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사업

공급자 재벌특혜가 빈부격차를 심화 시킨다.

토건종식3 2006. 2. 25. 23:48
다단계 하도급, 돈버는 사람은 따로 있다

덤프연대 파업 사태로 본 건설산업 문제 - (1) 불법 다단계 하도급 실태

미디어다음 / 김태형 기자



덤프파업으로 본 건설산업 문제








“한 달 동안 빡 세게 일해봤자 10일 일하면 다행이에요. 일당 30만원을 받으면 한달 수입이 300만원인 셈인데 기름값, 덤프트럭 할부 갚고 나면 남는 게 없습니다. 정부가 설계예산에 책정한 하루 덤프트럭 운송 단가는 100만원인데 대형 건설업체들과 중간 업체들이 60~70만원을 그냥 가져갑니다. 오죽하면 파업을 하겠습니까. ”

지난 1일부터 12일까지 파업을 벌였던 덤프트럭 한 운전기사들의 주장은 건설업계에 일반화된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의 폐해를 잘 보여준다.

민주노총 전국건설운송노조 덤프연대(이하 덤프연대) 소속 조합원들이 벌인 이번 파업에서 덤프트럭 기사들은 최소한의 생계 보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불법 다단계 하도급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건설업계 전문가들은 불법 하도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사를 하도급이 아닌 직접시공 방식으로 바꾸는 대대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건설' 토론방 바로가기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열악한 노동조건 만들어
“1조 6000억원 이익 내는 사업장에 화장실 하나 없어”



5월 1일 파업을 시작한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산하 덤프연대. 덤프연대는 12일 파업중단을 결정하고 현장투쟁으로 전환했지만 요구사항의 관철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사진=연합뉴스]

건설업계에 만연한 다단계 하도급 문제는 시민단체와 학계에서도 오랫동안 개선을 촉구했던 사안이다. 이 문제는 비단 덤프트럭 운전기사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덤프연

대 파업과 동시에 진행된 울산건설플랜트노조(이하 플랜트노조) 파업에서 볼 수 있듯이 불법 하도급 문제는 건설업계 전반에 뜨거운 감자로 부각하고 있다.

플랜트노조가 파업을 시작한 직접적인 계기는 덤프연대 조합원과 마찬가지로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하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였다. 지난 7일 플랜트노조는 기자회견을 통해 “1조 6000억원의 이익을 내는 사업장에서 제대로 된 화장실 하나 없을 만큼 노동조건이 열악한 근본 이유는 바로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 때문”이라고 이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일선 건설노동자들이 파업을 통해 하도급 제도의 문제를 지적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하도급 제도가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열악하게 하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파악했기 때문이다. 애초 책정된 설계비용이 있지만 다단계 하도급을 거치면서 공사비용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기 때문에 일선 공사현장에서는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공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대형 건설업체가 수주 받은 낙찰가격의 약 50~60% 선에서 전문 건설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1200억원짜리 공사를 대형건설업체가 1000억원에 수주 받았다면, 자신은 직접 시공을 하지 않고 전문 건설업체와 자재납품업체에게 약 500~600억원 사이에 하도급을 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도급을 받은 전문 건설업체도 직접 시공을 하기보다는 또다시 하도급에 하도급을 거치고 결국 일선 공사현장에서는 당초 정부가 정한 공사비용의 30~40% 선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만큼 일선 노동자의 손에 쥐어지는 몫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에 파업을 벌인 덤프트럭 기사의 경우 복잡한 다단계 하도급 문제가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로 볼 수 있다. 정부 발주 공사를 대형 건설업체가 수주하고, 일반 건설업체와 전문 건설업체에 1차, 2차 하도급이 이뤄지는 것은 어느 사업장이나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덤프 운송의 경우 여기서 또 다시 시공에 참여한 덤프업자에게 재하도급이 이뤄지고 한 두 단계 소개업자를 거쳐서야 비로소 개인 사업자인 덤프기사에게 일감이 주어지는 구조다.

'건설' 토론방 바로가기

 

설계 당시 100만원 책정된 운송비용 하도급 거치며 30만원으로

일례로 A 건설업체 등이 컨소시엄을 형성하고 시공중인 한 도로공사의 경우 실제 덤프트럭 기사가 받는 돈은 일당 30만원 선이다. 하지만 당초 대형 건설업체가 국가로 받은 공사비용 중 덤프 운송단가는 실거래가의 3배 이상인 100만원이다.



대형 건설업체가 전문 건설업체에 도급을 주는 과정에서 50만원 가량 이익을 남기고, 다시 하도급 업체와 다단계 알선업체에서 수수료 명목 등으로 15~20만원 가량을 챙긴다. 건설비용의 대부분이 직접 시공에 참여하지 않는 건설주체에 지급됨으로써 정작 일선 건설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김헌동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은 “당초 정부예산으로 책정된 100만원 중에서 다단계 하도급 구조만 해소되더라도 덤프트럭 기사들은 지금보다 훨씬 나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다”며 다단계 하도급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경실련 등 시민단체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하도급 제도 대신 직접시공제도를 즉각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단계 하도급을 묵인하는 현행 제도로는 다단계 하도급을 통해 전혀 시공을 하지 않고도 실제 일하는 사람 보다 더 많은 이익을 얻는 구조를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직접시공제란 도급(수주) 받은 공사를 해당 업체가 직접 시공하는 제도로 이 제도가 전면 시행된다면 하도급 문제뿐만 아니라 건설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지난 3월 청와대 업무보고를 통해 2005년부터 직접시공제를 도입하고 의무하도급을 폐지하는 등 제도개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덤프연대와 플랜트노조가 제기한 불법하도급 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건설' 토론방 바로가기

 

 

법의 사각지대에서 이중고 겪는 덤프트럭 노동자

이번 덤프연대 파업에서 불거진 문제 중에는 불법하도급 문제 외에도 속칭 ‘어음깡’으로 불리는 운송비 지급방식, 유류비 현금결제를 통한 비자금 조성 등 건설업계에 만연한 부조리를 보여주는 사례들이 많다.

미디어다음이 취재 과정에서 만난 덤프트럭 운전사들은 대부분 중간 알선 소개업체와 서면계약과 구두 계약이 따로 따로인 형태로 계약을 맺고 일을 하고 있었다. 덤프트럭 기사들은 서면으로는 일 단위나 월 단위로 임대를 한다는 방식으로 계약을 맺지만, 실제로는 속칭 ‘탕 뛰기’라고 불리는 방식으로 횟수 당, 1세제곱미터 당 얼마씩 돈을 지급 받았다.

덤프연대 김금철 위원장은 “15년 동안 계약서를 써본 게 단 한번 뿐”이라며 “계약서 없이 일을 하다가 오늘은 몇 탕 뛰었다는 걸 확인해 주는 서류가 전부”라고 덤프트럭 기사들의 근무형태를 밝혔다.

덤프트럭 기사들이 과적과 과속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바로 이 ‘탕 뛰기’ 방식의 계약 형태 때문이다. 서면계약과는 달리 한 달에 몇 시간을 일했다는 게 기준이 아니라 한번이라도 더 많이, 더 많은 물량을 싣고 가야 그나마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디어다음이 확인한 ‘탕 튀기’ 관련 서류를 보면 마치 출퇴근부처럼 덤프트럭 기사들이 현장을 오고 간 횟수가 빽빽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상차와 하차를 기다리는 순간을 제외하고는 쉴 틈이라곤 전혀 없는 덤프트럭 기사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특히 덤프트럭 운전기사의 경우 노동자의 신분이 아니라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노동법의 보호도 못 받고, 전문건설업체의 시공에 단순 참여하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하도급법의 보호도 못 받는 법의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에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심층기획]부동산공화국을 고발한다 대통령은 '투기와의 전쟁', 정부부처는 투기 방조?
아파트 값 빠지면 내수침체? 사실은 정반대 집값 거품 떠받치는 건설 5각 구조 해부
[카페] 전국 경실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