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의 나라]① 우리들의 일그러진 꿈 ‘건물주’
전병역 기자 junby@kyunghyang.com
입력 : 2017.03.06 06:00:03수정 : 2017.03.06. 06:00:59
ㆍ‘현대판 소작료’ 집세에 허덕ㆍ30년간 임금 6배 오를 동안 강남 집값 상승분은 그 43배
결혼을 계획하고 있는 직장인 ㄱ씨(30·여·서울 동작구 상도동)는 5일 “둘이 저축해 신혼집을 마련하고 아이까지 낳을 생각을 하면 까마득하다”고 말했다. 한 달에 150만원을 버는 그는 현재 월급의 약 33%인 50만원을 월세(보증금 500만원)로 내고 있다. 방값에 전기료·수도료·식비·교통비·휴대폰 요금 등을 내고 나면 저축할 돈은 별로 남지 않을 때가 많다. 그는 “요즘은 둘이 절약해서 결혼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양가 부모님께 손을 벌려야만 출퇴근 가능한 경기도에 전셋집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수 이랑씨는 지난달 28일 제14회 한국대중음악상(KMA) 시상식에서 ‘최우수 포크 노래상’ 트로피를 즉석 경매에 부쳤다. 월세를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2월 수입이 96만원”이라는 이씨에게 트로피 경매 수입(50만원)을 더해도 34% 이상이 월세 몫이다. 이씨의 깜짝 퍼포먼스는 요즈음 젊은층의 주거비 부담 실태를 극적으로 드러냈다.
이런 저당 잡힌 젊은 인생들 뒤에 임대인은 ‘늑대의 얼굴’만 하고 있을까. 임대인의 적잖은 수는 그저 ‘평범한’ 월급쟁이다. 은행 빚을 내서라도 전세보증금을 끼고 ‘갭투자’에 나선 이들이 적잖다. 요즘 임금노동자들이 불안한 자영업 대신 노후 대비용으로 집이나 상가 2~3채를 가지고 임대소득을 거두는 게 꿈인 세상이 됐다. 어쩌다가 2017년 대한민국 사회는 이렇게 전락해버렸을까.
지난 30년 동안 임금이 6배 오르는 동안 아파트값 상승액으로 대표되는 ‘불로소득’은 임금 상승치의 43배로 뛰었다. 30년 땀의 대가가 2400만원 늘었을 때 서울 강남 집값은 10억원 넘게 올랐다. 구조조정, 명예퇴직으로 밀려나 자영업에 뛰어든 이들의 숨통을 죄는 건 단지 옆 가게들만이 아니다. 바로 월 200만~300만원을 호가하는 임대료다. 이런 ‘현대판 소작료’ 탓에 장사가 되는데도 문 닫는 곳이 늘고 있다.
경제가 성장하면 살림살이가 나아질 것 같았으나 정작 늘어난 건 부동산 자산가치였다. 지금처럼 1% 프로선수(자산가) 쪽에만 유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어야 하는 아마추어(무주택자)가 처한 상황은 바꿀 필요가 있다.
‘1500만 촛불’의 원동력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분노만이 아니다. 그 근저에는 새로운 세상을 향한 요구가 있다. 수년째 화두인 저출산 문제의 바탕에도 임금·교육비·주거비가 깔려 있다. 서순탁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지나친 부동산 쏠림 현상을 바로잡고 주거비 부담을 덜어 사회의 역동성을 키워달라는 요구가 촛불집회로 드러난 민심의 중요한 단면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하면 불로소득 ‘거품’을 걷어내고 생산적 경제로 돌려놓을 수 있을까. 경향신문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의뢰해 ‘지주의 나라’로 굳어가는 한국 사회의 근원을 파헤치고 대안을 모색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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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전병역 기자|입력2017.03.06 06:01|수정2017.03.06. 09:30
[경향신문] ㆍ임금 노동자 꿈 앗아가는 ‘부동산 거품’
지난 30년 동안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거치며 부동산 자산 상승에 비해 노동의 가치는 얼마나 평가받아왔을까. 서울에서 집을 가진 사람과 전세나 월세로 살아온 사람은 자산 격차가 얼마나 날까. 여기에 주목하는 이유는 부동산 자산가치 급등과 달리 노동의 가치는 점차 퇴색해가는 한국 사회의 모습을 투영해보기 위해서다.
1988년 이래 노동자 평균임금이 약 6배 오른 데 비해 서울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값은 임금 상승치의 43배, 비강남권은 19배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30년 땀의 대가가 2400만원일 때 강남 집값 상승액만 10억원을 넘은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실은 1988년 이후 지난 30년 동안 노동자 임금 증가분과 서울 강남·비강남권 아파트 가격 상승액을 비교한 결과, 부동산 가치가 임금에 비해 지나치게 높게 올랐다고 5일 밝혔다. 열심히 땀 흘려 일하기보다는 은행 빚을 내서라도 부동산투자 하는 게 훨씬 큰돈이 되는 사회가 됐다는 뜻이다.
경실련과 정 의원실은 강남의 대표적 아파트단지인 반포주공·은마·압구정 신현대 아파트 등 17개 단지, 비강남권에서 상계주공7·길음래미안1·여의도시범 단지 등 17개 단지의 가격 추이와 고용노동부 임금 실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비정규직 실태 조사를 토대로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30년간 부동산 가치와 임금 변화를 비교·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노동자 대투쟁이 본격화할 즈음인 1988년 노동자 평균임금은 월 36만원(연 430만원)이었고 지난해는 월 241만원(연 2895만원)으로 29년 사이 5.7배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비강남권 아파트값은 4억6193만원, 강남권 아파트는 10억6267만원 올라 임금 상승치에 비해 각각 18.7배, 43.1배 뛰었다. 30년 전 임금에 견주어 보면 강남권 아파트값은 264배, 비강남권은 126배 오른 셈이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장은 “이런 수치는 집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 임금 상승만으로 유주택자와 자산 격차를 해소하는 건 불가능한 현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또한 주택 보유자와 전·월세 거주자의 자산 격차도 커지고 있다. 경실련이 1990년 이후 지난 30년 동안 서울의 아파트 가격 변화와 전·월세 거주 시 금융비용을 환산한 결과, 유주택자와 전·월세 세입자의 자산 격차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주택자의 집값이 오른 동안 세입자는 전·월세금을 연 4% 금리로 빌렸을 경우 기회비용을 산출해 비교한 것이다.
30년 전 서울의 비강남권 아파트를 샀다면 평균 4억원 정도, 강남권 아파트는 10억원 넘게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전세나 월세로 살아온 경우라면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부담했어야 할 금융비용(손실)이 2억~3억원으로 계산됐다. 강남 아파트를 산 사람과 월세로 지낸 사람의 자산 격차가 13억원인 셈이라고 경실련은 추산했다.
1990년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은 3.3㎡당 543만원이었고, 비강남권 아파트는 549만원이었다. 26년이 흐른 지난해 10월 기준 가격은 강남권이 4585만원, 비강남권은 2107만원이다. 전용면적 84㎡ 아파트라면 평균 1억3000만원이던 강남 아파트값이 11억4000만원으로 7.7배(10억1000만원) 뛴 것이다. 일례로 은마아파트는 1988년 3.3㎡당 244만원이었으나 올 2월 현재 3919만원으로 16배 뛰었고, 광장동 워커힐 아파트는 같은 기간 346만원에서 2270만원으로 6.5배 올랐다. 재건축 호재 등으로 30배 넘게 폭등한 단지도 있다.
30년간 강남권 전세보증금은 4000만원, 월세는 25만원에서 각각 6억2000만원, 216만원으로 14.5배, 7.6배씩 올랐다. 세입자 주거비 부담이 부동산 가격 상승과 비슷하거나 훨씬 큰 비율로 늘어나기도 한 것이다. 예컨대 1990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전·월세로 살아온 경우라면 주거비를 마련하려고 세입자들이 부담했을 금융비용만 전세는 2억원, 월세는 3억원으로 계산됐다. 경실련은 “결과적으로 강남권에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과 무주택자로 사는 세입자가 집 때문에 벌어진 자산 격차가 전세는 12억원, 월세는 13억원이나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비강남권 전용면적 84㎡ 아파트의 경우라면 1990년 1억3000만원(3.3㎡당 549만원)에서 지난해 10월 5억3000만원(3.3㎡당 2107만원)으로 4억원(약 3.1배)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1988년 전셋값은 4000만원, 월세는 23만원에서 지난해 10월 각각 3억3000만원, 월 123만원으로 올랐다. 경실련은 “전·월세 비용 마련을 위해 세입자들이 부담한 금융비용(손실)은 1990년 이후 2016년 10월 현재까지 전세는 1억5000만원, 월세는 2억5000만원으로 환산됐다”고 밝혔다. 비강남권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들과 무주택자로 사는 세입자의 자산 격차는 전세는 7억원, 월세는 8억원인 셈이다.
이번 분석 결과는 열심히 일만 해서 모은 돈으로는 치솟는 집값이나 전·월세 비용을 감당키 어렵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아파트값 거품빼기운동을 해온 정 의원실 김헌동 보좌관은 “30년 동안 급등한 아파트 가격 상승폭을 볼 때 물가상승률 수준에 그쳐온 임금상승을 통해서만 주택 보유자와 무소유자의 자산 격차를 해소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상황임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김유찬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부동산 가치가 오르면 절대적으로 소득 상위층에게 유리하지만 자영업자나 세입자는 임대료가 올라가고 양극화가 커진다”며 “장기적으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투기를 막도록 부동산 세제의 원칙부터 세우고 주택 공급은 대출규제책으로 상황에 따라 조절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전병역 기자 junby@kyunghyang.com>
[지주의 나라] ①노무현 정부 때 서울 아파트값 상승 '최고'..
강남·북 격차도 '최대'
전병역 2017.03.06 수정 2017.03.06 09:30
[경향신문] ㆍ이명박 정부 때 글로벌 위기로 하락ㆍ박근혜 정부 규제완화 양극화 가속
1987년 민주화 이후 30년 동안 서울을 기준으로 볼 때 아파트값 상승은 강남과 비강남권 편차가 두드러졌지만 정권별로 볼 때도 격차가 컸다.
대체로 김대중 정부에서 본격 상승하기 시작해 노무현 정부 때 가장 급등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는 글로벌 경제위기 등으로 오히려 집값이 떨어졌으며 박근혜 정부에서 규제 완화로 다시 부동산 자산격차가 커지는 흐름을 나타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실은 “지난 30년 동안 서울의 3.3㎡당 평균 아파트값 변화를 보면 노무현 정부 때 가장 크게 뛴 여파로 2010년 3213만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하락하다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으로 재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5일 밝혔다.
서울의 아파트값은 3.3㎡당 가격이 1988년 300만원에서 큰 변화가 없다가 1991년 797만원으로 급등했다. 다시 이후 10년 동안은 크게 오르지 않았으며 2000년 957만원이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 이후 급등하기 시작해 노무현 정부 시절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고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3212만원으로 10년 동안 3배 넘게 급등했다.
지난 30년간 강남권 아파트값은 3.3㎡당 4000만원이 올랐고, 비강남권은 1600만원 올라 강남권 상승폭이 2.5배 컸다.
1990년 서울의 아파트값은 강남권이 3.3㎡당 543만원, 비강남권이 549만원으로 오히려 비강남권이 약간 높았다.
노태우 정부 말까지도 강남권과 비강남권 간에 큰 차이가 없었으나 김영삼 정부 이후 격차가 커지기 시작했다. 다만 김영삼 정부 때는 강남권 아파트값 상승액이 비강남권의 5.2배로 가장 높았지만 상승액은 아직 3.3㎡당 278만원 수준에 머물러 있던 때다.
노무현 정부 초기 강남권 1970만원, 비강남권 1120만원이던 3.3㎡당 아파트가격은 정권 말기에 강남권이 4210만원으로 2240만원(113%) 급등했다. 비강남권은 2050만원으로 930만원 올랐다.
강남과 비강남권 아파트값 격차는 노무현 정부 때 가장 크게 벌어졌다. 강남권만 보면 박근혜 정부에서 970만원 올라 두번째로 컸고, 비강남권을 보면 김대중 정부에서 360만원 올라 노무현 정부 다음으로 상승폭이 컸다.
정치적 성향만 놓고 보면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친서민적인 행보를 보인 노무현 정부에서 줄고 친재벌적인 이명박 정부에선 커졌을 것 같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던 사실이 확인됐다.
정권별로 유주택자와 무주택자(전·월세 세입자)의 자산격차를 보더라도 집값이 가장 많이 뛴 노무현 정부에서 최대 6억원까지 벌어졌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4억원의 자산격차가 발생했다. 집값이 하락한 이명박 정부에서는 오히려 유주택자들은 700만원의 자산가치 하락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진 이명박 정부에서는 전·월세 세입자들의 주거비 마련에 따른 금융손실보다 자가소유자들의 집값 하락액이 더 컸다.
경실련은 “제대로 된 부동산 정책이 없는 정권들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주택이 투기의 대상으로 변질되어 왔다”면서 “특히 과거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형성된 집값 거품이 채 빠지지 않은 상태에서 박근혜 정부가 또다시 아파트값을 올리며 집을 가진 자와 없는 자의 자산 양극화가 더욱 커졌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은 현 상황으로 볼 때 차기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더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전병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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