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아파트의 최고 수명은 몇 년일까. 벌써 20년만 되면 재개발의 문제가 거론된다. 우리는 집이 사는 주거 공간의 의미보다 투자의 개념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로 인해서 아파트를 짧은 시간에 쉽게 짖고 다시 허물고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필자는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는데 현재 100년된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이것이 특별한 경우가 아닐 뿐더러 낡고 쓰러져가는 집도 아니라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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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엽서에 담긴 19세기의 파리 시내 | |
ⓒ2003 최유미 |
프랑스 시내의 5층에서 7층 정도 이국적인 건물을 사진을 통해서 보아왔을 것이다. 그 고풍스러운 건물도 아파트에 해당된다. 시내에 이런 건물은 대개 100년 된 것은 너무 흔한 경우이고 19세기 18세기 아파트 건물에 여전히 사람들이 살고 있다. 심지어는 중세건물에도 사람이 사는 경우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패션계에서는 유행의 선두 주자이지만 프랑스인들은 의외로 유행을 쫓기보다는 과거의 것을 간직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가구와 우리에게는 잡스러운 것들이 대대로 대물림되고 골동품 수집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을 아주 쉽게 만날 수 있다.
물론 몇 백년이 되도록 전혀 수리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공해와 세월로 더러워진 외부는 깨끗이 씻겨내고 내부의 난방은 벽난로를 대신해서 가스나 전기를 쓴다. 하지만, 워낙 기본 재료들이 튼튼하고 꼼꼼하기 때문에 내부공사를 해도 전혀 지장이 없을 뿐더러 특히 문짝은 과거 손으로 제작한 원목이기 때문에 크게 손상되지 않아 니스 칠만 해줄 뿐이다.
프랑스 거리에서는 보수공사는 있어도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짖는 공사를 쉽게 볼 수 없다. 파리의 현재 모습이 조성된 것은 나폴레옹 시절이며 대다수의 다리는 그 시절을 전후해서 지어졌다. 파리뿐만 아니라 프랑스 도시는 르네상스 시절부터 또는17, 18세기에 조성되었기 때문에 건물은 옛 것이며 거리는 협소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그들은 늘어난 자동차 때문에 건물을 무너뜨리고 길을 넓히거나 도시 미화에 중요한 하천을 덮고 그 위에 마구잡이로 길을 만드는 대신 일방통행의 방법을 채택했다. 프랑스인들은 한번 세운 건물은 영원히 간직할 것을 생각이라도 하듯이 낡고 유행 지난 것을 무너뜨리기보다 그들만의 자부심으로 여겨왔다.
이제 우리는 이런 문제점에 대해서 진지하게 돌이켜봐야 하지 않을까. 우리의 발전역사는 짧은 시간에 이뤄졌기 때문에 시행착오는 어쩌면 당연하다. 문제는 더 이상 과거의 착오를 가볍게 넘겨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건설 기술로도 충분히 백년을 넘어 생각하는 건설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유미 기자 (yumikorea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