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기본형건축비로 50년 아파트 한계, 서울형건축비로 100년 아파트 지을 것"
"SH가 지속적으로 분양원가 공개하면 시장이나 다른 공사도 따올 수 밖에 없을 것"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은 24일 취임 100일을 맞아 개포동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곡2지구 분양원가를 공개했다. 작년 12월 고덕강일 4단지와 지난 1월 오금1·2단지, 항동 2·3단지에 이어 세 번째 분양원가 공개다.
김 사장은 올 상하반기 내곡지구 6개단지(3월)와 마곡지구 13개 단지(4월), 준공정산이 완료되는 마곡9단지와 고덕강일 8·14단지(5월)를, 하반기에는 위례A1-5BL과 A1-12BL 구역의 분양원가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H는 앞으로 건물만 분양하고 토지에 대해 월 임대료를 받는 이른바 '반값 아파트(토지임대부주택)'만 공급하겠다면서 분양원가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서울형건축비를 적용해 보다 저렴하고 질 좋은 아파트를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백년주택(가칭)'을 공급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주택인가?
='반값 아파트'다 '토지임대부주택'이다 여러 표현이 있는데, 저는 건물만 분양한다는 표현을 쓴다. 토지임대 건물 분양은 거주계약 40년으로 거주자가 요구할 때 40년을 더 계약해 거주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99년 임대를 해주는 시스템이다. 미국 월드트레이드센터(그라운드 제로) 부지 주변의 맨해튼 주변의 건물이 들어선 상당수 토지가 뉴욕시 소유다. 미국은 보통 99년간 토지임대를 해준다.
국토교통부가 매년 기본형건축비를 발표한다. 아파트라는 건축물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설계 도면이나 건축재료가 필요한데 이 재료에 따라 값이 달라진다. 국토부가 발표하는 기본형건축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아나. 이렇게 불명확한 기본형건축비를 적용해 분양가를 산정하다보니 만들어진 건물이 50년 정도 되면 수명을 다한다. 가격을 정해놓으면 이익을 내기 위해 재료의 질 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SH는 그동안 지어진 것 중 가장 잘 지어진 모델을 기초로 서울형건축비를 만들고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해서 100년이 가도 튼튼한 아파트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보름 후면 새 정부가 결정될 것이고, 5월이면 새 정부가 들어서게 된다. 대통령 후보들께서도 건물만 분양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으니까 누가 당선되던지 건물 분양을 어떤식을 할 것인지를 정해야 할 것이고, SH는 서울형건축비를 기준으로 어떻게 건물을 지을 것인가 제안하는 것이다.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은 택지가 분양가에서 빠지는 것으로 보이는데 강남과 비강남의 분양가가 3억 이상 차이나는 이유는?
=SH가 짓는 아파트 건축비는 25평 기준 약 600만원이다. 세곡동 옆 자곡동에 2012년 지은 LH강남브리즈힐 아파트(토지임대부주택)가 있다. 30평을 2억원 대에 분양하고 토지 임대료로 월 40만원 정도 낸다. (현 시세 약 12억원을 보고)어떤 분들은 로또를 맞았다고 하고, 건물만 분양하면 슬럼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한다. 그 옆에 LH강남힐스테이트가 있다. 30평을 약 3억원에 분양했는데 현재 17억 정도 한다. 건물만 사서 10억원이 올랐다면 토지포함 14~15억원 정도가 오른 셈이다.
SH가 그간 지어 소유한 15만채의 공공주택이 대부분 20~30년이 지나 상당히 많은 수선비와 유지운영비가 투입된다. 1년에 3천억원 정도다. 지난해 재산세와 종부세로만 1천억원을 냈다. SH 임직원 1500명의 임금이 약 800억 정도 되는데 세금만 1천억원 정도다. 공공주택이기에 법률에 정한 일정 비용 이상을 받을 수 없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임대료도 정체 상태다. 재원조달은 시세가 비강남의 두배 이상 차이나는 강남에서, 상대적으로 주택 가치가 높게 형성되는 강남 지역에 건물 분양가를 높여 이를 충당하겠다는 생각이다.
-SH가 추진해오고 있는 공정률 90%가 되면 분양하는 후분양제의 장점은 상당부분 건축된 주택을 입주예정자가 미리 아파트 건축 상태를 살펴본다는 것인데, 실제로는 여러 안전문제로 건축현장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후분양제는 2006년 당시 오세훈 시장께서 80% 정도 시공후 분양하겠다는 공약으로 시행된 것이다. 지난 15년간 SH가 7~8만채를 이같은 방식으로 공급해왔다. 공정률 90%면 30층 기준 10층까지는 (내부 마감)공사가 거의 끝난 상태다. 그 정도 되면 분양받으실 분들이 하자가 있는지, 사도 되는지 꼼꼼하게 따져보고 결정하라는 것이다. 광주아이파크와 같은 피해가 없어야 되겠지만 90% 완공 후 선택을 해도 분양자는 (건축물 상태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아무런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제품을 완성해 판매하는 것이 시장의 원리다. 아파트 하자는 내부에서 많이 발생한다고 하지만, 광주아이파크처럼 뼈대가 무너지는 것도 하자다. SH는 그런 일이 없었고 그만큼 건축 완성도에 자신감이 있기에 후분양을 하겠다는 것이다.
-건물 분양(토지임대부) 방식은 결국 토지 확보가 관건인데, 후보지 지역주민들의 반발도 적지 않은데?
=많은 분들이 건물만 분양하려면 100년 주택이든 땅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씀하신다. SH는 마곡, 위례 등 그간 다양하게 택지 개발을 한 곳도 있고 조금 택지가 남아있기도 하다. 자세히 찾아보면 서울에 빈땅이 제법 많다. 대규모 택지를 개발할 여지는 충분하지 않지만 SH에는 후보지를 찾는 역할을 하시는 분들이 있고 계속 확보해나갈 것이다. 앞으로 50년, 100년 동안 끊임없이 토지를 확보할 것이다. 국공유지도 있고 복합개발(아래는 공공청사, 위에는 주택)을 제안하는 자치구 등이 많다. 앞으로 토지는 임대료 정도만 받고 건물만 분양해 시민들께 내집마련의 꿈을 실현시켜줄 계획이다.
-분양원가 공개가 확산되면 집값이 안정화 될 것이라는 것인데, 민간도 따라올까?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시민들 대부분이 호응을 한다. 서울 시민이 살 집의 건축비가 도대체 얼마인가를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1천만 시민이 우리의 주인인데 사실대로 알리는 것은 우리의 의무다. 민간의 분양원가 공개여부는 우리가 관여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매달 공개하면 민간업체나 다른 공기업들도 동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SH가 질 좋은 아파트를 만들고 재원을 투입한다고 하지만 결국 공공형아파트라는 브랜드 가치에서 인지도가 밀릴 수 밖에 없는데, SH 브랜드도 파편화 되어 있다. 경쟁력 확보 방안은?
앞에 설명한 자곡동 LH 아파트들은 유럽의 성을 모티브로 유명 건축가가 설계한 것이다. 설계에서 좀 더 고급화 하고 품질을 높였으면 한다. 세곡동 사거리에 가면 삼성물산이 시공한 SH 아파트가 있다. 2~3년 전에 주민들이 '래미안' 브랜드를 달고 싶다고 했다는데, SH가 건축 품질 관리에서 잘하고 있다는 홍보가 잘 안된 측면도 있다고 본다.
앞으로 SH의 강점을 살려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시민들에게 알리도록 할 것이다.
-아파트 외 주거형태도 다양한데, 다가구, 다세대, 빌라 등도 토지임대부 분양이 가능한가?
= 여러형태로 우리 SH가 가진 토지 등을 활용해 아파트가 아닌 빌라나 다세대나 단독이나 여러 가지 주거 형태에서도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을 검토중이다.
-건물만 분양하는 아파트는 언제쯤 공급이 가능한가?
=언제쯤인지 딱 짚을 수 없지만 가능한 빠른 시일내, 보름 지나면 새정부가 준비할 것이고 5월이면 새정부가 들어설 것이다. 후보분들이 건물만 분양한다는 공약을 하셨고, 여러 제도에 반영하고 논의하기 좋은 기회다. 빠르면 상반기 중에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SH 사장 취임 100일 소회는?
지난 20년 동안 시민운동하면서 5천만 시민이 집값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나 고민하며 살아왔는데 SH 사장이 되서 천만 서울시민께서 어떻게 하면 내집 마련의 도움을 드리고 집 걱정 안하게 할까 생각하고 있다. 1500명의 직원들과 고민하면서 길을 찾았고 그 길을 가고 있어서 매우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