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척결

표준품셈, 시장단가 수십조 예산이 줄줄 샌다

토건종식3 2011. 3. 16. 23:29

표준품셈, 수십조 예산이 줄줄 샌다


2005년 5월 17일 (화) 14:13  미디어다음/ 김태형 기자 

대형 건설사들은 정부나 공기업이 발주한 공사를 따내면 실제 공사비보다 훨씬 많은 공사비를 보장받지만, 하도급을 줄 때에는 가장 낮은 비용을 지출한다. 대형 건설사들이 직접 시공도 하지 않고 공사 물량을 수주하고 하도급을 주는 과정에서 얻는 차익은 전체 공사비의 3분의 1 가량 된다.

대형 건설사들이 손쉽게 큰 돈을 벌 수 있는 이유는 우선 입찰 단계에서부터 제대로 된 가격경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정부가 공사비 산정의 기준으로 삼는 ‘건설공사 표준품셈’ 자체가 워낙 부풀려져 있기 때문에 이런 막대한 차익을 남길 수 있다.

건설교통부는 현행 표준품셈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해 나가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극히 일부 사업에서만 제한적으로 폐지하고 있다. 경실련 등 시민단체에서는 하루 속히 표준품셈 제도를 폐지하고 시장 가격을 그대로 적용하는 실적공사비 적산제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표준품셈제도, 연간 수십 조원 예산 낭비 초래


1일 울산지역 건설플랜트 노조원 3명이 울산시 남구 부곡동 SK의 중질유분해공장 프로판분리탑위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단계 하도급 문제와 더불어 건설업계 종사자들이 지적하는 또 하나의 구조적인 문제는

공사비 산정의 기준이 되는 현행 ‘건설공사 표준품셈’(이하 표준품셈) 제도의 비합리성이다. 표준품셈이란 정부나 공기업에서 시행하는 건설공사에서 적절한 가격이 얼마인지를 산정하는 기준이 되는 지표를 일컫는다.

공공부문 공사의 경우 표준품셈과 물가조사자료 등을 근거로 예정가격을 책정하고, 입찰에 참여하는 대형 건설업체들은 여기에 맞춰 가격 경쟁을 벌이고 설계비용을 산출한다. 문제는 표준품셈과 물가조사자료가 상당 부분 부풀려져 대형 건설업체들의 이익만을 보장하는 제도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표준품셈은 30년 전 만들어질 당시와 크게 변화가 없어 그 동안 이뤄진 기술 개발이나 장비 개선 효과가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않다. 새로운 건설기술의 개발과 효율성 향상 등으로 공사 단가를 낮출 수 있는 부문이 많았음에도 건설사의 이해 관계에 따라 그 실적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덤프트럭 운송비용만 해도 차량 성능이나 도로 여건 등이 30년 전보다 훨씬 향상되었는데 표준품셈에는 이러한 개선효과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덤프트럭 운송비는 다양한 변수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공사비용을 부풀리는 대표적인 분야로 지적받고 있다.

운반 거리, 운반속도, 도로 폭, 도로포장 상태, 교통체증 상황, 덤프트럭 용량 등 하나하나가 운송단가 책정에 큰 영향을 끼치는 변수가 많기 때문에 총공사비의 1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운반단가를 부풀리기가 그만큼 용이하다는 것이다.

15톤 덤프트럭이 대피로 없는 2차선 비포장도로를 시속 30킬로미터로 운행한다는 기준으로 운송단가를 책정해놓고 실제로 25톤 덤프트럭이 4차선 포장도로를 시속 60킬로미터로 운행하기만 해도 공사비를 상당부분 부풀리는 게 가능한 것이다.

정부로부터 부풀려진 표준품셈과 물가조사자료를 근거로 한 공사비를 받는 대형 건설업체가 정작 하도급 업체에는 실제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공사를 주기 때문에 엄청난 중간 차익을 챙겨가는 부당한 구조인 것이다.


공사비 정하는 표준품셈, 건설협회가 관리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

공사비 산정의 기준이 되는 표준품셈이나 물가조사자료가 책임 있는 정부기관이 아니라 이해당사자인 건설협회 등에 의해서 허술하게 관리되는 것도 문제다. 건설업계가 받을 돈의 기준을 건설업계가 관리하게 만들어 놓은 제도 때문에 공사비 부풀리기가 더욱 심화된다는 지적이다.

이런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정부는 2004년부터 건교부 산하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표준품셈 관리업무를 맡도록 했지만 적은 용역비와 짧은 조사기간을 들여 형식으로만 표준품샘을 개선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 업계에서는 정부나 공기업에서 발주하는 국책사업의 경우 공사비 산정의 기준이 되는 표준품셈이 적어도 20~30%는 거품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하는 예정 가격의 85% 선에서 공사 입찰이 이뤄지고, 50~60% 선에서 하도급이 이뤄지는 구조로 볼 때 공공공사 비용의 20~30% 정도는 직접 시공도 하지 않는 대형 건설업체와 중간전문건설업체 들의 주머니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일부 대형 건설업체의 이익을 위해 막대한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나 공기업이 이미 발주한 4년치 공사물량이 약 150조원 가량임을 감안해 볼 때 적어도 30조원 이상의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정부도 이런 지적에 대해 일부 문제를 인정하고 작년 3월 현행 표준품셈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해 나가겠다고 재차 밝혔지만, 지금까지 극히 일부 사업에서만 매우 형식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게 문제이다.

 

 

표준품셈 중에서도 덤프운반비 부풀리기가 가장 심각
경실련, 표준품셈 없애고 실적공사비제도 도입해야


 

 

경실련 등 시민단체는 건설공사 표준품셈 제도를 선진국과 같이 시장 가격을 그대로 적용하는 실적공사비 적산제도로 전면 개편하지 않고는 심각한 예산 낭비를 막을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행 표준품셈 제도로는 대형 건설업체가 부풀려진 표준품셈자료와 물가조사자료를 근거로 막대한 차익을 얻는 것을 방치할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다단계 하도급을 통해 전혀 시공을 하지 않고도 실제 일하는 사람 보다 더 많은 이익을 얻는 구조를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S대 건축학과 모 교수는 “덤프연대 파업에서 제기된 문제는 건설산업 전체의 부조리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표준품셈 제도와 하도급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연결된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직접공사비만 수백억 차익

국도 건설현장의 하도급 실태...입찰제도만 바꿔도 수백억 예산 절감

2005년 5월 23일 (월) 8:21  미디어다음/ 김태형 기자 

“정부가 발주하는 공공공사의 예산은 최소한 30~40%는 부풀려져 있다”(경실련 주장)
“공사비도 제대로 못 받아 현장 인부들 노임 제대로 주기도 쉽지 않다.”(한 하도급업체 직원)

위의 두 주장은 언뜻 보면 전혀 상반된 주장처럼 보인다. 하지만 건교부가 2002년과 2003년 발주한 한 국도공사 현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주장은 전혀 상반된 게 아니다. 왜냐하면 국도공사를 수주한 원도급자인 대형 건설업체가 계약상의 수익 말고도 공사비의 수십 %에 달하는 차익을 남기기 때문이다.

특히 최저가 낙찰제를 적용하면 직접공사비가 줄어들어 부실공사가 우려된다고 반대했던 대형 건설업체들이 정작 자신들은 하도급 업체에는 최저가 낙찰제 방식을 적용해 중간에서 막대한 차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2002년 발주한 경기도 성남~장호원 도로 건설공사 2공구 공사 현장. 이 공사에서 A건설 등 대형 건설업체들은 정부로부터 2800억여원에 수주한 공사를 약 60%에 하청을 주고 2004년 5월 현재까지 780억원가량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미디어다음이 이 공사의 설계내역서, 도급계약내역서, 하도급내역서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다.

2004년 5월까지 A건설 등은 정부로부터 받은 총공사비 2853억원 가운데 약 1970억원 어치의 공사 물량을 60.5%인 1190억원에 하청을 줬다. 이를 통해 A건설 등이 챙긴 차익은 780억원 가량이나 됐다. A건설 등은 ‘토공’과 ‘터널공’에서만 364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해당 공사 전량을 하도급 업체에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건설업체 이윤은 이미 간접비에 책정
직접공사비에서는 왜 남기나



A건설 등 대형 건설업체측은 “하도급을 준다고 해도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직원을 투입해 관리하는 비용이 들어간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A건설 등이 가져가야 할 이윤과 각종 관리비용은 이미 간접공사비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직접공사비에서 수백억원을 남기는 이유가 될 수 없다. 

직접공사비란 토공, 구조물공, 터널공 등 공사를 하는데 직접 들어가는 실제 비용을 말한다. A건설 등이 정부와 맺은 계약 금액과 하도급 업체에 하청을 준 금액의 차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는 바로 토공사와 터널공사이다. A건설 등은 이 두 공사를 하청주고 직접공사비에서 각각 72억원과 112억원씩 모두 184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아래 상자기사 참조).

대형 건설업체가 하도급을 주는 과정에서 직접공사비를 줄였다면 두 가지 추론이 가능하다. 하나는 당초 정부의 발주금액이 부풀려져 있었거나, 아니면 발주금액은 적정한데 하도급업체가 부실공사를 할 수밖에 없는 가격에 하청을 줬을 가능성이다.

 

 

바로 옆 구간 공사, 최저가 낙찰제로 바꾸니 설계단가 절반으로


하지만 문제의 공구 바로 옆에서 진행된 공사의 계약 내용을 살펴보면 당초 정부의 발주금액이 얼마나 부풀려져 있었

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서울지방국도관리청이 2003년 4월 2공구 바로 옆의 1공구 공사 발주 내역을 살펴보자. 정부가 공사 발주시 사용한 예정가격은 3301억원으로 공사의 크기나 난이도에서 2공구와 별 다른 차이가 없었다.

1공구 공사를 수주한 업체도 A건설과 다른 3개 건설사의 컨소시엄이다. 그런데 이 공사는 A건설 등이 2공구 때 제시한 가격의 절반 수준인 1478억원(낙찰율 44.8%)이었다. 

2공구 공사보다 정부의 예정가격은 269억원이 올랐는데, 동일한 업체에서 수주한 공사비는 오히려 1375억원이나 준 것이다. 



대형 건설업체들은 불로소득, 하도급업체들은 돈가뭄

어떻게 이런 차이가 발생할 수 있을까. 이유는 입찰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2공구는 턴키 방식으로 입찰을 진행해 정부 예정가의 94.1%에 낙찰된 반면 1공구는 최저가낙찰제 방식으로 낙찰된 것.

경실련 김헌동 공공사업감시단장은 “턴키 입찰은 설계와 시공을 한 업체에 맡기는 방식이지만 국내에서는 업역이 엄격히 분리돼 있어 사실상 적용 불가능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저가낙찰제가 2001년부터 도입돼 낙찰율이 하락하자 대형 건설업체들이 낙찰 가격을 높이기 위한 편법으로 입찰방식을 턴키방식으로 변경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며 “국도공사는 흙을 깎아 덤프로 운반해 다지는 단순작업인데, 이를 턴키방식으로 발주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낙찰율이 보통 최저가낙찰제보다 30%이상 높은 이 방식을 통해 대형 건설업체들은 국민의 혈세로 막대한 불로소득을 올리는 반면 하도급업체들은 돈가뭄에 시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두 현장에서 진행되는 공사의 내용은 사실상 다른 게 없는데도 턴키입찰 방식을 채택하면 국민의 혈세가 엄청나게 낭비되는 셈이다. 이렇게 입찰 방식을 경쟁입찰제 방식인 최저가낙찰제로 바꾸기만 해도 수많은 국도공사 현장 중 한 구간에서만 1000억원이 넘은 예산 절감 효과를 가져 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최저가 낙찰제를 시행하지 않아 얼마나 많은 혈세가 낭비됐을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또 정부의 공사발주 기준인 예정가격이 얼마나 부풀려져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입찰방식에 따라 하청금액이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일부에서는 주장하지만 사실 대형 건설업체에 돌아가는 몫만 달라질뿐 실제 공사원가는 달라지는 게 없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정부의 발주금액은 잔뜩 부풀려져 대형건설업체들의 배를 불리는데 사용되고 정작 공사를 진행하는 하도급업체들은 ‘돈가뭄’에 시달리는 것이다. 


 

정부, 최저가낙찰제 확대시행 약속 거듭 어겨

실상이 이런데도 정부는 최저가낙찰제를 확대 시행하기로 한 약속을 계속 어기고 있다. 지난해 건설교통부는 올해부터 최저가 낙찰제 적용대상을 종래의 500억원 이상 공사에서 100억원 이상 공사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말 갑작스럽게 건설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들며 확대시행을 유보했다. 500억원이 넘는 정부공사는 2004년부터 최저가 낙찰제의 적용 대상이 돼 연간 수조원의 예산 절감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분석됐다. 

미디어다음은 올해 초 4편의 ‘입찰개혁’ 시리즈를 통해 막대한 예산낭비를 막을 수 있고 장기적으로 건설업체의 원가절감과 기술 개발을 유도할 수 있는 최저가 낙찰제의 전면 도입을 위한 관련제도의 실태와 개선 방향을 살펴봤다. 

미디어다음은 당장 최저가낙찰제를 시행할 경우 하도급 업체 등 일선 건설업계 종사자들의 경제상황이 더욱 열악해 질 수 있는 만큼, 계약이행보증제도 개선과 감리감독의 강화 등은 최저가낙찰제 도입과 직결된 건설관련 제도의 구조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 토공사 - 172억원에 받아 63억에 하도급(36.6%), 109억 차액발생


A건설 등이 토공사 명목으로 정부와 계약한 금액은 172억원이다. 이중에서 직접공사비는 131억원, 간접공사비는 41억원이다. A건설 등이 하도급을 준 곳은 B토건과 C건설 등 2개 업체다.

B토건과 C건설이 하도급으로 받은 금액은 직접공사비 59억, 간접공사비 4억을 포함해 모두 63억원이다. A건설 등이 하도급을 주면서 발생한 차익은 모두 109억원. 직접공사비에서 72억원을 남겼고, 간접공사비에서 37억원을 남겼다. 하도급율은 36.6%이다. 

세부 항목을 들여다보면 특히 운반비에서 높은 차액을 남긴 것을 알 수 있다. 토공사에서 직접공사비로 책정된 깍기, 운반, 쌓기, 기타 분야를 보면 운반에서만 정부로부터 49억원을 받아 13억원에 하도급을 줬다. 

얼마 전에 파업을 벌인 덤프트럭 기사들의 주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대형 건설업체에서 정부공사를 낙찰 받을 때 운송단가를 얼마나 부풀리는지 알 수 있는 사례다. 

2공구 토공사에 참여하는 덤프트럭 기사는 A건설 등이 이미 설계단가의 70% 이상을 남겼기 때문에 설계단가 대비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받을 수밖에 없다. A건설 등으로부터 하청을 받은 B토건과 C건설 등이 다시 재하도급을 하고 다단계 알선업체를 거쳐 덤프트럭 기사들에게 일감이 오기 때문에 금액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 금액마저 대부분 어음으로 결재되는 방식이다.

 

▲ 터널공사 : 665억원에 받아 395억에 하도급(62.9%), 247억 차액발생


터널공사 역시 토공사와 여건이 크게 다르지 않다. A건설 등이 터널공사 명목으로 정부로부터 책정 받은 금액은 665억원이다. 이중에서 직접공사비는 506억원이고 간접공사비는 159억원이다. A건설 등이 하도급을 준 건설사는 D개발과 E종합산업.

A건설 등이 D개발과 E종합산업에 하도급을 준 액수는 직접공사비 395억원과 간접공사비 23억원을 포함해 418억원이다. 하도급을 주면서 발생한 차액은 모두 247억원. 직접공사비에서 111억원을 남겼고, 간접공사비에서 136억원의 차액이 발생했다. 62.9%에 터널공사를 하도급 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