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동 "반값에 100년 사는 '공공주택' 공급.. '임대' 이름 안 쓰겠다"
대담=김노향 부장·정리=노유선 기자 입력 2022. 02. 28.
시민단체 출신으로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에 발탁돼 취임 4개월차를 맞는 김헌동 사장(67·사진)은 지난해 11월 15일 취임식에서 주택가격 안정화를 위한 분양원가 공개, 토지임대부주택 추진, 공공주택 품질 제고, 택지 확보 등을 공약했다. 김 사장은 이후에 빠른 속도로 공약을 이행해나가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취임 한 달 만인 지난해 12월 김 사장은 강동구 고덕강일4단지 분양원가를 공개했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었다. 곧이어 지난 1월 오금 1·2단지와 항동 2·3단지, 2월 세곡2지구 4개 단지를 대상으로 분양원가를 공개했다. 김 사장의 목표는 서울 시민의 주거 안정에서 더 나아가 한국의 뿌리깊은 집값 문제 해결과 건축물 선진화 등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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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빛을 보지 못했던 그의 공약들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경기 판교신도시 개발 때 김 사장은 반값 아파트 도입을 주장했다. 대형 건설업체에 몸담은 경험이 있는 그는 건설업체들이 분양가 자율화로 폭리를 취한다는 지적에 따라 분양원가를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자신의 주장이 외면받을 때도 꿋꿋이 한결같은 목소리를 냈고 저서를 통해 반값 아파트 추진과 분양원가 공개를 또 한번 역설했다.
이 같은 노력은 SH공사 사장으로 취임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김 사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분양원가 공개를 실행했다. 그는 “공기업이 짓는 아파트 건축비는 3.3㎡당 600만~700만원으로 지역이 어디든 비슷하다”며 “분양원가는 원가대비 품질 수준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더 좋은 주택을 건설하려면 설계와 감리 비용을 더 지급해야 한다”며 “서울시와 SH공사는 기본형 건축비를 넘어 ‘서울형 건축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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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사장은 서울의 인구 감소 문제에 대해 “사람들이 서울을 떠나는 이유는 높은 집값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건물만 분양하는(토지임대부) 주택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임대’라는 용어가 어감상 ‘차별’을 내포하고 있다”며 “임대주택을 공공주택으로, 토지임대부를 ‘건물만 분양’으로 표현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 사장은 SH공사가 올 1월 기존 후분양제(공정률 60~80%)를 확대해 공정률 90% 시점에 입주자를 모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며 “후분양을 해도 건물이 무너질 수는 있겠지만 건축 과정에서 부실이 생겨도 분양 받은 사람이 없어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19년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후분양제(공정률 60%) 계획을 발표했지만 현재 사전청약제도를 만들어 거꾸로 선분양의 선선분양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사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비롯한 공기업들에 대해 아쉬움도 토로했다. 그는 “분양원가는 SH공사 주인인 서울 시민에게 마땅히 알려야 하는 사항”이라면서 “LH도 분양원가 공개에 동참한다면 주택시장 전반에 분양원가 공개가 당연시되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의 다음 계획은 ‘재산 공개’다. SH공사의 장부상 자산가치와 실제 자산가치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SH공사 재산은 매우 저평가 돼 있어 재평가를 받게 되면 부채비율이 낮아지고 채권발행 금액이 커져 자금 동원력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SH공사는 3월 초 장기전세주택을 시작으로 재산 공개를 시작할 방침이다.
베일에 쌓였던 SH 공공주택 자산 장부가액만 '7조'.. 3월 초 공개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이 이달 초 SH 보유자산의 공시가격 금액을 전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공사가 보유한 자산·부채 현황은 경영공시를 통해 공개되고 있으나 공공기관은 관련법에 따라 취득원가와 감가상각을 반영해 자산을 산정한다.
즉 겉으로 드러난 SH의 토지·건물 등 자산가치는 시세 대비 낮게 책정될 수밖에 없는데 이를 현실화하겠다는 취지다. 보다 정확한 자산가치 측정이 가능해지면 재산세·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은 커질 수 있으나 부채비율이 하락하게 된다. SH는 보유세 부담에 대해선 공공주택사업 재정지원의 필요성과 타 공공기관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경정청구와 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 23일 머니S와의 인터뷰에서 “공사의 주주는 서울 시민이기 때문에 자산 등 경영 상황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김 사장은 “최근 몇 년 새 집값이 급상승해 SH가 보유한 공공주택의 자산이 큰 폭 늘었다”며 “20년 거주할 수 있는 장기전세주택은 2007년부터 지금까지 3만여가구 공급했는데 건축비와 토지비를 합한 원가가 가구당 2억원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SH가 보유한 공공주택은 총 15만가구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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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 공동주택(아파트) 공시가격은 평균 19.89% 상승했다. 정부 부동산대책에 따른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주택분 종부세율은 최고 3.2%에서 6.0%로 1.8배 올랐다. SH가 공개한 공공주택 자산은 장부가액 기준으로만 7조원 규모다. SH는 자산 공시가격을 먼저 공개한 후 추후 시세까지 공개하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SH가 지난해 발표한 경영공시에 따르면 2020년 결산 부채는 17조5299억원으로 부채비율이 192.8%에 달한다. SH 부채비율은 2018년 188.2%, 2019년 191.0%로 지속 상승했다. SH 관계자는 “공사는 회계상 택지조성원가에 따라 과세표준을 산출하고 기반시설 부담금을 과표에서 제외한다”며 “과세관청을 상대로 경정청구와 소송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SH가 시세의 20~30% 수준으로 낮은 임대료를 받고 주거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공기업인데 정부의 재정지원이 부족하다”며 “공공주택 보유에 따른 재산세‧종부세를 면제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부세법에 따르면 공동주택사업자는 최고세율인 6.0%를 적용하지만 정부는 주택분 합산배제 대상을 확대해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과세를 제외하고 있다.
SH와 사업구조가 유사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전용면적 40㎡ 이하 30년 이상 국민임대‧영구임대‧행복주택의 산출 세액이 50만원 이하인 경우 100%, 초과할 경우 85% 감면받을 수 있다. LH에 따르면 공공주택 과세 제외기준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조정했다. 합산배제 조건은 전용면적 149㎡ 이하 5년 이상 임대, 임대 개시나 합산배제 신고를 한 해당 연도의 공시가격이 9억원 이하인 경우 등이다.
전용면적 40㎡ 초과나 30년 미만 공공주택도 기타 사유로 25~50% 감면을 받는다. 김 사장은 “SH의 경우 공공임대주택 운영을 위한 수선 유지비가 지원되지 않아 공공분양주택의 수익 일부로 충당하는 실정”이라며 “운영 손실이 연간 4000억원 이상 발생한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임대주택 재정지원을 위해 건설 사업비의 30%를 부담하지만 SH는 건설 임대의 경우 실질적인 지원율이 20% 이하라고 설명했다.
김노향·노유선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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