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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국도건설 공사 예산 낭비 사례를 설명하는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 김헌동 단장(오른쪽) |
ⓒ2005 오마이뉴스 박수원 |
건설교통부 산하 5개 지방국토관리청이 발주하는 8개 국도사업 토공사(깍기, 운반, 쌓기 등) 비용이 시장가격보다 2.6배, 가격으로 환산하면 993억원이 부풀려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공동대표 김성훈,법등,홍원탁 이하 경실련)은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5개 지방국토관리청이 발주한 의정부, 장호원, 거제, 원주 등 8개 국도공사의 토공사 가격을 조사한 결과 시장가격은 632억원이지만 정부 가격은 2.6배 부풀려진 1625억원으로 책정됐다"면서, "정부가 엉터리 원가계산을 기준으로 공사비를 책정하고 있기 때문에 세금 낭비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공사비 가운데 직접공사비에서 정부가격이 1213억원으로 시장가격인 598억원 보다 615억원이, 간접공사비에서는 정부가격 412억원이 책정됐지만 실제 시장가격에서 간접공사비는 34억원에 불과해 간접비에서 378억원 낭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발주하는 공사는 직접공사비에 현장 운영을 위한 인건비, 안전관리비, 보험료 등이 포함된 간접공사비, 본사 관리비와 이윤을 합쳐 전체공사비를 책정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경실련이 행정정보공개를 통해 건설교통부 산하 5개 지방국토관리청이 발주한 8개 국도공사의 토공사 가격을 토대로 얻어진 결과로, 국도건설사업비 가운데 토공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30%인 점을 감안하면 예산낭비 금액은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부풀려진 원가계산법
그렇다면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일까?
경실련은 이처럼 국도사업 가격이 부풀려진 원인으로 두 가지 점을 지적하고 있다. 첫번째는 2배 이상 부풀려진 정부원가계산기준이고, 두번째는 직접 공사를 하는 하도급 업체들은 가격경쟁입찰을 시행하면서, 감독만 하는 대형건설업체가 가격경쟁을 하지 않는 입찰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데 있다.
정부는 원가계산기준(일명 품셈)을 통해 실제 공사가격보다 2배 이상 부풀려 원가를 상정하고 있다. 2배 이상 부풀려진 품셈으로 예산을 책정하기 때문에 실제 시장공사비와 정부가격 사이에 2배 이상의 격차가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는 것.
2001년 조달청의 '시설공사 원가계산 발전방안' 용역자료에도 품셈을 기준으로 삼는 정부 공사단가가 부풀려져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2003년 3월 당시 최종찬 건교부 장관과 경실련과의 면담에서 시장단가 적용을 약속하기도 했다.
두번째 국도사업 가격이 부풀려진 원인은 정부가 유지하고 있는 잘못된 입찰시스템에 기인한다. 정부가 발주하는 공사는 부풀려진 품셈 범위 안에서 설계와 시공일괄입찰방식(턴키방식)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실제 공사비와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정부에서 사업을 딴 대형건설업체들은 하청업체들을 선정할 때 실제 가격을 기준으로 한 최저가낙찰제 방식으로 경쟁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참여정부는 정부가 발주하는 공사에 모두 경쟁입찰제를 도입할 것으로 약속했지만, 일부에서만 시행할 뿐 전면적으로 적용하지 않고 있다.
실제 정부가 발주한 도로공사 가운데 턴키방식과 경쟁입찰 방식을 비교한 결과 턴키는 정부가격의 94.1%에, 경쟁입찰은 정부가격의 64.6%에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유지하고 있는 잘못된 입찰시스템이 실제 공사도 하지 않는 대형건설업체들의 배만 불려준 꼴이 됐다.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 김헌동 단장은 "정부가 실제 공사금액이 얼마인지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엉터리 기준인 품셈을 왜 유지하는지, 일도 하지 않는 종합건설사들이 폭리를 취할 수 있는 턴키방식을 어째서 계속 고집하는지 의문"이라면서, "낭비되는 국가예산을 절감하기 위해서는 품셈 제도를 폐지하고 시장단가제를 도입해야 하며, 턴키 입찰 제도를 경쟁입찰제로 변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도공사비용이 부풀려졌다는 주장에 대해 건설교통부는 "검토를 해야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알 수 있다"면서, "경실련 지적에 대해서 조만간 공식입장을 내겠다"고 밝혔다. /박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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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실련은 지난 5월 30일 건교부 산하 5개 지방국토관리청에서 시행하는 8개 국도사업의 토공사 비용이 2.6배 부풀려졌다고 주장했다. ⓒ2005 오마이뉴스 박수원 |
경실련은 지난 5월 30일 건설교통부 산하 5개 지방국토관리청이 추진하는 8개 국도사업 토공사(깍기, 운반, 쌓기 등) 비용이 시장가격 보다 2.6배, 가격으로 환산하면 993억원이 부풀려졌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경실련은 자료를 통해 "5개 지방국토관리청이 발주한 의정부, 장호원, 거제, 원주 등 8개 국도공사의 토공사 가격을 조사한 결과 시장가격은 632억원이지만 정부 가격은 2.6배 부풀려진 1625억원으로 책정됐다"면서, "정부가 엉터리 원가계산을 기준으로 공사비를 책정하고 있기 때문에 세금 낭비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종별 단가를 구체적으로 보면 '발파암 깎기' 시장단가는 5111원이지만 정부 품셈은 2배 정도 부풀려진 1만409원으로 조사됐고, 덤프운반 시장단가는 2812원이지만 정부 품셈은 2.3배정도 부풀려진 6493원으로 산정돼 있다고 경실련은 밝혔다. 즉 정부의 엉터리 원가계산기준인 품셈으로 인해 가격이 2배 이상 부풀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공공기관의 원가계산기준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미 오래 전에 나왔다. 2001년 조달청의 '시설공사 원가계산 발전방안' 용역자료에도 품셈을 기준으로 삼는 정부 공사단가가 부풀려져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건설교통부는 품셈으로 인해 예산이 낭비됐다는 지적이 나오자 "시민단체 등에서 제기하고 있는 흙공사 비용과 관련 운반속도, 장비규격 등을 보다 세분화하고 보완도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서, "이달중 건설기술연구원과 발주청 등 관계 실무자로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조정작업에 착수키로 했다"고 밝혔다.
건설교통부는 이와 함께 "현재 건설공사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는 1800여개 공종중 시장단가의 적용이 가능한 부분은 실적공사비 제도로 전환 중에 있다"며 "2007년까지 총 공종의 50%까지 확대해 정부발주공사의 예정가격 산정에 적극 활용토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설교통부는 실적공사비로 전환이 조기에 이뤄지면 2007년까지 전체 사업비의 80%까지 개선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 김헌동 단장은 "정부가 조금만 노력하면 실제 공사금액이 얼마인지 조사할 수 있으면서 엉터리 품셈을 기준으로 예산 낭비를 초래했다"면서, "건교부의 품셈 전면 개선 발표는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박수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