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뇌물을 준 사람에게 특혜제공

토건종식3 2012. 1. 15. 14:51

 

김헌동 "IMF 10년, 연간 불로소득 500조, 근로소득 중 저축가능 총액은 5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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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0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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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외환위기 10년, 우리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2001년 8월 정부는 IMF에 부채를 모두 상환하고 '외환위기 졸업'을 선언했지만 IMF가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는 점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IMF로 인한 우리사회의 변화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사회의 양극화다. 그리고 이 양극화의 중심에는 부동산이 있다. 이와 관련해 아파트 값 거품 문제를 국민적인 의제로 만드는데 기여한 경실련 '아파트 값 거품 빼기 운동본부'의 김헌동 본부장은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FM 98.1 Mhz, pm 7:00-9:00, 진행 명지대 신율 교수)이 마련한 특집 좌담 'IMF 외환위기 10년,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에 출연해 "대한민국은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거대한 도박장이 됐다"는 신랄한 평가를 내렸다. 

김 본부장은 "부동산 거품이 1년에 500조씩 5년간 2,500조"에 이른다며, "땅이나 집을 가진 상위 5%가 전체 불로소득의 82%를 차지"하고 있고 "그 사람들의 재산은 가만히 앉아서 3,000조가 는 반면 나머지 95%는 한 푼도 늘지 않는 엄청난 양극화 현상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부동산으로 인한 불로소득을 근로소득과 비교하면 부동산으로 인한 우리사회의 양극화 실태는 한층 더 두드러진다. 이와 관련해 김헌동 본부장은 "대한민국의 모든 근로자가 벌어들이는 연간소득이 350조인데, 그 중 저축할 수 있는 액수는 50조"라며, "땀 흘려 일해서 번 돈 중에 저축할 수 있는 액수는 50조밖에 안되는데, 땀 흘리지 않고 부동산 거품으로 늘어난 자산은 50조의 10배인 500조"라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이어 이런 부동산 거품과 양극화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20대"라며, 내 집 장만은 엄두도 못 낼 형편이고 "부동산 투기로 돈이 몰리면 비정규직 건설 노동자 일자리 밖에 안 생긴다"고 덧붙였다. 

( 이하 인터뷰 내용 )

 



▶ 진행 : 신율 (명지대 교수/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 출연 : 김헌동(경실련 '아파트 값 거품 빼기 운동본부' 본부장) / 우석훈 박사

 



- 10년 전 11월엔 뭘 하고 있었나?

김헌동>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IMF를 계기로 삶이 어려워진 사람들을 위해 봉사할 일을 생각하면서 직장생활 중에 시민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됐다. 불안해하는 주변사람들과 경제적 약자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계기였다.

우석훈> 현대그룹 과장으로 있을 때 IMF를 만났다. 구조조정을 내 손으로 직접 했던 경험이 있어서 굉장히 괴로웠다. 현대그룹도 그때 분열됐는데, 분할하는 회사들 환경평가도 하고 회사 문도 닫게 하면서 괴로웠다. 

 



- 만약 IMF가 없었다면 회사생활을 계속 했을까?

김헌동> 아니다. IMF는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내가 대기업에 계속 다녔다면 남자접대부 노릇을 해야 하는 불행한 삶을 살아야 했을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대기업에 종사하는 간부급 직권들은 공무원을 접대하는 남자 접대부 역할을 한다. 나는 그런 역할에 적성이 맞지 않았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중소기업을 창업하게 됐고, 임직원들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IMF 직후에 젊은 청년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됐다. 그들의 고민을 듣게 됐고, 국가를 운영하던 기성세대의 잘못으로 젊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서 고통받는 원인이 어디 있는지를 찾게 됐다. 부패사회가 만들어낸 거품이 붕괴돼서 부패한 사람이 아닌 젊은 세대에게 고통이 전가되는 피해를 막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느냐를 고민하게 됐던 것이다.

우석훈> IMF 한가운데에서 구조조정을 보면서 1년 정도 있었는데 도저히 마음이 부대껴서 못 있겠더라. 그래서 정부기관으로 옮겼다. 거기서 보니 민간부문도 문제가 있고 정부도 문제가 있었다. 현실은 밖에서 보이는 구호와는 다르다. 그래서 일종의 내부고발 역할을 해온 셈이다. 경제에 대한 얘기가 화려하긴 한데, 본질은 그게 아니다. 어떻게 사람들을 편하게 하고 약자들이 시스템에서 떨어져나가지 않게 할 것이냐, 이런 힘들을 마련하고 움직이지 않으면 사회가 불행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시민단체 활동이나 환경운동을 열심히 하게 된 계기가 됐다.

 



- IMF 이전과 이후의 부동산 비교를 해본다면?

김헌동> 지금 미분양 사태가 심각한데, IMF 직전에도 똑같은 현상이 있었다. 아파트 미분양이 줄을 이었고, 우성건설이나 청구나 우방이나 보성 등 주택건설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했다. 그와 더불어 중견그룹인 한보그룹과 기아그룹이 부도가 났다. 그러면서 IMF가 터졌던 것이다. 즉 IMF 직전의 부동산 거품이 IMF를 불러왔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IMF 직후에 아파트 가격이 건국 이래 가장 큰 폭으로 30% 이상 하락했다. 또한 재벌이나 대기업이 지어놓은 초고층 빌딩이 외국인에게 헐값에 넘겨지고, 외국의 투기자본이 들어와서 부동산이나 부실한 기업들을 인수하기 시작했다. IMF 직전에는 부동산 문제가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IMF 직후인 98년과 99년엔 아파트 건설업체가 거의 도산했기 때문에 아파트를 짓는 회사가 많지 않았다. 내가 다니던 회사에서도 2000년에 용인 같은 수도권 지역에 아파트를 평당 400만원에 분양했지만 분양되지 않았다. 아파트 가격 거품의 피해가 심각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아파트 분양받기를 꺼려했다. 그러다보니 국민의 정부 경제관료들, 특히 개발독재시대 때 공무원이 돼서 인위적인 건설경기를 부양했던 사람들이 장관이 돼서 과거의 부동산 경기부양책을 쓰기 시작했다. 부동산 대출을 무제한 허용하고, 분양가를 완전히 자율적으로 건설업체에 맡기고, 공동택지를 싸게 주고, 분양권 거래를 허용하고, 양도세를 없앴다. 결국 부동산과 관련된 모든 규제를 풀어서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하기 시작하면서 아파트 가격이 뛰기 시작한 것이 2001년 하반기부터이고 2002년 들어서 본격화된 것이다. 대표적으로 강남의 타워팰리스가 2001년에 평당 900만원에 분양했는데 분양이 안 됐다. 아이파크는 2002년에 분양했을 때 분양가가 1100만원있는데, 지금은 그 4~5배 뛰었다. 이런 거품이 2002년 이후에 발생한 것이다. IMF 직전이나 직후만 해도 우리가 부동산 거품을 바로잡고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거품을 제거해서 정상적인 국가로 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당시의 개혁작업이 모두 실패하면서 지금 또다시 IMF 직전과 똑같은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 IMF 이후 급격하게 늘어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어떻게 보나?

우석훈> 노동의 진리라고 하면 어떤 일을 하느냐와 얼마만큼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느냐를 놓고 따진다. 일반인들은 월급을 가지고 노동을 말하겠지만 사실 월급은 평균을 내보면 중요한 건 아니다. IMF 이전에 한국기업이 유지됐던 건 일본의 종신형 기업식이었다. 일단 들어가면 은퇴할 때까지는 한 회사에서 있을 수 있게 해줬다. 그런데 IMF 이후에 사람을 내보내는 과정에서 종신제가 깨졌다. 그러면서 아웃소싱을 전격 도입해서 회사엔 사람을 조금만 남기고 다 외부로 돌렸다. IMF가 끝나고 나서도 원래대로 못 돌아갔다. 정규직은 조금만 남기고 대부분을 비정규직으로 바꿨다. 모든 세대에 이 현상이 똑같이 벌어지면 그나마 분산되는 효과가 있을 텐데 IMF 이전에 취직한 사람들, 지금으로 보면 30대 초반에서 40대 중반까지는 예전 계약이 종신제처럼 돼있다보니 상당부분은 연공 소지가 남아있다. 그러나 그 다음에 회사에 들어가려고 했던 사람들, 나이로 보면 27~28살 정도는 그런 자리가 없는 것이다. 남아있는 건 공무원이나 특정 대기업 몇 개뿐이고, 나머지 20대는 임금도 덜 받고 불안한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20대 전체가 자기인생을 계획할 수가 없다보니 불안한 세대가 된 것이다. 계산해보면 부부가 88만원이라는 월급을 받아서 저축한다고 치면 서울의 작은 아파트 사는 데 200년이 걸린다. 다음 단계에 정상적인 경제주체가 오도록 하는 게 멈춰버린 것이다. 부동산 거품이 끼니까 주거권이 안 되고, 그러다보니 가족도 구성이 안 되는 상태가 된 것이다. 게다가 지금 전세가 계속 줄고 월세로 바뀌고 있다. 월세는 평균 이자율보다 1.5배 이상 높다. 소득은 줄고 안정적인 직업은 사라지는 상태이다보니 어떻게 해볼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진 집단이 등장한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풀어야 할 첫 번째 문제다.

 



김헌동> 부동산 거품은 우리나라 전체를 거대한 도박장으로 만들었다. 아파트 투기나 투기도박에 참여한 사람은 엄청난 불로소득을 챙기게 되고, 평범한 직장인들은 그런 도박에 참여할 자금도 없을 뿐더러 그런 경험도 없다. 결국 대한민국은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거대한 도박장이 됐고, 그것이 부동산으로 갔다가 주식으로 갔다가 한탕주의가 만연하게 됐다. 그렇게 해서 발생한 부동산 거품이 1년에 500조씩 5년간 2500조다.

 

땅이나 집을 가진 상위 5%가 전체 불로소득의 82%를 차지하고 있다. 그 사람들의 재산은 가만히 앉아서 3000조가 늘었고, 나머지 95%는 한푼도 늘지 않는 엄청난 양극화 현상이 생겼다. 단적인 예로 대한민국의 모든 근로자가 벌어들이는 연간소득이 350조인데 그중 저축할 수 있는 액수는 50조다. 즉 땀 흘려 일해서 번 돈 중에 저축할 수 있는 액수는 50조밖에 안 되는데, 땀흘리지 않고 부동산 거품으로 늘어난 자신이 50조의 10배인 500조다. 결국 땀 흘려 일한 사람은 재산이 줄고, 투기와 도박에 참여한 사람의 재산은 일하는 사람의 10배가 늘어나는 양극화 현상이 생겼다. 그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가 20대다. 이제 막 사회에 진입하는 세대들이 그 고통을 모두 전담하는 현상이 양극화 현상이다. 부동산 투기로 돈이 몰리면 비정규직 건설노동자 일자리밖에 안 생긴다. 부모가 돈을 벌어 자식을 가르치는 건 불안한 일용직 건설노동자, 소위 노가다라는 직업이 아닌 안정된 직업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건솔노동직은 불안한 비정규직이며 굉장히 험악한 일자리다. 그나마도 임금을 낮추겠다고 외국에서 값싼 노동인력을 데려다가 불법체류를 시켜가면서 30~40만명이 건설노동현장에 진입했다. 그러다보니 젊은 세대들의 일자리가 더 부족해졌고, 기성세대들이 투기도박에 참여하고 있으니까 그 자식들이 무엇을 보고 배우겠나. 투기도박에 성공한 자식들은 해외유학을 간다거나 공부를 더 한다는 핑계로 일을 할 시기를 놓치고 있다. 일을 할 수 없어서 시간을 보내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지금 우리 사회에 굉장히 많다. 우리 사회를 끌어갈 주역들이 이렇게 방황하고 있다는 건 매우 심각한 문제다.

 



- IMF 때 회사를 떠난 사람들이 다시 회사로 돌아가지 못한 원인 중 하나는 생산양식이 변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IMF 때 구조조정을 하면서 기업이 잘 되면 다시 고용하겠다며 1970년대 영국과 비교했다. 그러나 1970년대 영국은 산업화시대가 유지되는 상태였지만 우리나라는 산업화시대 말미에서 산업자본에서 금융자본으로 넘어가거나 산업화시대에서 지식정보화시대로 넘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산업화시대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취직하는 게 더 어려워진 것 아닌가?

우석훈> 가장 공식적으로는 미국 클린턴 시대의 뉴이코노미라고 부르는 신경제에 대한 투자가 얼마나 고용을 만들었느냐는 논쟁이 있다. 그래서 나온 게 실리콘 자본주의라는 말이다. 실리콘밸리에 돈을 많이 넣으면 IT 산업이 잘 돼서 미국이 잘 살 거라고 했었다. 그렇다면 지금 부시 행정부에 미국 경제 위기가 줄었을 것 아닌가. 실리콘 자본주의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위기는 고용이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시기가 우리에게도 동시에 왔다. 중화학공업은 뒤로 밀렸고 IT 쪽에 투자를 많이 했다. IT와 건설산업을 키웠다. 그런데 건설산업에선 좋은 일자리가 나오지 않았고, 실리콘 자본주의 같은 IT에서도 좋은 일자리가 별로 안 나온다. 그리고 그 중간을 메꾸는 국내 중소기업을 같이 끌었어야 했는데 그걸 못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휴대폰을 만들 때 부품의 70%는 수입해야 한다. 그럼 남는 건 30%가 안 되는데, 그것도 환율이 안 좋은데도 밀어낸다. 그러면 휴대폰 하나 수출해서 나올 수 있는 이익은 5~10%밖에 안 된다. 국내에서 했어야 할 중소기업이 무너지고, 맨 위에 있는 최종 조립단계에서도 실리콘 자본주의 현상이 오니까 노동의 양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간에 중소기업을 충분히 만들거나 서비스업에서도 다른 형태의 뭔가를 만들려고 시도했어야 하는데 ,지난 10년 동안 대한민국을 지배한 건 사람을 감원하면 회사가 살 거라는 얘기뿐이었다. 그리고 기업에 언제든지 고용할 수 있는 권리를 주면 경제가 살 거라고 했는데 그렇게 안 됐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 IMF 전후로 거품을 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잃었던 건 IT와 건설 쪽으로만 투자해서인가? 사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건설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데?

김헌동> 그런 측면이 있는데 그 원흉이 누구인가. 무능한 진보정치세력들, 개발관료들의 부패가 이런 사태를 불러온 것이다. 그렇게 해서 얻어진 게 부패한 재벌의 부활이다. 공적자금 수백 조를 부패한 재벌 부활시키는 데 활용했고, 그 부패한 재벌이 해왔던 과거 습관대로 관료와 협작해서 부동산 쪽으로 돈이 몰리게 하고 부동산 거품을 키우게 했다. 부패한 재벌들은 너무 많이 돈을 벌어서 돈을 활용할 곳이 없다고 고민하고 있는데, 중소기업과 대다수 노동자들은 일할 자리가 없다거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렇게 된 가장 큰 책임은 진보를 표방한 무능하기 짝이 없는 정치인들과 정당, 개발독재시대 때부터 재벌과 유착해온 부패관료들이다. 그들이 경제정책을 주도하면서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을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이나 지식인들이 그 원인을 제대로 밝혀내거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다수 국민들은 무엇이 우리를 어렵게 만들었는지 그 원인조차 모르고 불안해한다. 그러다보니 무능한 정치인보다는 부패한 정치인이 차라리 낫다면서 부패의혹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사람의 지지율이 가장 높고, 개발원조세력이거나 투기조장당이라고 할 수 있는 정당의 지지율에 거품이 생겼다. 개혁을 한다고 했던 무능한 진보세력이 국민에게 실망을 안겼기 때문에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건 결국 무능이냐 부패냐밖에 없다. 지금 범여권 국회의원의 70%가 신인이다. 그들은 과거 자신들이 학창시절에 학생운동이나 민주화를 위해 기여했다는 공로로 국회의원이 된 것이다. 그런데 여당이 돼보니까 부패한 재벌기업의 친구들이 찾아와서 한 끼에 수십만 원짜리 식사 대접을 받고, 재벌이 원하는 온갖 법안을 만들었다. 이 정부에서 만든 개발특별법만 해도 10여건이다. 박정희 시절이나 전두환 시절엔 개발특별법을 만들어봐야 임기 내에 한두 건이었는데, 이 정권에서는 개발관련 특별법만 10여건 만들어서 6개월만에 법안처리가 된다. 소비자나 국민이 원하는 법안은 만드는 데 2년 걸리고 시행하는 데 1년 걸린다. 심지어 대통령이 분양원가를 공개하겠다고 작년 8월에 얘기했는데 1년 반이 지났는데도 그대로다. 대통령이 반대해서 3년, 대통령이 하라고 하는데도 1년 반. 결국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하기 전까지 국민이 원하는 법안은 아예 만들어질 가능성도 없다. 재벌이 원하는 법안은 고속철도이고, 국민이 원하는 법안은 완행열차로 가다가 탈선을 자주하는 상황이다. 그 정도로 우리 정치인과 관료들은 국민을 위한 자들이 아니다. 결국 그 책임은 주권자인 국민들이 심부름꾼을 잘못 뽑은 데 있다. 그 머슴인 공무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무능한 심부름꾼들이 국민의 삶을 어렵게 만들었고, 그걸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는 언론이나 또다시 그런 사람을 선택하는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우리가 이런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빠른 시일 내에 풀지 않으면 지금보다 훨씬 더 심각한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 계급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나?

우석훈> 내가 최근에 본 통계 중에 가장 마음 아팠던 게 있다. 비정규직을 나이순으로 정렬하면 쌍봉함수가 나오는데, 20대와 50대가 굉장히 많다. 20대와 50대가 50%가 넘었는데, 이는 굉장히 높은 확률로 부모와 자식이 비정규직인 집이 있을 거라는 것이다. 그럼 그 집이 굉장히 힘들 것 아닌가. 이건 계급현상이 나타날 근거가 될 수 있다. 정규직 부모의 자식들이 다른 경우보다는 정규직이 될 확률이 높아지고, 비정규직 부모의 자식이라면 여기에 부동산과 교육 등 몇 가지가 끼게 될 경우 비정규직이 될 확률이 무척 높아진다. 그럼 선이 확 갈라지는 것이다. 공간적으로 슬럼이 위험하다는 건 잘 살거나 못 살 거나 같이 살아야 공동체 연대가 생기기 때문인데, 지금 강남 같은 경우 몇 군데는 완전히 자기들끼리만 산다. 사는 데가 분할되기 시작하면 문화가 분할된다. 일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분할되고 비정규직 가정이 등장하게 되면 이때는 세대감정이나 지역감정이 아니라 본격적인 계급감정이 나타날 수 있다. 그 정도가 되면 정부가 사람을 모아서 다시 대화해서 합의하는 게 굉장히 어려워진다. 사실 그 정도가 되면 폭동도 날 수 있는 상황이다. 이탈리아의 경우 비정규직이 늘어날 때 시위와 폭동이 있었고, 프랑스에선 생애 최초의 법이라고 해서 처음 취직한 사람을 1년 동안 마음대로 자를 수 있게 했을 때 폭동이 났었다. 그런데 프랑스나 이탈리아가 지금 우리보다 상황이 좋다. 우리나라처럼 비정규직이 많지 않고, 평균임금이 높다. 우리나라는 훨씬 더 나쁜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아직은 한국의 20대가 착하니까 가만히 있는 거지만 계속 이럴 거라는 보장이 없다. 살 수가 없으면 뛰쳐나오게 돼있다. 

 



- 부동산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나?

김헌동> 점점 심화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는 일자리조차 없고, 소득도 낮고, 결국 결혼을 점점 늦게 하고 있고, 결혼을 안 하니까 출산률이 낮다. 암울한 현상들이 지금 우리 사회에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계층이 별로 없다. 지금 선거정국인데 북쪽 고구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쪽은 신라와 백제가 지역으로 나뉘어서 600~700년 전의 삼국시대에 살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신라와 백제로 나뉘어서 부패한 정치인들이 또다시 선거 때가 돼서 자기들을 지지해달라고 하면 또 속아주는 우를 계속 범해왔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계급사회가 돼가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신노예제도가 부활해서 토지를 가진 지주와 토지가 없는 노예로 나뉘는 듯한 이상한 사회로 가고 있다. 재벌총수들은 범죄를 저질러도 휠체어만 타면 용서되고, 서민들은 사회 고위층이 부패를 저질러도 무기력해져있거나 무감각해진 것은 아닌가. 우리 스스로가 공동체이기를 포기한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굉장히 심각한 현상이 최근 몇 년간 나타나고 있다. 선거의 판도가 정치인이나 언론에 의해 인위적으로 흘러가고, 그렇게 해서 또다시 잘못된 정치인을 뽑아놓고 또다시 5년을 고통에 시달리는 어리석음을 또 반복하진 않을까. 위기를 극복하기는커녕 오히려 위기를 키우는 게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 강북 아파트 값은 많이 올랐는데?

김헌동> 농촌 주택의 가격은 IMF 전이나 후나 거의 변화가 없다. 농촌에 사는 사람이 도시에 사는 사람에 비해서 경제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보는 것이다. 또 지방 주택도 지난 10년 동안 집값이 상승하질 않았다. 재산이 늘질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의 경우 아파트 값만 해도 5배가 올랐다. 그럼 빌딩도 5배가 올랐다는 것이다. 그들은 5배의 재산을 늘릴 동안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은 하나도 혜택이 없었다면 엄청난 자산 격차가 생긴 것이다. 강남만 오르고 강북은 안 오른다는 이유를 대서 정치인들이 강북지역도 규제를 풀어서 단독주택이 밀집된 지역에 고층 아파트를 짓게 해주겠다고 특별법을 만들었다. 그래서 강북지역도 2배 정도는 뛰었다. 강남도 뛰고, 강북도 뛰고, 수도권도 뛰고. 도시에 사는 사람만 부동산으로 돈을 벌게 해준다고 해서 그것으로 양극화가 해소되는 게 아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의 절반 이상이 집이 없는데, 특히 20~30대 젊은이는 집이 있을 턱이 없다. 결국 그런 사람들이 모든 고통을 전담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강남에 낀 거품을 제거할 생각은 안 하고, 강남도 끼었으면 강북도 끼게 하고 수도권도 끼게 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정책이다. 그런 한심한 정책을 지난 4~5년 동안 펴온 결과가 지금 심각한 양극화 현상, 중산층 몰락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 일부 기성세대들은 '무슨 일이든 닥치는 대로 하면 돈을 못 벌겠나, 젊은이들이 진짜 배가 고프질 않아서 그런다'고 말하는데?

우석훈> 직접 해보고 그런 말을 해야 한다. 중국집에서 배달만 해도 50만원은 준다는데, 배달 일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오토바이를 잘 타야 하고 경력이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우습게 자장면 배달이라고 말하지만 그건 정규직이고 숙련된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딱 두 가지밖에 없다. 주유소와 편의점에서 일하는 것이다. 이처럼 굉장히 힘든 두 가지 노동은 아무나 할 수 있지만 그 외에는 아무나 들어갈 수가 없다. <커피프린스 1호점>이라는 드라마가 해피엔드로 끝날 수 있었던 건 거기서 일하던 사람들이 다 바리스타이고 정규직들이었기 때문이다. 매일 계속 보고, 서로 우정을 나누고, 이해가 생기니까 직장이 지옥같지 않고 식구처럼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일정한 정규직 체계나 안정성이 있을 때 그 안에서 대화하면서 직장 분위기를 만드는 건데, 지금 상황에서는 그렇게 되질 않는다. 그리고 왠만큼의 보수를 받는 곳은 숙련공이라든가 공고를 나와서 기계를 만질 수 있는 사람이 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정비 일에 200만원 주는 데도 많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공고를 나와서 3년 이상 숙련되게 일한 사람들이 갈 수 있는 것이다. 눈을 낮추면 갈 수 있는 데가 많아보이지만 막상 찾아보면 별로 없다.

김헌동> 우리 부모세대들은 무엇이든 열심히 일해서 자기 자식들이 수학공식과 영어단어를 많이 외우게 학원을 보낸다. 한참 뛰어놀아야 할 10대들이 방에 갇혀서 밤 늦게까지 학원에서 공부하고 숙제하고 학교 가서 잠을 잔다. 부모가 자기 자녀에게 이런 잘못된 생활을 시키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건 모두가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에 원래 그런가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허약하게 키워진 아이들이 사회에 나와서 자장면 배달을 하면 말리고, 자기 스스로가 좋아하는 일을 하도록 놔두질 않는다. 영어단어와 수학공식을 외워야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대학을 나와야 접대부가 돼서 출세를 한다는 식의 잘못된 코스를 정해놓고 자녀들을 그쪽으로 줄세워놓고는 기성세대 중 일부가 무책임하게 그런 말을 하면 안 된다. 과거 60~70년대에는 그렇지가 않았다. 학교갔다 오면 나가서 뛰어놀았기 때문에 몸이라도 튼튼해서 무슨 일이든 시키면 할 수 있었고 어떤 일이든 즐겁게 했었다. 같이 고생하니까 동료애도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의 자녀들은 그렇게 키우질 않았다. 그렇게 허약하게 키워진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겠느냐는 생각하지도 않고 무책임하게 자기 과거에 견주어서 무슨 일이든 하면 된다고 말하고 있다. 게다가 건설일용직, 아주 고단한 육체노동 현장에도 외국인들이 값싼 임금이라는 이유로 40%를 차지하고 있다. 그 정도로 일자리를 남에게 나눠주면서 우리 자녀들이 갈 곳을 없게 만든 기성세대가 그런 무책임한 발언을 하는 건 매우 잘못된 것이다. 그것도 대선후보가 될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한다는 건 대단히 무책임하다. 자기 자녀도 그렇게 키우지 않은 사람이 그렇게 말한다는 건 매우 무책임한 것이다.

 



- IMF 관리체제에서 본격적으로 유입된 신자유주의 때문에 무한경쟁사회에 돌입하고, 사회적 안전망이 없는 상태에서 경쟁만이 강조되다보니 20대들이 피해를 많이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돌파구가 있나?

우석훈> 지난 10년 동안 신자유주의가 강화된 건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속도다. 그들은 그런 식으로 바꾸더라도 최소한 돌파구나 세대기금, 재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완화시켰다. 그리고 우리나라처럼 미친 부동산 시장은 OECD 국가 중에 없다. 그 두 가지 축이 형성되면서 지금은 균형을 완전히 잃은 상태다. 3~4년 이상 이 시스템이 국민경제로는 진행될 수가 없다. 그건 너무 명확하다. 그럼 어디서부터 답을 찾을 것인가. 일단 40~50대 중에 부동산으로 돈을 번 사람들은 경제법으로 하면 국민경제를 굉장히 피곤하게 만든 경제사범들이다. 지금의 20대들은 희생자들인데, 이들이 좀 편할 수 있고 숨이라도 쉴 수 있는 쪽으로 경제정책이 바뀌면 지금의 문제점을 조금 풀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20대 부부가 어떻게 주거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 등으로 노동권이나 문화권을 시급히 늘리는 게 중요할 것이다.

 


- 비정규직을 줄일 수 있을까?

우석훈> 줄이기 위해선 사회적 협의가 굉장히 크다. 큰 종류의 사회적 협의나 대화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정치권에서 그런 대화를 열지 않는다. 한국은 중앙집중식이라 정부에서 열리지 않고 대선 때 열리지 않으면 다음엔 열리지 않는다. 지금 대선에서 중요한 이슈는 20대 비정규직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아니고 댐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다. 사실 댐을 지어도 그건 지방의 50대 사장과 거기에 땅 투기를 했던 사람들에게 돈이 가지, 20대에겐 갈 게 없다. 20대에게 더 분배해줘야 하는데 댐 만드는 건 오히려 역분배다. 그런 면에선 새로운 논의를 열어야 하는데, 그런 게 어디서 나올 것이냐를 생각하면 갑갑하다.

김헌동>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부패 때문이다. 부패 속에서 생기는 것이 특혜다. 부패한 사람이 뇌물을 준 사람에게 특혜를 제공하게 된다. 우리 재벌들이 얼마나 심각한 담합을 통해 특혜를 얻어가냐면 애들이 먹는 분유나 우유, 설탕, 밀가루, 심지어 아파트 가격까지 담합해서 부당한 이득을 취한다. 부당한 이득을 취해서 특혜를 받는 특권층이 존재하는 것, 결국 한정된 자원을 누군가가 독차지한다면 대부분의 사람이 가질 몫은 줄어드는 것이다. 그런 부패를 확실하게 척결할 의지와 계획을 가진 사람이 우리의 심부름꾼 대표가 돼야 한다. 그리고 비정규직을 감소시키기 위해선 매우 단순한 방법이 있다. 외국의 경우 국민세금으로 발주되는 건설사업을 할 때 51%는 직접 건설을 맡은 회사가 시공해야 한다. 이럴 경우 현대나 대우나 삼성에서는 정부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51% 직접시공을 할 수 있는 인력을 정규직으로 고용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건설에 종사하는 사람 300~350만명 중에 100만명 이상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그리고 계속 그런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우수한 인력을 양성하는 직업훈련양성소가 생기게 된다. 왜냐면 기능도가 뛰어나야 생산성이 높아지고 그래야 비용이 절감되니까. 이렇게 제도적으로 할 수 있는 손쉬운 조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제도나 정책을 도입하겠다고 하면 5년, 10년이 걸린다. 재벌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담합을 하거나 부패나 비리를 저지를 가능성이 큰 재벌도시특별법을 만들어준다든지 재벌들이 독점하고 있는 대형 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 용산에 초고층 빌딩을 짓는 것, 담합과 비리로 어마어마한 수조 원의 특혜를 한꺼번에 얻을 수 있는 것들은 초고속으로 처리하는 잘못된 정치인과 관료를 우리가 우리 손으로 뽑아놨기 때문에 이번에야말로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