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의 반값 아파트 가능하다니까!!! | ||||
한겨레 | 기사입력 2007-06-01 20:39 ![]() | ||||
[한겨레] <문제는 부동산이야, 이 바보들아> 김태동·김헌동 지음/궁리·1만5000원 “‘어리석고 또 어리석도다’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옵니다.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들아!’(It’s the economy, stupid!) 이 구절은 빌 클린턴이 1992년 미국 대통령선거에 나와 공화당 정부의 경제실정을 공격할 때 사용한 표현인데, 나도 ‘문제는 부동산이야, 이 바보들아!’라고 외치고 싶네요.” ‘외환위기’ 터널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뒤로 우리 경제를 다시 벼랑 끝으로 내몰고 집 없는 사람들의 꿈을 쉴새없이 난타한 것이 ‘아파트값 폭등’, 이른바 ‘부동산 거품’이다. 짧게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 길게는 2001년 이후 온 나라가 ‘부동산 광풍’에 휘말렸다. 지난 몇 해 동안 미친 바람의 기세는 살벌하고도 살인적이었다. 지은 지 30년 된 13평 아파트가 재건축 바람을 타고 2억원에서 12억원으로 여섯 배나 뛰어올랐다. 특별할 것도 없는 아파트 한 채 값이 단 1주일 사이에 1억원이 뛰는, 단군 이래 초유의 사태가 곳곳에서 벌어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2년 대선 후보 시절 “부동산으로는 불로소득을 얻을 수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난 4년 동안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눈 뜨고 당했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부동산이야, 이 바보들아〉는 아파트값 거품을 터지기 직전의 한계치까지 부풀려 놓은 광기의 풀무질을 놓고 두 형제가 벌인 격정 대화를 묶은 책이다. 국민의 정부 시절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을 지낸 경제학자 김태동(60·왼쪽 사진) 성균관대 교수와 아파트값 거품빼기운동 본부장으로 뛰고 있는 김헌동(52·오른쪽 사진) 한국건설정보 대표가 마주앉아 부동산 정책 실패가 낳은 파국적 실태를 낱낱이 거론하면서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든 원인을 조목조목 짚었다.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현실에 형제는 ‘이 바보들아’라는 분노 어린 외침을 억제하지 못한다.
먼저 두 사람이 대화로써 정리한 ‘경과 보고’부터 들어보자. 참여정부 출범 초기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겠다는 발언을 여러 번 했다. 그러나 시장은 코웃음을 쳤다. 2000년 평당 700만원 하던 강남 아파트가 1500만원을 넘었다. 2003년 10·29 대책이 발표됐다. 집값이 좀 잡히는가 싶더니, 이듬해 2월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부동산 대책 새 사령탑에 앉으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개발정책이 쏟아졌고, 집값이 폭등 국면으로 돌아섰다. 대통령은 그해 6월 “분양원가 공개는 시장원리에 반한다”라는 ‘뒤집기 발언’으로 불난 집값에 기름을 끼얹었다. 10·29 대책은 무력해졌고 건설·투기세력이 날뛰었다.
2004년 말 판교 주변 아파트값이 몇 달 새 30~40%나 솟구쳤다. 2005년 2·17 대책, 5·4 대책을 내놨으나, 공급을 늘려 집값을 잡겠다는 발상은 투기세력의 배만 불렸다. 정부는 8·31 대책을 내놓으며 “투기는 끝났다”고 장담했으나, 개발세력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대책은 온 나라를 광란의 투기판으로 만들었다. 송파구의 주상복합 아파트가 평당 2500만원에 분양됐다. 11월 15일 정부는 다시 한번 집값 잡기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2000년과 비교해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는 서너 배가 뛰었다. 강남 아파트값은 평당 3500만원에 이르렀다. 그 사이 집과 땅을 통해 3000조원이라는 막대한 불로소득이 발생했다. ‘없는 사람들’에게서 빼앗아 ‘있는 사람들’에게로 무한정 ‘재분배’를 해준 셈이다. 아파트값은 올해 들어 넉 달 동안 0.95% 내렸을 뿐이다. ‘새 발의 피’는 이걸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여섯째, ‘건설업체와 언론의 공생’이다. 일부 언론은 ‘세금폭탄론’을 들이밀며 건설족과 투기꾼을 비호했다. 일곱째, 정치권이다. 열린우리당은 투기를 방조했고, 한나라당은 투기를 조장했다. 여덟째, 관료들이다. 건설족들과 오랜 유착관계를 맺어온 관료들은 건설업체의 ‘공급부족론’을 정책으로 뒷받침한다. 이들은 대통령 속이는 짓도 마다지 않는다. 서울의 주택공급률은 벌써 100%를 넘었다. 집이 없어서 집값이 폭등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관료들은 공급확대만이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보고서를 끊임없이 낸다. 아홉째, 대통령 자신이 문제다. 건설족을 대변하는 개발론자들을 경제수장으로 앉혔고 그들의 주장에 휘말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
국민의 40%에 이르는 무주택자를 절망에 빠뜨리고, 5%의 다주택 소유 투기꾼 배만 불리는 이 상황을 깰 방법은 없는가? 주택 공급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선분양제를 폐지하고 실수요자만 공급받도록 후분양제로 바꿔야 한다. 분양원가를 공개해 건설 폭리를 막아야 한다. 이 책은 투기 거품만 걷어낸다면, 아파트 분양값을 현재의 반값이 아니라 반의 반 값으로 낮출 수 있음을 증거를 들어 이야기한다. 문제는 투기세력의 완강한 네트워크를 끊어내겠다는 정부의 의지이고 집값 폭등의 원인을 정확히 알아보는 통찰력이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사진 궁리 제공
더 읽어볼 책
■ <대한민국은 부동산 공화국이다?> ■ <개발공사와 토건국가>
‘개발대통령’ 선택한다면 당신도 바보 “대통령을 잘 뽑아야 나라가 바로 선다.” 김태동·김헌동 형제는 〈문제는 부동산이야, 이 바보들아〉 격정 토로의 결론을 올 ‘대통령 선거’에 맞췄다. 잘못된 선택을 했다간 나라가 주저앉을 수도 있다는 깊은 우려의 발로다. 국민의 5%가 채 안 되는 부동산 투기 세력이 정권이 바뀌기만을 고대하고 있다고 두 사람은 말한다.
“개발공약만 하고 개발이익 환수를 공약하지 않는 후보가 있다면, 그런 후보가 당선될 경우 참여정부의 전철을 다시 밟게 될 것이다.” 두 사람은 특히 현재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유력 후보들이 그동안 했던 발언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이들이 속한 정당은 지난 4년 동안 규제 완화와 공급 확대에만 관심을 두었다고 두 사람은 말한다. 노무현 정부가 내놓은 미흡하기 짝이 없는 대책마저도 받아들이지 않으려 했다고 이들은 지적한다. 서울시장을 지낸 대권주자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한다. “서울시장일 때 서울의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기여한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가끔 용적률 높인다, 규제 완화한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게 개발업자에게는 복음처럼 들렸을지 모르지만 나는 저승사자의 목소리로 들렸다.” 또다른 대권 주자도 신뢰감을 주지 못한다. “세금을 더 거두면 안 된다, 보유세·양도세 낮추자, 특히 강남지역은 규제를 풀어주어야 한다, 민간은 분양원가 공개와 같은 반시장적 정책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발언을 해 왔다. 그런데 최근에 말을 조금씩 바꿔가고 있는 듯 보인다.” 두 사람은 일부 언론의 행태에도 우려의 눈길을 보낸다. “투기세력과 공생하는 언론이 특정 후보를 경제후보로 미화하면서 (유권자의 판단을) 방해한다면, 시민의 힘으로 반드시 사전 검증을 해야 한다.”
지은이들은 지금 상황만 보면 올해 대선이 ‘투기 세력’의 승리로 끝날 것 같지만, 집값 문제가 대선의 핵심 이슈가 될 수밖에 없는 만큼 누구라도 부동산 광풍을 잠재울 정책과 비전을 제시해 확고한 실천의지를 보인다면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개발독재 시대 이래 개발에 앞장서 온 재경부와 건교부 등 중앙정부의 조직을 바꾸는 공약을 내놓을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개발부처인 건교부에 맡겨진 주택정책을 빼내 복지부로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복지부 산하에 주택청을 만들고 주택정책을 복지정책 차원에서 다루고 주택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놓을 계기”가 이번 대선이라는 얘기다. 고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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