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비 ‘거품’ 혈세가 샌다](上) 문제 많은 國道건설비 산정 경향신문 | 입력 2005.11.06 20:38
◇고속도로보다 비싼 국도 건설단가=고속도로와 일반국도의 토공사 실제 단가(1㎥당 공사 비용)를 비교해 보면 고속도로가 30% 정도 싸게 이뤄지고 있다. 단가는 7개 공사의 공종별 하청가격의 평균값으로 산출한 것이다. 하청가격이란 원청사가 하청사에 지급하는 금액으로 하청을 받은 회사가 직접 시공에 참여하기 때문에 실제 공사비라고 할 수 있다.
토공사비(깎기, 운반, 쌓기 등)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암반작업(암석을 발파한 뒤 덤프로 운반하고 쌓는 작업)의 경우 고속도로는 원가가 6,036원이 드는 데 비해 국도는 8,659원이 소요된다. 즉 국도원가의 69.7%면 고속도로 공사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흙을 깎아서 불도저로 운반하는 작업도 마찬가지다. 고속도로 원가는 1,073원이지만 국도는 1,468원이다. 국도가 고속도로보다 36.8% 비싸다.
◇토공사비가 비싸면 전체 공사비도 비싸="토공사에서 이익을 뽑지 않으면 바보소리를 듣는 게 업계의 불문율입니다. 나머지 구조물이나 포장공사의 이익률은 비슷하니까요."(ㅅ건설회사 직원)
도로공사비는 일반적으로 토공사 30%, 구조물(터널·교량)공사 30%, 포장공사 10% 등의 직접공사비와 관리비 및 이윤 등을 포함한 간접공사비 30%로 이뤄진다. 간접공사비는 직접공사비를 기준으로 일정 비율을 지급하기 때문에 직접공사비가 많을수록 금액이 높아진다.
토공사는 장비와 공법에 따라 변수가 크지만 나머지 공사는 고속도로나 일반국도나 정부의 원가계산방식을 그대로 적용하기 때문에 공사비 차이는 극히 미미하다.
실제로 구조물 공사 세부 작업의 단가를 분석한 결과, 고속도로나 국도의 시장원가는 거푸집 1만7천~1만8천원, 철근가공 조립(복잡) 28만~30만원, 콘크리트 타설 1만~1만5천원 선이었다.
간접비의 경우 직접공사비의 일정비를 주기 때문에 고속도로와 국도의 차이는 거의 없다. 그러나 정부가 산정한 국도공사의 간접비는 직접비의 34% 정도였다. 그러나 실제 하청업체에 지급된 간접비용은 6~7%에 불과하다.
◇부풀려진 정부예산=이같이 국도 공사비 단가가 고속도로보다 높은 것은 정부의 원가계산 방법에 거품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토사깎기와 불도저 운반에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토공사의 대부분을 차기하는 발파와 덤프운반 단가는 국도가 고속도로보다 훨씬 높았다. 이 때문에 시장가격 또한 국도가 높은 것이다.
정부가 산정한 고속도로 발파공사비 원가는 8,489원인 데 비해 국도는 1만4백9원으로 국도가 22.6% 높다. 덤프운반의 정부 예산 단가는 고속도로가 3,956원이고 국도는 6,493원이다. 국도가 고속도로 원가보다 1.6배나 비싼 것이다.
이런 차이는 국도공사가 고속도로에 비해 비경제적인 공법을 더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풍~김천 고속도로 5공구의 발파암 작업수량을 분석해 보면 일반발파가 94%, 미진동발파 등 일반발파 가격의 2~3배에 이르는 발파공법이 6%를 차지한다. 그러나 아주~상동 국도공사는 일반발파가 60%인 데 비해 고가발파는 40%에 이른다. 평균적으로 국도에서는 설계단계부터 고가 발파공법이 전체의 30%를 차지할 정도다.
건설교통부는 정부의 원가계산 방법은 공사 예정가격의 기준으로만 삼고 있기 때문에 예정가격이 바로 재정 지출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최저가낙찰제와 같은 가격경쟁 입찰방식에서나 성립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최저가낙찰제는 정부예산가의 60%선에서 낙찰가가 형성되는 반면 턴키·대안입찰(설계·시공 일괄 입찰)은 거의 부풀려진 예산가대로(85~95%) 지출되기 때문이다.
결국 턴키·대안입찰이 많고 최저가 낙찰제가 적은 국도가 고속도로보다 공사비가 높을 수밖에 없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발주된 100개 고속도로와 134개 국도 건설사업을 비교해보면 국도의 턴키·대안 발주물량은 17건으로 고속도로(6건)보다 3배 가까이 많다.
경실련 신영철 정책위원은 "정부는 원청사들로부터 신고받은 하도급 내역을 통해 지출된 재정의 상당부분이 낭비되고 있음을 알면서도 기존의 관행과 특혜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헌동 본부장은 "도로공사의 설계방식과 입찰과정 및 하도급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면 이러한 문제들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아파트원가 공개 못지 않게 국책사업의 원가공개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획취재부/오광수·박재현·임영주·김동은기자〉
[도로공사비 ‘거품’혈세가 샌다] (中) ‘브로커’로 이득챙긴 재벌기업 2005.11.07 20:26
◇원청업체는 브로커 역할만=호남고속도로 광주시 우회도로 건설공사 제1공구를 2001년 대안입찰로 따낸 현대산업개발(현산)은 깎기·운반·쌓기공사 비용으로 정부로부터 1백1억6천9백만원을 도급받았다. 이는 정부의 원가계산법에 의해 산정된 금액의 100%에 가깝게 받은 것이다. 그러나 현산은 이를 하청주면서 깎기·운반·쌓기 공사비로 35억1천2백만원을 줬다. 자기가 받은 직접비의 34% 가격에 하도급 계약을 한 것이다.
-간접공사비 90%넘게 떼먹어-
건설공사는 직접공사비와 간접공사비로 나눌 수 있다. 직접공사비는 말 그대로 직접 공사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다. 간접공사비는 직접 공사를 수행하기 위한 지원비용 성격으로 현장직원 급여, 각종 보험료, 적정 이윤 등이 포함된다.
간접공사비에는 이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직접공사비에서까지 차익을 남기는 것은 대형 건설업체의 '폭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특히 현산은 간접비에서도 폭리를 취했다. 현산은 여기에 직접공사비의 31%에 해당하는 35억1천만원을 간접공사비로 받았다. 그러나 하청업체들에 준 간접공사비는 3억1천만원에 불과했다. 자신이 받은 금액의 겨우 10분의 1도 안된다. 결국 현산은 직·간접 공사비를 합쳐 토공사비로만 모두 1백47억6천만원을 받았지만 하도급액은 46억6천만원에 불과했다. 자신이 직접 공사를 하지도 않으면서 낙찰을 받았다는 이유로 앉은 자리에서 1백1억원을 번 셈이다.
현산 관계자는 "하청단계에서 어느 정도 이익을 챙기는 것은 건설업계의 공통된 관행"이라면서 "건설업 특성상 현장이 전국에 산재해 있고 현장마다의 환경이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한 곳에서 얼마의 이익이 생겼느냐로 이익폭이 많다거나 적다고 말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낙찰가율이 정부 제시 가격의 90%에 이르는 턴키·대안입찰의 이익률은 대부분 광주시 우회도로와 같은 수준이다. 최근 턴키·대안입찰은 삼성·대우·현대·대림 등 6~7개 업체가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정부가 건설경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제도 확대를 미루고 있는 최저가 낙찰제에서도 직접공사비를 챙길 수 있다.
동부건설은 2002년 목포~광양고속도로(목포~장흥 3공구) 공사를 최저가 낙찰제로 수주했다. 동부건설도 토공사 직접비로 1백24억원을 받고 하청을 주면서 1백5억2천만원을 지급했다. 직접공사비에서만 18억8천만원을 챙겼다. 간접비로 35억4천만원에 원청을 받고 하청을 주면서 17.8% 수준인 6억3천만원만 지급했다. 동부건설도 직접 시공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47억9천만원이 생긴 셈이다.
◇소수에게는 구조적인 특혜=이같은 구조적 모순으로 재벌기업은 배를 불리고 있지만 하청업체는 피를 말리는 경쟁을 강요받기 일쑤다.
모든 건설공사에서 공사를 수주한 원청업자는 직접 공사를 하지도 않으면서 짭짤한 이익을 챙길 수 있다. 특히 턴키·대안공사는 재벌들의 잔칫상이라고 불릴 정도로 소수에게 과도한 이익을 보장해 준다. 그들끼리의 경쟁에서 낙찰만 받으면 1개 공사에서만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까지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낙찰만 받으면 대박을 터뜨리는 '로또'를 위해 전·현직 임직원들이 지연 및 학연을 앞세워 총동원된다.
-하청업체에 접대·이중계약 강요-
이에 한화·롯데·신동아·한라건설 등 중견기업체 28개사는 2002년 턴키·대안입찰이 6개 재벌업체에만 돌아가고 있다면서 부패방지위원회에 제도개선을 건의하는 일도 벌어졌다. 경실련 김헌동 국책사업본부장은 "대형 건설업체의 경우 공사를 수주하기 위한 영업·로비 활동만 하고 공사는 여러 하청업자에게 분할해 주는 관리회사에 불과하다"면서 "이들 대형 건설업체와 재벌들은 민자사업, 턴키·대안입찰 등으로 이러한 특혜를 더욱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원청업체의 로비는 발주기관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러한 제도적 틀을 유지하고 각종 개발 인·허가를 얻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전방위 로비를 펼친다.
전·현직 건설교통부 관리들의 구속을 비롯해 최근에 일어난 양윤재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한현규 경기개발원장의 뇌물수수 등은 이같은 구조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다수에게는 냉혹한 경쟁 강요=발주기관과 원청업체와는 달리 원청업자와 하청업자, 하청업자의 하청업자 사이에서는 철저하게 가격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가격경쟁뿐만 아니라 접대와 로비, 이중계약 등을 강요받고 있는 실정이다.
형제간 권력투쟁과 비자금 문제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두산그룹은 하청업체를 선정하면서 이중계약을 통해 해마다 2백억원씩 4년 동안 8백억원대의 비자금을 만들었다.
이러한 유형의 사건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1993년 이후 올 4월까지 뇌물사건의 55.3%와 공직자 수뢰의 64.3%가 건설과 관련된 사건이었다.
경실련 신영철 정책위원은 "재벌에게는 특혜를 주고 실제 공사를 담당하는 영세업체나 건설노동자들은 비정규직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면서 "다단계 입찰방식의 개선과 다단계 하청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재수없이' 걸린 업체만 처벌받는 식의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획취재부=오광수·박재현·임영주·김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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