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이 띄운 집값, 이명박이 잡을 수 있을것" 미디어오늘 2010.04.06 09:26
[인터뷰] 김헌동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 단장
[미디어오늘 이정환 기자 ] 부동산 거품이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분양이 20만호를 넘어섰을 거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고 거래량이 급감한 가운데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눈에 띄게 집값이 떨어지는 추세다. 건설회사 최고경영자 출신의 이명박 대통령이 집값을 더욱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는데 놀랍게도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만들어 놓은 부동산 규제를 거의 대부분 풀었는데도 부동산 경기가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이유가 뭘까.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사업감시단 단장은 "부동산 정책은 이명박이 노무현보다 훨씬 낫다"고 평가한다. "노무현이 띄운 집값을 이명박이 잡을 것"이라는 도발적인 전망도 내놓는다. 노 전 대통령이 부동산 규제를 남발하다가 보수 기득권 세력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정권을 뺏겼다는 세간의 인식과는 전혀 다른 분석이다. 토건주의의 원조면서 이른바 강부자 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 이 대통령이 집값을 끌어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뜻밖이다.
- 최근 집값이 떨어지는 이유가 뭐라고 보나.
"지난해 8월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했던 말 기억 하나. '집 없는 서민들이 집을 가질 수 있도록 획기적인 주택 정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는 한 마디도 없고 광복절까지 건설경기 활성화만 부르짖는다고 비판이 많았지만 이 대통령은 약속을 지켰다. 이 대통령은 반값도 안 되는 보금자리 주택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좌파 정부라고 불렸던 김대중과 노무현 전 대통령도 하지 못했던 획기적인 부동산 해법이다."
- 보금자리 주택 때문에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고 보는 건가.
"생각해 봐라. 이건 말 그대로 반값 폭탄이다. 서울 강남 평균 집값이 평당 3500만원이다. 송파와 강동은 3천만원이다. 그런데 그 옆에 보금자리 주택을 평당 1100만원짜리를 분양하겠다고 한다. 당신 같으면 헌 아파트를 3500만원 주고 사고 싶겠는가. 강북은 평당 2천~2500만원인데 800만~900만원짜리를 짓겠다고 한다. 파주 교하는 2006년에 1500만원에 분양을 했는데 이번에 분양할 보금자리는 700만~800만원이다. 인천 송도? 갯벌 메워서 허허벌판에 지은 아파트가 1700만원이다. 그런데 보금자리는 800만원이다. 이런 반값 아파트를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60만호를 채우겠다고 했다. 폭탄이 계속 쏟아진다는 이야기다. 집값이 견뎌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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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9년 타워팰리스 평당 분양가가 950만원, 그래도 미분양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강남 분양가 평균은 3500만원, 강북은 2500만원에 이른다. 건설회사들은 지난 10년 동안 단군 이래 최대의 호황을 누렸다. ⓒ연합뉴스. | ||
- 사실 믿기 어려운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건설회사들을 죽이는 정책을 쓸 거라고 예상했겠는가.
"그건 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게 얼마나 계속될지는 알 수 없다. 약속대로 보금자리 주택 60만호를 지을지도 알 수 없다. 그러나 건설회사 출신인 그도 아마 알 거라고 생각한다. 건설회사들이 얼마나 엄청난 폭리를 챙기는지 그리고 그게 얼마나 한국 경제를 좀 먹고 있는지. 만약 그가 적당히 건설회사들 이익 좀 늘려주고 부동산 부자들 행복하게 해주려고 대통령을 한 거라면 모르겠지만 일단 당선되고 난 이상 뭔가 성과를 남기고 싶을 거라고 본다. 적어도 경제를 살린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을 거라고 본다."
- 부동산을 잡아야 경제를 살릴 수 있다, 그 말인가.
"하나마나 한 소리 아닌가.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은 정부 통계로 4800조원이다. 경실련 조사로는 7500조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 1년에 아파트를 50만개씩 지었다. 부동산 가격이 1년에 500조원씩 폭등을 했다. 국내총생산의 절반 규모다. 우리나라 가처분소득의 10배다. 그 결과는 어떤가. 기업들은 현금을 쌓아놓고 있으면서 투자도 하지 않고 당연히 일자리도 줄어들고 성장잠재력도 급격히 위축됐다. 그런데 국민들은 산더미 같은 빚을 짊어지고 있다. 가계부채가 700조원이나 된다. 안타깝지만 이게 모두 김대중과 노무현, 지난 10년 동안 벌어진 일이다. 부정하고 싶지만 사실이 그렇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은 왜 하지 못했을까. 종부세를 때리며 강남부자들과 한바탕 전쟁을 벌이지 않았나.
"부동산 보유세는 필요한 세금이다. 다만 노무현의 종부세는 형평성에 문제가 있었다. 이를테면 강북의 성북동이나 평창동 20억원짜리 단독주택은 종부세를 안 내고 강남의 10억짜리 아파트는 내고, 당연히 반발이 없을 수가 없다. 투기를 막겠다는 명분은 좋았지만 조선일보가 반발했던 것처럼 집 한 채 있는 실 수요자들까지 적으로 만들었다. 종부세가 성공하려면 강남을 타깃으로 할 게 아니라 전국적으로 공평한 기준을 적용했어야 했다. 집 가진 사람들의 부담을 늘릴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투기적 거래를 뿌리 뽑을 고민을 했어야 했다. 나는 노무현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과연 집값을 잡을 의지가 있었던 것일까."
-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이 완전히 실패했다고 보나.
"실패한 정도가 아니라 역대 모든 대통령을 통틀어 최악이었다고 할 수 있다. 대선 공약이었던 분양원가 공개를 끝내 거부했고 분양가 상한제 규제도 계속 풀어줬다. 평당 건축비가 2003년에는 220만원 정도였는데 이듬해에는 285만원으로 뛰었고 그 다음해에는 385만원으로 뛰었다. 그 다음해에는 450만원에 가산비용을 더해 플러스 알파까지 허용했다. 그 결과 어떻게 됐나. 최근에는 평당 건축비가 800만원까지 뛰었다. 네 배가 뛴 셈이다. 뚝섬은 평당 건축비가 2500만원까지 했다. 아파트에 금이라도 발랐나. 이처럼 건설회사들이 마음 놓고 가격을 부풀리라고 길을 열어준 셈이다. 그러면서 세금만 많이 때리면 집값이 잡히나."
- 노무현 전 대통령이 왜 그런 자충수를 뒀다고 보나. 노 전 대통령이라고 부동산 거품을 키운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남기고 싶었겠나.
"일단 경제를 너무 몰랐고 관료들에게 휘둘렸다. 그게 노무현과 386 정치인의 한계였다고 본다. 공급을 늘려서 집값을 잡는다는 도그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분양원가를 공개해서 집값 거품을 잡고 공공은 영구임대, 민간은 후분양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는데 들은 척도 안 했다. '분양원가 공개는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물러섰고 심지어 '공기업도 이윤을 남겨야 된다'는 말까지 했다. 그 결과 노무현 집권 5년 동안 건설회사들은 200만채를 팔아 200조원 이상 폭리를 챙겼다. 정부는 100조원, 민간은 300조원의 토지 보상비를 챙겼다. 한 마디로 부동산 투기꾼들의 천국이었다. 단군 이래 최대의 거품이고 빈부격차와 양극화가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됐던 5년이었다."
- 공급을 늘려서 집값을 잡는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인가.
"박정희가 강남 신도시를 만들었다. 전두환이 목동과 상계 신도시를 만들었다. 노태우는 분당과 일산, 평촌, 산본, 중동 신도시를 만들었다. 그런데 노무현은 파주 교하와 운정, 검단, 한강, 김포, 영종, 청라, 송도, 동탄 1, 동탄 2, 송파 등 신도시를 10개나 만들었다. 그렇게 공급을 늘려서 집값이 잡혔나. 웃기는 소리다. 노 전 대통령이 지은 아파트는 사람이 살기 위한 아파트가 아니라 시세차익을 노리고 사고 팔기 위한 아파트였다. 집값은 계속 뛰고 일단 짓기만 하면 무조건 팔리니까 겉만 번지르르하게 만들어 놓고 해마다 200조원을 나눠먹기 해왔던 거다."
- 지금 집값이 주춤한 게 공급 과잉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 않나.
"지방은 이미 공급 과잉 상태지만 서울과 수도권은 좀 다르다. 서울과 수도권 주택이 모두 600만채다. 그런데 집 있는 사람은 350만가구 밖에 안 된다. 나머지 250만채는 투기적 목적으로 집을 두 채 이상 갖고 있는 사람들 것이다. 집을 사고 파는 게 최고의 재테크였으니까. 집값을 충분히 낮추지 않으면 공급을 아무리 많이 늘려도 집 없는 사람은 줄지 않는다. 세금을 때리면 뭐하나. 노 전 대통령은 집값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냥 시장에 맡겨두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단군 이래 최고의 부동산 거품을 방치하고 건설회사들이 국민들 등골을 빼 먹고 있는데도 마냥 방관했다."
- 그래서 이명박은 노무현과 다르다는 이야기인가.
"이명박을 믿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보수와 진보로 갈려서 친 이명박 반 이명박으로 싸울 게 아니라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게 뭔지 고민해 보자는 거다. 나는 민주당을 얼치기 진보라고 생각한다. 사이비 짝퉁 진보라고 생각한다. 정권을 뺏겼으면서도 왜 뺏겼는지도 모르고 되찾아 올 생각도 없는 것 같다. 봐라, 이명박이 집값을 잡고 있다. 노무현이 못 했던 반값 아파트를 쏟아내고 있다. 맘만 먹으면 반의 반값 아파트도 가능할 거라고 본다. 조금만 노력하면 집을 살 수 있는 그런 때가 올지도 모른다. 집을 사고 팔아서 연봉의 수십배를 버는 그런 시대가 끝날지도 모른다.
민주당은 대안이 있나. 우리가 진짜 진보라고 주장하는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은 어떤가. 제대로 된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적 있나. 스스로 진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서서 이명박을 압박해야 한다. 반값 아파트를 더 늘리고 모든 집값을 반값으로 떨어뜨려야 한다. 그래야 한국 경제가 살아난다. 오세훈이 하고 있는 서울시 장기 임대주택을 봐라. 얼치기 진보가 못한 걸 보수가 하고 있다. 부끄럽지 않은가. 지금이라도 실패를 바로 보고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정권을 되찾아 오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 이명박을 지지했던 보수 기득권 세력이 부동산 폭락을 가만 두고 볼 것 같은가. 과연 이 정부가 자신들의 지지 계급과 계층을 배반하는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을까.
"사실 아직까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최근 집값이 떨어지는 게 공급 과잉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이런저런 연구소에서 나오는 보고서 나오는 거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소득 대비 집값이 너무 높기 때문이라는데 그건 노무현 때도 마찬가지였고 김대중 때도 마찬가지였다. 집값이 떨어지는 건 더 이상 오를 거라는 기대가 없기 때문이다. 이명박이 지금 그걸 보여주고 있다. 이명박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보금자리 주택 60만호 건설 계획이 시장에서는 부동산 거품 붕괴의 신호로 받아 들여진다.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조선일보는 이런 위험을 감지하고 있는 것 같다. 집값을 띄우라고 뽑아줬던 이명박이 집값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조선일보는 알고 벌써부터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다른 신문들은 아직도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심지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보금자리 주택이 서민들이 사기에는 너무 비싸다는 둥 정신나간 소리만 하고 있다. 한심한 일이다. 나는 경향신문이나 한겨레가 노무현의 부동산 정책을 제대로 비판한 걸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시세의 반값도 안 되는 보금자리 주택이 비싸다고?"
- 일단 시장에 신호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성공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이야기인가.
"그렇다. 보금자리 주택 평당 1100만원은 앞으로 강남 집값의 기준이 될 것이다. 만약 이명박이 약속대로 보금자리 주택 60만호를 쏟아내면 3500만원 하던 집값이 1100만원까지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강북은 2500만원짜리가 800만원까지 떨어지게 된다. 여기에다 토지임대부 건물분양을 하게 되면, 사실 이건 홍준표 의원이 발의한 한나라당 당론이기도 한데, 반의 반값 이하까지 낮추는 것도 가능하다. 그런데 지금 누가 집을 사려고 하겠는가. 시장은 이미 알고 있다. 빚내서 집 산 사람들은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부실한 건설회사들은 망할 수밖에 없고 이들에게 대출을 해준 금융회사도 큰 손실을 보게 될 것이다. 노무현이 말로만 떠들고 손도 못 댔던 부동산 시장 개혁을 이명박이 하고 있다는 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이명박 반값아파트가 부동산 잡았다”
시사IN | 박형숙 기자 | 입력 2010.04.19
4월7일, 김헌동 단장(경실련 아파트거품빼기운동본부장 및 국책사업감시단장)을 만나러 서울 혜화동에 있는 경실련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마침 그의 방으로 서류 상자가 무더기로 도착됐다. 서울시를 상대로 2년여간 벌인 정보공개 청구소송 끝에 따낸 성과물이었다. 서울시산하 SH공사가 발주한 장지·발산·상암 지구 22개 단지 아파트 분양원가의 세부 내역서들이었다. 그동안 서울시는 부분적으로 원가 공개를 해왔지만 이번처럼 '하도급' 단계(51개 공사 항목)까지 공개한 것은 처음. 아파트 분양가의 '실비'를 정확히 알 수 있게 된 셈이다. 김헌동 단장은 "앞으로 2, 3주에 걸쳐 분석해봐야 알겠지만 그동안 공개된 '도급' 단계의 분양원가도 10∼20% 부풀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경실련이 자체 조사(미발표)한 바에 따르면, 서울 민간택지 중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사례는 단 3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장동 '힐스테이트'(현대건설), 만리동 '서울역리가'(LIG건설), 상봉동 '프레미어스 엠코'(현대엠코)가 그곳이다. 김헌동 단장은 "우여곡절 끝에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 상한제도가 도입되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하며 그마저도 폐지될 상황에 처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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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윤무영 김헌동 본부장 |
맞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 상한제가 여론의 무관심을 틈타 은근슬쩍 폐지될 위기에 처했다. 참여정부 시절, 정부와 여당이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2007년 4월이 되어서야 새로 지은 아파트를 살 때 원가가 얼마인지 알 수 있도록 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를 계기로 당시 주택공사(현재 LH공사)는 전국 88개 단지의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철석같이 약속했다. 서울시장 재임 시절, 서울 상암7단지 아파트의 원가를 공개해 SH공사가 분양원가 대비 40% 정도의 폭리를 취한 사실을 공개해 여론의 지지를 받았던 데다, 대선 공약으로도 분양원가 공개를 내세웠던 터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한발 더 후퇴해 국회에선 폐지 법안이 계류되어 있고, 이미 경제자유구역과 관광특구에 한해서는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는 법안이 지난달에 처리되었다.
김헌동 단장은 기가 찼다. 2004년 출범한 경실련 아파트거품빼기운동본부의 책임자로서 지난 6년의 운동 성과를 고스란히 원점으로 되돌릴 판이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지난 2년이 그에게는 공백기였다. "지쳤었다"라고 한다. 새벽 2시 이전에는 잠들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지냈다. 건설회사에서 20년 동안 일하면서 익힌 현장의 '동물적 감각'을 바탕으로 1997년부터 경실련에서 부동산 시장의 거품 빼기 운동에 헌신해왔다. 또한 < 대한민국은 부동산공화국이다? > 를 펴내 건설사·관료·정치인·언론·전문가로 이어지는 '개발 오적'을 지목했으며, 2007년 대선을 앞두고는 "토건 대통령을 뽑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 문제는 부동산이야 이 바보들아 > 를 출간했지만 결과적으로 효과는 없었다. 그 뒤 "이명박 정부를 지켜봤다"라고 한다.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그는 격앙되었다. '민주정부 10년'의 부동산 실기(失機)를 비판하는 대목에서는 분에 못 이겨 책상에 있던 책을 바닥에 메다 꽂기도 했다. "노무현이 아파트를 투기도박 상품으로 만들었다" "민주 정부가 더한 토건 정부였다"라는 등의 거친 언사를 쏟아냈다. "합리적 시장주의자, 급진적 주거복지론자"( < 부동산 계급사회 > 의 저자 손낙구), "우리보다 더 과격하다"라(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는 그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성격에도 통하는 듯싶었다.
폐지 위기 처한 '분양원가 공개'
최근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그의 진단 역시 도발적이었다. 높은 분양가 등의 이유로 수도권 민간 분양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버블 붕괴설'까지 나오는 상황에 대해 김 단장은 "이명박의 보금자리주택 효과"라고 단언했다. "이명박이 규제 다 풀어주고 부동산 폭등시켜놨지만 갑자기 정신을 차렸는지 보금자리 정책을 내놨다. 8·15 경축사에서 '집 없는 서민들이 집을 가질 수 있는 획기적인 주택 정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뒤 실제로 수도권 곳곳에 '반값 폭탄'을 떨어뜨리고 있다. 보금자리 주택은 주변 시세의 50∼70% 수준이다. 강남의 평균 집값이 평당 3500만원인데 내곡·세곡동 보금자리 분양가가 1000만∼1200만원이다. 강남에도 이 정도면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걸 이명박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강북은 평당 2500만∼2000만원인데 800만∼900만원짜리 아파트를 짓겠다고 한다. 이런 걸 3년 동안 60만 채를 쏟아내겠다지 않나. '노무현의 판교'를 20개 더 짓겠다는 소리다. 보수 꼴통도 하는데 노무현은 왜 못했나. 파주 교하가 1500만원, 판교는 1600만원, 갯벌을 메운 송도를 1700만원에 분양했다. 노무현은 자기 지지자들은 가정불화에 시달리게 했고,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부자로 만들어줬다. 그 결과 '고소영·강부자' 정권이 탄생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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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위례신도시 보금자리주택의 사전예약에 접수창구마다 청약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
다른 요인을 물었다. 집값이 대세 하락기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에는 인구감소랄지, 공급과잉이랄지, 가계부채랄지 '구조적 요인'이 작용하는 것 아닌가 라고 물었더니 그는 보금자리 외에는 다른 변수가 없다고 확신했다.
"세계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 9월부터 2009년 1월까지 부동산 가격이 30%가량 하락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갖가지 부양책으로 부동산 시장을 떠받친 결과, 2009년 2월부터 다시 반등해 원상회복되었다. 올 초 부동산 전문가들이 어떻게 전망했나 급격한 하락은 없고 물가상승률 이상은 오를 것이라 하지 않았나. 불과 두세 달 전 얘기다. 그렇다면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보금자리 외에는 없다."
아닌 게 아니라, 지난해 10월 이후 보금자리 주택 관련 소식이 부동산 시장을 압도하고 있다. 위치 선정→분양가 발표→경쟁률 발표 식으로 거의 2주 간격으로 내 집 마련이 간절한 실수요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그 결과 미분양은 쌓이고 거래는 끊겼으며 보금자리 주변 시세는 떨어지고 있다는 게 김 단장이 말하는 '보금자리 효과'였다. "이명박이 '두 달 간격으로 새집을 싸게 내놓을 테니 업자들의 말에 속지 말라'는 '사인'을 시장에 보내고 있는 것이다."
때문인지 '보금자리 흔들기'도 감지된다. 보금자리가 주택 시장의 침체를 부채질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식의 비판 보도가 속속 나온다. 이에 대해 김 단장은 "잘하는 건 잘한다고 칭찬해주면 더 잘할 수 있지 않겠나. 무조건 비판하고 흔드는 건 반대 세력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재벌 건설사들은 이명박이 (대통령) 되고 부동산이 엄청 뛸 거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이명박이 2009년 6월부터 재벌에게 투자를 촉구했다. 그런데 안 했다. 우리나라 건설 재벌들 외환위기 거치면서 250만 채 아파트를 1억씩 바가지 씌워 팔았다. 그렇게 벌어들인 250조원을 쌓아두고 있다. 아파트 사업은 노조도 필요없고, 공장도 필요가 없고, 돈 없어도 짓는다. 그런데 일자리 투자? 왜 하겠나."
'김헌동의 집값 잡기'는 간단하다. 원가를 소상히 공개하면 된다. 그럼, 이명박 대통령의 반값 아파트를 반의 반값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정부(LH공사)와 서울시(SH공사)를 상대로 끈질기게 분양원가 정보공개 청구소송을 벌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끝으로 그는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55점'쯤 된다며 몇 가지를 당부했다. "더 이상 토건족들에게 아파트 도박비를 대주지 마라. 대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시작하고, 10∼20년 전세로만 살 수 있는 장기 임대주택 확대하고, 보유세 올리고 금융 규제하면 85점 될 수 있다. 서민에게 한 달에 20만원씩 '주거급여'를 지원하는 주택 바우처 제도까지 하면 90점이다." 20대 토건 말단으로 시작해 70대 토건 대통령이 된 이명박 대통령을 향한 김헌동 단장의 '토건 종식' 메시지다. 박형숙 기자 / phs@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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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 1억 원대 아파트 공급도 가능하다" 김헌동 경실련 국책사업단장
김헌동 경실련 국책사업단장은 스스로를 '독립군'이라고 칭했다. 대기업 건설사를 다니다 지난 2004년 경실련에서 '아파트 거품 빼기 운동'을 시작한지 7년, 부동산 정책만을 잣대로 놓고 평가하자면 "한나라당도 민주당도 똑같이 토건당"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문제는 부동산이 한국 경제, 특히 서민 가계에 차지하는 영향을 볼 때 민주당도 집권 기간 동안 '경제 정의 실현'이라는 목표와는 거꾸로 갔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최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노무현 정부보다 낫다"는 평가를 해 논란을 일으킨 그는 그간 숱한 '악플'에 시달렸음에도 불구하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정치적 입장에 기반한 평가가 앞서선 안 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건설사 CEO 출신으로 4대강 사업 등 토건 정책을 핵심 국정 운영 사업으로 하고 있고, 집권 첫해 그리고 최근까지도 부동산 규제 완화를 통한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쓰고 있지만, 그의 서민 주택 정책인 '보금자리주택'을 이런 연장선상에서 봐선 안 된다고 말했다.
강남 '노른자' 땅에 시세의 50~70%에 달하는 가격으로 적지 않은 물량의 신규 주택을 공급하는 게 수도권 아파트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결코 작지 않다는 게 그의 평가다. '좋은 새집이 반값으로 나오는데 비싼 헌집을 사는 건 손해'라는 아주 단순한 원리가 현재 부동산 시장에 감도는 전운의 실체라는 주장이다.
김 단장은 또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을 반대하는 게 누구인지 주목할 것을 당부했다. 한나라당, 국토해양부 등 정권 내부에서도 그다지 반가워하지 않고 있다. 건설업계와 조중동 및 경제지들은 거세게 저항하고 있다. 또 다른 편에서 부동산 거품이 빠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진보진영도 서민주택이라고 하기에는 비싼 가격 등을 이유로 비판하고 있다. 정치적인 입장을 떠나 좀 더 전략적 사고를 하는 게 필요하다고 김 단장은 주장한다.
"거품은 생길 때 막아야지 그때 막지 못하면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는다. 생길 때 75%의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꺼질 때 20%의 사람이 고통을 받는다. 부동산 거품으로 득을 보는 것은 5% 극소수에 불과하다."
'부동산'이 노무현 정부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건 부동산 거품이 끼는 것을 막지 못해서다. 그리고 이 '거품'은 이명박 정부로 넘어왔다. 현 정부에 대한 정치적 호불호를 떠나 더 이상 키우거나 방관해서는 안 되고 꺼트려야 하는데 보금자리주택은 이를 위한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다음은 3일 서울 혜화동 경실련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 전문이다. <편집자>
ⓒ프레시안(김봉규) |
부동산 거품 빠져야 한다던 사람들이 왜 반값아파트 비판하나
프레시안 : 최근 이명박 정부의 반값아파트 정책이 집값을 잡았다는 평가를 내놓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김헌동 : 부동산 시장에 대해 잘못 알거나 잘못 알려진 게 많아 답답하다. 부동산과 주택정책에 대한 판단이 일관되지 못하고 정치적인 해석이 앞서는 게 사실 못 마땅하다. 우리사회에서 경제정의를 말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잣대가 부동산이다. 정의로운 경제는 대다수 서민들의 희망이고 꿈이고 우리가 이뤄가야 할 목표인데, 정치적인 해석을 한다거나 정쟁거리로 삼는 것은 답답하다.
프레시안 : 이명박 대통령은 건설사 CEO 출신이다. 또 한나라당은 아무래도 부유층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경향이 있다.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도 부동산 부자를 겨냥한 규제 완화 정책도 중요한 한축을 형성하고 있고, 다른 한 축은 서민주택정책을 표방하는 보금자리주택이다.
김헌동 : 두 가지 모두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에서 공약했던 정책 방향이다. 대통령이 되면 부동산 규제를 풀고 세금을 낮추겠다고 했다. 또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어쨌든 자기가 약속했던 것을 하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반값 아파트' 정책을 다른 것보다 늦게 썼다. 종부세 등 세제 완화는 6개월 만에 했고, 다른 부동산 규제들도 1년 만에 풀어줬는데 반값 아파트 정책만 1년 반 뒤에 시행했다. 그 원인은 관료들의 저항 때문이다. 관료들과 조중동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보금자리주택의 효과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현재 집값은 하향 안정되고 있다. 지금이 '반값 아파트'만 제대로 하면 더 빠른 속도로 버블을 제거해나갈 수 있는 기회다. 그런데 부동산 거품이 빠져야 한다고 주장하던 사람들이 보금자리주택을 비판하고 있다.
반면 노무현 대통령은 어땠나. 만날 집값을 잡겠다고 했지만 임기 내내 집값이 오르기만 했다.
프레시안 : 하지만 노무현 정부도 집값을 잡기 위해 여러 가지 규제책을 썼다. 종부세 도입 등 부동산 세제 강화가 대표적이다.
김헌동 : 주택 정책은 크게 5가지가 있다. 주택공급 정책, 주택금융 정책, 주택세제 정책, 주택거래 정책 등이 있는데 이 정책들이 상호 영향을 미치면서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한두 가지로 해석한다. 종부세를 완화하면 집값 오른다. 그렇다면 종부세를 높이면 집값이 떨어지냐. 단기간에 등락은 없다. 중장기적으로는 가격이 낮아지겠지만. 이처럼 중장기적으로 작용하는 정책이 있고, 단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이 있다.
노무현 정부의 '10개 신도시'도 그린벨트 풀어 만들었다
프레시안 : 보금자리주택은 집값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라는 얘기인가.
김헌동 :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새집이든 헌집이든 시장에 매물이 많이 나와야 한다. 우리나라는 보통 시장에 300-400만개의 매물이 있다. 전체 주택이 1600만 개인데 집 없는 사람이 40%다. 누군가 400-500만 개 한 채 이상씩 더 갖고 있다는 것이고, 이 물량은 집값이 떨어질 거 같으면 매물로 나오고, 오를 거 같으면 매물로 나오지 않는다.
또 연간 40-50만 개의 신규 주택이 시장에 공급되는데, 이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새집이라는 이유로 기존 헌집보다 높은 가격으로 분양가격이 결정돼 나오면 기존 주택 값이 따라 올랐다. 1989년 노태우 정부 때 주변 집값의 60-70%로 새 아파트가 공급된다는 사인이 있으니까 90년대 초반 집값이 안정됐다. 반면 노무현 정부 때는 판교 신도시 등 새 아파트가 높은 가격으로 공급되니까 주변 집값이 덩달아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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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 보금자리주택이 미치는 영향은 가격에만 있지 않다. 그린벨트를 대거 풀어 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다른 공익적 가치를 훼손하는 정책이다.
김헌동 : 노무현 정부는 수도권에 10개의 신도시를 만들었다. 판교, 용인, 파주, 동탄 1-2, 검단, 김포, 송도, 청라, 영종, 송파까지. 여기에도 그린벨트 지역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 분양가가 어땠나. 파주가 평당 1400-1500만 원, 송도와 청라가 1300-1400만 원, 판교는 1200만 원에서 비싼 곳은 2000만 원까지 갔다. 동탄은 800-1200만 원 선이었다. 이것과 비교할 때 강남에서 평당 1100만 원에 분양하는 게 비싼 건가?
프레시안 : 노무현 정부가 '투기세력과 전쟁'까지 선포하면서 집값을 잡으려고 했지만 실패한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김헌동 : 나는 솔직히 노무현 정부가 집값을 잡으려는 의지가 있었는지도 의심스럽다. 경실련에서 아파트 거품빼기 운동을 시작한 게 2004년 2월이다. 그에 앞서 2003년 말 사법부에서 주공과 서울시 도시개발공사에 분양원가를 공개하라고 판결을 내렸다.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분양원가를 공개하려고 했다. 근데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와 국무총리실에서 저지했다. 분양원가를 공개하더라도 정부와 협의해서 하라고.
또 노무현 대통령은 2004년 2월 취임 1주년 기념으로 중앙일보 홍석현 사장과 인터뷰를 했다. 그때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 공공의 분양원가는 공개하도록 하겠다. 다만 민간은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 거 같아 검토와 논의를 더 해야겠다고 말했다. 그 직후 2004년 3월 대통령 탄핵 사태가 있었고, 그해 4월 총선에서 여야 모두 공약으로 공공 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를 내걸었다. 탄핵 역풍으로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153석이라는 과반 의석을 확보했고, 노 대통령도 업무에 복귀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말이 바뀌었다. 노 대통령은 그해 6월9일 민주노동당 의원들과 청와대에서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공기업도 장사다. 분양원가 공개가 개혁이 아니다. 공개하지 않는 게 시장원리다. 이건 내 소신이다. 열린우리당이 내 소신을 모르고 공약했다면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일주일 있다가 언론사 경제부장단과 간담회를 하면서 "한나라당은 무책임하다. 분양원가 공개가 장사원리에 맞지도 않지만 공개되고 분양가가 규제되면 버블이 꺼져서 일본처럼 장기불황이 될지도 모르는데 시장원리를 주장하는 한나라당이 그런 무책임한 공약과 발언을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이런 발언을 보면 노 대통령은 집값을 잡을 생각이 없었던 게 아닌가 싶다.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선 집값을 잡으면 안 됐다. 행복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 동북아 물류중심 국가를 위한 인천 송도, 청라, 영종 등 신도시 개발, 전국 각지의 혁신도시 등은 모두 분양가를 통제해선 안 된다. 분양가를 통제하면 개발이익이 환수가 안 되니까 사업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는 특별한 경제정책이 없기 때문에 토건사업의 물량을 줄여선 경제를 지탱해 나가기 힘들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노무현 정부는 2004년부터 임기 말까지 국무총리실에 규제개혁단을 만들었는데, 여기에 삼성과 전경련 직원 수십명이 사실상 파견 와 있었다. 거기서 전경련 직원들이 공무원과 같이 재벌들이 일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없애는 작업을 했다. 그 과정에서 나오는 것들이 각종 개발 특별법이다. 대표적인 게 2005년 12월31일 만들어진 도심재정비 특별법, 뉴타운 특별법이다. 이 법은 2006년 7월1일 시행됐다.
많은 사람들이 뉴타운을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했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한 뉴타운은 가짜다. 택지개발촉진법으로 한 신도시다. 은평 뉴타운은 은평 신도시다. 미아뉴타운은 고건 서울시장의 미아 재개발을 확대한 것이다. 그리고 이름만 뉴타운이라고 붙였다. 뉴타운 특별법은 2006년 지방선거를 이기려고 열린우리당이 만든 법이다. 뉴타운 때문에 2006년 강북지역 땅값이 폭등했다.
뉴타운특별법, 열린우리당이 만들고 한나라당이 재미 봐
프레시안 : 정작 2006년 지방선거에서 뉴타운을 적극 활용한 것은 한나라당이다.
김헌동 : 맞다. 한나라당도 반대할 이유는 없는 법이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사학법 개정 문제로 시위 중이었다. 뉴타운 특별법은 열린우리당이 단독으로 처리한 법이다.
프레시안 : 노무현 정부가 토건정책을 통한 경제성장을 도모했다고 비판했지만 이명박 정부도 마찬가지다. 3년간 30조 원 가까운 재정을 투입하는 4대강 사업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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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동 : 노무현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 사업이 타당성 검토를 했다는 얘기 들어봤냐. 절차적 하자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세종시는 최소 50조 원 짜리 사업이다. 영종, 청라, 송도 등은 150조 원 짜리 사업이다. 이들 사업이 이전부터 국토개발계획에 있던 것인가.
물론 이명박 정부의 대운하 정책은 문제가 있다. 그걸 하려고 시도하다가 반대가 너무 심하니까 4대강 사업으로 바꿔서 추진하고 있다.
토건 물량이 노무현 정부 때는 200-250조 원에 달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120-150조 원 수준으로 반토막이 났다. 물론 이는 경제위기 탓이 크다. 아파트가 안 팔리니까 건설경기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내 얘기는 어쨌든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나 둘다 토건당이라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토건 출신이라고 이명박과 한나라당만 토건당이라는 게 아니다. 그런 점에서 다음 대선에서는 더 큰 개발공약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그런 개발공약으로 국민들을 현혹하지 못하게 하는 법, 제도를 만드는 일이다. 사업성이 검증되지 않은 사업을 공약하거나 국토계획이 없던 일정 정도의 개발계획을 공약하는 정치인은 선거법을 통해 퇴출할 수 있도록 하거나, 이게 너무 과하다면 공약은 하되 당선 후 사업 추진을 위해선 환경영향평가 등 반드시 검증을 거칠 수 있도록 강력한 통제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보금자리 반값아파트 비싸다 해서 분양값이 내려갔나
프레시안 : 서민주택정책 차원에서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평가를 좀 더 얘기하면, 주변 시세에 비해 싸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서민주택'이라고 이름 붙이기엔 비싸다고 할 수 있다. 최근 2차 보금자리지구 사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범사업에 비해 10% 정도 가격을 올렸다. 강남의 경우 30평형대를 분양 받으려면 5억 가까이 필요하다.
김헌동 : 노무현 정부에서도 신도시 10개 만들 때 다 서민을 위한 주택을 짓겠다고 했다.
지금 보금자리주택과 '반값 아파트'를 흔드는 게 누군가. 민간 건설업자들과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적는 조중동과 경제지다. '반값 아파트'를 당론으로 채택했던 한나라당이 보금자리주택에 대해 홍보하는 거 들어봤나. 주무부서인 국토해양부에서 보금자리주택을 얘기하는 걸 봤나. 안 한다. 지금 다들 반값 아파트를 안 하려고 난리다.
진보진영은 어떤가. 비싸다고 걱정하지만 그렇다고 값이 떨어졌다. 오히려 오르지 않았나. 반값 아파트를 흔드려는 토건족들에게 힘을 더해준 꼴이 되지 않았나. 좀더 전략적인 사고를 했으면 좋겠다. 단지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기 때문에 따져보지도 않고 흠집 내려는 태도는 문제다. 그렇다고 주택정책에 대해 민주당이 대안을 내놓는 게 있나. 대안이 없는 야당은 왜 질타를 안 하나.
정권 내부 사정을 좀더 들여다보면 지금 반값 아파트 정책은 이명박 대통령과 LH공사 사장인 이지송이 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과 국토부는 반대하고 있다. 왜 토건족들이 싫어하니까. 그동안 그들과 유착해왔던 관료들은 저항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반값 아파트 정책이 왜 1년 반 뒤에나 나왔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관료들의 저항이 심했다. 대통령이 반값 아파트 정책을 내놓을 것을 국토부에 지시했는데 두 번이나 꼼수를 부린 정책을 올린 것으로 알고 있다. 처음에는 51%는 기업펀드가 사고, 개인은 49%를 내는 지분형 아파트를 내놓았다. 결과적으로 가격은 그대로인 것이다. 그게 아니라고 하니까 1년 후에 내놓은 게 홍준표 의원이 내놓았던 반값 아파트였다. 토지는 건설사가 갖고 건물만 파는 반값 아파트 정책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나라 최초로 민간고층아파트를 건설한 한국도시개발(주)라는 현대계열의 사장 출신이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를 그가 만들었다. 그래서 분양가격을 어떻게 하면 낮출 수 있는지 가장 잘 아는 몇 안 되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이 대통령은 2009년 8월15일 경축사에서 획기적인 주택정책을 내놓겠다고 하더니 며칠 뒤 LH 초대사장으로 자신의 측근인 이지송 전 현대건설 사장을 임명했다. 국토부는 관료 출신 인사를 앉히려고 했는데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을 임명한 것이다. 이지송 사장은 이 대통령과 현대건설에서 20년 이상 호흡을 맞췄던 사람으로 마찬가지로 아파트 전문가다. 그리고 나서 나온 게 보금자리주택, 반값 아파트 정책이다.
내가 이명박 정부 부동산정책 점수를 50점을 줬다. 보금자리주택 정책을 발표하기 전에는 30점도 안 됐다. 25점을 줬던 노무현 정부랑 비슷했다. 하지만 보금자리주택 정책을 발표하고 나서 50점으로 올렸다. 그래도 낙제 점수다.
프레시안 : 보금자리주택은 기본적으로 공급정책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110%에 달하고 서울과 수도권의 과밀화는 심각한 문제다. 언제까지 공급을 통해 집값을 잡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김헌동 : 물론 무한정 집을 지을 수는 없다는 건 맞는 지적이다. 특히 우리 주택은 너무 불량품만 만들어진다. 값만 비쌌지 저질 상품이 만들어진다. 선분양 제도 때문이다. 선분양 제도는 건설사만 좋은 정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당장 수도권 집값을 버블을 빼는 게 중요하다. 수도권은 국토 전체 면적의 15%밖에 안 된다. 그런데 전체 주택의 50%가 있고 대한민국 주택 가격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이 버블을 빼지 않으면 한국 경제에 계속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래서 반값 아파트라는 충격 요법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 얼마전 이명박 정부가 미분양주택을 매입하는 등 미분양주택 지원책을 발표했다. 현재 수도권에도 미분양이 생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금자리주택을 통해 주택을 대량 공급한다는 것은 상호 모순이다.
김헌동 : 미분양주택은 그냥 놔두면 된다. 정부가 사주면 으레 그럴 줄 알고 고분양가를 안 내리고 버틴다. 이미 버릇이 돼 버렸다. 10년 전 김대중 정부 때부터 버릇을 잘못 들였다. 당시 외환위기 직후 집값이 크게 떨어지면서 김대중 정부도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집중적으로 썼다. 김대중 정부 때 100가지 규제를 풀고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이면서 토건기업의 버릇을 잘못 들였다. 노무현 정부도 미분양 아파트를 분양가의 70% 수준으로 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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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 1억원대 아파트 공급도 가능하다
프레시안 : 보금자리주택에 대해 칭찬하지만 전체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정책의 점수는 50점 밖에 안 된다고 평가했는데 어떤 정책을 쓴다면 점수를 더 주겠나.
김헌동 : 우선 약속을 지켜야 한다. 반값 아파트를 내놓기는 했는데 토건족과 보수언론들의 흔들기로 2차에서는 분양가가 올라갔다. 반값 아파트를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내놓아야 한다. 또 한나라당의 당론인 토지공공보유 건물분양을 이행하면 반의 반값 아파트도 나올 수 있다. 그러면 강남에 1억 원대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분양원가를 공개해라. 지금 주택시장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거도 없이 높은 건축비 기준으로 고분양가를 조장하고 있다. 국가소유의 갯벌을 매립한 송도와 청라조차 분양가격이 1500만 원대이고, 명품도시 만든다던 광교신도시가 평당 1000만 원을 넘었다.
민간의 분양원가 공개가 어렵다면 후분양제를 실시해야 한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약 300만 명이 '고분양 폭탄'을 하나씩 들고 있다. 송도, 청라 같은 경우에도 들어가 살아보지도 못했는데 집값이 5000만 원, 1억 씩 떨어져 고통을 받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이 사람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부동산 거품은 생길 때 막아야지 생길 때 막지 못하면 엄청난 사람이 고통을 받는다. 거품이 생길 때 70%가, 꺼질 때 25%가 고통 받는다. 부동산거품을 통해 이득을 보는 사람은 소수 투기꾼들과 토건족들 밖에 없다. 95%가 고통을 받는다.
내가 노무현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금의 거품을 만든 정권이 누구인가? 이건 의도했든,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능력이 없어서 못 막았든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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