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청산

개발오적이 나라를 망쳐

토건종식3 2006. 12. 3. 15:29

[경제]“참여정부 부동산정책 고양이(개발오적)에 생선 맡긴 꼴”

2006 12/05   뉴스메이커 702호

인터뷰 /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


 

<권호욱 기자>


‘개발오적’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은 약탈 등의 표현을 쓰며 개발오적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마디로 개발오적이 우리나라를 망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막기 위해 10만 명의 서포터즈를 모집하는 등 대대적인 시민운동을 펼치겠다고 한다.

- 왜 ‘개발오적’이라고 부르게 됐나.

“박정희 독재시대부터 국토개발을 하면서 박 정권이 재벌에 특혜를 주지 않았나. 그 재벌(건설업체)들이 정치인, 관료, 학자, 언론 등과 결탁해 건설을 도맡아오면서 재벌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런 고리는 아직까지 끊어지지 않고 있다. 건설업자는 끊임없이 정부로부터 땅을 싼값에 불하받아 아파트를 건설하고 있다. 정치인은 당선을 하기 위해 지역구를 개발한다는 공약을 내건다. 관료는 정치인·재벌의 압력과 커넥션으로 그들의 입장을 대변한다. 특히 관료들은 박정희 독재시대에 관직에 몸담아 ‘개발’ 이데올로기가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있다. 학자들은 관료로부터 용역을 받아 그들의 입맛에 맞게끔 보고서를 만든다. 언론은 광고를 받기 위해 이를 묵인하고 있다. 결국 ‘개발’이란 목적으로 끊임없이 택지가 조성되고 아파트가 지어진다.”

- 개발오적은 뭐가 문제인가.

“개발오적 논리의 핵심은 공급확대다. 공급만 확대하면 수요-공급에 의해 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수요-공급법칙은 한국의 부동산시장에서 통하지 않는다. ‘비이성적인 시장’을 ‘이성적인 잣대’로 보면 안 된다.

개발오적 중 하나인 건설업체는 역시 오적인 관료와 정치인의 도움을 받아 아파트를 짓기만 하면 엄청난 이윤을 얻게 된다. 아주 싼값에 땅을 불하받아 건축비 조금을 얹어 아파트를 짓는다. 하지만 분양가는 이를 훨씬 뛰어넘는다. 그러면서 주변 집값을 따라 올린다. 아파트를 공급하면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것은 개발오적의 논리일 뿐이다. 판교신도시 등 공급확대정책만 나오면 그때부터 집값이 폭등했다. 그들은 계속 아파트를 지어 이윤을 얻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국민은 급등하는 아파트값에 좌절하게 될 것이다. 몇 년 만에 수억 원씩 오르면 누가 일하겠는가. 그래서 분양가 원가 공개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할 경우 로비자금 등 개발오적의 커넥션 고리를 모두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아파트 가격 상승은 국민을 약탈하는 것이다. 커넥션을 밝혀내야만 개발오적의 약탈을 막을 수 있다.”

- 개발오적에 학자가 들어간 것은 뜻밖이다.

“관료는 정책을 집행하는 자다. 직접 정책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교수(학자)를 통한다. 이들에게 용역을 주고 정책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용역을 받은 학자들은 관료의 입맛에 맞는 보고서를 만들어준다. 그래야 계속해서 관료로부터 용역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관료들은 관료출신이 기관장으로 있는 건설 관련 이익단체·연구소의 연구원(학자)이 만들어놓은 내용을 정책으로 그대로 이용하기도 한다.”

- 개발오적의 대표적 인물은 누구인가.

“정치인 중에는 홍재형·강봉균 의원(열린우리당), 안병엽 전 의원(열린우리당) 등 전직 관료 출신을 주로 꼽을 수 있다. 여기에 건교위에서 활동한 김한길 의원(열린우리당)과 열린우리당 부동산정책기획단장을 한 이강래 의원 등을 포함시킬 수 있다.

관료 중에는 이헌재·김진표 전 경제부총리가 대표적이다. 이밖에 최종찬·강동석·추병직 전 건교부 장관이 개발오적에 포함된다. 이들은 박정희 독재시대 때 정책입안 실무자로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그래서 군부독재 시절의 구세대 정치인인 일부 한나라당 의원과 코드가 기가 막히게 맞는다. 야합하기 쉽다는 얘기다. 학자로는 서강대 김경환 교수, 서울대 최막종 교수, 건국대 조주현 교수 등을 꼽을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박모 연구원, 부동산 정보업체 ㅇ사 고모 대표, ㄴ사 김모 대표 등도 개발오적에 넣을 수 있다. 조중동 등 보수언론과 일부 경제신문도 오적 중 하나이다.”



-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노무현 대통령이나 청와대 386은 돌만 던질 줄 알았지, 부동산정책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그러기에 열린우리당의 전직 관료 출신 정치인과 재정경제부·건설교통부 현직 관료들에게 정책을 모두 맡겼다. 이들은 모두 개발오적 아닌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제대로 된 부동산정책이 나올 수가 없다. 매번 건설업체들의 이익을 대변했다. 결국 아파트가격이 급등하지 않았나. 한마디로 낙제점이다.”

- 앞으로 계획은.

“국민이 나설 때다. 개발오적에게 이 나라를 맡길 수 없다.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을 벌이기 위해 10만 명의 서포터즈 모집을 시작했다. 가두캠페인도 진행할 것이다. 개발오적을 끝까지 추적해서 이들의 연결고리를 모두 밝혀내겠다.”

 

  

정치인·관료 건설업계와 유착 이익 대변… 원가 공개·부동산세 강화 등에 제동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는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을 건설업체에 유리하게 입안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대진 기자>

  
집값이 폭등하면서 다시 ‘건설족’ ‘개발오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이 부동산거품을 일으킨 범인이고, 이들로 인해 나라가 망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건설족(族)은 일본에서 유래됐다. 이 용어는 건설업체와 유착해 있는 의원과 정부부처 관료를 일컫는 말이다. 일본은 대다수 정치자금이 건설업체로부터 공급됐고, 그 대가로 이들 건설족은 철저하게 건설업체의 이익을 대변했다. 건물은 계속 올라가고 국민은 너도나도 부동산 매입에 나섰다. 그러면서 일본의 부동산거품은 커질 대로 커져 결국 1990년대 초부터 거품이 붕괴하기 시작해 수백조 엔이 허공으로 날라갔다

개발오적은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이 ‘대한민국은 부동산공화국이다’라는 저서에서 처음 사용했다. 오적은 김지하의 시 ‘오적(五賊)’에서 차용한 것이다. 김 본부장은 건설업체, 정치인, 관료, 학자, 보수 언론 등 다섯 부류를 집값 급등을 부추기는 세력으로 정의했다. 최근에는 건설족과 개발오적을 합쳐 ‘건설오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건설업체 뇌물 받아 의원직 상실

그렇다면 이들 사이에 커넥션이 존재하는 것일까. 일본의 경우 집권당의 대표적 인물들은 대부분 자신에게 자금과 표를 몰아주는 건설업계를 대변했고, 건설족의 일원이었다는 사실이 도쿄 검찰 특수수사팀의 수사에 의해 밝혀졌다. 특히 이들을 척결하면서 자연스럽게 부동산 거품이 빠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구체적인 증거는 없지만 이들의 행적을 살펴보면 아니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정치인의 경우 주로 재정경제부·건설교통부 출신 전직 관료가 주를 이룬다. 홍재형·강봉균 의원(열린우리당), 안병엽 전의원(열린우리당) 등이 자주 거론된다. 이들은 현직에 있을 때는 건설족의 모습을 그다지 보이지 않았지만 정치인으로 변신한 후 대표적인 건설족으로 통하고 있다. 홍 의원의 경우 열린우리당 정책위 의장 시절이던 2004년 당정협의 때 종합부동산세 개편 방안을 크게 후퇴시켰고, 아파트 분양원가 공약 백지화를 주도한 대표적인 건설족으로 지목되고 있다. 강의원과 안 전 의원도 홍 의원과 비슷한 길을 걸었다. 안 전 의원의 경우 건설업체로부터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아 의원직을 상실했다. 안 전 의원이 건설족이었다는 확실한 증거다. 또 여당의 김한길 의원과 이강래 의원 등은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컨트롤하는 위치에 있으면서 부동산정책이 건설업체에 유리하게 입안되도록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관련부서 고위공직자 38% 강남 거주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왼쪽)와 홍재형 의원은 건설족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김문석 기자>
관료도 개발오적으로 꼽힌다. 전병헌 의원(열린우리당)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재정경제부·건설교통부 4급 이상 고위공무원들의 거주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 273명 중 104명(38%)이 서울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관료들이 과연 정책 입안시 부동산거품의 심각성을 고려할지 의문을 갖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다. 관료 중에는 이헌재·김진표 전 경제부총리가 대표적이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재직 당시인 2004년 종합부동산세 개편 방안을 후퇴시키는데 앞장섰다. 또한 10·29부동산대책 후 부동산가격이 하향안정세를 보일 때 골프장 건립, 지방부동산 활성화 대책 등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에 적극 나서 전국의 부동산값을 폭등시켰다. 이 전 부총리는 재직 당시 경기도 광주지역에 위장전입 등의 탈법적 수단으로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결국 관복을 벗었다.

이헌재 전 부총리의 전임자인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도 건설족의 대표적인 인물로 통한다. 김 전 부총리는 초고층주상복합아파트에 수많은 투기세력이 몰리는 등 집값 폭등의 진원지인 것이 확실함에도, 분양권 전매금지를 끝끝내 반대했다. 그 당시 일반 아파트는 분양권 전매를 금지했다. 이 때문에 건설업체를 도와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 전 부총리는 이밖에도 5·23대책에서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권 전매를 계속 허용키로 하면서 역시 재건축 아파트의 폭등을 초래하게 한 장본인이다. 장인이 건설업체 오너인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도 건설족으로 통한다. 최 전 장관은 재직 당시인 2003년 12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분양가 원가공개 불가를 피력하기도 했다.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은 인천국제공항 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1999년 처제와 고교동창이 강 전 장관의 도움을 받아 부동산 투기를 한 의혹으로 구설에 올랐다. 또 2004년 건교부 장관 시절 열린우리당 정책위 의장인 홍재형 의원과 함께 당정협의에서 대선 공약이던 분양가 원개공개를 백지화시킨 대표적인 건설족이다. 추병직 전 건설교통부 장관도 신도시 추가 건설 등 건설족의 모습을 보여줬다.

왼쪽부터 강동석 전 건교부 장관, 추병직 전 건교부 장관, 권오규 경제부총리.
현직에 있는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도 건설족으로 통한다. 대표적인 공급론자이기 때문. 이들은 11·15대책에서도 신도시 등 공공택지의 공급확대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건설업자의 주장을 고스란히 들어줬다. 특히 박 차관은 행보는 건설족 그 자체다. 그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같이 경제의 일부분에서 나타나는 현상 때문에 금리를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에 반대한다”고 밝히는 등 금리인상에 강력하게 제동을 건 인물이다. 금리인상이 집값 급등을 막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집값이 떨어지는 것을 바라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일부학자도 건설족 입장 대변

학자들도 개발오적 중 하나다. 건설관련 이익단체나 연구소의 연구원(학자)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만드는 보고서는 건설족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 일례로 건설족의 입장을 대변하다시피 한 11·15대책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동산 태스크포스팀에서 작성한 보고서의 내용을 그대로 베꼈다. 현재 이 연구원의 원장은 2003년 3월부터 2004년 9월까지 건설교통부 차관을 지낸 최재덕씨다. 이는 건설족의 커넥션을 보여주는 증거다. 홍종학 경원대 교수는 “11·15대책은 건설업체의 오랜 민원 해결 방안으로 마련한 것”이라며 “건설업체의 이익만을 보장하는 대책”이라고 비난했다. 서강대 김경환 교수, 건국대 조주현 교수 등은 대표적인 공급론자로 건설업체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문제는 건설족이 결국 나라를 망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브레이크 없는 벤츠’처럼 제어를 할 수 없을 정도다. 예컨대 감사원은 국민주택 규모(전용면적 25.8평)를 넘는 공동주택 용지를 공급할 때는 경쟁입찰 방식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만들라고 권고했지만 재경부 등의 반대로 유보됐다. 건설족의 막강한 힘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김헌동 본부장은 “건설족이 워낙 견고하게 뭉쳐 있어서 언터처블이 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생존을 위해 건설족과의 전쟁이 불가피하다”면서 “경실련이 16년 만에 길거리 집회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과연 경실련이 건설족의 공격을 무력화시키고 국민의 생존권을 지켜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 건설족, 이라크 침공 3대 주역

건설족은 한국, 일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도 있다. 박태견 뷰스앤뉴스 편집국장의 저서 ‘참여정부, 건설족 덫에 걸리다’ 등에 따르면 미국은 이라크 침공 후에 건설족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조지 프랫 슐츠 전 국무장관이 그 장본인. 1982년부터 1989년까지 7년간 국무장관을 맡아 미국 외교를 좌지우지했던 슐츠 전 장관은 미국 최대 건설사인 벡텍사의 회장으로 부시 정권의 주요 돈줄 역할을 맡고 있다. 이를 등에 업고 벡텍사는 이라크 전후 재건 건설사업을 싹쓸이하다시피 하고 있다. 유전개발과 건설업을 하는 헬리버튼의 사장 출신인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이 이라크 침공 직후 헬리버튼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이라크 유전개발사업을 독식하도록 했다는 사실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보도된 적이 있다. 미국 건설족은 석유자본-군수자본과 함께 이라크 침공의 3대 주역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 건설업체도 정부 관계자 등과 유착돼 있으면서 건설족을 형성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조완제 기자 jw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