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빼기

2004년 말 거품을 뺄수있는 기회마저 차버렸다.

토건종식3 2011. 3. 19. 21:12

[주택시장 불패신화 깨지나] 上 

 

   위기인가 정상화인가

[경향신문 2004-08-04 18:19]


인천 부평에 사는 직장인 이모씨(37)는 2002년 경기 남양주의 25평형 아파트를 7천5백만원에 분양받았다. 1,000가구 가량의 대단지에다 향후 교통여건이 좋아지면 2천만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볼 것으로 생각했다. 실제 이 아파트의 프리미엄은 한때 1천5백만원까지 뛰었다. 그러나 지난 4월 입주가 시작되자 프리미엄은커녕 찾는 사람도 거의 없다. 지방으로 전근을 가야 할 그는 입주도 포기한 채 분양가보다 낮은 7천만원에 급매물로 내놨다. 주택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주택거래 감소, 미분양 증가, 분양아파트 청약률 감소, 역전세난 심화 같은 현상이 이같은 사정을 잘 말해주고 있다. 한동안 지속된 ‘부동산 불패’ 신화가 흔들린다는 얘기도 나온다. 업계는 한술 더 떠 고사직전의 심각한 위기상황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주택시장이 정상화하는 과정이라고 진단한다. 지난 2~3년간 부풀 대로 부푼 거품이 빠지면서 겪는 고통이란 얘기다.

 

◇주택시장 위기인가=부산에서 320가구 분양에 나선 ㄱ건설은 최근 사업을 포기했다. 모델하우스를 연 지 두달이 넘도록 계약은 7건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계약자에게 계약금을 돌려주고 모델하우스를 닫아버렸다. 이로 인해 금융비용 등 1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ㄱ건설 관계자는 “위약금을 지불하더라도 사업을 중단하는 것이 유리했다”면서 “계약률이 10%대의 다른 회사보다 차라리 나은 것”이라고 말했다.

 

4일 건설교통부와 주택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5만97가구다. 지난 1월보다 9,000여가구 늘어났다. 향후 1~2년간 신규 분양물량을 보여주는 주택허가실적은 올 상반기 15만3천6백64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나 줄어들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보다도 33% 감소한 것이다. 청약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동시분양 무용론’까지 나올 정도다. 5일 청약을 받는 7차 서울동시분양 아파트는 173가구에 불과하다.

 

2001년 7차 동시분양 때 78가구가 분양된 이후 가장 적은 물량이다. 지난 2차 동시분양 때 양천구 신월동의 아파트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전체 가구가 계약되지 않았다. 강남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6차 동시분양에 나온 잠실 3단지 계약률은 72%로 402가구 중 100여가구가 미계약됐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박사는 “본격적인 위기의 시작일 뿐”이라면서 “주택업체가 연쇄도산할 경우 우리경제가 견뎌낼 만한 펀더멘털을 갖추지 못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주택협회 김종철 부회장은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면 금융권도 영향을 받게 돼 일본식 장기불황이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상화 과정인가=전문가들 사이에는 최근의 주택시장 흐름에 대해 호황기에 이어 나타나는 조정기일 뿐 위기상황은 아니란 시각도 강하다.

시중금리 상황이나 부동자금의 규모로 볼 때 부동산 시장의 수요는 전혀 위축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몇달 전 25만명이 몰리면서 328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인 서울 용산 시티파크에는 3일 만에 청약증거금만 7조원이 몰렸다.

행정수도 후보지인 충청권에서는 땅값이 급등하고 과열청약도 발생하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아파트 시세도 하향조정 중이지만 아직은 연초보다 높은 수준이다. 개포 주공 1단지(17평형)의 시세는 지난 1월 7억5백만원에서 6월 7억8천만원까지 상승했다가 7월엔 7억4천5백만원으로 내렸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같은 기간 6억8백만원→6억5천만원→6억2천만원으로 하락했다.

실질구매력이 떨어져서 나타나는 위기가 아니라 정부의 잇단 규제에 따른 심리적 위축이 빚어내는 현상이란 설명이다. 물론 대출 등으로 무리하게 시장에 참여한 한계수요자는 시장에서 퇴출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현 상황은 상승국면 뒤에 나타나는 하강국면일 뿐”이라면서 “주택공급이 예년보다 줄어들더라도 그동안 충분한 주택공급과 실수요자 위주의 시장개편으로 향후에도 가격 급등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미분양 등에 따른 주택업계의 위기의식도 과장됐다는 지적이 있다. 주택업체들이 현재의 침체국면을 위기로 단정, 정부의 규제완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자생력을 키우는 데는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연구위원은 “정부 규제나 당근에 의존하는 천수답 경영에서 벗어나 업계 스스로 구조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면서 “최근의 시장상황이 위기는 아닌 만큼 섣부른 부양책을 마련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재현기자 parkjh@kyunghyang.com

 

 

[주택시장 불패신화 깨지나] 中.

 

 

  원인과 대책

침체의 늪에 빠진 최근의 주택시장을 놓고 위기인지 정상화의 고통인지 의견은 분분하다. 그러나 건설경기 연착륙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의견이 일치한다. 주택시장 침체의 원인과 대책은 무엇일까. 

◇정부가 할 일=주택시장이 침체한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이다. 정부는 지난해 주택가격 폭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5·23대책’ ‘9·5대책’ ‘10·29대책’ 등을 통해 분양권 전매금지, 재건축 조합원 분양권 전매금지, 주택거래신고제, 투기과열지역 확대 등 각종 규제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주택시장은 마치 ‘소나기식 폭격’을 맞은 듯 움츠러들었다. 

고준석 신한은행 재테크팀장은 “주택공급이 부족한데도 미분양이 늘고 신규분양이 위축되는 현재의 상황은 정부정책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종철 주택협회 부회장은 “정부가 집값 잡기에만 몰두해 실수요자의 거래마저 위축시키는 정책을 한꺼번에 쏟아낸 것이 문제”라면서 “소비심리가 급격히 줄다 보니 공급도 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외환위기 이후 경기진작책을 펴면서 부동산시장이 과열되자 내놓은 대책은 항상 뒷수습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최근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다시 규제완화를 검토하는 것은 ‘땜질식’이란 비판이 높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박사는 “문제는 당장의 경기침체가 아니라 앞으로 2~3년 뒤를 대비하는 정책의 부재”라고 말했다. 

정부 정책이 시장에서 ‘오락가락’ 행정으로 비치는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책은 예측가능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계급장 논쟁’으로 상징되는 분양원가 공개문제다. 열린우리당의 총선공약이던 분양원가 공개는 정부와 여당 내부에서 찬성과 반대를 반복하며 시장의 불안감만 키웠을 뿐이다. 

예정된 정책도 입안에서 시행까지의 시차 때문에 시장이 더욱 위축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원가연동제가 시행되면 집값이 내릴 것으로 보는 실수요자가 집 장만을 미루고 있다”면서 “정책시행까지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원가연동제를 하루빨리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업체가 할 일= 주택업체들이 스스로 위기를 자초한 점도 있다. 지난 4년간 주택공급 물량은 2백20만가구로 어느 때보다 많았다. 주택업체가 실수요자가 아닌 투기세력에 의존, 일단 분양부터 하고 보자는 ‘밀어내기식’으로 분양에 나선 결과다. 실제로 최근 입주를 시작했지만 ‘역전세난’이 심해지면서 절반 이상이 빈집인 아파트 단지가 수두룩하다. 이러다 보니 업체들은 분양가의 20~30%를 차지하는 잔금 회수에 비상이 걸리는가 하면 유동성 위기를 맞은 곳도 생겼다. 업계는 회수되지 못한 잔금이 최소 2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한다. 

여기에 ‘고분양가 책정→주변시세 상승→고분양가 책정’이란 악순환이 더해지면서 실수요자의 반발을 사고 있다. 서울지역 평당 분양가는 98년 분양가 자율화 이후 두배 이상 뛰어 평당 1천만원을 넘어섰다. 또 용인 동백·죽전지구처럼 업체들은 분양가 담합으로 부당이익을 챙기기도 했다. 

특히 동탄신도시 시범단지에서 보듯 ‘로또택지’라 불릴 만큼 엄청난 수익덩어리인 공공택지에서조차 고분양가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한 업체는 이곳 땅(1만8천6백평)을 다른 대형건설회사에 8백억원의 프리미엄을 받고 팔아 넘기려다 언론보도로 들통나 무산된 적이 있다. 땅값에서 최소 8백억원의 이윤이 남는다는 얘기지만 평당 5백만원의 분양가를 주장하는 시민단체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경실련 김헌동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은 “최근 미분양사태와 역전세난은 주택업체들의 과도한 분양가 책정과 폭리가 주요 원인”이라면서 “정부가 업체의 과도한 폭리를 묵인하고 규제완화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 한다면 부동산 시장은 더욱 혼탁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니에셋 김광석 리서치팀장은 “주변시세보다 2배가 높은 분양가를 책정하는 등 최근에도 고분양가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적정분양가로 실수요자를 공략하는 자세가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주택시장 불패신화 깨지나] 下

 

대박도 쪽박도 없다

[경향신문 2004-08-06 18:37]
정모씨(45·서울 잠원동)는 지난해 8월 재건축을 추진중인 서울 반포주공3단지 아파트 16평형을 7억7천만원에 샀다. 당시 재건축 아파트값은 가파르게 뛰면서 매물도 귀했다.

정씨는 값이 더 오르면 매입 기회가 없을 것 같아 보유현금과 은행대출금 등 재산을 ‘올인’했다. 그러나 정부의 10·29대책이 나오자 정씨의 아파트는 두 달 만에 5억4천만원까지 폭락했다. 그 뒤 값이 조금 회복됐지만, 구입 가격에서는 1억원 정도 떨어진 상태다.

 

이달 입주가 시작되는 용인 구갈지구 ㅅ아파트 34평의 분양권을 가지고 있는 김모씨(46·경기 성남)도 사정이 비슷하다. 6천만원을 준 분양권의 프리미엄은 현재 1천5백만원 선으로 곤두박칠쳤다. 투자용으로 산 분양권이라 하루 빨리 전매를 해야 하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 전세로 내놓으려고 해도 인근에 입주물량이 많아 5천만원대 전세값으로도 세입자를 구하기 힘들다.

 

요즘 들어 수년간 이어온 ‘부동산 불패’ 신화가 깨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한동안 전매차익이나 시세차익을 노린 ‘묻지마 투자’가 붐을 이뤘지만, 이제는 부동산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대박 환상 버려야=최근 몇년간 수요자들은 부동산이 가장 안전한 투자대상이란 인식을 갖게 됐다. 집값이 계속 올랐기 때문이다. 시장이 침체한 지금에도 언젠가는 집값이 오를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을 가진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는 위험한 인식일 수 있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박사는 “90년대초~95년 부동산 경기 하락세, 외환위기에 따른 부동산가격 폭락 등 과거 부동산 투자에도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면서 “부동산 불패, 강남신화는 원래부터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동산에 대한 잘못된 가치관으로 부동산시장에서도 주식시장처럼 피해는 개미들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지난 몇년간 부동산 호황기에 이익을 본 사람은 대부분 탈법과 편법을 동원한 ‘꾼’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반 투자자나 실수요자는 이들이 만든 거품을 믿고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상투만 잡은 꼴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행정수도 이전 등의 호재로 충청권 토지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많지만, 벌써 큰손들이 한번 훑고 지나간 게 사실로 드러났다. 또 경기 광주·남양주 일대에서 ‘깡통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는 데서도 투기세력에 의한 거품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지역의 한 중개업자는 “분양 당시 전매차익을 노리고 분양권을 수집한 ‘업자’들이 많았다”면서 “지금 급매물이 속출하고 하는 이유는 입주가 다가오자 이들이 한꺼번에 내놓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분위기보다는 손익계산을=부동산시장은 주식시장과는 달리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주변에서 ‘누가 아파트로 재미를 봤다’고 하면 자신도 그렇게 될 것으로 믿고 투자하는 사람이 많다. 한마디로 더 오를 것 같다는 ‘감’으로 투자 나서는 것이다.

현도컨설팅 임달호 대표는 “지난해 재건축아파트인 개포주공 10평형대가 최고 6억2천만원까지 거래돼 용적률과 주변시세를 고려하면 상당한 거품이 끼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데도 매물이 없을 만큼 사려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분양을 받을 때 입지와 주변시세 등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은 기본이다. 지금도 주변시세의 2배까지 분양가를 책정하는 ‘배짱’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사람이 많이 몰린다고 인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조작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상당수 업체가 ‘분양권 전매가능’ 등을 전면에 내세워 실수요자보다는 투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된다.

 

한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투기가 없으면 수요도 없다’란 인식을 가진 업체가 많다”면서 “지금도 분양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떴다방’을 돈으로 유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박재현기자 parkjh@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