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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동이 옳았다①] 분양원가 공개는 옳았다...오세훈 시장도 공약

토건종식3 2023. 10. 3. 21:19

[김헌동이 옳았다①] 분양원가 공개는 옳았다...오세훈 시장도 공약

기자명 김의철   입력 2023.05.01 23:55    수정 2023.05.02 07:03

 

- 분양원가 공개가 왜 중요한가...누구나 알 수 있는 대장동 사건
- 분양원가 공개하는 나라 없다고?...先분양하는 나라도 없어
- 부동산 카르텔, 언제든 부활할 수 있어...제도와 시스템으로 대비해야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 취임한지 1년 반이 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021년 4.7보궐선거에서 승리한 후 김헌동 사장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절대 다수를 차지했던 당시 서울시의회는 필사적인 저지에 나서기도 했다. 왜 그들은 이전까지는 누구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던 SH 사장직에 김 사장이 취임하는 것을 반대했던 것일까.

 

기자는 2020년 10월28일 첫 인터뷰를 시작으로 김 사장과 30여회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집값을 올리려는 세력과 20여년을 맞서 싸워왔다. 이제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가 됐다. 그가 옳았기 때문이다 ...<<편집자 주>>

김헌동 SH사장 [사진=뉴스로드]

 

◇오세훈의 공약이기도 했던 '분양원가 공개'가 옳았다

김 사장이 2021년 11월15일 취임한 후 한달 만에 오세훈 시장의 선거공약이자 그가 했던 첫번째 약속을 지켰다. 

그는 그해 12월15일 기자설명회를 열고 SH가 건설한 아파트의 택지조성원가 등을 포함한 71개 분양원가 항목을 공개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파트 분양원가를 산정해 공개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지난 20여년 동안 시민운동을 하면서 많은 정치인을 만났지만, 신뢰를 나타낸 경우는 극히 드물다. 오 시장은 그 중 한 사람이다. 

그가 4.7 보궐선거를 코앞에 두고 '새 서울시장, 이렇게 하면 집값 잡는다'는 제하의 인터뷰(2021.4.6 녹색경제신문)에서 그가 제시했던 내용이다. 

▲첫째, 새로운 서울시장은 당선 즉시, 시민들과 약속을 선언을 해야 한다. 

▲둘째, 지난 5년, 10년간 공기업(SH)이 분양한 아파트의 분양원가를 보고하라고 지시해야 한다. 그리고 그 문서를 그대로 언론을 통해 시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셋째, 지난 5년, 10년간 SH가 강제수용한 토지가 얼마나 되는지 공개해야 한다. 

▲넷째, 토지임대부 건물분양방식의 반값아파트를 분양해야 한다.

▲다섯째, 지난 5년간 서울의 집값이 실제로 얼마 올랐는지 조사해서 공개해야 한다.

▲여섯째, 서울시청 부동산 정책 담당자들을 정직하고 젊은 사람들로 바꿔야 한다. 

▲일곱째, 서울시가 인허가한 모든 문서, 즉 신청서와 검토서, 승인서 이 세가지를 공개해야 한다. 모든 인허가 과정과 근거를 시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여덟째, 앞으로가 아니라, 서울시에서 이미 이뤄진 일들에 대해서도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여덟가지 방안 중 정보 공개가 다섯가지다. 나머지 세가지도 같은 맥락이다. 

김 사장은 평소에 "국민이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다면 즉, 속지만 않으면 집값이 폭등하기 어렵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얘기를 뒤집어보면, 국민에게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면 집값이 폭등하고, 이를 이용해 누군가는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가정이 성립한다. 한편으로는, 이전 정부에서 금과옥조처럼 내세웠던 '수요와 공급'의 논리가 얼마나 무색해졌는지 살펴보면 이 얘기가 왜 중요한지도 알 수 있다. 

 

문재인정부가 26차례에 걸쳐 내놨던 부동산 대책은 이른 바 '수요를 억제하고 공급을 늘리는' 방식이었다. 물론, 매번 실패했고 집값은 치솟았다. 실수요를 억제해 내집 마련이 어렵도록 만들고, 다주택임대사업자들의 수요는 오히려 자극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다주택임대사업자들의 세제혜택을 확대했고,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는 이들에게 대출특혜를 줬다는 빈축을 샀다. 지난 정부 5년간 이같은 정책을 통해 '갭투자'와 '영끌 수요'를 자극했고, 이는 최근 전세사기 피해를 확산시키는 원인이 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부동산원'은 제대로 된 집값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적한 바 있듯이 정권이 바뀐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오세훈 시장도 지난달 13일 자신의 SNS를 통해 국토부가 '주택실거래 정보'를 제한적으로 공유함으로써, 집을 거래한 사람이 내국인인지 외국인인지조차도 알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초 국민의 집걱정을 덜겠다는 취지로 세워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이한준)는 일부 직원들이 투기로 적발되고, 극단적인 선택까지 했으면서도,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는 법원의 판결에 불복하고, 다가구주택과 빌라 등 높은 값에 사들여 집값을 떠받쳤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 김세용)는 그래도 분양원가 공개에 동참하고 있다. 다만, 일반인들이 봐서는 쉽게 알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일반인들은 평당·세대당 건축원가와 택지조성원가가 궁금한데, 아직은 민간참여자 총사업비 협약내역을 공개한 수준이다. 

김헌동 사장이 최근 세곡2지구에서 SH가 건설한 토지임대부 건물분양 아파트의 건축원가를 설명하는 모습 [사진=뉴스로드]

▲분양원가 공개가 왜 중요한가..."대장동, 복잡하지 않아요"

김헌동의 분양원가 공개는 단순히 '어느 공기업의 투명경영 실천의 일환'으로 생색 내자고 하는 일이 아니다. 

분양원가 공개의 진짜 이유는 국민들이 집값이 싼지 비싼지 판단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한다는 데 있다. 

대장동 사건을 두고 여야가 대치정국을 이어가고 있다. 이로써 많은 민생 현안들이 마치 블랙홀처럼 진보와 보수의 진영 대결 프레임으로 빨려들고 있다. 

그런데, SH가 공개한 분양원가 자료만으로도 대장동의 진실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분양원가를 놓고 대장동을 살펴보자.

 

김 사장이 여섯 차례에 걸쳐 공개했던 SH의 분양원가는 크게 택지조성원가와 건축원가로 나뉜다. SH가 서울 주요 택지에 공급한 아파트의 평당 택지조성원가는 약500만원, 건축원가는 평당 700만원 정도였다. 평당 분양원가는 약 1200만원인 셈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 시장을 공격하기 위해 특혜시비로 거론됐던 서초구 내곡동 땅의 수용가는 평당 270만원이다. 반면에 대장동 땅은 평당 약 200만원에 수용됐다. 2018년 대장동에서 아파트 최초 분양가는 전용 25평형의 경우 평균 건축비는 약 3억1500만원, 평균 대지비는 약 4억1000만원이었다. 평당 택지분양가는 약 1370만원에 이른다. 

같은 시기 SH가 공급했던 같은 평형 아파트의 채당 건축원가 약 2억원에 비해 건축비는 약 1억원, 택지분양가는 SH가 공개한 택지원가 중 가장 비싼 지역이었던 송파구 오금1지구 2차의 경우 평당 519만원에 비해서도 2배 이상 비싼 것을 알 수 있다. 

 

SH가 공개한 아파트들은 강동구 고덕동, 송파구 오금동, 강서구 마곡동, 강남구 세곡동, 서초구 내곡동에 있어 경기도 대장동 보다는 입지가 좋은 편인데도 대장동이 훨씬 비싸게 분양됐다. 그러니까 평당 200만원에 공공이 강제수용한 대장동 땅을 평당 1370만원에 민간이 분양하면 당연히 엄청난 이익을 볼 수 있었고, 여기에 건설이익도 1채당 1억원 이상 추가된다. 

대장동에서 첫 분양한 아파트의 이익은 가구당 약 4억원에 이른다고 추정할 수 있다. 5000여 가구가 분양됐기 때문에 총 분양 이익이 2조원에 달하는 셈이다. 

 

분양원가 공개하는 나라가 어디에 있냐고?...선분양하는 나라도 없어

2004년 6월 노무현 대통령은 "공기업도 장사"라며 LH 등 주택공기업의 분양원가 공개를 반대했다. 이로써, 공기업인 LH의 부패가 시작됐다고 김 사장은 말했다. 

2004년 노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수익을 추구하는' 공기업으로 LH를 변모시켰다는 얘기다. LH로 합치기 이전 주공아파트는 서민들의 내집마련을 위한 가장 확실한 수단이었다. 

혹자는 '분양원가를 공개하는 나라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렇다. 그런데 짓지도 않은 집을 팔아먹는 나라도 없다. 

우리나라는 독특하기 그지 없는 선분양 아파트가 주택공급의 주류를 이뤄왔다. 아파트 분양에 당첨되면 계약금, 중도금, 잔금을 치루고 건설회사는 특별한 자금이 없어도 집을 짓고 돈을 벌 수 있다.

더 나아가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전세제도를 통해 다주택 보유도 어렵지 않다. 

김 사장은 "모두가 집을 다 지어놓고 판다면 굳이 분양원가를 공개할 필요는 없을 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이런 이유때문인지 SH는 후분양으로 아파트를 공급하고 있다. 

애초 주택공기업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국민의 집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설립됐다. 이들이 집값을 끌어올리는 주역이 돼서는 무주택자들은 희망이 없다. 

우리나라의 부의 불평등 확대와 청년들의 좌절은 이와 무관치 않다.

"만일, 내집 마련이 어렵지 않게 되면 과도한 입시경쟁부터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라고 김 사장은 거듭 강조했다. 

 

부동산 카르텔, 언제든 부활할 수 있어...제도와 시스템으로 대비해야

김 사장은 '부동산 기득권 카르텔'에 대해 늘 경고한다. 또한 이들이 발호하지 못하도록 단단한 제도와 시스템을 통해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국민이 제대로 된 주택 관련 정보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주택은 일반 상품과 다르다. 집은 수요탄력성이 '0'에 가깝다. 실수요는 그렇다. 

집 없이 살 수 있는 국민은 없다.

만일 집을 2채 가졌더라도 2채에서 살 수는 없다. 이런 경우 한채는 세를 놓거나 비워놓을 수 밖에 없다. 

이는 주택실수요의 수요탄력성이 '0'에 가깝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만큼 집값을 안정시키는 일은 쉽다. 수요가 사실상 불변이기 때문에 공급을 거기에 맞춰주면 된다. 

문제는 가수요, 즉 투기수요다. 집값이 오르고 내리는 것은 완전히 투기수요에 달려있다. 투기수요를 자극해야 집값이 오르고 건설업자들은 돈을 번다. 

이는 임대차 수요를 전제로 한다. 즉, 모든 국민이 내집을 마련하면 임대차 수요와 함께 투기 수요는 사라진다. 

정부는 전세대출 확대가 아니라, 전세금 정도에 내집마련이 가능하도록 하는 주택정책이 필요하고, 당초 주택공기업은 그런 목적으로 세워졌다는 것이 김 사장의 주장이다. 

 

모든 국민이 내집이 있다면 집값은 안정된다.

우리나라의 주택 총량은 약 2200만채다. 자가를 보유한 국민은 1200만명이다. 900만채는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임대차용 주택이다. 나머지 100만채는 공기업들이 보유한 공공임대주택이다. 

이런 구조에서 다주택자들이 보유 물량을 늘리거나 주택 공기업이 주택매입을 늘리면 집값은 오르기 쉽다. 

반대로 다주택자들이 보유 물량을 줄이고, 공기업들이 주택매입을 줄이고, 보유 물량을 공급하면 집값은 하락한다. 

만일 신도시를 개발하려면,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집값을 끌어 올려야 한다. 그리고 공급이 부족하다고 외쳐야 한다.

신도시를 개발하고 수백만채의 주택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LH나 GH(경기주택도시공사) 등은 경기도 땅을 저렴하게 강제수용할 수 있고, 이를 민간건설사에게 팔고 이들이 시세보다 조금 싸게 분양하면 대장동에서 볼 수 있듯이 엄청난 이익을 챙길 수 있다. 택지비용이나 건설비용은 수분양자들이 계약금과 중도금을 주면 감당하기 어렵지 않다. 

많은 언론들은 여기에 동참해 '공급부족'과 '수요초과'를 함께 외쳐주고, LH는 벌떼 입찰하는 기업들에게 택지를 매각해 '부적절한 보상과 소정의 대접'을 받는다.

건설사들은 LH에서 사들인 부지에 하청건설업체들을 통해 아파트를 짓고 분양에 들어간다. 

하지만, 집값은 끊임없이 오를 수 없고 집을 짓는데는 3년여의 시간이 걸린다. 오르던 집값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많은 피해자들이 양산된다. 이는 선분양제도의 태생적 위험이기도 하다. 

건설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치고 선분양제도의 문제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누구보다도 국토부 공무원들과 LH 직원들은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집값이 안정되면 '부적절한 보상과 소정의 대접'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건설회사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은 이들 못지 않은 전문가였다. 그래서 집값을 잡을 수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부동산범죄 수사 전문가다. 그러니 이번 정부에서 집값이 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2021년 7월14일 당시 경실련 본부장 시절 인터뷰(녹색경제신문)에서 김 사장은 "만나 본 대선주자 중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주택시장 이해가 깊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단단한 제도와 시스템으로 집값이 안정될 수 밖에 없게 만들지 않는다면 부동산 카르텔은 언제든 부활할 수 있고, 집값은 또 다시 폭등할 수 있다고 김 사장은 경고한다. 

김헌동이 여전히 분양원가 공개를 이어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