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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경실련회관에서 열린 '판교신도시에서 발생할 개발이익 추정발표 기자회견' |
ⓒ2005 오마이뉴스 안홍기 |
경실련과 건설교통부가 판교 신도시 개발이익의 규모를 놓고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경실련은 지난 7일 자체 수집한 자료 등을 토대로 판교 택지에서만 약 10조원의 개발이익을 공공기관이 벌어들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건교부는 그 수준이 1000억원에 불과하다고 반박하며 경실련의 현실성이 결여된 추정방식을 오히려 역비판하고 나섰다. 택지나 아파트를 분양받은 민간건설업체나 일반 소비자들이 주변시세와의 차이에서 생기는 시세차익은 제외된 수치다.
양쪽 주장 사이에는 무려 9조900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발생하고 있지만, 한두차례의 공방에도 불구하고 그 차이는 크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 물론 건교부가 조성원가 등 실자료를 공개하면 곧장 논쟁이 '스톱'되는 사안이지만, 건교부는 원가공개에 다소 소극적이다.
판교 땅 전부 팔면? : 건교부 8조원 vs 경실련 15조9545억원
양쪽이 가장 큰 시각차를 보이는 부분은 유상공급면적 111만5000평(경실련 126만평)에 달하는 판교 신도시 택지의 총 판매가격이다. 경실련은 정부 등 공공부문이 공공택지인 판교 신도시 땅을 전부 팔면 총 15조9545억원의 매출이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건설교통부는 8조원에 불과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택지의 평당 평균 가격을 경실련은 1269만원, 건교부는 705만원을 기준으로 산출했기 때문에 발생한 차이다. 여기서만 양쪽의 추정 총 판매가가 무려 8조원 가까이 벌어진다.
먼저 경실련은 판교 새도시 용지를 올 1월초 건교부 승인 내용에 맞춰 주택용지, 상업용지, 공공시설용지로 분류한 뒤 각각의 총 판매가격을 7조7674억원, 6조58억원, 2조1814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를 모두 더하면 15조9546억원이라는 총 택지판매가격이 나온다.
물론 각 용지를 세부항목별로 나눠 평당 판매가를 차등 적용한 결과다. 경실련은 "택촉법 규정을 판교 새도시 토지이용계획에 적용해 감정가와 주변시세를 고려했다"고 산정 근거를 설명했다.
이 가운데 실제 땅을 사들인 비용(용지비)과 개발비를 합산한 조성원가는 5조8931억원. 조성원가는 건교부가 1월 4일 발표한 '건설교통부 고시 제2004 - 436호'에 명시돼 있다. 경실련은 이를 차용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택지비에서만 발생하는 개발차익은 15조9546억원에서 조성원가 5조8931억원을 뺀 10조615억원이 된다는 것이 경실련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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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중개업소가 즐비한 판교신도시 예정지 인근 모습. |
ⓒ2005 연합뉴스 최영수 |
이에 대해 건교부는 "현실성이 결여된 추정"이라며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7일에 이어 8일에도 해명에 나선 박광서 건교부 신도시기획과장은 판교 새도시 111만5000평의 총 판매가격은 8조원이며 경실련의 추정가에는 간접비 1조9739억원도 빠져있다고 반박했다.
따라서 총 판매가격 8조원에 조성원가 7조8670억원(직접비 5조8931억원과 간접비 1조9739억원)를 뺀 순 시세차익은 1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
박 과장이 경실련의 계산 착오라고 지적한 부분은 네가지다. ▲주택공급예정가격에서 건축비를 단순 역산해 산출 ▲이주자 택지 및 임대주택용지 조성원가 이하 수준 공급 ▲중형임대주택(25.7평 초과) 채권입찰제 미적용 ▲금융조달비용, 이주대책비, 관리비 등 간접비 미반영 등이다.
덧붙여 박 과장은 상권이 이미 형성된 분당지역의 시세와 단순 비교해 상업용지 가격을 평당 3500만원에서 4000만원으로 추정한 것은 경실련의 '오버'라고 했다. 분당지역이 평당 3000만원인데 어떻게 그렇게 되겠냐는 것.
상업용지를 28만평으로 가정한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박 과장은 "경실련은 상업용지를 28만여평으로 주장했는데 실제로 6만5000평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사실관계의 재확인을 요구했다.
판교택지 평당 판매가 : 경실련 1268만원 vs 건교부 705만원
박 과장이 8일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밝힌 각 용지별 평당 분양원가도 경실련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상업용지의 평당 평균 분양가는 1289만원(경실련 약 3300만원)이라고 했고, 전체 택지의 평당 평균 가격도 705만원이라며 경실련의 추정치(1269만원)와 2배 가까운 괴리를 나타내고 있다. 705만원은 7조8670억(총 택지판매가격)÷111만5000평(유상처분면적)으로 산출됐다.
경실련과 건교부의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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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 이성규 |
그러나 박 과장 반박 논리에도 여러 허점이 발견됐다. 일단 경실련 자료에 이미 포함돼 있는 내용을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박 과장의 두번째 반박 근거인 '이주자 택지 및 임대주택용지 조성원가 이하 수준 공급'도 이미 경실련의 추정치 내에서는 감안돼 있었다. 경실련은 이 임대주택용지의 공급가격을 조성원가의 60% 수준인 평당 261만원으로 계산했다.
건교부 주장대로면 판교 25.7평 초과 아파트 분양원가 평당 835만원도 가능
상업용지가 6만5000평에 불과하다는 박 과장의 주장도 경실련의 자료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경우라 할 수 있다. 경실련은 자료에서 상업용지의 범위를 포괄적으로 보고 ▲상업용지 3만9620평(평당 3888만원) ▲업무용지 1만4485평(평당 2561만원) ▲주상복합용지 3만4702평(평당 3500만원) ▲도시지원시설용지(벤처단지) 19만1979평(평당 1500만원) 등을 전부 합산해 계산했다.
반면 박 과장은 상업용지의 범위를 상업용지와 업무용지, 근린생활시설용지로 한정했다. 벤처단지와 주상복합용지는 포함하지 않았다. 이럴 경우 6만5000평이 된다는 얘기다. 그런데 박 과장은 경실련의 상업용지를 일단 28만평이라고 전제한 뒤 6만5000평과 비교하는 우를 범했다. 상업용지 범위에 대한 각자의 시각차로 발생한 부분을 보정하지 않고 곧바로 비교했다는 말이다.
또다른 문제는 박 과장의 발언이 사실임을 전제로 할 때도 발생한다. 박 과장의 주장대로 택지비 평당 평균 가격이 705만원임을 전제로 하면 25.7평 초과 아파트의 용적률(180%)을 감안한 평당 가격은 391만원, 25.7평 이하 아파트(용적률 170%)는 414만원이 된다. 여기에 건축비 상한가 444만원을 합하면 분양가는 각각 평당 835만원, 858만원이라는 결과가 도출된다.
건교부는 이미 25.7평 초과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를 1500만원, 이하 아파트는 900만원선에 묶겠다고 한 바 있다. 따라서 판교 분양시장에 뛰어든 분양업체들은 평당 평균 최저 40만원에서 최고 700만원까지 차익을 거둘 수 있게 된다는 계산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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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규 기자 - ⓒ 2005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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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실련 아파트 거품빼기 운동본부가 13일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판교개발 중단촉구 시민행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2005 오마이뉴스 남소연 |
이젠 어떠한 정책이 나와도 그 신뢰성은 땅을 뚫고, 지하로 내려가고 있소. 집값을 안정시켜서 서민안정을 시킨다. 참 좋은 얘기요. 계속 올라가는 부동산가격.. 내리기는 커녕 지키기도 힘들고 이젠 더이상 바라지도 않소. 당신들이 판교 땅사서 땅 팔아먹고 건설업체에 맡기는 그 순간. 당신들의 속셈은 이미 다 드러났소." ID : 믿은 게 죄지
청와대 홈페이지 열린마당과 건설교통부 참여마당에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성토하는 성난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13일 오전 총리 주재로 관계 장관회의를 열어 강남·분당·용인 등 집값 폭등 지역에 대해 기준시가를 상향 조정하기로 결정하고 세무 조사 등의 대책을 발표했지만 집 값을 안정시키는 데 기여할지 미지수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라"
"이런 미친 짓이 어디 있나. 판교 로또로 인한 집 값 상승은 이미 지난해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그 예상대로 주변 땅 값이 지금 계속 오르고 있다. 판교 개발을 재검토해야 한다. 공영개발해야 한다."
경실련 박병옥 사무총장은 13일 오전11시 30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판교 개발'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병옥 사무총장은 "지난 2000년부터 지금까지 240만 가구가 건설됐는데 또 다시 신도시를 만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면서, "240만 가구 건설 결과 집 값은 2배가 뛰었고, 부동산 업자들 배만 불려줬다"고 꼬집었다. 박 사무총장은 "오를 때로 오른 집 값을 그대로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정부가 그저 한심할 따름"이라며 "집 값이 더 오르는 것을 막는 것이 아니라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 값을 떨어뜨리는 것이 정부가 추진해야 할 정책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경실련 박완기 시민감시국장은 "건교부가 판교로 인한 집 값 폭등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지 않고 또 다른 신도시 개발로 집 값이 안정될 수 있다는 잘못된 논리를 설파하고 있다"며 " 건교부는 14일부터 진행하는 판교 신도시 택지 입찰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실련 김헌동 아파트 거품빼기 운동본부 본부장은 "정부, 청와대, 국회가 부동산 대책과 관련 서로 다른 의견을 내면서 엇박자로 가고 있다"면서, "집 값을 안정시키고 투기를 근절하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 판교 신도시 택지 공급을 중단시키고 공영개발 추진을 선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집 값 폭등으로 인한 서민들의 불신이 확산되고 있는 점에 주목, 집 값 안정과 투기근절을 위한 시민행동을 본격화 할 계획이다. 경실련은 14일에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등 각 정당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시위를 펼치고, 15일에는 집 값 안정과 판교 공영개발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전국 주요 도시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박수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