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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국민들이 거리로 나서야 하는가?

토건종식3 2006. 11. 19. 01:11
땅부자·재벌총수만의 천국, 이대로 둬야하나
[오마이뉴스 2005-07-26 23:21]
정부가 지난 7월 15일 발표한 토지소유현황에 따르면 상위 1%가 개인소유 토지 가운데 51.5%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지 소유의 불균형을 그대로 보여주는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두고, 경실련 김헌동 아파트 거품빼기 운동본부 본부장이 <오마이뉴스>에 토지소유현황 공개와 개발오적 척결을 주장하는 글을 보내왔다. <오마이뉴스 편집자 주>
[오마이뉴스]
▲ 판교신도시 개발로 분당 등 주변지역의 아파트 값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사진은 분당 일대 아파트촌.

ⓒ2005 오마이뉴스 남소연
개발오적(재벌소유 건설업체·학자·관료·국회의원·언론)의 행태가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언론사 사주가 재벌총수의 지시를 받아 대통령 후보들에게 뇌물을 준 사례와 재벌가 형제들이 경영권 다툼을 하면서 비자금 조성사실을 폭로하는 등 우리 사회의 개발오적 행태가 하나씩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재벌은 지난 반세기 군사독재 정권에 기생해 고속성장을 거듭했고, 민주화 투사를 자처했던 자들은 집권을 위해, 그리고 권력을 얻기 위해 이들 재벌과 뒷거래를 했던 사실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대통령과 정치인 그리고 사정기관들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양심세력을 자처하는 지식인들은 무엇을 했는가?

 

땅 부자와 집 부자들의 천국

2005년 7월15일 국민들의 요구를 수용해 정부는 마지 못해 토지 소유현황을 공개했다. 정부가 개인 토지소유현황을 공개한 것은 지난 89년 토지공개념 도입을 요구했던 당시 발표 이후 15년만의 일이다.

 

토지 소유현황 공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땅 부자 상위 1%가 개인소유 토지 가운데 51.5%를, 상위 5%가 82.7%를 소유하고 있다. 집 부자 상위 5%가 전체주택의 60%를 소유하고 있다라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바 있다. 대체 무엇이 잘못되었기에 이같은 소유 편중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그 동안 정치권과 관료, 지식인들은 대체 무엇을 했으며 이토록 심각한 문제가 왜 이제야 발표 되는지 이해 할 수 없다. 이번 조사결과는 군사 독재정권을 물리치고 그 공로로 권력을 요구했던 민주투사들이 정권을 잡은 이후에도 우리사회의 개발오적들이 정치권력과 공생해 곳곳에서 활개쳤음을 증명하는 수치다. 국민들이 권력자들에게 얼마나 속아 왔는지 알려주는 수치이기도 하다.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이유로 재벌과 개발오적의 요구를 받아들여 토지와 주택, 건설경기를 부양시켜 결과적으로 부동산가격만 폭등시켰고 땅 부자와 집부자만 살판나도록 만들었다.

땅 부자 상위 5%의 토지보유비율 82.7%는 과거와 비교해 17.5% 포인트나 급등한 수치다. 이런 불평등이 나타난 근본적인 원인은 90년대 초반 국민이 요구해 도입했던 토지공개념 정책 가운데 토지초과이득세법이 뚜렷한 이유 없이 위헌판결을 받고, 이후 관료와 정치인은 아무런 사후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토지와 관련된 세제들 역시 정책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그 결과 20세 미만 미성년자가 보유하고 있는 토지는 여의도 면적의 21배인 179㎢(5400만평)로 나타났고, 이 가운데 10세 이하 어린이들도 여의도 5배인 42㎢(1270만평)의 땅을 소유하고 있게 되었다.

 

부동산투기를 통하지 않고는 살아 갈 수가 없는 나라, 이제 갓 태어난 아이들까지도 부동산투기를 해야만 살아 갈 수 있음을 가르치는 나라에서 과연 희망을 말할 수 있을까?

 

민주투사들의 직무 유기

택지면적 제한을 규정한 택지소유상한제(98년 12월 폐지), 개발이익을 50%→25%로 낮춰 개발부담금으로 부과하는 개발부담금제(2004년부터 부과중지상태), 유휴토지의 가격상승에 따른 초과이득의 30~50%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토지초과이득세제를 98년 12월 폐지시킨 자들은 누구인가.

개발이익환수 장치인 개발부담금제는 2004년부터 부과중지 상태이다. 개발부담금제를 지금 당장 시행하고 이를 무력화한 자들을 밝혀야 한다. 94년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은 토지초과이득세제는 당장 바로잡아 시행해야 한다.

필요하지도 않은 택지를 취득할 경우 왜 취득을 하는지 허가를 받거나 신고하도록 하고 2년 내에 이용ㆍ개발ㆍ처분하지 않을 경우 취득가격의 5% 이상 택지초과소유부담금을 부과하는 택지소유상한제도와 주택소유상한제를 검토해 당장 도입해야 한다.

 

상위 5%가 전체주택의 60%인 800만 채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도 개선해야 한다. 이는 3주택 이상 보유자들이 많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다. 세대 구성원들까지 포함해도 이들은 국민의 15%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그들은 '아직 배가 고프다'며 공급확대와 중대형 아파트 부족론을 펼치고 있다.

 

이제 주택과 땅 소유 등 부동산 정책방향 설정에 근거가 될 실제적 통계와 자료를 국민들에게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사회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보수언론과 개발업자에 기생하는 전문가 집단은 이러한 불평등 구조에 대해 아무런 설명 없이 아직도 공급확대만이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민과 노동자를 위하고 개혁에 앞장서 왔다는 자들조차 이러한 소유구도와 주택, 토지 소유실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일부는 시장논리와 공급논리에 젖어 있거나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듯한 발언을 앵무새처럼 되뇌는 실정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재벌과 정치권이 한 덩어리가 되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왜 불평등한 토지·주택제도로 고통을 받고 있는지 그 이유를 정확하게 모르고 있다. 지금 우리사회는 제2, 제3의 민주화 운동인 경제민주화운동이 불가피한 시점이다.

경제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우선 인간 삶의 기본인 토지와 주택 제도부터 개선해야 한다. 작금의 토지·주택 소유의 편중과 가격폭등은 잘못된 공급구조와 소유구조, 그리고 과세제도에서 기인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부터 바로 잡지 않고는 경제개혁은 의미가 없다. 참여정부는 말로만 민생개혁을 외쳤지 제대로 한 것이 없다.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개발오적을 척결하여 나라를 바로 세우고 제대로 된 주택, 토지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참여정부 출범 직후 소비자 중심의 주택정책인 '완공 후 분양제도'의 도입을 검토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관련 부서는 1년 시간만 보낸 뒤 임기 내에는 민간분야에 후분양제를 도입하지 않겠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한마디로 완벽하게 대통령의 지시를 묵살한 셈이다.

 

지금이 바로 기회다

지난 6월17일 온 국민을 부동산투기의 관풍으로 몰아 왔던 상징적인 '판교발 부동산 투기 광풍'은 정권 위기 상황으로 까지 몰아 넣었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약속한 2005년 8월말까지는 기다릴 용의가 있다. 이 땅에서 영원히 부동산투기세력을 몰아내고 경제정의를 바로세울 제대로 된 대책을 기다리고 있다. 참여정부는 이미 부풀대로 부푼 거대한 부동산 거품의 붕괴를 두려워하지 말고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 경실련 김헌동 아파트 거품빼기 운동본부 본부장
ⓒ2005 오마이뉴
대한민국은 주거비 거품과 교육비 거품만 빼면 살만한 나라다. 우리사회는 커다란 변화의 입구에 서 있다. 비자금을 주고 받으며 재벌귀족과 부동산투기로 돈을 번 자들만이 대를 이어 잘 사는 사회구조 속에서는 제대로된 인재양성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부동산 투기로 인한 국민의 분노는 이미 분노를 넘어 허탈감과 상실감으로 이어졌다. 국민들은 거리로 나서기를 마다하지 않는 상태가 되버렸다.

이제 결단만이 남았다. 국민들이 거리로 나서지 않도록 참여정부는 개발오적의 비리를 철저하게 밝혀내고, 경제정의를 세우는 작업에 돌입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기회다.

 

[진보개혁의 위기]“‘반쪽 진보’ 권력 맛본뒤 퇴화”
[경향신문 2006-09-13 18:33]    

진보개혁 세력이라는 사람들 정치는 잘 한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독재냐 반독재냐, 직선제냐 간선제냐 같은 선악이 뚜렷한 이분법적 정치 문제에는 상당한 능력이 있다. 독재자를 타도하고, 부패한 정치 세력을 교체하는 데는 성공했다. 그렇지만 ‘경제는 바보’다. ‘실물’에 참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경제 문제는 정치 문제처럼 이분법적이거나 단선적이지 않다. 복잡하다. 또 정치 문제와 달리 바로 느끼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야 느낀다. 그걸 교묘하게 이용하는 세력이 관료다.

 

나는 그걸 DJ 때부터 봐 왔다. DJ는, 태생적으로 DJP연합이다. 정치는 진보, 경제는 보수를 택했다. DJ때 경제 정책은 모두 개발 관료에 의존해 나온 것이다. 부동산 경기 부양, 건설 경기 부양, 신용카드, 외자 유치 등이다. 그러다 말미에 아들과 측근이 개발 세력들에게 뇌물을 받거나 부패 사건에 연루되었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가 들어섰다. YS, DJ보다 나은 진보 정부라 여겼기에 서민·중산층을 위한 진보적 경제 정책을 내놓을 줄 알았다. 또 재벌·기업의 특혜를 파헤치는 경제 과거사의 진상 규명을 통해 경제 민주화를 이룰 줄 알았지만 오히려 반대였다.

 

◇정치만 유능, 경제는 바보

참여정부는 집권 1년간 법안을 통과시킬 의석이 적다고 변명했다. 2004년 4월 ‘탄핵풍’으로 진보개혁적 정치인들이 여의도에 대거 입성했다. 민노당도 거저 들어갔다. 여대야소 정국 의미도 있지만 더 큰 의미가 있다. 총선 승리로 진보개혁 세력이 청와대뿐만 아니라 여의도까지 점령한 것이다. 그리고는 그게 다였다. 의미있는 입법 하나 못했다. 경제에 대한 인식도 문제다. 단적인 예를 들면, 아파트 선분양은 그것 자체가 특혜다. 진보라는 사람들이 아파트는 분양받는 거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자기 돈주고 사는데 ‘구입’이고 ‘매입’이지, 왜 분양이냐. 분양이라는 말에 나눠 준다는 뜻이 있다. 강아지 분양하듯 이해하는데, 누가 주체인지 잊고 산다. 신도시 개발 방식도 들여다보자. 정부가 농민들의 농지, 임야를 30년간 헐값으로 뺏어서 건설업자에게 팔아넘겼다. 택지 조성도 하기 전에 말이다. 농민은 도시민에게 당연히 빼앗겨야 하고, 국가는 농민의 땅을 뺏어도 된다는 인식이었다. 빼앗은 농지를 건설업자에게 30년간 판 것이다. 그것도 아주 값싸게. 그리고 소비자는 분양받는다. 분양이란 말이 ‘값싸게’를 뜻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그것도 아니다. 시세보다도 높다. 그 자초지종을 알아야 한다.

 

◇기득권층 얘기만 들어

청와대에 들어간 진보개혁 세력 이야기도 해보자. 학자 출신이 많은데, 이들의 공통점도 현장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두번째 공통점이 통계와 자료를 관료에게 의존한다는 것이다. 실제 상황, 현실을 잘 모르는 학자 출신들이 청와대 들어가서 외국에서 배운 이론만 접속시키려다가 항상 관료와 재벌 민간 연구소 연구원들에게 ‘역이용’ 당한다. 집권 이후에 청와대나 열린우리당 내 진보개혁 세력들이 주로 만나는 사람들이 관료, 재벌, 재벌 이익단체, 재벌 민간연구소 연구원, 국책연구기관 연구원들이다. 시민단체 사람도 만나지만 열에 한두번 정도일 뿐이다. 경제부문의 무능함을 외부에 의존해야 했기 때문이다. 관료, 이익단체 사람들을 계속 만나다 보면 ‘진보’가 어느날 자기도 모르는 사이 ‘보수’가 된다. 권력의 맛도 느낀다. 그런데 정치권내 진보개혁 세력들은 어떻게 접대와 로비를 피해야 하는지 모른다. 결국 즐기게 되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진보한 사람들? 경제 관료나 재벌에게 팽팽당한다. 재벌들이 다 공부시켜 준다. 운동권 출신 국회의원들 예전에 경제 공부한다고 했지만, 요즘은 제대로 스터디하나. 관료나 재벌, 이익집단의 연구소 연구원들이 다 공부시켜 준다. 자료에 데이터에 논리까지 만들어주니까 편하다. 가만 있어도 가져다 준다. 그러다 보니 그게 맞는 것 같다고 느낀다. 그런 사람들만 만나고, 또 그런 세상이니까.

 

각종 국가정책 용역 생산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관료를 통해 나오면 관료를 위한 용역 보고서만 생산된다. 국회나 정당에서 현장 중심의 연구 보고서를 만들어야 한다. 국책 연구소도 100% 독립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미국처럼 관료나 행정부는 법안을 발의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관료는 국민을 위한 머슴이다. 머슴한테 의존하는 법안은 안된다. 대의 기구인 국회의원과 정당이 정책·제도를 파고들고 연구해 내놓아야 한다.

보수적 관료들이 진보개혁 세력에게 지시받는다고 갑자기 진보가 되는 게 아니다. 사람이 안 바뀌는 데 무엇을 바꾸겠는가. 미국의 연방 공무원은 정권이 교체되면 고위 공무원 절반이 바뀐다. 우리도 헌법이나 공무원법을 싹 바꿔야 한다. 한국처럼 ‘고시’로 평생을 보장받는 나라는 없다.

 

개발독재 때도 대다수 국민은 희망과 꿈을 가졌다.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다, 현재보다 나을 수 있다는 거였다. 자신감과 희망 있었다. 지금은 우선 열심히 일할 곳조차 없다. 일해도 언제 잘릴지 모른다. 미래가 안 보인다. 항상 위기 의식에 사로잡힌다. 결국 부동산 문제다. 개인 자산의 80%가 부동산이고, 대한민국 국민의 고민 80%가 부동산이라고 보면된다. 집값 폭등하니까, 5년 10년 일하면 집 사고, 평수 늘리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잘 안 된다. 투기 잘 하는 사람이 선망받는 시대이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 기를 죽여놓는다.

 

서민, 중산층의 삶의 질은 계속 떨어진다. 선진국 돼간다지만 재벌만 선진국이고 ‘그들만의 천국’이다. 집권 세력이 95% 대다수 국민이 아니라 5%의 기득권 세력에게 점점 살기 좋은 환경, 시스템을 만들어주고 있다. 95%는 박탈감에 점점 힘들어지는데 5%는 불로소득으로 자산 늘리면서 잘 산다. 이런 게 위기의 본질이다.

 

대통령, 정부, 여당은 ‘성장률’에 집착한다. 성적표이기 때문이다. 성적표를 잘 받으려면, 계속 성장해야 하고, 그러려면 거품을 조장해야 한다. 국민들은 자기 주머니, 집 마련, 저축, 일자리 이런 것 고민한다. 그렇지만 대통령, 정치인, 관료들은 ‘자기만의 성장률, 성적표’에 집착하고 결국 거품 유혹에 빠지게 된다. 거품 조장하면 결국 투기라는 병이 생긴다.

 

참여정부가 재벌에게 특혜를 늘려줬다.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기업도시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각종 개발 계획을 남발하고, 거품 조장을 해왔다. 주택과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2백만~2백50만명이다. 그중 15% 정도만 정규직이고 지식 노동자다. 나머지는 비정규직, 일용직 노동자다. 참여정부 들어 50만~1백만명 고용이 창출됐다. 그중 30%는 외국인 노동자다. 건설경기 부양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란 게 우리 지식을 배운 청년,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일자리만 나오는 것이다. 게다가 외국계 투기 자본이 ‘부동산 투기장’에 투입됐고, 지금도 투입되고 있다. 자꾸 돈이 모이니까 개발과 부동산에 집중되고, 지식 산업과 거리가 멀어지고, 일자리는 점점 감소하고 병리가 나타나는 것이다.

일자리 없는 청년들은 결혼이 늦어지거나 못한다. 주택값은 폭등한다. 미래에 대한 위기, 불안 때문에 결혼 못하고 아이를 낳지 않고 저출산 문제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것이 빈부격차 심화, 양극화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산 양극화를 심화시킨 자들이 세금 더 내라고 하니까, ‘미친 놈’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반대만 말고 대안 내놔야

진보는 그게 지식이든, 돈이든 자기 것을 남과 나눌 줄 아는 사람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없는 사람을 생각하는 철학을 가진 사람이다. 내가 보는 진보는 그런 것이다. 그런데 민노당이나 민노총을 보자. 대한민국 1천5백만 노동자의 10%도 안 되는 귀족형이다. 그 10%도 다 재벌 기업, 보수 기업, 공기업, 언론, 교사, 병원 등 기득권을 누리는 세력의 종사자들이다. 1천만 자영업자를 대변하는 단체가 없다. 1천만명에 육박한 비정규직을 위한 조직도 사실상 없다. 민노당, 민노총이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주장하지만, 자기 것을 내놓으려고는 안 한다. 내건 빼앗지 말고 소수에게, 권력자에게, 자본가에게 저들(비정규직)을 위해 더 내놓으라는 식이다. 유럽을 봐라. 자기 근무 시간 줄이고 하면서 같이 하지 않는가.

 

한·미 FTA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고 진보인가. 반독재하고 길거리 행동했다고 진보인가. 지금 진보개혁세력은 ‘머리만 진보’거나 ‘행동만 진보’가 많다. 머리와 행동이 다 진보인 경우는 극히 드물다. ‘참진보’가 없다. 이것이 또 위기의 요인이기도 하다.

 

시민단체도 마찬가지다. 요즘 시민단체에는 ‘시민’이 없다. 시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정치, 관료 사회 진입하기 위한 시민단체인가 싶을 정도다. 진보는 인재양성소가 없다. 그래서 인재도 탄생하기 힘들다. 학생운동하다 노동계로 가고, 정보도 자료도 차단된 상황에서 행동하고 일했다고 해서 본인이 인재가 될 수는 없다. 내가 속한 경실련도 마찬가지다. 무슨 정부나 지자체 위원회에 왜 그리들 많이 가는지, 시민단체가 무슨 이력 관리하는 곳인가.

우리 사회가 왜 위기가 왔고, 중병이 걸렸느냐. 황우석 거품, 부동산 거품 이런 것이 대한민국에서 선진국 진입단계에 왜 발생했나? 브로커 천국이 된 근본 원인은 뭔가. 엉터리 진단에 엉터리 처방만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를 예견해야 하는데 중병이 들어야 치료법을 생각한다. 그나마 병치료 늦어지고 치료하다 마는 게 반복된다. 어쩌다 먼저 떠들면 미친놈 되기 일쑤다. 지금 권력에 반대하는 자들은 많은데 견제하고 감시하고 대안을 내놓는 자들이 없다. 그것이 위기의 실체다. 〈정리 김종목·사진 권호욱기자〉

 

 

2005년 8월31일 TV속에 등장한 경제부총리 입에서 나온 "부동산 투기는 끝났다"라는 발표가 왜 내 귀에는 '부동산투기는 이제 시작'이라고 들리는지 모르겠다.

금년 초 부동산투기 의혹을 받고 줄줄이 퇴진했던 경제수장의 후임으로 임명된 참여정부 3기 경제수장들은 국민들 앞에서 투기억제에 자신감을 표현하고 있었다. 그들이 발표한 수많은 대책들 가운데 내 눈에는 개발정책 밖에 보이지 않았다. 또 다시 투기 반복 신호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85% 국민이 요구했던 정책은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 건설하지 않은 아파트 선분양에 대해 완공 후 분양과 공공(영구)보유주택확대 등 근본 해결방향은 접어 두고, 국민을 속이기 위한 미봉책만 담아냈다.

지난 5년간 250만 채라는 단군 이래 최대물량을 공급했지만 투기세력이 300만 채를 사들여 집 없는 가구가 오히려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도, 이런 분석은 하지 않고 물량만 확대하겠다니 개발오적이 환영할 만한 일이다.

개발 오적이 환영할 대책

정부는 향후 5년간 수도권에 중대형 아파트 42만 가구 공급, 광역 공공개발과 도심 재개발지역 층고 제한 완화를 통한 고층 주택건설, 용적률 최고 350% 상향조정 등 개발오적을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공공택지 내에서는 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이 주택을 건설해 분양·임대하는 주택공영개발 방식을 확대하고 공공택지 내 25.7평 이하·초과 모두 원가연동제 방식으로 분양가 규제하고, 25.7평 초과에 대해서는 주택채권입찰제 도입하겠다는 것은 문패만 바꾼 정책에 불과하다.

또 채권매입 의무가 없는 25.7평 이하 전매제한을 강화해 수도권은 10년, 그 외 지역은 5년으로 연장하고 25.7평 이하 재당첨 금지기간도 수도권은 10년, 기타 지역은 5년으로 연장하겠다고 하는데, 지난 수십 년 부동산투기로 돈을 번 투기꾼이 이 정도로 겁을 먹을지 의문이다.

2005년 8월말 대한민국의 하늘은 두 쪽으로 갈라졌다. 15% 기득권층과 85% 국민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는 경제수장들의 모습을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개발오적과 부동산투기조장세력의 부동산공화국임을 발표했을 뿐이다. 지난 26일 밤 이들의 노고를 격려하는 대통령과 개발오적들에 눈에는 국민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 2년 동안 부동산투기로 부풀어 오르는 거품을 빼기 위해 거리로 나섰던 나는 부동산 대책 발표 전날 난생 처음 찜질방을 찾았다.

찜질방의 딱딱한 침상에 누워 앞으로 나올 정책들을 살펴봤다. 발표 당일에는 뭔가 새로운 정책이 나오길 막연히 기대했다. 85% 국민이 바라는 정책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마지막 순간에도 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기대는 무너졌다. 그간 대통령과 총리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자들의 발언과는 정반대의 대책을 바라보며 전혀 달라지지 않은 그들에게 '혹시나'를 기대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강남 수요를 잡기 위해 개발한다던 판교신도시의 잘못된 정책과 분양원가공개를 피하기 위해 도입한 원가연동제, 채권입찰제 등 공급자에게 특혜를 주는 정책을 유지하다가 34조원의 거품을 발생시킨 판교 신도시를 개발주체만 바꿔 그대로 추진하고 송파신도시를 개발하겠다는 발표는 부동산투기를 지속시키겠다는 선언으로 들렸다.

송파 신도시 100조원 거품 만들 것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발표한 내용은 돈 없는 사람은 집사지 말고 전세자금 싸게 빌려 줄 테니 그냥 전세나 얻어 수준에 맞는 곳에 모여 살든지, 임대 건설 지원책은 고의 부도를 일삼는 건설업자를 위한 대책으로 보였다.

송파 신도시 건설 등으로 또 다시 100조원의 거품이 생길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개발 이익에 대한 환수장치가 전혀 없는 나라에서 지난 3년간 매년 100조 원 거품을 조장해 놓고 겨우 세금으로 매년 1조원을 더 걷겠다는 게 이번 대책의 핵심이 아니던가.

투기를 근절하고 불로소득을 환수하겠다고 집권 이후 10여 차례 강조했던 대통령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청와대 참모와 집권당의 실세들은 제도를 만들기도 전에 유예기간만을 생각하고 집권 말기에 또 바꾸겠다는 관료의 잔머리에 놀아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번 8·31 정책은 개발 5적에, 개발 5적에 의한, 개발 5적을 위한 대책이다. 해방 후 60년간 개발오적에 의해 부동산정책은 좌지우지됐고 참여정부의 마지막 대책도 마찬가지였음을 목격하게 됐다. 'X파일'과 대선자금 등 부패의 뒤편에 항상 등장하는 건설재벌과 '세금폭탄' 운운했던 언론, 돈에 눈이 먼 학자, 개발정책으로 표를 얻으려는 정치인, 군사독재 시절부터 전혀 변하지 않는 관료가 만들어 낸 걸작품에 대해 경제단체는 환영성명까지 발표하지 않았던가.

부동산공화국인 대한민국의 국민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관심을 가지는 정책이 바로 부동산 정책이다. 이제 시민사회와 지식인들은 정치에만 관심을 기울일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민생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문제에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한다.

경제 민주화가 필요한 이유

우리사회의 정치 분야는 그나마 일정 정도 민주화됐지만 경제 분야는 어떠한가? 경제정의를 바로세우기 위해 부동산투기가 이 땅에서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도 제2의 민주화 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해 시민들과 함께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나섰던 이유를 무어라 설명해야 할지 아들과 딸자식에게 자신이 부끄럽다. 촛불을 들고 또 다시 이 땅의 주인들인 시민들이 경제정의를 이루기 위해 직접 문제해결에 나설 때가 됐다. 부동산문제 해결과 경제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경제민주화 운동을 이루기 위한 범국민 행동조직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