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왜? 나는 책까지 써야 했는가?

토건종식3 2006. 3. 7. 01:08
“강남아줌마들 손익계산서는 이미 나왔다”

‘대한민국은 부동산공화국이다?’ 출간 김헌동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 인터뷰
“8월 대책 엄포만 놨지 알맹이 없다. 참여정부가 만든 거품이라도 빼라”

미디어다음 / 김태형 기자


<대한민국은 부동산공화국이다?>, 김헌동·선대인 지음, 궁리출판, 1만 5000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 아니 부동산공화국이다.”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의 주역 김헌동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의 일갈이다.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8월말 부동산대책 발표가 코앞에 다가왔지만 그의 마음은 편치 않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정책의 내용이나 시장의 움직임을 살펴볼 때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기 힘들 것 같다는 염려 때문이다.

“도대체 어떤 정책으로 얼마만큼의 거품을 제거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김 단장은 현재 정부가 내놓는 부동산 대책에 확실한 정책목표가 없다는 점을 우려한다. 집값을 더 이상 안 오르게 한다는 것인지, 집값을 떨어뜨리겠다는 것인지, 떨어뜨린다면 얼마만큼을 빼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참여정부의 최고위층 인사들이 잇따라 부동산 정책과 관련 ‘초강경’ 발언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김 단장은 “정작 그에 상응하는 구체적인 대책이 나온 게 무엇이 있었느냐”고 반문한다. 김 단장은 “투기세력이 움츠릴 만한 대책이라곤 국세청이 투기꾼 몇 명 세무조사해서 검찰에 고발조치 한 게 전부다”라고 지적한다.

이렇듯 김 단장이 정부의 정책을 불신하게 된 배경에는 오랫동안 부동산과 건설 분야의 문제점을 파헤쳐오며 깨달았던 바가 있다. 대한민국에서 집값 거품이 빠지지 않길 바라는 강력한 기득권 구조가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김 단장은 이 기득권 구조를 ‘개발 5각 구조’라고 명명한다. 재벌-관료-정치권-언론-학자 집단끼리의 검은 유착관계가 바로 그것이다.

김 단장은 최근 이런 기득권 구조의 문제점을 파헤친 책 한 권을 출간했다. 책 제목은 ‘대한민국은 부동산 공화국이다?’. 김 단장은 이 책을 통해 부동산 투기라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고질병의 연원을 진단했다. 각종 부정부패와 특혜논란의 온상이 되어버린 한국 건설 산업의 실태도 고발하고 있다.

“왜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비싼 값을 지불하면서 30년도 못 버티는 형편없는 집에 살고 있는 것일까?” 김 단장은 독자들에게 묻는다. 미디어다음은 책 출간을 맞아 지난 18일 김헌동 단장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8월 대책 엄포만 놨지 알맹이는 없다”
“‘강남 아줌마’들의 손익계산서는 이미 나왔다.”



 


김헌동 단장 ⓒ미디어다음 김준진

8월말 어떤 부동산정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가.

한 마디로 별 것 없다. 집값을 잡겠다고 엄포만 놨지 알맹이가 없다. 지금 거론되는 정책만으로는 집값을 잡기에 대단히 미흡하다. 도대체 어떤 정책으로 얼마만큼의 거품을 빼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정부는 이번만은 반드시 집값을 잡겠다고 벼르고 있는데.

정부가 그렇게 말하지 않은 적이 있었는가. 지금 강남 집값을 봐라. 8월말 부동산대책의 윤곽이 다 나왔는데도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강남불패, 부동산불패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강남 아줌마’들의 손익계산서는 이미 나왔다.

세제강화, 투기이익 환수, 공영개발 확대 등 8월말 정책의 큰 원칙은 그 동안 주장해 왔던 내용이 아닌가.

문제는 시늉만 내고 있다는 것이다. 공급 부문에서 이렇다 할 대책이 하나도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완공후 분양제, 분양원가 공시, 공공보유 임대주택 확대 등 핵심적인 내용이 다 빠졌다. 판교의 경우 일부 중대형 물량만 공공보유 임대주택으로 짓는다고 하는데 무슨 시범사업 하나?

지난달 포스코건설에서는 3450만원이라는 기록적인 평당 분양가를 신청해 물의를 빚었다. 8월말 대책 이후에 또 다시 특정업체가 그런 행태를 반복했을 때 제어할 어떠한 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다. 고분양가 아파트가 주위 시세를 높이고, 높은 시세가 분양가 상승을 불러오는 악순환 고리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세제 강화도 그렇다.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한다는 명분으로 각종 예외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게 다 투기세력에게 빠져나갈 구멍을 주는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불로소득을 얻은 사람에게 그 일부를 세금으로 내라는 것인데 무슨 선의의 피해자인가.



8월말 발표될 내용에 기대할 게 없다는 것인가.

아직 그렇게 단정하기는 이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수준으로는 기대할 게 없다는 뜻이다. 정부안이 강력하게 나와도 입법과정에서 애초 취지가 크게 후퇴할 텐데 지금과 같이 미적미적한 대책으로는 안 된다. 청와대와 총리실의 결단이 필요하다. 이해찬 총리와 김병준 정책실장이 좀 더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 필요가 있다.

얼마 전 청와대 관계자를 만나 이번 부동산정책 발표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세제 강화 이외에는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세제 강화를 통해 집값에 낀 거품을 제거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주택을 투기의 대상이 아닌 주거의 개념으로 바꾸겠다고 호언장담 해놓고 정작 그에 필요한 정책들은 전혀 언급이 없다.

“참여정부가 만들어 놓은 거품이라도 빼라”
“지금 팔지 않으면 막대한 손해 본다는 분명한 경고 있어야”



이해찬 총리 주재로 27일 열린 제4차 부동산정책 당정협의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부동산가격에 낀 거품이 얼마나 제거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참여정부 집권 이후에만 집값에서 200조, 땅값에서 500조원의 거품이 발생했다. 이 부분만 제거해도 부동산 가격이 20~30%는 떨어진다. 참여정부 스스로 부동산 투기가 서민을 ‘배고프게’ 하는 주범이라고 강조했다. 집권 이후 서민들이 ‘배고팠던’ 만큼만이라도 돌려놓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어떤 방향으로 부동산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보는가.

전 국토를 부동산 투기 광풍으로 몰아넣고 성실히 일하는 대부분의 국민이 일할 맛 안 나게 만들지 않았나. 이제는 부동산 가지고 불로소득을 얻었던 바로 그 사람들에게 다시는 투기하고 싶은 엄두가 나지 않게 하면 된다. 그들의 반칙행위를 단죄해야 한다.

그들에게 부동산 가격은 분명히 떨어진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 그것도 큰 폭으로 떨어진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 지금 투기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물량을 시장에 내놓지 않으면 내년 6월 이후에는 회복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손해를 본다는 경고를 보내야 한다.

대통령만 부동산 해법을 알고 있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다 알고 있다. 여의도에 있는 정치인들과 과천에 있는 관료들만 모른 척 하고 있을 뿐이다.

“강도 높은 정책 없으면 오히려 집값 오를 수도”
“투기세력에게 빌미 줘선 안 돼”

 



8월 부동산대책에는 어떤 안들이 포함돼야 하나.

이번에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오히려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하는 반응이 나오는 순간 집값은 걷잡을 수 없이 오른다. 그게 바로 거품의 속성이다.

일단 무엇보다 철저하게 부동산 소유, 거래, 납세 현황을 파악하고 그 정보를 상시 공개하라.(부동산 정보관리법) 도대체 누가, 어디에, 얼마만큼의 부동산을 갖고 있는지 그것조차 제대로 파악이 안 되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실효성 있는 과세정책을 내놔야 한다. 보유세 실효세율을 2008년까지 1%로 강화하고 비거주 목적의 다주택 소유자에게 중과세하라. 2017년까지 1%로 올린다고 하면 강산이 한 번 바뀌고 정권이 두 번 바뀐다. ‘강남 아줌마’들이 정부 정책에 코웃음 치는 이유가 다 있다. (이와 관련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2009년까지 실효세율을 1%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군 건설업체를 시작으로 후분양제를 전면 확대하라. 선분양제를 고집하고 싶다면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고 분양원가 공시를 통해 가격을 규제해야 한다. 감리제도를 정상화(중앙감리제 도입)하고, 분양광고 심의를 강화하라. 토지는 매매계약을 건물은 도급계약을 통해 건설업체가 건물이 아닌 땅값을 부풀려 팔아먹는 빌미를 없애야 한다.



책을 통해 가장 우선적으로 전달하고 싶었던 내용이 있다면.

정부 정책이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이고 누그러질 기미만 보이면 투기 세력은 그 틈을 노리고 준동한다. 수십 년 동안 부동산 불패신화를 유지했던 그들만의 생존 전략이다. 그 빌미를 제공해 주는 게 바로 일부 관료와 정치인, 언론과 학자 집단이다.

또 다시 그들에게 속지마라. 또 다시 그들에게 당하지 마라. 그들이 어떻게 막대한 불로소득을 획득했고 우리 경제에 해악을 끼쳤는지 고발하는 게 이 책의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