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가 지난 12일 전태일재단에서 이소선 어머니를 만났다. 올해 82세 된 고령의 어머니는 건강이 안 좋다고 했다. 그래도 민주노총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관심은 변함이 없었다. 특히 올해 전태일열사 40주기를 맞아 민주노총이 민주노총답게 추모의 장을 마련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되풀이했다. <편집자주>

5MIL_7186.jpg어디서 말하러 오라고 해도 못가

요즘 아파서 다니지도 못해. 원래 당뇨하고 혈압이 있는데 거기다 협심증까지 생겼대. 가슴이 막 조이고 그러면 밤에 잠도 못 자. 병원에서 그러는데 몸에서 진이 다 빠졌대. 남은 게 없대. 혈액순환도 안 되고. 입술이랑 입안까지 다 헐었어. 죽만 끓여먹어.

내 생각에 내 몸 안의 에너지가 다 빠져 달아난 것 같애. 청계노조 그거 할 때부터 얼마나 두드려 맞고 밟히고 그랬냐. 다리고 무릎이고 목이고 성한 데가 없지. 약한 육신이 견디기 어려워. 어디서 말하러 오라고 해도 못가잖아.

 

노동자의 생존권이 민주화잖아

70년대 학생들이 민주화 하자고 싸우다가 형무소 가서 맞아죽고 그런게 지 배고픈거 때문에 그랬겠냐? 박정희가 독재하니까 데모한 거잖아. 생존권이 민주화고, 민주화가 생존권이다. 나라 잘되라고 투쟁하는 것도 민주화를 이루려고 그러는거 아니냐?

청계천에서 안질병 걸리고, 결핵 걸리고, 꼽사처럼 등이 굽고 그랬어. 노동자들을 한 달에 한 번도 안 놀리고 16시간씩 일을 시키니까 피를 토하고 그러는 걸 보다 못해 안 되겠어서 노동청에도 찾아 댕기고 그래도 안해줘서 근로기준법 지키라고 여기(소매 속)에 스폰지 넣고 빨리 죽을라고, 그걸 외치며 죽었어.

이번에 그 배(천안호) 침몰사건이 일어나서 동료를 구하러 들어갔던 사람이 죽었잖아. 사회적으로나 군에서나 영원히 잊지 않을 사람이라고 하잖아. 암만 세월이 오래 됐다고 해도 민주노총이 태일이를 기억하고 그 정신으로 전체 노동자를 위해 싸워야 하는 거야.

 

 

민주노총이면 민주노총답게 해

대한민국의 민주노총이라면 다른 나라에서도 다 알잖아. 민주노총이 비정규직투쟁이나 그런거 분명히 각오하고 실천을 못해? 자기 조직이 전체 노동자를 위해서 이건 해결하겠다고 하는 거를 볼 수가 없어.

요즘 실업자가 많아지고 해고돼서 밀려 나오고 그러잖아. 죽으라는 거야. 민주노총이 뭐 작정한 게 있는가 몰라도 우리한텐 안 보여. 민주노총 사람 숫자만 몇 명이라고 그러지, 민주노총이 대책을 어떻게 세우는지 신문이나 방송에 나오는게 없어. 민주노총이 뭐하는지 몰라. 답답하고 안타까워.

내 생각에는 자기들이 비정규직 아니고 연봉 받으니까 그런거 아닌가 싶어. 배고프고 굶주리는 자들 사정을 모르는 거 같애. 무슨 원칙을 갖고 사업하는지 모르겠어. 민주노총이면 민주노총답게 해야지. 안그래?

 

 

난 40년을 그렇게 살았어

인간은 다 똑같이 권리가 있어. 거지도 대통령도 권리가 있어. (가진게) 없다고 권리가 없는게 아니야. 이 땅에 같이 태어난 국민을 지나치게 학대하고 벌거지 취급하잖아. 그 사람들을 구할라믄 노동조합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어.

같이 동등하게 살아보자고 주장하고 두드려 맞으면서 구치소 가서 살다 나오면 또 잡아가고 또 두드려 맞고 그렇게 40년을 살았어.

그래도 작년에 노동자대회 때 전태일사진 붙여놨대. 참 고마웠어. 다른 사람들 다 올라가 말하는데 나는 올라오라고도 안하더라. 그래서 내가 위원장한테 “위원장님, 내가 몸이 안좋아 올해가 마지막이 될지 모르니 한마디 하면 안되겠어요?”했어. 그때 내가 “노동자가 피땀 흘리며 뼈 빠지게 배고프고 설움 받으며 이 만큼 성장시켰는데 전임자를 주라 마라는 것이 도대체 뭐냐?”고 했다.

 

 

태일이가 살아온 것처럼 기뻤어

민주노총이 합법성을 인정받았을 때 난 우리 태일이가 살아왔다고 생각했어. 기뻐서 내가 춤추면서 울었잖아. 죽은 태일이가 민주노총 안에 살아서 숨쉬는 것 같았어.

태일이 죽은지 올해 40년이야. 민주노총에서 번듯하게 한 번 하면 좋겠어. 민주노총이 나서서 전태일 추모 제대로 못 하는게 왜 그럴까? 조직을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민주노총이라고 할 수도 없어. 힘 없는 조직이면 100만이고, 200만이고 그 이상이라도 뭐하냐? 전태일 이야기 암만 해봤자 조직이 듣지를 않아.

 

 

전체가 스톱하고 들어가면 해결날 건데

요즘은 기자회견만 해도 잡아간다며? 철도도 파업 할 때 불법 하나 없이 해도 다 잡아가고 그랬잖아. 잡아가는 거 무서우면 노동운동 하지 말아야지. 공무원도 노동조합 하지 말라는데 구치소 마당이라도 들어가야지. 전부 싹 들어가면 끝장이 나.

70년대 우리 데모할 때는 차가 오면 그냥 막 탔어. 위원장 잡아가면 “우리 때문에 위원장 잡아갈 거면 우리도 들어가 산다”고 그랬어. 우리 위해 일한 사람, 지부장이 연행되는 걸 못보는 거야. 경찰서 문을 닫으면 담타고 들어갔다.

민주노총이 다 같이 싸우자고 안해서 그래. 민주노총 10만이고 80만이고 한몫에 다 들어간다고 해봐. 이명박 들어와서는 법대로 할 게 없어. 들어가는 수밖에 없어. 민주노총이 나서서 민주노총, 공무원노조, 한국노총이 전체가 한 번에 스톱 하면 금방 해결날 건데 그걸 못해.

 

 

민주노총은 국민이 알아주잖아

어느 날 한나라당에서 전화가 왔어. 사법부에 전태일 일기장이랑 평전이랑 다 읽으라고 명령이 떨어져서 다 봤대. 평전이 100만부가 팔렸고 아직도 많이 팔린다고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하려고 한다고. 해도 되겠냐고 해서 재단에 물어보라고 했어. 그 다음에 어떻게 기록해서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어.

그런 것도 원체 할라카믄 민주노총하고 연락해서 해야 되는 거야. 그래도 대한민국이 가장 인정해주는 민주노총이잖아. 민주노총은 역사가 짧아도 역사가 긴 다른 데보다 국민이 인정해주잖아. 난 그렇게 생각해.

 

 

집구석이 안될라믄 주인이 많아져

집구석이 안될라믄 주인이 많아지는 거야. 똑똑한 사람이 많으면 집구석이 안된다니까. 콩가루 집안밖에 안 돼. 서로 이해하고 하나가 돼서 힘을 갖고 무엇을 요구하면 모두에게 유익하겠나 하는 것을 생각해야지. 저만 잘나서 저만 내세우려고 하니까 아무것도 못해.

위원장을 뽑았으면 위원장이 하자는 대로 조직적 체계적으로 한 번 좀 해봐. 자기만 잘난 사람들은 잘난 사람들끼리 따로 하지. 왜 조직까지 파괴시키는 거야? 그렇게 하면 안돼. 조직이 뭔지 알지도 못해. 조직을 만들고 멋대로 하려면 조직을 하지도 말아. 조직의 원리가 뭔지 알지도 못해.

옛날에 민주노총이 대의원대회도 자꾸 무산됐잖아. 그게 무슨 조직인고? 대의원들이 그렇게 잘났으면 위원장을 하지. 지 맘에 안 들어도 전체 조직을 위해 설득하고 설득당해서 하나가 돼야 해. 죽는 건 누구냐? 비정규직만 죽는 거야.

물론 잘 할라고 하겠지. 조직을 만들었으면 잘 의논해서 지도부가 검토하고 잘 좁혀서 하나로 밀고 나가야 해. 지도부는 사람들 마음도 살필 줄 알아야 해.

 

 

민주노총이 대통령도 뽑을 수도 있어

민주노총 조합원이 80만이잖아. 예를 들어 조합원 한 명만 해도 자기 형제, 부모, 장인장모, 친인척들 다 있을거 아니야? 민주노총은 대통령도 만들 수 있어. 숫자가 없어서 못해?

한 집에만도 수십 명일 텐데 국회의원 하나 제대로 못 뽑고. 민주노동당 만들어서 국회의원 10명 만들었는데 쪼개지고, 또 쪼갠다고 그러고 있어. 저들(자신들)에게 좋은 게 뭐가 있겠나 그것만 생각을 하고 살아.

난 정치 갖고는 말하기 싫어. 죽으나 사나 쌈만 하고. 유익한데만 들어가면 몸 사리고. 안하니까 될게 있어? 그러니까 힘도 없어지고.

 

 

내 평생 소원은 민주노총이 잘하는 거야

우리가 살려면 어떻게 해서든 하나를 만들어야 해. 어려운 노동자들 그냥 두면 병들어 다 죽게 생겼으니까 노동청이랑 뛰어다녔어. 그래도 안 되니까 죽을라고 하는데 “너 죽는다고 뭣이 되나?”하니까 “내 하나 죽어 아무것도 모르고 암흑세계에서 사는 우리 청계노동자들에게 빛 덩어리 하나를 보여줘야 하고, 노동자 학생이 같이 싸워야 하고, 그러려면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그랬어. 박정희 독재 살인자가 그래도 제일 처음 노조를 만들어준 것이 청계노조잖아.

노동자들이 피땀 흘려 이 나라를 이만큼 성장시켰으면 그 대가를 찾아준다던지 주장을 들어줘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잖아. 냄새도 안나. 답답해.

민주노총이 본질적으로 갈 길을 명확히 해야 해. ‘함께’라는 뚜렷한 내용이 있어야 명분이 서고 가능해. 민주노총이 앞장서서 해야 한다. 그러믄 민주노총이 인정받고 애쓴 도리를 노동자들도 알고 따를 거야. 내 평생 소원은 민주노총이 좀 잘하는 것을 보며 사는 거야.

 

 

민주노총이 전태일 40주기 번듯이 해봐라

민주노총 위원장 많이 힘들거야. 이 사람 저 사람 찾아다니며 힘들기만 하지 효과가 뭐가 있어? 전부 다 들어가자고 하면 뭐가 나온다구. 아니면 수가 없어. 구치소 마당이던 경찰서든 들어가 앉아야 해.

78년 청계노조 할 때 민주노총 하려고 생각이나 해봤냐? 단병호 위원장 때 시청 앞에 사람들이 모여 싸울 때 내가 “3일만 여기 앉아 있으면 방법이 나온다”고 했어. 그랬더니 “조직을 움직이는 것은 갑자기 그렇게는 안된다”고 그래.

그러니 백날 해봐야 이렇게 비정규직만 생기는 거야. 한쪽에선 배고파 죽고 다른 쪽에선 배부른 놈들 살찌고 그런 거밖에 없어.

올해가 전태일 40주기야. 난 태일이 엄마니까 내 아들이니까 못해. 내가 민주노총 위원장이면 40주기 한 번 번듯이 하겠다. 태일이가 전체 노동자를 위해 죽었는데 민주노총이 전체 노동자한테 같이 하자고 하는 것이 양심이고 도리다. 그게 노동자대투쟁이다. 민주노총이 나서서 해야 해. 온 국민이 민주노총답다고 할 거다.

<글=홍미리기자, 사진=이명익기자/노동과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