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를 만들지도 않은 상태에서 분양권이라는 딱지를 사고 파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습니다. 30년 동안 전 국민을 부동산 투기자로 만드는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건설업자들은 공공용지를 헐값에 넘겨받아 분양가를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해 폭리를 취하는데 최소한의 소비자 정보인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는 게 무리한 요구입니까” 최근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 논란과 관련해 정부의 공개 불가 방침에 가장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단체는 경실련이다. 경실련의 아파트 값 거품빼기 운동본부 김헌동(49) 대표는 아파트 분양가 원가공개 운동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 대기업 건설회사에서 20여년간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내놓는 대한민국 건설행정에 대한 비판은 정곡을 찌르면서도 거침이 없었다. 15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실련회관 강당에서 기자와 만난 그는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 문제 등 정부의 주택 건설 행정, 건설업계의 부당행위 등에 대해 강력히 성토했다.
김대표는 “노 대통령이 탄핵 국면 벗어나고 총선도 이겼으니 이제 민생 경제를 챙기겠지 했는데, 반시장적인, 반개혁적인 얘기만 계속 내놓고 있다”며 “노 대통령 스스로 얘기한 소비자중심이 아닌, 공급자보호 정책을 하겠다는 말에 기분이 상해 있다”고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국민들 재산인 공공용지를 시세의 30~40%에 건설 업체에 팔고, 건설업체는 아파트를 지어 국민들에게 터무니없는 값에 팔아 수조원의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이래서는 공급자 집단인 ‘건설족(建設族)’ 만 활개치고 서민들은 내 집 마련에 계속 피땀 흘릴 수밖에 없다”고 개탄했다.
그는 “민간 회사도 아니고 토공과 주공의 공공용지 조성 내용을 공개하라고 하는데 왜 못하느냐”며 “노 대통령이 말하는 장사의 원리대로라면 공기업인 토공과 주공도 국민을 상대로 장사하는 기업이냐”고 따졌다. 그는 “재경부와 건교부 관료들 대부분은 일자리 창출이나 투자를 건설쪽이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며 “대통령이 ‘조중동’ 보고는 위기론 조장 말라고 하는데 관료 사회에서는 오히려 건설경기 위기론을 얘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대표는 이날 두 시간 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시종일관 강한 어조로 거침없이 자신의 주장을 쏟아냈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요약. |
"30년동안 전국민을 부동산투기자로 만드는 나라가 어디 있나”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둘러싸고 논란이 많다. 왜 아파트 거품값 빼기운동을 시작하게 됐나. 우리나라 공공부문 건설시장이 연간 50조원 규모인데 그 가운데 연간 20조원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있다고 김대중 정부 초기에 주장했다. 이렇게 하면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정경유착과 부패가 감소하고, 이공계가 기술을 개발하게 된다. 열심히 일한 사람이 대우받는 사회로 가는 길이다. 영국이 93년에 외환위기를 그런 식으로 극복했고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가 그런 식으로 해 경제를 살렸다. 건설은 내수 경제의 60%를 차지하고 이것이 국가의 핵심 경쟁력이다. 외국 기업들과 직접 경쟁하는 수출 업종은 치열하게 경쟁해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국내 건설 산업은 경쟁이 없이 온실 속에서 자라 경쟁력이 떨어지고 부패로 인해 부실한 건설 상품, 주택, 도시를 만들어 왔다. 폐해가 금방 나타나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나타나고 군사독재정권 시절인 70년대부터 정부주도형으로 지어온 폐해가 곧 나타날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에게 말했다. 그 뒤 건교부 차관으로 간 이 사람이 뭔가 할 것처럼 하더니 결국 하는 게 없더라. ‘참여정부’ 인수위 시절에도 관료들이 형식적으로 처리하는 시늉만 하다 대통령이 잊어버리면 건설업자들과 과거로 회귀하는 걸 보고 이만저만 실망한 게 아니다. 그래서 올 초부터 ‘아파트 값 거품빼기 운동본부’를 구성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 거다.
국민들이 내집 마련에 평생을 바친다. 그 외에 사교육비 문제가 있다. 이 두 문제가 해결되면 우리는 발전 가능성이 있는 민족이다. 교육비 문제의 해법은 내가 잘 모르지만 건설 쪽은 내가 잘 아니 이 운동에 나선 거다.
-이 운동이 지향하는 게 뭔가. 이 운동의 핵심은 시장 원리에 맞게, 소비자중심 원리에 맞게 아파트 후분양제를 도입하라는 것이다. 후분양제만이 해법이다. 아파트를 만들지도 않은 상태에서 분양권이라는 딱지를 사고 파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30년동안 전 국민을 부동산 투기자로 만드는 나라가 어디 있나.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해 3월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인 후분양제 정책을 도입하라고 해 기뻤다. 건설정책이 소비자 중심으로 변하는 것이다 생각해 ‘사람을 잘 봤구나’하고 기다려왔다. 그런데 올초 건교부는 연간 150만~200만호 주택 중 참여정부 끝날 무렵쯤700~1000가구 정도를 후분양제로 시범적으로 짓겠다고 하는 보고서를 후분양제 활성화 방안이라고 내놓았다. 미적대다가 결국 안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식이면 후분양제는 사실상 물 건너 간 것 아니냐. 공급자 집단인 ‘건설족(建設族)’ 만 활개치고 서민들은 내 집 마련에 계속 피땀 흘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들의 내 집 갖기 욕구를 이용해 정부와 건설족이 얼마나 이권을 취해왔고 아파트 값에 얼마나 거품이 존재하고 그 거품이 어떻게 발생하며 왜 감춰 왔는지를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려고 한다.
“대통령, 기다려줬는데 계속 반개혁적, 반시장적 조치 취해”
-‘건설족’이라면 뭘 말하나. 원래 ‘건설족’은 일본의 건설업계와 이를 대변하는 정치 및 관료들의 연합체를 지칭하는 말인데. 정치인들은 당연히 포함된다. 건설회사와 이들의 기득권을 지키는 사회 전반의 세력을 말한다. 과거 개발독재 시절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씨 등은 모두 건설족들, 예를 들면 정주영씨 같은 사람들과 동반성장 해왔다. 재벌들은 건설에서 돈 벌면 그걸로 차, 전자, 증권회사 등 계열회사들을 벌여 나가지 않았나. 그리고 재경부와 건교부의 관련 관료들, 건설과 토목 관련된 학과 교수들도 포함된다. 교수들은 각종 설계 심의, 도시계획심의 위원 등으로 용역 얻거나 기관의 위원으로 선임돼 있다. 또 건설 공제조합, 주택협회, 건설협회 등 관련 이익단체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또 건설업계의 논리를 제공하는데 필요한 연구소 등도 들어간다. 이러다보니 국민과 시민을 위한 건설을 주장하는 사람이 없다. 그걸 주장하면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공무원의 40%가 건설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이명박 하면 청계천, 뉴타운 건설 아니냐. 노무현하면 신행정수도, 동북아 물류센터 건립 등이고 지방정부 공약들도 모두 뭐 건설하겠다 아니냐. 의원들도 정부 돈 뺏어다 자기 지역에 공사하겠다는 것으로 공약을 내건다.
이처럼 많은 공공시설을 건설하는데 연간 40~50조씩 들어간다. 이렇게 20년만 지었다고 해도 1000조원이 들어갔는데 그 중 30%는 줄줄 샜다. 지금도 새고 있다. 일본이 95년 유명한 건설업자 뇌물사건인 ‘가네마루 사건’이 터졌을 때 당시 일본의 건설비용이 유럽의 두 배, 미국보다는 30%가 많았다. 인건비 등은 별 차이 없는데 왜 그런 일이 생겼느냐. 업자들끼리 담합하고, 나눠먹기 식으로 물량 배분하고, 공무원들과 정치인들이 결탁해서 돈 받아 먹고 하다보니 이렇게 됐더라. 우리도 꼭 이런 식이다.
-최근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둘러싸고 정부와 여당이 갈팡질팡하고 있는데. 이 운동을 한창 진행하려고 할 때 갑자기 탄핵 정국과 총선을 거치면서 시들시들해졌다. 탄핵 정국 동안은 참아주자, 노무현 정부가 잘 해야 나라가 사니까, 아직 4년 남았으니까 생각했다. 대통령이 탄핵 국면 벗어나고 총선도 이겼으니 이제나 저제나 민생 경제 챙기겠지 했는데, 반시장적인, 반개혁적인 얘기만 계속 내놓고 있다. 노 대통령 스스로 얘기한 소비자중심이 아닌, 공급자보호 정책을 하겠다고 해서 기분이 상해 있다. 며칠전 대통령이 ‘분양원가 공개가 장사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반대했다는 얘기를 듣고 한 숨도 못 잤다.
“공공용지 헐값 팔아 건설업계 배불리면서 아파트 분양원가는 왜 공개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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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가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하는데, 김 본부장은 그렇게 주장하는 노 대통령이 시장원리에 역행한다고 공박한다. 조금 어리둥절한데 왜 그런가. 공기업들은 택지를 개발할 때 20~30만원에 택지를 빼앗을 수 있도록 권한을 국민에게 법으로 위임 받았다. 농민에게 강제로 땅을 뺏은 뒤 돈 100만원 들여 택지로 만들면 시세로 따지면 평당 800만원짜리가 된다. 800만원짜리 땅이 토공 땅으로 바뀌지만 결국은 국민의 자산이다. 그걸 ‘건설족’들에게 평당 300만원에 팔아먹는다. 가만 앉아서 1조원씩 그 사람들에게 이득을 챙기게 하는 것이다. 건설업체들만 추첨에 참여하게 해 그 땅을 나눠주는데 재수 좋은 회사가 당첨되면 그걸 큰 회사에 팔아먹는다. 그 회사는 앉은 자리에서 500억원은 남긴다. 용인죽전, 동백 등 모든 택지개발 사업 등에서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도대체 국민들 재산을 시세의 30~40%에 건설 업체에 팔고 건설업체는 아파트를 지어 국민들에게 터무니없는 값에 판다. 그래서 건설족들이 벌어들이는 돈이 연간 수조원이다. 이런 식이면 토공의 택지개발독점권, 토지강제수용권한을 박탈해야 하는 것 아니냐. 20~30만원짜리 논지를 강제로 빼앗아 800억짜리로 만들어 민간 건설업자에게 주고 20년 지나면 때려부숴야 하는 질 낮은 아파트를 짓게하는 게 말이 되느냐. 그런데도 그 건설족들은 연말결산하면 한 해 장사해서 2~3% 밖에 안 남는다고 한다.
(기자가 건설회사가 탈세한다는 거냐고 묻자) 그걸로 비자금 조성하고 그러다 검찰에 걸리면 건설회사 사장은 그런 판에서도 대통령 형한테 로비하다 한강다리에서 투신하지 않느냐. 건설업자들한테 뇌물받아 광주시장, 부산시장도 잡혀들어갔던 것 아니냐. 하지만 대선자금 수사하면서 잡혀간 건 건설회사 졸병들뿐이다. 재벌 회사들은 건설회사 몇 개씩 가지고 있다. 고위 경영진들은 다 뭐했느냐. 작년 10월에는 중견회사 사장 아들이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해있던 8개월동안 70억원이나 비자금을, 예전에 린다김 살던 방에 차곡차곡 쌓아놓았다가 들켜서 망신당하기도 했지. 김대중 막내 아들이 분당 파크뷰 분양 당시 용도변경 문제에 개입해서 성남시장, 경기지사 등이 다 잡히지 않았나. 그 돈들이 다 어디에서 나와 공직자들이 그런 일들을 하겠나. 그런데도 개혁을 한다는 이 정권이, 이 정권도 좀 받았겠지,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총선에서 의석도 충분히 받았겠다, 이제는 원가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것 같다.
-정부와 여당이 강력히 반대한다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쉽지 않은 것 아닌가. 이 운동이 성공할 것으로 보나. 내 편이 얼마냐. 4500만이 이 운동에 찬성할 것이다. 아파트 여러 채 가진 투기족들, 건설족들, 집권당과 대통령만 반대할 것이다. 도대체 소비자인 국민에게는 비싸게 팔면서 소수 공급자인 건설업자에겐 싸게 파는 이유가 뭐냐. 공공아파트의 원가를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는데 4월에 한다고 했다가 총선 후에 한다고 했다고 다시 못한다고 하면 도대체 언제 하겠느냐. 민간 회사도 아니고 공공용지의 조성 내용을 공개하라고 하는데 왜 못하나. 노 대통령 말대로 공기업인 토공과 주공도 장사하는 기업이라서 분양원가 공개가 장사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거냐. 99년 1월 분양가 자율화 이후 토공이 어느 건설회사에 얼마나 싸게 팔았는지 공개하라는 것이다. 왜 그걸 못하느냐.
“짓지도 않은 아파트 파는 나라 우리나라뿐...후분양제 도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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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와 더불어 후분양 제도를 주장하는 이유는 뭔가. 짓지도 않은 아파트를 분양권이라는 딱지를 가지고 팔게 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시장원리에 맞게 하려면 아파트를 만들어놓고 팔라는 것이다. 만들어놓고 팔면 기획예산처나 감사원 등에서 큰 틀에서 확인만 하면 된다.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들어보이며)아파트가 담배냐. 국민이 땅을 싸게 주면 집도 싸게 지으라고 하는 것 아니냐. 농지를 택지로 전환하면 국민이 동의해준 것인데 왜 그 이익이 소수 건설족에게 돌아가야 하느냐. 그런 걸 문제 삼는 것이다. 기업이 이윤 남기는 걸 문제삼는 것이 아니다. 수입도 해올 수 없는 조상님들 땅을 왜 지들 멋대로 하느냐 하는 거다. 기분 나쁘다. 재경부는 내 집 장만하려는 서민들 심리를 이용해서 부동산 투기에 의지해 경제를 살릴 생각만 하고 있다.
민간업체들은 집을 지었으면 건축비가 얼마인지 가르쳐줘야지, 국민들이 사면 사고 말면 말라는 태도다. 몇 평에 땅값이 얼마고, 짓는데 얼마인지 가르쳐달라는 게 원가공개인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 거냐. 전 재산을 투자해 사는 소비제품의 원가가 얼마나 드는지도 모르고 사는 게 이게 무슨 자본주의냐. 그렇게 못하겠다면 아파트 후분양을 하든지 차라리 공영개발을 해 거기서 생긴 이익을 서민용 임대주택 짓는데 활용하라는 거다. 대한민국 집 없는 젊은 층들이 장가를 못 간다. 월급쟁이들이 집 사는 문제, 교육비 걱정에 평생 지친다.
-부동산 투기 안정책으로 보유세를 올리는 방안도 거론되는데. 외국의 보유세는 우리나라보다 10배나 많다. 10억씩 집을 가진 사람이 외국은 1200만원씩 1년에 보유세를 내는데 우리는 100만원밖에 안 낸다. 그걸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집 사는 게 부담스러워서 아등바등 안 한다. 보유세가 외국처럼 제대로 되면 집 사봐야 이득이 안 되니 주택시장이 임대 중심으로 돌아가게 된다. 집 가진 게 부러워 보이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는 주택보급율이 100%가 됐으니 이제는 주택의 질을 높이고 수명을 연장하는 방향으로 건설산업을 전환해가야 한다. 국민들 속여서 투기 불러일으켜서 600가구 파는데 7조5000억원씩 돈이 몰리게 하는 투기공화국을 만들어 경제 유지하겠다는 식이면 안 된다. 제발 정신 차려라.
“경제 관료들, 과거 건설경기 부양론에서 못 벗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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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이 최근 왜 분양원가 공개에 반대하는 발언을 했을까. 재경부와 건교부 관료들 대부분은 정부가 기업을 이끌고 가야 한다, 일자리 창출이나 투자를 건설쪽이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민간 건설시장이 100조, 공공이 50조원 정도 되는데 이 시장이 줄어들면 경제 성적이 나빠진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그 쪽 경기는 최소한 유지하거나 부양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원가가 공개되면 심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대통령이 조중동 보고는 위기론 조장 말라고 하는데 관료 사회에서는 건설경기 위기론을 얘기하고 있다. 그런 식의 논리가 먹혔을 수 있다.
-건설 사업이 활발하면 일자리 창출에는 도움 되는 것 아닌가. 일자리 창출 얘기 많이 하는데 70,80년대 건설경기 부양은 실업률 낮추는데 크게 기여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98년 이후부터는 건설과 부동산에 투자를 많이 한다 해도 일자리는 많이 생기지만 대졸자 일자리가 아니다. 대학 나온 사람이 망치질하고 벽돌 쌓고 하느냐. 지금은 맞는 정책이 아니다. 그런데 경제 관료들은 과거 경기 부양 시절의 사고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지금은 건설 경기 부양하면 비정규직만 늘어나게 된다. 또 일자리 생기는 것보다 더 큰 문제점이 있다. 바로 투기다. 건설경기로 투기 조장해 얻어진 게 결국 뭐냐. 주택 값이 최근 3,4년 동안에만 500조원이 뛰었다. 참여정부 첫 해인 지난 해에만 180조원이 뛰었다. 강남에는 집한 채만 가져도 10억이 되고 농촌에서는 몇십년 살아도 자산 가치 안 변한다. 분배정의가 계속 악화되고 있다. 부동산 투기가 계속되면 기업들도 공장보다 부동산 투기에 골몰하게 되는 것 아니냐. 대통령이 왜 그런 걸 모르는 거냐. 아는데도 모르는 척 하는 거냐.
-평소 노 대통령에 매우 비판적이던 일부 신문들은 노 대통령의 발언에 환영 일색의 사설을 실었던데. 내가 신문들을 유심히 보는데 한달 전쯤부터 논조가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그 전엔 아파트 원가 공개를 호의적으로 보도하는 내용이 많았는데 갑자기 아파트 분양광고 줄더라. 그러면서 원가 공개는 해서 안 된다는 논조의 사설이 늘기 시작했다. 요즘 일부 신문들을 넘기다 보면 60~70%가 아파트, 상가 분양 광고다. 사실 메이저급 신문사들은 건설족들의 한 덩어리였다. 기사로 어느 지역에 어느 건설사가 얼마나 기막힌 집을 지을 거다는 식의 기사를 쓰면 얼마 후 바로 분양 광고가 온단 말이다. 그렇게 (건설업체들과 언론사들이) 연결돼 있다. 건설회사들이 부실공사를 해 인명사고가 나도 회사 이름을 다 빼준다. 대형건설사는 홍보실이 있어 출입기자도 관리한다. 그런 걸로 봐서는 자사 이익과 직결되므로 논조가 바뀐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경실련 활동을 하기 전에 건설업계에서 오래 일했던 것으로 아는데 개인적인 사정을 좀 이야기해달라. 80년대 초반부터 모 건설회사에서 일했다. 중동에서 유럽사람들과도 일해보고 국내에서 미군과 같이 일을 해보기도 했다. 또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는 기획쪽에서 건설회사 전반을 총괄하는 일을 해보기도 했고 이후에는 건설현장에서 일을 했다. 그 때 느낀 게 10여년 전의 미국, 유럽 사람들과 일할 때보다도 우리 건설현장이 더 부패하고 수직적인 구조였다. 이걸 어떻게 바꿔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95년 삼풍백화점 사고가 터졌다. 한 달음에 건설현장에 달려가 그 참혹한 현장을 지켜봤다. 그 뒤 ‘건설 대국으로의 길’이라는 책을 자비로 만들어 건설 공무원과 관련 학자, 업계에 뿌리고 다니며 설명했다. 그런데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래서 98년부터 경실련 와서 문제제기를 하기 시작했다. 공공건설입찰제도도 개선하는 등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목표를 100으로 세웠다면 아직 20정도밖에 못했다. 왜 그렇게 밖에 못했느냐. 건설족들의 로비와 저항에 당할 수가 없어서다. 시민들은 4년에 한번 표 찍는 것 밖에 없지만 공무원들은 30년동안 그 자리를 지킨다. 건설관료들은 퇴임한 뒤에도 10여년은 건설회사나 관련 공기업 임원으로 자리 지킨다.
경제적 약자를 도와줘야 할 공무원들은 재벌들을 오히려 옹호하고 있다. 그런 것도 모르는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공무원이 개혁의 주체라고 했다. 아마 공무원들은 속으로 ‘웃기지 말라. 당신 임기는 5년이지만 우리 임기는 30년이다’고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내가 얼마나 어렵게 공부해서 공무원 됐는데 대통령이 시험 봐서 됐느냐. 당신 시키는 대로 개혁에 앞장섰다가는 오래 가지 못한다고 생각들 했을 거다. 아무리 개혁하고 국민 위해 일해 봐야 특진 등 인센티브가 없고 그저 세월 흘러야 하고 조직에 순응해야 진급은 안 해도 잘리지는 않는 게 공무원 조직이다. 그런 조직이 뭐가 개혁의 주체가 되느냐. 선배들 따라가는 게 최고지. 그런 걸 바꾸기 위해 나는 70까지 싸울 것이다. 내가 오십줄이지만 가슴 속 열정은 30대다.
“아파트 건축비 허위 신고로 부당 이익” “당국 모르는 건지, 알면서도 눈 감는 건지”
-주공이나 민간건설업체들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왜 이렇게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보나. 기득권을 다 뺐으니 그런 거지. 자기들만 부패한 것도 아니고 그동안 온실에서 잘 살았는데 갑자기 원가를 공개하라고 하니. 자기들 좋은 제도를 소비자들 좋은 제도로 바꾸라고 하니 안 좋아하지.
-경실련이 서울 동시분양 아파트의 건축비가 건설사 편의에 따라 허위로 신고됐다는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아는데 어떤 내용인가. 참여정부 일년동안 150조에서 180조의 아파트 가격이 상승했는데 그 원인이 뭐고 진원지가 어디인지를 밝힌 것이다. 그것이 서울이었고 동시분양 아파트가격 이었다. 건설회사들이 자신들이 돈을 줘야 하는 감리자 모집 단계 때는 평당 건축비를 200만원대로 낮춰 지출을 줄이고 소비자들에게 팔 때인 분양 공고단계에서는 평당 800만~1200만원으로 신고해왔다. 이렇게 해서 평당 200만원, 가구당 평균 6500만원 이상이 부풀려졌다. 이렇게 엉망이다. 인허가 기관은 손놓고 이렇게 엉터리로 이뤄진다는 걸 모르는 건가. 이렇게 허위로 팔아먹는 사실조차 모르는 공정위 관료와 이렇게 많은 피해자가 있는데도 모른 척하는 집권여당과 대통령은 어느 나라 공무원과 정치인인가. 건설업체들이 불로소득으로 번 돈이 수조원이다. 그 돈을 서민주거 안정에 투입했다면 몇 십만명의 주거를 안정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국가 1년 예산과 맞먹는 부동산 상승의 원인은 뭔가. 거기에 대한 처방은 뭔가를 앞으로도 꾸준히 알려나가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