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혁명

집은 110%로 남는데, 국민 절반이 셋방살이

토건종식3 2011. 3. 25. 15:34

 

 

집은 남는데 국민 절반이 셋방살이
[부동산 투기 공화국] 

 

 

사무직 내집마련에 22년 걸려, 집부자·땅부자로 빈부격차 심화

부동산 투기 실태와 폐해는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실 손낙구 보좌관이 작성한 ‘통계로 보는 부동산 투기와 한국경제’(www.minsim.or.kr)를 간추렸다. 70여 건의 자료를 바탕으로 1년 여에 걸쳐 작성한 86쪽 분량의 보고서다.

손 보좌관은 우리 사회의 부동산 문제를 세 가지로 꼽고 있다. 첫째는 부동산 가격이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빠르고, 높게 폭등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그 결과 서민생활이나 국가 경제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부동산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고, 마지막은 부동산을 일부 부유층이 독식해 엄청난 이익을 챙김으로써 빈부격차의 주범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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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가격 상승 속도는 세계에서도 그 유래를 찾기 어렵다. 1964년부터 서울을 비롯한 12개 주요 도시의 땅값 변동을 보면 지난 40년간의 주요 도시 땅값은 780배, 서울은 954배 올랐다. 그간의 소비자물가는 38배 상승했다. 그 결과 건교부가 추산한 2005년 전국의 땅값은 2,041조 7,215억원. 현실화 율 91%를 반영하면 약 2,300조에 이른다. 공시지가가 국공유지 등 비과세대상 토지를 제외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국토(남한) 약 4분의 3 가격이다. 캐나다를 6번, 프랑스를 7번, 미국을 절반 살 수 있는 액수다.

 

부동산 소유 여부에 따른 빈부 격차는 엄청나다. 땅 부자 1.3%가 사유지(전체 국토의 70%에 해당)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또 미성년자가 보유한 땅도 서울 여의도 면적의 21배에 이른다. 주택의 경우 5~29채를 보유한 집 부자가 22만 명에 달한다. 그 결과 주택 보급률은 102%선을 상회하고 있지만, 50%(841만 세대)의 세대가 무주택이다. 집은 남는데 국민의 절반이 셋방살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절반의 국민들이 내 집을 마련하는 데에 드는 시간도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1987년에 걸린 기간은 결혼 후 8년 5개월이던 것이 2004년에는 10년 1개월로 늘었다. 그런데 저축으로 내 집을 마련한 비율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다른 도움 없이 내 집을 장만한다고 하면 최소 두 배의 기간은 걸린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서울에서 집을 마련한다고 했을 때 사무직의 경우 22년, 기능직은 24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업들도 부동산 투기, 경기 침체 가속화


집값 상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높은 교육비 부담도 문제지만, 결혼비용의 68.5%가 주택마련에 들어가니 이 때문에 결혼 연령도 늦어질 수 밖에 없고 출산율도 당연히 영향을 받는다. 집 값이 사회 고령화를 앞당기는 주범의 하나인 것이다. 국가 경제도 큰 영향을 받는다. 부동산 투기 대출금의 이자를 갚느라 소비를 줄이게 돼 내수가 침체한다. 또 높은 땅값 때문에 제조업체들은 해외로 빠져나가 특정 분야에 있어서는 산업공동화 현상을 초래한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본업인 생산활동을 제쳐두고 부동산 투기에 눈을 돌리고 있기도 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결국 부동산 투기를 잡지 못하면 경기 침체는 장기화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부동산 투기와 관련해서 국내 금융산업은 본 궤도를 벗어나 있다. 주택구입자금의 91%가 이미 주택이 있는 사람에게 돌아갔다. 또 부동산 투기는 노동쟁의를 촉발한다. 투기로 폭등한 주거비를 맞추려면 임금 인상을 요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허술한 법과 제도 악용, 너도나도 부동산 광풍에…

[부동산 투기 공화국]정부 '투기와의 전쟁' 비웃는 투기꾼, 수법 날로 지능화·고도화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공기업에서 고위 간부로 일하다 2000년 무렵 명예 퇴직한 50대 후반의 김모 씨. 30년 가까이 재직한 직장을 떠날 때 손에 쥐고 있던 재산은 아파트와 퇴직금 등을 합쳐 대략 6억 원대였다. 오로지 회사 일밖에 몰랐던 그는 앞날이 걱정스러웠다. 이 돈을 어떻게 관리해야 노후를 편안히 보낼 수 있을까. 며칠을 숙고한 끝에 내린 결론은 부동산. 1980년대 초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 아파트에 처음 둥지를 튼 뒤 20년 이상 강남에서 살아오며 ‘부동산 불패’ 신화를 직접 체험했기에 어쩌면 자연스런 대책이었다.

 

 

사 놓기만 하면 세 배·네 배로 폭등 

 


김 씨는 우선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딴 뒤 중개업소를 차렸다. 특유의 꼼꼼함으로 단골 고객도 많이 확보했다. 그러는 동안 부동산으로 대박을 터뜨린 사례를 자주 접하게 되면서 스스로 부동산 투자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후는 순풍에 돛 단 형국. 때마침 불어 닥친 강남 부동산 열풍을 타고 재산은 순식간에 불어났다. 3년 남짓한 기간 동안 그가 쌓아올린 부(富)는 무려 50억 원대. 열 배 가까운 수익률이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면서 너무나 손쉽게 돈 버는 사람들을 많이 봤어요. 그 사람들의 요령을 조금씩 따라 하다 보니 저도 어느새 큰 돈을 번 것이죠. 우쭐한 기분이 드는 게 사실이지만 가끔은 나라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김 씨의 사례가 아주 특이한 것은 아니다. 강남에 가보면 몇 년 사이 집 값이 두 배로 올랐다며 미소 짓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노른자위 지역에 아파트 몇 채 사 놓으면 금세 재산이 세 배, 네 배로 불어난다. 거액의 은행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입해도 이자가 하나도 무섭지 않을 만큼 집 값은 폭등했다.

 

문제는 이런 기현상이 허술하기 짝이 없는 법과 제도 때문에 그대로 용인되고 있다는 점이다. 상식을 뛰어넘는 부동산 대박일수록 오히려 더욱 짙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이제 온 나라가 서민, 중산층, 부자 가리지 않고 부동산 타령을 하는 ‘투기 공화국’으로 변했다.

 

비정상이 정상으로 통하는 사회. 그럴수록 불법과 편법도 판을 치게 된다. 온갖 종류의 투기꾼들이 양산되는 것도 부동산 광풍의 부산물에 다름 아니다. 견디다 못한 정부는 얼마 전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투기를 ‘사회적 범죄’, ‘사회적 암’으로까지 규정하며 관계 당국 간 연합 공세에 나섰다.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 정부는 지금껏 수도 없이 많은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별 효력이 없었다. 투기꾼들에게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부동산 가격의 폭등을 초래하는 역효과를 내기도 했다. 부동산에 관한 한, 정부가 엉금엉금 긴다면 투기꾼들은 날아 다닌 셈이다. 간혹 당국에 적발되는 투기꾼들의 교묘한 수법은 이 같은 실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국세청은 지난 6월 말부터 이른바 ‘기획부동산’ 업체들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 조사에 착수했다. 기획부동산 업체는 투기적 가수요를 부추겨 토지ㆍ주택 가격을 끌어올리는 부동산 투기 세력의 핵심으로 꼽힌다. 이들은 주로 서울 강남 테헤란로 주변의 고급 빌딩에 사무실을 차리고 전국을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는 게 국세청의 분석이다.

 

A사의 사례를 보자. 이 회사는 경기 용인 등 개발 예상 지역의 임야 13필지(5만5,000여 평)를 121억원에 사들였다가 취득 원가의 3배에 달하는 351억원에 되팔아, 불과 1년 만에 200억원이 넘는 차익을 남겼다. 동원된 수법은 텔레마케팅을 통한 분할 매각. 전체 5만5,000여 평을 100~500평 규모로 쪼갠 뒤 200여 명의 텔레마케터를 동원해 277명에게 나눠 팔았다.이 과정에서 토지 매입자들은 명의상 계약자인 회사 통장이 아닌 실질적 사주인 이모 씨 통장으로 대금을 입금했고, 이 씨는 이 돈 가운데 154억원에 대해서만 법인세 신고를 하고 나머지 197억원은 개인적으로 유용했다.

 

또 이 씨는 토지 매매가 완료된 후 A사를 폐업하고, 동일 수법으로 투기 행각을 벌이기 위해 미리 설립해 둔 B사에 잔여 토지를 증여한 사실도 확인됐다. 회사를 폐업한 것은 매매 차익에 대한 세금 추징을 피하는 한편 투자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의 항의나 고발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다.

 

또 다른 C사의 경우도 비슷하다. 이 회사의 사주는 한꺼번에 4개의 기획부동산 업체를 설립한 뒤, 자신은 뒤로 숨고 ‘바지 사장’들을 앞세워 그룹 형태로 운영한 게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C사는 2003년부터 2004년에 걸쳐 지방 임야나 염전 등 33만6,000평을 매입한 뒤 100~400평 단위로 분할, 평당 취득 원가의 6배 가격에 팔아 넘겼다. 거래 횟수만 1,044회에 달했고, 동원된 텔레마케터도 500명이나 됐다.

 

 

 

투기꾼 발본색원에 칼 빼든 검찰

 


7월 초 ‘부동산 투기사범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한 검찰도 투기꾼들을 발본색원하기 위해 칼을 뺐다. 그 동안 산발적으로 이뤄졌던 단속 활동도 한층 강도를 더할 전망이다. 특히 행정중심 복합도시라는 호재가 있는 대전 충남 지역은 핵심 수사 부서인 특수부가 직접 나설 정도로 강력한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대검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를 뒤집어 보면 그만큼 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셈이다.

이 지역에선 토지거래 허가요건을 갖추지 못한 서울 등의 외지인 들이 토지거래허가를 원천적으로 회피하기 위해 매매가 아닌 위장 증여 계약으로 토지나 임야를 사들이는 투기 사례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어김없이 거간 노릇을 하는 세력은 ‘떴다 방’ 업자나 일부 부동산 업체들이다.

 

증여세 부담이 적지 않음에도 이런 위장 거래가 빈번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매도인은 매수인이 증여세를 부담하면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고, 매수인은 땅 값이 뛰면 단기간에 투기 이익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매도인-중개인-매수인 3자가 모두 이득을 취하게 된다. 이 밖에도 미등기 전매, 명의 신탁, 허위 등기 원인 기재 등 다양한 방식이 투기적 거래에 동원되고 있다.

 

지난해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에 신규 분양된 한 아파트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다. 타인의 청약 통장을 사들인 뒤 통장 명의자를 이 지역으로 위장 전입을 시켜 아파트를 대량으로 부정 당첨 받은 사례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위장 전입 과정에서 주민등록증이나 주민등록등본의 전입일자 변조가 이뤄졌고, 여기에는 관계 공무원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투기꾼들은 청약통장 매수 및 명의자 담당, 주민등록 변조 담당, 주소 위장신고 담당, 주민등록등본 발급 담당 등으로 5~6명이 한 조를 구성해 일을 분담하는 점 조직 형태로 활동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를 맡았던 대전지검 관계자는 “주민등록등본 상의 전입 일을 변조하는 방법은 간단해 유사한 아파트 투기가 다른 지역에서 행해졌을 가능성도 크다”고 밝혔다. 부동산 투기 수법은 정부 단속을 비웃듯 갈수록 간교해지고 치밀해지는 양상이다. 그 동안 부동산 투기를 ‘망국 병’이라고까지 규정해 온갖 대책을 시행했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법과 제도가 사회의 변화에 뒤쳐져 따라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부동산 불패 신화’라는 악령이 전 국토를 뒤덮도록 오랜 세월 방치한 국가는 과연 책임이 없을까.

 

 

부동산 전문가들이 말하는 투기 수법

 

원장정리
분양계약서 상의 최초 당첨자 명의를 시공사나 시행사가 분양권 매입자의 명의로 바꿔치기 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분양권 전매가 금지된 투기과열지구에서 성행한다. 아파트 분양 후 대한주택보증에 실제 계약자 명단을 넘기기까지는 1~2개월 정도 소요되는데, 이 기간에 대량으로 계약자 명단을 바꿔치기 한다.

또 3순위나 1, 2순위 미계약분의 경우, 건교부가 명단을 받기 전에는 최초분양 계약자 파악이 어려운 점을 업체들이 악용하기도 한다. 원장정리를 하다가 적발되면 주택법에 따라 거래를 알선한 중개업자를 비롯해 시공사, 최초 계약자, 매수인 등이 모두 처벌을 받게 된다.

 

복등기
원장정리와 마찬가지로 분양권 전매가 금지된 지역에서 주로 이뤄진다. 절차는 이렇다. 당첨자인 최초 계약자(A)가 매수자(B)와 분양?매매계약서 체결→계약금 및 '밑서류'(계약서, 권리포기 각서, 이행 및 양도 각서, 인감증명서 등) 공증→B가 분양금 대납→준공 후 이전등기 때 A와 B가 거의 동시에 등기→등기 후 매매 형태로 A에서 B로 매매계약 체결('다운계약서' 작성) 및 등기이전→A는 다운계약서로 양도세 납부.

 

은행 자체감정 의뢰
대출 신청자가 은행에 자체감정을 의뢰, 주택담보대출 금액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은행에서 자체감정을 할 경우 주택 감정가액을 시세보다 1억~2억원 정도는 올려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 투기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제한된 요즘 아주 유효한 방법인 셈이다.

 

부담부 증여
주택을 증여하면서 과세표준을 낮추기 위해 일부러 해당 물건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키는 것을 가리킨다. 토지의 경우에는 최근 분할증여 등이 성행하고 있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사진=이호재 기자

 

 

[부동산 투기 공화국] 현실 무시한 정부 부동산 정책


원칙에 매달리다 꿩도 매도 다 놓쳐 업계 분석…집값 안정 위한 각종 규제 불구 약발 안받아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접하게 되는 부동산 투기와 관련한 뉴스는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과연 있기는 한 것일까라는 의심을 갖게 만든다. 무엇보다 부동산 업계의 평가가 긍정적이지 않다.

 

업계의 대체적인 반응은 ‘현실을 등한시하고 원칙에만 매달린 3년’ 정도로 요약된다. 시중의 막대한 유동자금 흐름을 무시하고 과세표준 현실화와 투기적 수요의 근절이라는 효율성이 담보되지 않은 원칙에만 매달린 결과라는 것이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시장은 몇 가지 특징을 보이고 있다. 주식시장의 침체로 개미 투자자들의 부동산 시장으로의 이동, IT분야 등 특정 산업분야의 발전으로 고가 주택에 대한 구매력을 갖춘 수요 층의 등장, 수 차례에 걸친 부동산 불패에 따라 활황을 이어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의 확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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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자금 부동산으로 대거 몰려


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요인들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고 실거래가 신고, 개발이익 환수, 주택거래 신고, 주택가격 공시제도 등 4대 법안에만 정책 방향을 집중해 왔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값 안정을 위한 소형평형 의무건립비율 강화, 임대아파트 건립 의무화,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등의 규제를 시작으로 주택거래 신고제, 1가구 3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주택담보대출 한도 축소 등을 시행했지만 대증요법에 그쳤을 뿐이다. 강력한 10ㆍ29대책으로 집값이 1년 동안 제자리 걸음을 하기는 했지만, 올 상반기 판교와 강남 재건축 단지를 비롯한 서울 수도권 아파트 대부분이 다시 급등세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부동산 시장 주변을 떠도는 부동자금의 적절한 투자처를 마련해주지 못한 데서 온 결과라고 풀이하고 있다. 부동산 간접투자상품으로 불리는 리츠, 부동산펀드 등에 정부가 좀 더 적극성을 보였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목표아래 펼쳐지고 있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의 지방 개발은 해당지역의 땅값을 상승시켜 결과적으로 집값을 끌어 올리는 정책적 잘못을 범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100%를 상회하는 주택보급률에 집착하는 것도 부동산 정책의 실패 요인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새로운 주택 상품들이 꾸준히 나오고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에 주택이 과잉 공급되더라도 집값은 오를 수 있음을 분호오館컸舊?못했다는 것이다. 굴뚝산업을 대체한 디지털산업으로의 경제구조 변화에 따른 부의 쏠림은 인정하면서도 이에 따라 나타나는 주택 보유의 형태를 무시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 부동산연구소 서진형 박사는 “여론을 의식하고 그것을 무마하려는 자세에서 벗어나 무엇보다 장기적 안목에서 정책을 수립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부동산뱅크의 한 관계자는 “무조건적으로 수요를 억제할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수요억제 중심의 정책을 공급조절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민승 기자 msj@hk.co.kr

 

 

[인터뷰]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장

[부동산 투기 공화국] 
"분양가 자율화가 아파트값 폭등 원인, 공공보유주택 비율 높여야 거품 빠져"
지금과 같은 분양구조론 투기 못잡아…누진세·종부세 등 강화 필요


 

부동산 가격 폭등과 투기 열풍이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관련 토론회에 부쩍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안경 너머로 비치는 날카로운 눈빛, 카랑카랑하면서도 또렷한 목소리, 다소 공격적이고 도발적인 말투, 그러면서도 의외로 작고 아담한 체격.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장. 우리나라에서 몇 째 안에 들 정도의 긴 직함을 가진 그는 부동산 거품과 투기라는 골리앗과 싸우는 다윗이다. 엄청난 부동산 가격 폭등의 여파로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하고 이에 대부분 국민은 박탈감에 넋 놓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그 속에서 김 본부장은 당차게 일어나 매서운 돌팔매질로 거품을 터뜨리려 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2002년 말부터 2003년 초까지 전국의 아파트 건설 현장 50여 곳을 일일이 돌아다녔다. 현장 구석구석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관계자들도 하나하나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목적은 국내 아파트 분양 시장의 폭리 실태 파악이었다. 조사 결과는 경실련의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 운동으로 이어졌다. 사회적 반향은 상당히 컸다. 정치권에서도 원가 공개 논란이 불 붙어 지금껏 실시 여부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그를 만나 ‘부동산 망국병’의 원인과 진단, 해법 등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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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확대해도 아파트값 못잡아

 

 


-치솟는 아파트 가격을 잡는 방법으로 공급 확대론과 수요 억제론이 맞서고 있는데.

 

▲공급확대로 아파트 값을 잡을 수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아무리 아파트 공급을 늘리더라도 지금과 같은 분양 구조에서는 실수요자보다는 투기꾼 몫으로만 돌아갈 뿐이다. 중대형 평수 아파트가 모자란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는 투기 세력의 주장일 뿐이다. 중대형 아파트를 사놓은 뒤 큰 차익을 맛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런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과연 (지금처럼 값 비싼) 중대형 아파트에 살 만큼 국민들의 소득이 늘어난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최근 수 년 동안 이어진 아파트 가격의 폭등 원인은 무엇인지.

 

▲1989년에도 한 차례 폭등이 있었다. 당시와 비교해 보자. 그 때는 아파트 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전세 값도 함께 거의 근사치로 올랐다. 이는 주택 공급량이 부족했었음을 뜻한다. 실제 당시 주택 보급률은 70~75% 수준에 머무르고 있었다. 이에 정부는 주택 200만호 건설이라는 대량 공급 정책을 해법으로 내놓았다. 그것도 기존 아파트의 60~70% 가격에 새 아파트를 공급한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기존 아파트 값이 떨어지는 등 일정 부분 주택 가격 안정 효과가 나타났다.

 

그런데 1999년부터 지금까지 5년 간의 폭등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전세 값이 동반 상승하지 않고 있다. 공급 부족이 가격 상승의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5년 동안 국내에서는 단군 이래 최대 물량인 250만호의 아파트가 쏟아져 나왔다. 주상복합을 합치면 300만호에 달한다.

그럼에도 현실은 왜 이렇게 됐나. 분양가 자율화가 큰 원인이다. 기존 아파트의 120% 가격에 분양가를 책정하도록 놔뒀는데, 이것이 기존 아파트 값도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낳고 말았다. 지난 5년 동안 새 아파트 값은 2.5배, 기존 아파트는 2배나 올랐다.

 

-공급이 크게 늘었는데도 가격이 폭등했다. 분양가 자율화 외에 다른 구조적인 이유는.

 

▲판교 신도시 사업을 예로 들자. 정부는 판교의 논밭과 임야를 평당 80만원에 수용해 100만원 정도의 공사비를 들여 택지를 조성한 뒤 민간 건설업체에 판다. 여기에 대략 평당 건축비 350만원 정도를 보태면 아파트 값은 평당 550만원 수준이 된다. 그런데 판교 신도시 아파트 분양가가 평당 1,500만원 이상 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1,000만원의 거간엔였募?것이뇩?게다가 프리미엄까지 보태면 2,000만원도 넘게 된다. 건설업체와 최초 분양자만 엄청난 이익을 얻는 구조인 것이다.

 

더욱 어이없는 것은 판교 개발에 덩달아 분당, 강남 등 인근 지역 집 값이 전체 34조원이나 뛰면서 그만큼의 거품이 더 생겨났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제 정부가 공공택지 내 주택용지를 민간 업체에 팔아 넘기는 정책을 바꿔야 한다.

 

 

 

헌법만큼 바꾸기 힘든 부동산정책 기대


-최근 급부상한 공영 개발론과 같은 맥락인 것인가.

 

▲그렇다. 우리나라의 공공보유 주택 비율은 전체 주택 1,350만 호 가운데 30만호로 2.1%에 불과하다. 반면 외국의 경우에는 20~40%에 이른다. 어느 사회나 집을 소유할 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계층이 30% 선은 된다. 때문에 공영개발을 통해 공공보유 주택의 비율을 늘리면 많은 무주택 서민들에게 저렴하게 공급할 임대 주택 물량을 확보하는 한편 민간에 맡겼을 때 일어나는 투기적 거품 발생도 막을 수 있다. 정부도 할 일 하고 국민도 좋은 이런 제도가 왜 지금까지 도입되지 못했겠나. 그것은 바로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한 기득권 세력의 연합(재벌-관료-정치인-언론-학자 등 이른바 ‘건설 5적’)이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급급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세제가 투기 수요를 잠재우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은데.

 

▲세제는 대폭 강화돼야 한다. 보유세(재산세)의 경우 미국은 주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시가 대비 0.5~3%에 이르는 반면 우리는 0.05%에 불과하다. 이를 2년 안에 1%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10억 원짜리 아파트라면 1년에 1,000만원 정도 내게 되는 셈이다. 양도소득세도 시세 차익의 절반 이상 과세해야 한다고 본다. 다주택 보유자들을 누진ㆍ중과하는 종부세(종합부동산세) 역시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집이든 땅이든 불필요하게 많이 가져도 좋지만,그 경우 고통 받고 손해 본다는 인식을 투기꾼들에게 확실히 심어줄 필요가 있다.

 

-부동산 문제로 수 차례 홍역을 치른 정부가 8월 중 내놓을 ‘헌법만큼 바꾸기 힘든’ 부동산 정책에 시중의 관심이 높은데.

 

▲정확한 원인 진단이 있어야 효과적인 대안이 나올 수 있다. 여권 정치인들을 만나 보니까 최근에는 문제의 원인을 어느 정도 깨우친 것 같더라. 대통령도 ‘답은 안다. 선택만 남았다’고 말했지 않았나. 그래서 조금 기대하고 있기는 하다. 어쨌든 8월 중 나올 부동산 정책에는 경제 민주화를 이룬다는 정부의 굳은 각오가 분명 담겨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정직하게 땀 흘리며 사는 사람들이 오히려 못 사는 그릇된 풍토를 바로잡아야 한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