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 김재권
시인 / 칼럼니스트 / 시문학 강사
거품의 땅 대한민국
최근 필자가 속해 있는 독일현대시연구회 소속 문인들과 “거품의 땅 대한민국”이라는 의제로 토론을 나눈 적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우리가 먹고 입고 사는 모든 일체의 행위가 온통 거품투성이라는 것이다. 독일에서 오래 살다 온 한 문인은 지금 우리나라에 만연하고 있는 이 거품을 빼지 않는다면 앞으로 대한민국의 발전은 결코 기대할 수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도대체 강남의 30평대 아파트 한 채가 10억 원대에 매매되고 있으니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현 제도적 상황이 뭐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거품을 빼다 보면 나라 전체가 IMF 사태 때보다 더 큰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기에 거품빼기만이 능사는 또 아니라는 것이다. 그 예를 들어 서울 잠실에 재건축을 추진 중인 대단지 아파트가 있는데 워낙에 단지조성을 잘해 놓아 초창기부터 그곳에 살아온 사람들은 오히려 재건축을 반대하는 견해에 있다고 한다. 그러나 차후 투기목적으로 아파트를 사들인 사람들은 어떡하든 재건축을 추진하려고 갖은 애를 쓰고 있다는 후문이다. 아파트 재건축의 기대감으로 은행융자는 물론 여기저기 빚을 내어 10억 원대의 아파트를 무리해서 사 놓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거품이 빠져 산 값의 반 토막으로 매매된다면 개인은 물론이겠지만 경제적 사회적으로도 그 파장이 만만치가 않을 거란 얘기다.
“강남 불패! 부동산 불패!”라는 신조어를 창출해 낸 참여정부! 앞서 ‘기본이 안 되어 있는 사람들’이라는 필자의 칼럼에서도 밝혔듯이,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입네 정부부처 지방 이전입네 해가며 전 국토의 땅값을 들쑤셔 놓은 것이 현 참여정부의 지도자와 관료들이었다. 참여정부 집권 이후에만 집값에서 200조, 땅값에서 500조 원의 거품이 발생했다는 자료에 근거하면 처음부터 이 정부가 나라를 아예 통째로 거품 만들기로 작정을 하고 출범한 정부는 아니었나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부동산거품에 대한 네티즌들의 분통이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지만 몇몇 네티즌들의 글들을 옮겨본다.
“100원 하던 아파트값을 김대중 정부가 200원으로 올려놨고, 노무현정부가 단 2년 만에 1,000원으로 올려놓았다. 다른 건 다 남 핑계 대더라도 집값, 땅값에서만큼은 노무현 정부가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노무현 정부도 열심히 노력 안 한 것은 아니지만 분양가 공개를 하겠다고 공약으로 내걸고는 왜 실천하지 않았는지, 원가 공개만 했더라도 이렇게까지 부동산 투기가 성행하지 않았을 것인데...” “3억 아파트 사려고 6년을 죽을 고생해서 모았더니 그 아파트 10억 돼 있더라.” “우리나라는 개발 자체가 불순한 의도 즉 정치자금 마련을 위해 추진된 겁니다. 그러니 부동산 거품은 당연한 거죠. 노무현이 분양원가 공개하고 싶어도 밑에 놈들이 말렸을 겁니다. 어쨌든 정부관료 은행 건설사 이 삼자가 짜고 치는 고스톱에 우리 국민만 우롱당하는 꼴이죠. 답답...”“우리 한심이가 한 일: 집값 올려놓기 세금 왕창 물리기 서민경제 침체시키기~~~”】
민심이 곧 천심임을 깨우치지 못하고 저 잘난 줄만 아는 현 정부의 관료들, 21세기형 대통령의 큰 뜻을 19세기에 머물러 있는 국민이 어찌 헤아릴 수 있겠느냐고 오히려 국민을 나무라는 우이독경牛耳讀經 마이동풍馬耳東風의 지도자, 아직도 국민이 무지몽매無知蒙昧하다고 믿는 그런 참여정부의 지도자와 관료들에게 도대체 무엇을 더 기대할 것인가?
‘대한민국은 부동산 공화국이다?’의 저자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 운동본부장의 말도 옮겨본다.
“집값이 폭등해 국민이 아우성을 쳐도 건설업체의 폭리구조가 바뀌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국민보다는 업계의 이해를 대변하는 재정경제부와 건설교통부의 관료, 건설업계의 검은 돈을 챙기고 지역개발 사업에 개입하는 정치인, 독자의 알 권리보다는 부동산 광고매출에 의존하는 언론, 정부와 업계로부터 각종 용역을 받는 연구집단이 단단한 이익구조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최근 참여정부의 부동산거품빼기에도 한계가 있는 것이 이 눈치 보랴 저 눈치 보랴 무엇 하나 부동산정책에 대하여 확실한 정책이 없다는 것이다. 부동산투기로 말미암아 이미 기득권 세력에 돈 벌어 줄 곳은 다 벌어줘 놓고는 정권 말기에 와서 공연한 뒷북만 쳐대는, 그리하여 실수요자인 서민들만 우롱당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르면 참으로 분통이 터질 일이다. 분양가를 낮게 책정하면 자연히 주변의 아파트값이 내려갈 것이라고 기대하는 어리석은 관료들, 오히려 주변의 아파트 시세에 맞추어져 결국 낮은 분양가가 오히려 시세차익을 만들어주는 또 다른 투기의 원인제공이 된다는 사실은 왜 숨기려 드는가?
이제는 모든 먹이사슬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이다. 누구든 열심히 일해서 적금을 부어 집을 장만할 수 있는 그런 정상적인 나라로 다시 되돌아와야 한다. 학교 졸업 후 취업하고 결혼해서 ‘내 집 마련’의 꿈조차 가질 수 없고 희망조차 기대할 수 없는 나라라면 이 땅의 젊은이들이 무슨 의욕으로 삶에 충실하며 살아가겠는가? IMF 사태 때보다 더 큰 혼란이 온다 해도 반드시 부동산의 거품은 제거되어야 할 것이다. 이 땅의 모든 국민은 거품 없는 땅에서 숨을 쉴 권리가 있다.
-월간「신춘문예」2007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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