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대담=김희준 건설부동산부 부장,박승희 기자 = "언제까지 부수고 또 재건축 합니까. 다시 지으면100년,200년을 써야죠. 좋은 자재를 쓰고 튼튼하게 지으면50년 사용할 것을100년은 더 쓸 수 있어요. 굳이 다시 지을 필요가 없도록SH가 잘 짓겠습니다."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이17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반값 아파트'(토지임대부 주택)의 새 브랜드를 '백년주택'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값은 반이지만,100년 이상 가는 월등한 품질의 아파트를 짓겠다는 것이다.
아직 확정된 명칭은 아니지만 '백년주택'의 의미를SH공사가 짓는 건축물의 시작부터 끝까지 담겠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건축비1.5배 늘려200년 쓸 명품…2배 강한 자재 쓸 것"
김헌동 사장은 취임 한 달 만에SH공사가 분양한 8개 아파트의 분양원가를 전면 공개했다. 그의 의도는 국민에게SH공사가 짓는 아파트의 평균 건축비가 얼마인지 알리는 것이었다. 평당600만~700만원.25평짜리 아파트 한 채를 짓는 데는 약 1억5000만원의 건축비가 들었다.
그는 핵심 사업인 '반값 아파트'는 그 이상의 건축비로 지어 품질을 높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김 사장은 "값이 싸다고 부실하다는 인식을 불식시킬 것"이라며 "기존보다 건축비를1.5배 더 들여 평당800만원,25평에 2억원 이상 가는 아파트를 짓겠다"고 말했다.
이어 "30년 동안SH공사가 지어왔던 아파트는240㎏의 압력을 견디는 콘크리트를 썼다면, 두 배인500㎏를 견딜 수 있는 콘크리트를 쓸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아파트의 사용 공간이 넓어지고 기둥도 튼튼해져50~100년 쓸 것을200년 쓸 수 있다"고 부연했다.
돈을 '제대로' 들이기 위해 건축·설계·자재품질 기준을 모두 높인 '서울형 건축비'도 도입한다.SH공사가 짓는 아파트 중 가장 품질이 높은 아파트를 기본형으로 삼고, 지속적으로 기준을 개선할 방침이다. 김 사장은 "우리가 서울에 명품을 지으면 민간이 따라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헌동 사장은 품질의 고급화가 곧 안전 문제와도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질의 물건을 만드는 시스템을 갖추면 재해가 없다. 재해가 생기는 것은 불량품, 부실 공사 탓"이라며 "안전한 건물을 짓겠다는 마인드를 갖고 경영을 하겠다"고 했다.
비용이 더 들더라도 안전한 건축 환경, 튼튼한 건축물을 만들겠단 것이 김 사장의 뜻이다. 이를 위해 각종 안전 대책도 수립해왔다. 최근 안전경영실을 신설해 관련 조직을 확대 개편했고, 스마트 안전관리 플랫폼을 구축하고 근로자 신고·포상제도 운영하고 있다. 후분양제도 확대했다.
김 사장은 "공기의 압박을 받지 않는 후분양제는 부실 공사, 재해 예방을 위한 시작"이라며 "SH는15년간 후분양을 해왔고, 재해도 줄고 있다"고 부연했다.SH공사에 따르면 공사의 최근 3년간 안전사고는 평균36건으로 Δ2019년43건 Δ2020년40건 Δ2021년29건으로 매년 줄었다.
그는 하청-재하청 구조에서 발생하는 부실공사의 폐해도 근절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하도급을 최소화하고 직접시공을 늘릴 것"이라며 "우리SH공사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동시에 중앙정부에도 '건설업자가 직접 시공하게 하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취임 후 원가공개로 시작된 혁신 행보도 이어가겠단 포부도 밝혔다. 김 사장은 "(후보자 시절) 검증을 받으면 받을수록 내가 적임자라는, 정말 잘 할 수 있겠단 생각을 했다"며 "취임 후 무엇을 할 것인지 하루 단위로 계획을 짰다"고 했다.
우선 내주 취임100일을 맞아 강남권 분양원가 공개를 할 예정이다. 김 사장은 "강남에 시세25억원짜리를 5억원에 분양하겠다고 했다"며 "강남의 건축비는 도대체 무엇이 다른지, 왜 이렇게 비싼지 모든 궁금증을 풀겠다"고 말했다.
내달 대선 이후에는 반값 아파트 사전예약제를 시행한다. 그는 "두 대선 후보가 모두 반값아파트 공약을 내놨다"며 "대통령이 인수위를 꾸려서 준비하는 동안, 반값 아파트를 할 수밖에 없도록 바탕을 깔겠다"고 설명했다.
그 다음은SH공사 재산공개다. 김 사장은 "장부에 적힌 자산 가치와 실제SH가 가진 자산의 가치는 굉장한 차이가 있다. 일례로 2억원에 지었던 장기전세 시세가10억원"며 "부채비율이194%로 잡혀있지만 그보다 훨씬 낮다. 얼마나 우량한 기업인지 알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이 시민단체에서 구상했던 계획은SH공사에서 실현될 전망이다.
그는 "서울에 사는 모든 시민이 집 걱정 없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 그 것이 공직자가 할 일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승희 기자(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