할 수 있는 지자체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한 곳은 거의 없었다.

실제 올해 초 재건축 대박을 터뜨린 서울 도곡동 렉슬아파트의 경우 분양가 구성의 주요 항목인 건축비가 들쭉날쭉해도 담당 지자체인 강남구청은 ‘승인 도장’ 찍어주기에 바빴다.

2002년 4월 재건축 사업승인이 떨어지자 건설업체(현대·GS·쌍용건설)들은 구청에 공사감리자 지정을 요청하면서 건축비로 4천8백31억여원을 책정했다. 구청은 업체측에서 계산한 건축비를 기준으로 감리자 모집 공고를 냈다.

그러나 이듬해 4월 분양승인을 받기 위해 건설업체가 구청에 제출한 서류에는 건축비가 무려 8천50억여원으로 늘어났다. 불과 1년 사이 건축비가 3천2백억여원 증가한 것이다.

서류를 접수한 강남구청은 서울시 지침에 따라 형식적으로 분양가 재산정을 요구, 1주일 뒤 건축비가 6천3백10억원으로 조정됐다. 그러나 며칠 뒤 건설업체들이 신문에 게재한 분양모집 공고의 건축비는 다시 수천억원이 늘어난 9천억여원으로 둔갑했다.

이는 분양가 자율화 이후 아파트 분양가가 원가가 아닌 주변 시세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건설업체가 건축비나 택지비를 끼워맞춘 결과였다. 이에 대해 담당 공무원은 “승인 이후에 건축비가 바뀌는 경우는 없는데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모르겠다”며 “(건축비가 널을 뛴 이유는) 잘 모르겠으니 업체에 가서 물어보라”고 말했다.

전국 대부분의 단체장들은 아파트 분양 과정에서 모두 세차례에 걸쳐 분양가를 검증할 수 있는데도 건설업체의 형식적인 서류에 도장을 찍는 데만 급급해했다. 사업계획을 승인하는 광역 단체장과, 감리자 지정과 분양승인(입주자 모집공고)을 할 수 있는 기초단체장이 건설사의 고분양가 책정을 방치해온 셈이다.

그러나 최근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자체장의 분양가 인하 압박이 늘어나 선거용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4월 판교 중소형 아파트 분양가는 성남시장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당초 평당 1천2백33만원에서 1천1백76만원으로 57만원 정도 낮아졌다. 최근 용인 신봉동 지역에서도 GS건설이 평당 1천4백만원대의 고분양가를 책정하려는 움직임에 용인시가 적극 개입했고, 충남 천안시는 업체가 제시한 분양가를 반려하기도 했다.

경실련 김헌동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은 “선거를 앞두고 지자체장들이 아파트 분양가 인하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그동안 고분양가를 낮출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종 시민단체들은 집값 안정을 위해 분양가를 철저히 검증할 수 있는 단체장을 뽑으면 아파트 거품을 제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집값 안정의 핵심지역인 서울시장 후보들 역시 얼마전 경향신문과 경실련의 공동토론회에서 시민검증위원회 설치로 분양가를 검증(강금실 후보)하고, 사업승인권을 행사해 분양가를 검증(오세훈 후보)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는 한 명도 없었다. 
 
 
건설사 지자체 묵인속 수도권서만 2兆폭리
 
 
아파트 건축비 부풀리기가 고분양가를 불러 ‘아파트값 거품’을 부채질해온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분양시점의 건축비가 사업 초기에 비해 두 배로 뛰어오르는 건 기본이다. 당연히 아파트 가격에 거품이 낀다. 그럼에도 사업승인권, 분양승인권을 한 손에 쥐고 있는 지자체장들은 나몰라라 한다. 건설업체가 주장하는 건축비, 택지비가 사실에 근거한 것인지 확인조차 하지 않는다. 업체가 말하는 대로 아파트 가격을 승인해주기에만 급급할 뿐이다. 이 과정에서 뇌물이 오가면서 일부 단체장들이 사법처리되기도 했다.

 

◇고무줄 분양가, 배째라 지자체=한국토지공사는 지난 2일 이례적으로 택지공급원가를 공개했다. 분양가 거품논란이 거세지는 와중에 그 원인이 토공의 비싼 택지공급가격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자 결백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토공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건설이 진행중인 경기 용인 동백지구에 공급한 택지가격은 평당 3백50만원 선이었다. 그러나 건설업체들은 용인시에 적게는 4백30만원에서 많게는 7백40만원을 주고 토지를 구입한 것으로 신고해 감리자지정을 받았다. 하지만 용인시는 업체들이 신고한 택지가격이 사실인지를 전혀 확인하지 않았다.

용인시청 건축과 관계자는 “토지를 얼마에 샀는지 증명할 서류를 업체에서 우리에게 준 적이 없다”며 “강제로 확인할 방법이 없지 않으냐”고 발뺌했다. 그러나 토공 관계자는 “지금까지 택지공급가를 사실상 공개해왔기 때문에 전화 한 통만 해도 알 수 있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결국 지자체의 방조로 2000년 이후 수도권 지역에서만 2조원 가까운 국민들의 쌈짓돈이 건설사 호주머니로 들어갔다.

2003년 서울시 동시분양 당시 분양된 서초구 서초동 더 미켈란은 감리자모집단계의 건축비(평당 7백60만원)에 비해 두배 가까이 오른 건축비(평당 1천4백만원)를 기준으로 분양가가 책정됐다.

서초구청의 한 관계자는 “감리자모집과 분양승인을 담당하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얼마에 승인해줬는지 알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평당 건축비는 당연히 조합과 시행사 이익이 포함된 가격”이라며 “주변 시세가 사업이 진행될수록 높아지는데 그들의 이익도 높아지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건축비가 실제비용보다 부풀려져 업체와 조합의 이윤으로 돌아가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손을 놓고 있다는 뜻이다.

강남구 역삼동 영동 푸르지오나 서대문구 남가좌동 래미안 아파트의 건축비도 감리자지정시보다 각각 7백24억원과 4백30억원씩 급등했다. 같은 시기 서울에서 분양된 대부분의 아파트에서 건축비가 급증했으나 이로 인해 승인을 받지 못한 아파트는 없었다.

 

◇거꾸로 가는 분양가 검증=2004년 이전만 하더라도 서울에서 아파트를 분양할 때는 시민단체가 분양가심의평가위원회를 열어 과도한 분양가는 낮추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분양가 평가 심의도 없어졌다.

이런 상태에서 분양승인을 내주는 지자체가 분양가를 조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분양업체가 알아서 써오는 분양승인서에 도장을 찍어주는 절차에 불과하다.

지자체 공무원들은 ‘분양가 자율화’ 제도 안에서 지자체의 권한은 극히 미미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서초구의 한 공무원은 “업체가 아파트 가격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지자체는 건축비와 택지비가 부풀려졌는지 확인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건축과 간부는 “우리가 가격검증을 시작하면 분양가 자율제의 근간이 뒤흔들린다”며 “국회의원이나 정부라면 모를까 지자체가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고 둘러댔다.

공공기관인 토지공사의 발표를 믿기보다는 건설업체를 두둔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어떤 공무원은 “토지공사가 발표한 택지공급가격은 전부 엉터리인데 왜 그런 자료를 갖고 우리를 닦달하느냐”고도 말했다. 기자가 “누구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었느냐”고 묻자 잠시 머뭇거리던 그는 “친한 건설사 직원한테 들은 얘기”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5·31 지방선거에 나선 대부분의 현역 후보들은 ‘집값 거품’을 방치해온 장본인들이지만 그들의 공약에는 집값안정, 주거환경 개선 등이 빠지지 않는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잘 살펴봐야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