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황당한 일이 … ‘분양원가 공개’ 2002년부터 시행 [내일신문 2006-05-24 17:18]
건교부·지자체 감춰왔다
감리자 모집때 58개 항목 공개 … 여야 2005년 되레 후퇴한 입법
온 나라를 흔들며 지금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아파트 분양원가공개가 이미 실시되고 있었다. 2002년 9월부터 아파트사업승인권자인 시·군·구청장은 감리자 모집공고를 할 때 현행 분양원가 공개 7개 항목보다 훨씬 상세한 58개 항목으로 원가를 공개한 서류를 첨부하도록 하고 있다. 대상도 공공택지내 민영아파트뿐만 아니라 전체 민영아파트에 대해 이뤄지고 있었다. 사실상 원가공개가 완벽하게 이뤄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이같은 사실이 드러나지 않은 것은 아파트 원가공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동안에도 내용을 알고 있는 건교부와 지자체의 관련 당사자들이 쉬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2년 9월부터 상세히 공개 = 주택법에는 자치단체장이 아파트 사업승인을 한 후 감리자 모집시 ‘주택건설공사 감리자 지정기준’이란 건설교통부 고시에 의해 ‘총사업비 산출총괄표’와 ‘공종별 총공사비구성 현황표’ 등 첨부 서류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여기에는 2005년 도입된 분양원가 공개로 입주자 모집공고(분양공고)시 이뤄지고 있는 7개 항목보다 훨씬 더 상세한 58개 항목으로 세분화돼 있다. 분양공고와 감리자 모집공고를 비교하면 택지비와 설계비 감리비 항목은 같았지만 직접공사비와 간접공사비 부대비용 등은 감리자 모집공고문이 훨씬 더 상세하다.
분양공고는 직접공사비를 하나의 항목으로 공개하고 있으나, 감리자 모집공고는 토목 건축 기계설비 등으로 나눠 무려 48개 항목으로 세분했다. 간접공사비와 부대비용도 일반관리비와 이윤, 일반분양시설 경비, 분담금 및 부담금, 보상비, 기타 사업비성 경비 등으로 자세히 분류하고 있다.
◆모든 민간분양주택 포함 = 공개대상도 현재 공공택지내 원가연동제가 도입되고 있는 민간 아파트에 대해서만 이뤄지고 있는 것보다 훨씬 넓어 사업승인을 받아야 하는 모든 민영아파트를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공개장소도 일간신문이나 지자체 홈페이지 게시판에 이뤄지고 있어 모든 국민이 열람할 수 있다.
특히 감리자 모집공고는 건설업체 등이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승인권자인 지방자치단체장이 검증절차를 거쳐 승인한 내용이다. 일례로 성남시 홈페이지를 접속해 공고게시판을 보면 뒤늦게 이미 분양이 끝난 판교신도시 각 민영아파트의 감리자 모집공고문이 상세한 원가항목을 포함하여 공개되고 있다.
문제는 이 내용을 정확히 알고 있는 일부 공무원이 온 나라가 원가공개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침묵하거나, 오히려 ‘원가공개는 안된다’는 발언으로 국민들을 속여 왔다는 점이다.
◆철저검증으로 거품 제거해야 = 이에 대해 건교부나 지자체 공무원은 한결같이 감리자 모집공고문의 내용은 원가공개 아니라며 강하게 부정했다.
건교부 주택정책과 한 관계자는 “감리자 모집공고문의 내용은 투입된 원가가 아니라 추정된 사업비 성격을 갖기 때문에 원가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도 투입된 원가가 아닌 추정원가의 7개 항목을 이미 분양원가 공개라고 법에 명시하고 있다.
‘감리자 모집에서 분양원가 공개’ 부인하는 건교부
건설업체 허위신고 두둔하나
‘사업계획승인대로 공사해야’ 주택법 있는데도 “단순계획일 뿐” 강변
지자체가 감리자 모집공고에서 분양원가의 상세내역을 공개하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자, 건교부는 ‘단순한 계획’일 뿐이라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이같은 건교부 주장은 주택법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건설업체의 공사비 허위신고를 두둔한다는 새로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내일신문 23일자 “지자체의 사업계획승인 단계에 제출된 서류를 바탕으로 한 감리자 모집공고에서 사실상 분양원가 내역이 공개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건교부는 24일 해명자료를 통해 “감리자 모집공고는 단순한 사업계획이지 분양원가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건교부 주장은 주택법 16조 ‘사업계획승인을 얻은 사업주체는 승인을 얻은 사업계획대로 사업을 시행해야한다’는 규정과 배치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지자체의 검증을 거쳐 공사계획이 확정된 사업계획승인은 분양공고 직전 단계이며, 정부 고시 원가계산방식으로 산출한 공사비를 제출토록 하고 있다.
건교부의 “사업계획승인 단계는 단순계획이라서 예정공사비”에 불과하다는 주장은 이제까지 상당수의 건설업체가 허위로 공사비를 신고한 행위를 두둔하는 것으로 보여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감리자 모집에 이은 분양승인 단계는 최종 분양가를 확정하는 절차로, 이때 확정되는 분양가에 따라 건설업체가 가져가는 이윤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의미를 가진다. 사업자 이윤을 제외한 공사비는 사업계획승인 단계에서 정해지는 것이다.
사업승인을 받으면 감리자 모집공고는 1주일 안에 하도록 법(주택건설공사 감리자 지정기준)에 명시돼 있고, 입주자 모집은 업체 입장에서는 가급적 빨리 하려하기 때문에 길어야 1~2개월내 신청하게 된다.
이에 대해 건교부는 “사업계획승인신청에서부터 분양승인신청까지 약 1년이 소요된다”고 해명, 감리자 공고와 입주자모집공고 사이의 기간이 길어 공사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논리를 구사했다.
특히 “사업승인단계는 예정공사비”라는 건교부의 논리는 분양공고에 나온 분양원가도 부정하는 것이다. 사업착공 이전에 정해지는 분양원가 역시 집행된 결과물이 아니기 때문에 단순한 사업계획이 돼버리는 것이다.
감리자 모집 공고때 상세한 공사원가 내역이 공개되고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분양원가 공개 논란이 다시 점화됐다. 또 분양승인권자인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들 원가를 제대로 분석하지 않아 분양가 폭등을 방치했다는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감리자 모집때 어떤 내용이 공개되나=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한 절차는 크게 ▲사업계획 승인 ▲감리자 모집 공고 ▲분양승인 신청 등으로 이뤄진다.
건교부 고시에 따르면 시·군·구청장은 건설사업계획을 승인한 날로부터 7일 이내 감리자 모집공고를 해야 한다. 이때 사업의 공사비 구성항목도 공개해야 한다.
공개할 총사업비 내용은 ▲총공사비(순공사비, 일반관리비, 이윤) ▲간접비(설계비, 감리비, 일반분양시설 경비, 분담금 및 부담금, 기타 사업성 경비) ▲대지비 ▲부가가치세액이다. 여기서 순공사비는 재료비와 노무비를 포함한 금액이고 대지비는 택지구입비 및 금융비용을 포함한다고 정해놓고 있다.
순공사비는 모두 50개 항목으로 세분해 별지로 첨부해야 한다. 토목·건축공사도 각각 13개와 23개 분야로 쪼개 상세히 기술해야 한다. 한마디로 사업에 드는 비용과 분양원가 항목이 모두 들어있는 것이다.
◇분양원가 공개 여부 논란=정부는 이에 대해 감리자 모집공고가 분양원가 공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분양원가는 실제 설계를 기준으로 산정하기 때문에 분양시점에서 파악이 가능하지만 감리자 모집공고는 통상 1년 전의 사업승인신청시 제출된 예정공사비로 작성한 것이어서 원가개념과는 다르다는 것. 뿐만 아니라 감리자 모집공고의 목적도 지자체장이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한 뒤 공사를 제대로 감독할 감리자를 모집하는 것이지 원가내역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건설업계는 감리자 모집 공고가 사실상 원가공개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업자가 인·허가를 받기 위해 신고하는 내용을 아무런 근거없이 엉터리로 적성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다.
ㄷ건설 관계자는 “나중에 항목별 금액을 조정하기는 하지만 감리자 모집 공고 내용과 분양승인 신청 내용과는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ㅇ건설 관계자도 “감리자 모집 공고의 내용은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원가내역이 담긴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것 자체를 원가로 봐도 된다”고 말했다.
김헌동 경실련 본부장은 “이같은 내용을 정확히 알고 있는 관료들이 온나라가 원가공개 문제로 홍역을 치르는 상황에서 침묵하거나 오히려 ‘원가공개는 안된다’는 발언으로 국민을 속여왔다”고 주장했다.
◇지자체의 방조=원가공개가 사실상 이뤄져 왔지만 이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지자체가 사업자의 제출 내역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건설업체는 감리비를 줄이기 위해 감리대상 건축비를 실제대로 신고하는 반면 이윤 폭을 가리기 위해 택지비 등은 부풀리게 마련이다. 분양승인 때도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기 위해 사업비용을 감리자 모집공고 시보다 부풀리기도 한다.
건설업체가 제시한 사업비 내용을 충분히 검토한 뒤 감리자모집 공고나 분양승인을 해줘야 하는 지자체의 방관으로 사실상 원가공개에도 불구하고 분양가는 계속 급등해 왔다.
‘분양원가 공개’ 막판 정책대결 우리당 후보 합동회견 열어 철저검증 약속
한나라 현행 선분양제, 후분양제 전환 제안
민노당 원가 전면공개·서류 철저검증 다짐
민주당 입장표명 없어 … 경실련 ‘공개협약’ 요구
지방선거가 막판으로 접어들며 주요 정당의 서울시장과 구청장 후보들이 ‘아파트 분양원가 전면공개, 적정 분양가 검증’을 적극적으로 내걸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피습사건과 중앙정치의 대리전에 가려 실종됐던 정책대결이 뒤늦게 발동된 것이다.
내일신문은 5월18일자 ‘단체장 잘 뽑으면 집값 잡을 수 있다’, 5월24일자 ‘분양원가공개 2002년부터 시행되고 있었다’는 기사를 통해 아파트 고분양가의 책임이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에도 있음을 지적하고, 지방자치단체장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자치단체장들이 아파트 사업계획승인권, 분양승인권을 제대로 행사하면 아파트가 거품빼기가 가능하다는 내일신문의 지적을 일부 후보들이 수용한 것이다.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와 25개 구청장 후보는 25일 합동 기자회견을 갖고 △아파트 사업계획승인 내역 공개 △시민검증위원회 설치와 분양원가 검증 △분양원가 공개 전면 확대 등을 약속했다.
강 후보는 민간 아파트 분양원가 전면공개 약속을 하는 과정에서 이에 소극적인 당과 견해차이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측은 “지난 5월11일 경실련 주최 후보자 초청토론회에서 분양원가 공개를 하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오 후보측은 분양원가 공개뿐만 아니라, 현행 시행되고 있는 선분양제를 후분양제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까지 제안했다.
민주당 박주선 후보측은 분양원가 공개에 관련한 입장을 밝혀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
민주노동당 김종철 후보와 10명의 구청장 후보는 25일 기자회견에서 △아파트 분양원가 전면 공개 △관련 서류 철저 검증 등을 다짐했다.
이에 대해 경실련은 환영성명을 내고 “서울시장 후보들의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실천협약을 적극 환영한다”며 “한나라당을 비롯한 모든 정당과 후보들도 국민과의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협약을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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